그리고 현지인분들이 참 고맙네요.
그렇게 신경써서 챙겨주시고 너무 부럽습니다.
역시 긴꼬리는 언제보아도 참 이쁨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듯하네요.
정성 가득하고 멋진 조행기 미소님덕분에
대리만족하네요.
잘 보았습니다.
좋은시간되세요~^&^
2022. 3.24. 제주도(형제섬/넙데기) 벵에돔 조행기지난 주에 제주도 형제섬으로 벵에돔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하루 동안의 짧은 낚시였지만 이른 출조 시간에 맞춰 출조 전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넘어왔습니다. 공항 근처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인 다음, 출조 당일 새벽에 숙소로 데리러 온 제주도 현지인 "어렝조사"님의 차에 올랐습니다.


이날 밑밥을 준비한 곳은 "노형 피싱샵"이었습니다. 공항에서 거리도 가깝고, 사장님께서 직접 손으로 밑밥의 점도를 확인하실 만큼 꼼꼼하셔서 제주도로 출조할 때마다 들르고 있습니다.

항상 사용하던 "황금비율" 집어제를 준비하지 못해서 이번에는 "노형 피싱샵" 사장님의 조언에 따라 크릴 5장, V9 집어제 덕용 1장, 오로라 2장으로 밑밥을 준비했습니다.
이날 출조했던 "형제섬 넙데기"는 제주도 부속섬 중에서도 들물 조류가 빠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항지인 사계항으로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어묵과 김밥으로 이른 아침을 먹었습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평화로"에는 어묵, 김밥, 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휴게소들이 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영업을 하기 때문에 아침을 해결하기 좋고, 김밥을 포장할 수 있어서 제주도 현지 낚시인들과 가파도/마라도, 형제섬으로 출조할 때는 거의 들렀던 것 같습니다 ^^"

아침 6시 40분,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사계항에서 "형제섬 넙데기"로 향했습니다.
※ 형제섬 출항 시간은 오전 6시 40분, 철수는 오후 6시 30분입니다.(3월 24일 기준) 계절, 기상에 따라 출/입항 시간이 달라지며, 짝숫날에 출조하는 해덕호 선장님의 경우 미리 전화를 주시기도 합니다 ^-^V

지난 1월에 "뜨거운 북극곰", "여명 강성윤" 형님 두 분과 함께 출조한 뒤 두 달 만에 내려보는 "형제섬 넙데기"였습니다. 당시에는 강한 북서풍과 높은 너울에 고생을 좀 했네요 ㅠㅜ
이날 하선한 "넙데기"도 그날 철수하면서 "뜨거운 북극곰" 형님이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두 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형제섬 넙데기는 낚시인들에게 인기 있는 곳입니다. (좋은 자리 예약해 주신 북극곰 형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넙데기의 들물 조류는 빠르게 우측으로(마라도 방향) 흐르고, 날물은 좌측으로(발전소 방향) 천천히 흐릅니다. 사진 속 앞쪽에 보이는 홍합여 쪽으로 채비를 멀리 던져 들물 조류에 태우면 긴꼬리 벵에돔들이 입질을 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제주도 현지인 두 분이 넙데기 가장 왼쪽에 자리를 잡았고......

저는 그 두 분과 오른쪽의 현지인 한 분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네 명 정도면 넙데기에서 여유 있게 낚시할 수 있는 인원입니다.
채비는 영상산업 칼리번 1.2호대, 토레이 1.5호 원줄, 나만의 수제찌 달인 0c, 조수 고무, 강우피싱 경기스페셜 목줄 1.5호, 긴꼬리 벵에돔 바늘 6호에 봉돌을 가감하여 준비했습니다.


14물의 약한 조류는 아쉽지만, 상대적으로 조과가 나은 들물 전체를 볼 수 있는 좋은 물때였습니다. 만조 수위도 "189"여서 너울이 넙데기를 덮칠 걱정도 없었고요. 오후에 맞바람인 남풍으로 바뀌기 전 오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넙데기에서 만난 첫 고기는 볼락이었습니다. 멀리 던져 오랫동안 채비를 흘리려는 생각 G2 봉돌 두 개를 달았더니 예상보다 채비가 깊이 내려갔나 봅니다. 봉돌 하나를 떼고 낚시를 이어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줄이 차고 나가는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시원한 입질에서 예상했듯이 올라온 녀석은 긴꼬리 벵에돔이었습니다. 기준치 정도의 작은 녀석이지만, 영등철에 만날 수 있었던 넙데기의 첫 벵에돔이었습니다 ^^

물때가 약해서 그런지 마라도 쪽으로 뻗어나가야 할 들물 조류가 넙데기 안쪽으로 말려들어왔습니다. 자리를 바꿔가면서 흘리는 게 아니라 본인의 자리에서 흘리고 있던 상황이라 채비가 서로 엉키는 일이 몇 번 생겼네요.
낚싯대를 세워놓고 쉬면서 간식을 먹었습니다. 저는 급하게 오느라 빈손이었는데, 제주도 현지인들께서 직접 싸오신 토스트와 커피를 건네주셨습니다. 매번 이렇게 신세를 지고 있네요 ^^;;;


점심때가 다가오자 갑자기 불판을 꺼내서 한 분은 고기를 굽고, 다른 한 분은 비빔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겹비빔면이 완성되었네요 ㅋㅋㅋㅋㅋㅋ 삶은 계란, 샐러드에 과일 후식까지......구성도 엄청 알찼습니다 ^^"
먹을 음식을 구상하고 미리 장 봐서 무겁게 갯바위까지 가져온 정성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물론 음식 맛도 엄청 좋았고요. 앞으로도 갯바위에서 비빔면을 먹어 볼 기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만조에 가까워지면서 앞에 있던 홍합여가 점점 잠겨갔습니다. 넙데기와 홍합여 사이로 형성되는 포말은 참 좋았는데, 날물 조류 또한 발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채비를 아무리 멀리 던져도 빠르게 낚시 자리로 붙기 시작했네요.

구멍찌를 0찌로 바꿔 기본적인 띄울 낚시로 변경하고, 목줄도 1.2호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밑밥은 멀리 던져진 채비와 낚시 자리 중간쯤에 넣는 방식으로 낚시를 진행했습니다.
발앞까지 밀려든 찌가 조금씩 갯바위를 따라 흐르다가 시원하게 들어가는 입질을 보여줬습니다. 이미 줄을 팽팽하게 잡고 있던 중이어서 자동으로 챔질이 될 정도였습니다.
올라온 녀석은 30cm가 조금 넘는 긴꼬리 벵에돔이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조류를 따라 밑밥이 가까운 곳에 쌓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성돔이 아닌 벵에돔을 발앞에서 낚은 것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네요. 입질 또한 정말 시원했습니다.
씨알이 조금 아쉬웠지만 이 시기에 긴꼬리 벵에돔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도 제주도라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시가 가까워지자 형제섬 사이로 해가 서서히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출조에서도 느꼈지만 "넙데기"에서 보는 형제섬의 일몰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주도 부속섬 중 형제섬과 차귀도의 풍경을 제일 좋아합니다.


해창 한 방이 없다고 알려진 영등철이지만 일행 모두 철수 시간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날물 조류의 방향에 따라 넙데기 왼쪽으로 조금씩 이동하여 낚시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집중해 보았지만 밀려드는 조류와 강한 맞바람 때문에 어려운 낚시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어렝이 한 마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벵에돔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유 있게 짐을 챙기고, 현지 낚시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하루의 낚시를 정리했습니다. 현지인 세 분 중 두 분은 이날 저와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잘 챙겨주시고 신경 써주셔서 저도 정말 편하게 낚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재활용/일반 쓰레기는 각각 구분하여 전용 봉투에 담아 분리배출하였습니다. 종일 낚시를 하면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네요.


저희를 태운 해덕호는 "코너", "배꼽" 자리에 있던 낚시인을 태우고, 형제섬의 뒤편을 돌아 사계항으로 북귀하였습니다.
"코너" 자리에서는 벵에돔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하네요. "넙데기" 뒤편의 "안테나" 자리에 있던 낚시인들도 조기 철수를 했던 걸 보면 전체적으로 이날 조과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기준치 이상 스무 마리 정도의 벵에돔이 나와서 낚시인당 평균 네다섯 마리 정도의 손맛을 봤습니다. 3짜 이상은 7~8마리 정도였고, 긴꼬리 벵에돔 37cm가 최대어였습니다. 수온이 낮은 이 시기에 긴꼬리 벵에돔들이 조과의 대부분인 것도 신기했습니다. 형제섬 근처에 있는 발전소 때문에 주변 수온이 높아서 사시사철 벵에돔이 낚인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사진 촬영 후 기준치 부근의 벵에돔들은 모두 방생하고, 나머지 녀석들은 현지 낚시인들에게 전부 일임하였습니다.

사계항에서 짐 정리를 모두 마치고 "어렝조사"님이 제주공항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새벽에 숙소로 데리러 오는 것도,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도 모두 "어렝조사"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 준 것까지 이번에 신세 정말 많이 졌네요. 다음에 제주도 내려올 때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놔야겠습니다.

분명 비행기에 올라 자리에 앉은 기억은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김포공항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단잠에 빠져 있었나 봅니다 ^^;;;
짧은 하루의 출조에 멀리 제주도까지 다녀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제주도 현지 낚시인들의 도움으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좋은 자리 예약해 주신 "뜨거운 북극곰" 형님과, 많이 챙겨준 "어렝조사"님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입니다. 아빠 없이 하루 종일 안전하게 잘 지내주었던 아이들에게도 정말 고마웠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안낚하시고, 어복 가득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