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2. 금요일 저녁.
출조는 토요일인데 정작 출발은 전날 해야한다는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안들지만
첫배를 타야겠다는 일념하나로 그 모든것을 감수하는 그 사람의 이름은 낚시꾼.
이번에도 저번주와 마찬가지로 죄송동대표도 함께하기로 했는데
죄송동대표가 몸담은 회사 숙소에서 픽업을해야하는 상황이 생겼다.
차량이 부산 집에 주차되어있다고...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거 잠못자고 가느니 차라리 죄송동대표의 숙소로 조금 일찍가서
눈을 붙히고 함께 출발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았다.
?숙소의 위치는 거제도 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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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의 아니게 외박을 하게되었다.?
나는 낚시외에 밖에서 외박한적이 단 한번도 없다.
마땅히 불러주는 곳이 없기도 하고.....
거제도에는 밑밥 가격이 비싼 관계로 가는 길목에 죄송동대표의 밑밥까지 함께 구입하기로 한다.
이시간에 낚시점에 들린적은 정말 오랫만인듯한데 주말 날씨 예보가 좋아놔서 그런지
적지않은 낚시꾼들이 일찌감치 서두르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밑밥셋트 2개씩 총 4셋트를 결제하고 밑밥을 개어주는 직원분께 또박 또박 말을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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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밑밥통에 담아주시고 하나는 검정봉지에 담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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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이상한눈으로 쳐다보신다.
?2셋트만 준비해도 한손에 들기 힘든데 이녀석은 4셋트를 구입하다니 이상한 녀석이다 싶었나보다.
그리고는 카운터로 가서 다시 확인까지 하고오시는데 그제서야 미안하다며 밑밥을 담아주셨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밑밥을 구입하고 거제도로 이동하는데 차가 거의 없는 거가대교를 건넌다.
거제도에서 퇴근후 부산으로 넘어오는 차량은 많지만 부산에서 거제도로 넘어가는 차는 드물다.
이 시간에 거제도로 들어가는 차량은 모르긴 몰라도 낚시꾼의 차량이 대부분일터.
?한참을 달려 거제시에 들어섰는데 고현에 가까워질수록 차량이 많아진다.
불금이라 그런지 길가에 사람도 많고.?
?저녁 9시 24분.
죄송동대표의 숙소까지 앞으로 2km남았다.
숙소앞 도착.
지은지 얼마안된 건물이라 그런지 깨끗하다.
정문앞으로는 외부인들이 진입하지못하게끔 막아놓은 차단기가 나를 가로막는다.
?경비실에 있던 경비원이 고개를 내밀더니 어찌왔냐고 묻는다.
나는 숙소에 아는 지인이 있어서 들릴려고 왔다하니 경비원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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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가실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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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되묻는다.
?그래서 난 패기있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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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
?
?
?
했더니 외부인 출입금지란다.
완전 단호박이다.
아까 그냥 잠시 들렸다가 간다하면 될것을 필요이상으로 솔직한 난 바보인가보다.?
결국 죄송동대표가 직접 나와서 샤바샤바(?)후 진입했다.
숙소 도착후에는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곧바로 각자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이유는 출항 시간이 2시30분이었다가 1시까지 도착으로 바뀌었기때문.
주말이라 다른날보다 손님들이 많고 경쟁 낚시점과의 포인트 다툼때문에 그렇다는데
이유는 그렇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잠은 일단 다 잤다고 보면 된다.
잠자리가 바뀌니 바로 잠들지도 못하고 베개도 평소 사용하던 높이가 아니라 영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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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가족 여행을 가게되면 남들은 지갑부터 챙기는데 나는 베개부터 챙긴다.
생긴것 답지않게 나름 예민한 스타일이라 그런데 지갑은 뭐 마누라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12시 15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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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방안 전체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옆 침대에 있던 죄송동대표는 "여보세요?"라고
?헛소리를 하며 깨어나고..
그길로 우린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구조라항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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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점에 도착하자마자 출항.
?1시에 도착하라길래 1시30분에 출항인줄 알았는데 1시 출항이었다.
모든이가 배 앞에서 대기중이었는데 정말 대단들 하다.?
잠은 대체 언제 자는것인가..............?
어찌어찌해서 올라탄 배에서 내 이름이 불려 내린곳은 내도 "모자여"
?내도에는 자주 내려보질 못해서 포인트 이름도 잘 모르고 특히 서쪽으로는 아예 내려본적이 없는데
이곳은 수심이 깊지않고 너울, 바람까지 막혀서 잔잔한 바다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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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님이 알려주시는 수심은 대략? 8m권으로 장타보다는 발앞 낚시를 하는것이 유리하단다.
그래서 먼저 반유동 5b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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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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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을 깨고 울리는 소리는 채비와 밑밥이 수면에 닿는 소리외엔 없다.
입질은 1도 없고 전자찌의 불빛만 계속 보고있자니 고딩때 수학, 역사책을 펴놓은듯 두눈이 비실비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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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을 돌아보니 죄송동대표는 아예 바닥에 자리를 잡고있다.
밤에 이렇게 고생해봐야 뭐 대단한 고기를 잡겠나 싶어 그길로 나도 낚시대를 거치대에
꽂아두고 뒤쪽 갯바위로 넘어가서 몸을 뉘일곳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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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넘어가자마자 저곳이다 싶은곳에는 거대한 똥이 존재하고있었고
?그때문에 조금더 후진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거사를 치루신분들의 사정은 저도 다 이해하는데 왠만하면 물로 좀 쓸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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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때문에 마음상하고 몸을 뉘인곳에서 바라본 새벽하늘은 별이 곧 쏟아 질것만 같다.
아들녀석이 보면 분명 좋아할텐데..
몇년 밥을 많이먹고 키가 더 자라면 데리고 다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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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는 차갑긴해도 얼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다행히 내 신체 구조를 받아들이는 갯바위 지형이 있어서 몸도 편안한편이고.
발이 시려운것 빼고는 그래도 잘 잤던것 같다.?
중간에 차가운 공기에 헛기침을 하며 한번 깨어나서 캐스팅을 해보고는 다시 잠들고..
그렇게 자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다보니 해가 뜬다.
겨울은 밤이 참 길긴 길다.
?좌측이 외도, 우측에 보이는것이 해금강 방향.
선장님의 말씀으로는 지금 시야에 보이는 위치로 캐스팅하는것이 팁.
?그래서 우린 지속적으로 그 근방을 공략한다.

?열심히 공략하고 또 공략하고 그런데 입질이 없다.
간간히 올라오는 망상어,볼락,복어 외에는 이렇다할 입질이 없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이로서 이어왔던 연승이 깨어지는듯한 삐리한 기분이 든다.
모자여.
포인트는 참 좋은것 같은데 아무래도 날이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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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상으로 너울이 팍팍쳐주고 조류가 뻗어주는 맛이 있어야 큰놈이 걸릴것 같은데
이곳은 대마도의 아소만처럼 조용한 호수를 보는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포인트일수록 입질이 약아서 견제동작 및 뒷줄 관리를 잘해야하는데 초보들은
이게 말처럼 되는게 아니라 그게 참 힘들다.
?새로 구입한 동계복을 입고 신이난 죄송동대표.
?동계복 덕분에 따뜻하게 잘 잤다고 하는데 이쯤되면 동계복보다는 잠옷으로 바꿔부르는것이...
?새벽에 뭔가 반짝이는것이 있길래 라이트를 비춰봤더니 온 바다를 뒤덮고 있던 숭어.
그놈들은 해가뜨며 빠져나가고 정상적인 들물이 시작된다.
사진만봐도 따뜻하고 잔잔한 바다상황.
사실 이런 겨울 바다는 적응이 안된다.
?엉덩이가 갈라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열심히 낚시하고있는 죄송동대표.
어텐더2로 낚시대를 바꾸고나서는 어복이 붙었다하며 계속 그것만 쓰고있다.
나역시 펄션으로 바꾸며 연이어 입질을 받아내고있으니 여태 우린 낚시대가 문제였나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긴하지만 그냥 그렇게 믿어본다.
낚시꾼들은 대부분 이런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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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라는 공식처럼 그렇게 낚시가 된다면 모를까 분석없는 낚시를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은 이런식이다.
어제 먹었던 식단이 문제였다 오늘 아침에 변이 한개가 아니라 두개로 나눠져서
나왔는데 그게 문제다 등등...?

낚시와는 상관없긴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오전에 출근하면 카톡방에 효성이(안나푸르나)를
놀리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종의 루틴이라할까 암튼 그래야 하루가 잘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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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하루라도 어기게되면 개똥을 밟기도하고 뱀한테 물릴뻔하기도 하고 암튼 영 하루가 시원찮다.
그래서 꼭 지키고 있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낚시꾼들은 이상한곳에 집착이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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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어느정도 떠오르며 포인트마다 낚시꾼들을 태운 낚시배로 빈자리를 채워준다.
그시간 죄송동대표는 다시 옆에서 숙면을 취하고있었는데 손님을 이동시키던 큰선장님이
지금 물돌이라고 자지말고 집중하고 낚시하라 다시금 알려주신다.
그말에 고부력 장타낚시를 하고있던 나도 채비를 3b로 바꿔서 발앞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포인트라고 미리 알려준 방향으로 밑밥을 많이 넣어두고 기다림의 연속.?
조류가 홈통에서 바깥쪽으로 돌아나오고 있는데 전형적인 감성돔 조류인듯하다.
뒷줄을 잡아주고 끌어주고 다시 채비를 내리고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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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에 가까이 와서 채비를 걷어줄려고 하는 그때...
https://www.youtube.com/watch?v=5pAKlPl-2oA
▲가능한 사운드를 살려두고 보시는편이 더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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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를 살살 걷어줄려고하는데 투둑투투둑...
이런 느낌이 드는것이 잡어인가보다 하며 릴대를 그냥 들고만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내려꽂는 힘에 손목이 꺾이며 적지않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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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정신이 바짝 들었던것 같다.
브레이크를 한번 줘가며 대를 세우고 천천히 대응을 해갔는데 얼마전에 잡았던 감성돔과는
전혀 다른 힘으로 바닥에서 버티고 겨우 조금 띄워놓으면 다시 내려가고 보통놈은
아닌듯하다.
?
혹시 큰녀석이 들어왔으면 따라 들어온 녀석도 있기마련이라 뒤에서 자고있던
죄송동대표를 깨웠다.
고기가 들어왔으니 주위로 밑밥을 치고 채비를 던지라고..
그러고는 다시 파이팅을 이어갔는데 제대로 버텼더니 릴대의 힘을 목줄이 받아주질 못했다.
아쉬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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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번 왔던 입질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철수후 여쭤봤더니 그곳은 원래 한번 총을 쏘면 그것으로 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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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목줄을 좀더 강하게 쓰던지 처음부터 강제집행을 했어야했다.
포인트에 목줄이 쓸릴만한 요소가 없다고 판단해서 천천히 힘을 빼려고했던것인데
그게 오산이었고 그놈이 무엇이었던지간에 좋은 경험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새로 구입한 릴대의 성질을 제대로 느껴봤으니 손해는 아닌듯.
죄송동대표도 나도 첫배를 타고 갯바위에 하선한후 낚시한 시간이나 잠을 잔 시간이나
엇비슷한것 같다.
당장은 뭐하는 짓인가 싶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그렇게 후회할 짓을 할것 같은데
이로서 연승은 깨졌지만 한번의 입질에 하나의 추억이 또 생기고 그러면서 낚시는 늘게된다.?
아직 우리는 배우는 단계니 조과물이 없는것에 아쉬워하는것보다 이런 기억에 더 치중하는게
맞는게 아닌가 싶다.
내가 평소 원하는 포인트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한방이 있는 모자여.
잠 자느라 낚시에 집중하느라 평소보다 사진의 숫자도 적고 조행기도 써놓고보니 뭔가 부족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기록을 하기위한 느낌으로 작성했으니 보시는분들이 잘 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는 실패했지만 저곳에서 누군가는 감성돔 4호바늘을 훈장처럼 입가에 달고있는
?대상어를 잡아가길 바라며 이번 조행기의 마무리를 지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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