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명절 연휴 잘 보내셨나요? ^^"
2주 전에 다녀온 1박 2일 추자도 출조 중 둘때 날 이야기입니다. 출조 이후 밀린 업무 처리와 바쁜 명절을 보내느라 작성이 늦어졌네요.

설 명절은 가족들과 베트남 다낭에서 보냈습니다. 우리도 조상 덕 좀 보자며 농담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현실이 될 줄은 몰랐네요. 안 가겠다고 하신 아버지와 매형이 가끔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엄마, 누나네 가족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 많이 만들고 왔습니다.

첫날 나바론에서 즐거운 낚시를 마치고 다른 낚시인들과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 식사 자체도 즐겁지만, 저녁 시간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그때 다음날 출조 시간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민박들도 대부분 6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출항한다는 소식에 우리는 그보다 30분 일찍 식사를 하고, 출항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새벽 일찍 하선해 추운 갯바위에서 떠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럴 때는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합니다 ^^;;
최근의 좋지 않은 조황 탓인지, 30분 일찍 나온 덕분인지 섬생이 1번 자리가 비워져 있었네요. 배를 오래 타고 멀리 가는 걸 싫어하는 저를 잘 알고 계시는 선장님께서 섬생이 1번 자리와 중간 수영여 중에 한 번 골라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섬생이에 좋은 추억이 많은 저는 당연히 섬생이를 골랐습니다. 큰 수영여와 간출여에 낚시인이 하선해 있는 점도 고려를 했습니다.

낚시 준비를 다 마쳤음에도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남았습니다. 따로 준비해 온 압맥 봉지에 물을 부어 불릴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해가 밝아 왔습니다.
※ "섬생이 1번 자리"에 처음 내려봐서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민박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른 것인지, 얼마 전 여명 형님이 내렸던 "섬생이 1번 자리"와는 다른 곳 같습니다. 뒤에 주변 사진이 나오니 이 갯바위의 이름을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 드립니다.

채비를 하면서 발앞에 넣어주는 밑밥은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조류가 어느 쪽으로 흐르던지 무조건 발앞을 지나가니까요. 주변이 밝을 때 하선해서 조류의 흐름이 명확히 보인다면 30 주걱 정도, 어두울 때 하선을 했다면 15 주걱 정도 넣어주는 편입니다.
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번째 감성돔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역시나 입질이 들어온 곳은 발 앞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품띠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미세하게 조류가 왼쪽으로 흐를 때 시원하게 구멍찌를 끌고 들어갔습니다.
해가 뜬 지 얼마 안 된 시각, 특히나 김이 갯바위에 많이 껴 있는 이 시기라면 갯바위 먼 곳으로 굳이 채비를 던질 필요는 없습니다.
감성돔 한 마리를 살림통에 담고 나니 주변 경치를 담을 여유가 생겼습니다.
정면으로는 수영여를 바라보고, 우측으로 묵리 채석장 도보 포인트를 마주하며 왼쪽으로는 섬생이 긴추가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오른쪽 자리에서 제 발앞으로 들어와 긴추 쪽으로 빠져나가는 조류가 육안상으로도 잘 보였습니다.

두 번째 감성돔도 비슷한 상황에서 입질을 해주었습니다.
시룰 때는 조금 무게감이 있어서 기대를 했는데, 첫 번째 녀석과 비슷한 씨알의 크지 않은 감성돔이었네요. 확실히 섬생이의 감성돔은 씨알에 비해 더 힘을 쓰는 느낌을 받습니다.
약한 물때를 제외하면 바람, 너울, 높아지는 수온까지 모든 조건들이 완벽한 날이었습니다. 급격히 올라가는 수온 때문인지 감성돔의 입질이 뜸할 때면 잡어들이 설치는 경우가 있었지만, 부시리가 갑자기 들어오면서 다 정리가 되는 모습이었네요 ^^;;

바닥에서 묵직하게 배를 붙이는 느낌에 살짝 설렜지만, 잊을만하면 모습을 드러내는 숭어였네요.
그래도 재작년 영등철에 추자도에서 만났던 숭어들에 비하면 정말 양반입니다. 올해는 하루에 한 마리 정도만 만났던 것 같네요.

10시가 되자 뉴에이스 호 김선장님께서 도시락을 전달하러 오셨습니다. 몇 마리 했냐는 물음에 두 마리를 봤다고 말씀드리니, 이제 들물이 시작되어 물이 받쳐서 긴추 쪽으로 뻗어나간다며 최대한 채비를 멀리 던지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4시쯤 철수하면 되겠냐는 말씀에 너무 늦으면 정리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3시 30분에 철수할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최대한 낚시 시간을 보장해 주시려는 마음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

선장님의 말씀처럼 다가오는 물이 보이기는 하는데 왼쪽으로 뻗어나가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육안상으로는 오를쪽으로 빠져나갈 것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더구나 맞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기 시작해서 채비를 멀리 던지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도 들었습니다.

우선은 원래 해오던 방식으로 낚시를 이어갔습니다. 들어오는 물이 아니라 받쳐서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곳에 채비와 밑밥을 넣었습니다. (이것도 물론 주변에 낚시인이 없고, 혼자서 낚시를 하기에 가능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내 청돔 한 마리가 원줄을 차가는 입질을 보여주었네요. 한국에서 낚은 첫 청돔이었습니다. 입질은 참돔, 움직임은 감성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날 모두 세 마리의 청돔을 볼 수 있었고, 감성돔과 달리 모두 바늘을 삼켰습니다.

세 번째 만나는 감성돔 역시 체고가 높았습니다. 씨알에 비해 좋은 손맛을 안겨 주었던 녀석 또한 갯바위에서 낚싯대 두 대 정도의 가까운 곳에서 입질을 해주었습니다.
흐린 날씨, 뽀얀 물색도 갯바위 가까운 곳에서 입질을 해주었던 이유 중 하나였겠지요.

전날에 사용했던 강우코리아의 토너먼트 감성돔 바늘을 이날도 사용했습니다. 관통력, 강도 면에서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삼켜도 목줄을 끊는 경우가 거의 없는 감성돔 낚시에서는 대부분 3호 바늘을 사용합니다. 밑걸림이 많은 여밭에서는 2호, 봉돌을 달고 싶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가끔 4, 5호 바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조류가 세차게 긴추 쪽으로 빠져나갈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2호 구멍찌를 사용했습니다. 조금 물때를 반영하듯 약한 조류가 흐를 때는 흑단 수중찌를 사용했고요.
요즘의 감성돔 낚시에서 수중찌라고 하면 대부분 금속 재질의 순강 수중을 떠올리지만, 원래 감성돔 반유동 채비에서 수중찌라고 하면 부피가 큰 수중찌를 의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제품은 순강 수중"찌"라기 보다는 봉돌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조류가 느려 미끼의 연출이 최대한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맹목적으로 순강 수중찌와 봉돌을 분납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순강 수중찌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목줄을 줄이고, 봉돌 없이 큰 호수의 바늘을 쓰는 것이 낚시인이 원하는 낚시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벵에돔 낚시를 할 때 사용하는 수중찌 "우자와 딤플"의 용도를 알고 계시는 낚시인이라면 바로 공감을 하시겠지요.
채비는 구레 경기Ⅱ 1.2-50 낚싯대, 원줄 강우코리아 스페셜 플로트 3호, 목줄 경기스페셜 1.7호, 2호 구멍찌 + 2호 흑단 수중찌, 3호 구멍찌 + 3호 순강 수중찌, 감성돔 바늘 3호, 무봉돌에 미끼는 크릴이었습니다.

맞바람이 줄어들어 채비의 엉킴 없이 원투가 가능한 상황이 되었을 때 선장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으로 낚은 감성돔입니다.
멀리서 낚은 녀석이라 그런지 확실히 씨알이 커졌네요 ^^;; 이날 가장 큰 씨알의 감성돔이 낚여 올라왔습니다.

오후가 될수록 바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낚시를 힘들게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채비를 멀리 던지기 어려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채비를 던지고, 흘리는 도중에 원줄까지 당겨가는 입질을 받았습니다. 반사적으로 바로 챔질을 했는데, 이내 수중여 사이로 박아버렸습니다.
당시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작정 원줄을 당겨 빼내려고 했는데, 나중에 여명 형님과 통화하면서 벵에돔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간중간 학공치가 놀라서 날뛰는 경우가 있었는데, 저는 당연히 부시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겼거든요. (자세히 보면 학공치가 원을 그리며 튀는 경우는 벵에돔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부시리인 경우에는 끝까지 쫓아가면서 긴 물살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푸렝이 큰 연목에서 5 짜 대물 벵에돔을 낚았던 여명 형님과 통화를 마치고 나서야 원줄의 여유를 주면서 좀 기다려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네요. 감성돔은 자기의 비늘을 아끼는 고기라 수중여 사이에 파고드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때는 그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 ㅠㅜ

다섯 번째 감성돔을 마지막으로 이틀 낚시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침 밑밥도 다 떨어지고, 선장님께 30분 일찍 철수를 할 수 있겠냐고 전화를 드리니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네요. 추자도에서 혼자 조기 철수를 하는 감사하고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도 철수를 하는 마지막 날에는 가까운 곳에 내리면 좋겠지요 ^^;; 그래야 낚시 시간을 길게 보장 받을 수 있고, 혹시나 저처럼 일찍 철수를 하고 싶어도 눈치가 덜 보입니다.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면 거의 종일 낚시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추자도에서 나오는 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제게는 충분한 것 같아요 ^^;; 선장님, 사모님의 배려에 항상 감사하는 부분입니다!
벗겨진 한 녀석과 놓아준 작은 청돔 한 마리, 박아버린 입질을 제외하고 일곱 마리를 챙겨왔네요. 전날처럼 대물의 입질이 없었지만, 심심하지 않은 즐거운 낚시를 했습니다.
지난 장인어른과의 출조에서 제가 고기를 얻어온 것처럼, 이번에는 누군가의 맛있는 뒤풀이와 반찬이 되길 바라며 민박에 놓아두고 왔습니다.

수돗가에서 장비를 모두 씻어 널어놓고 사모님과 비용 정산을 하고 있을 때 이날 출조했던 낚시인들이 돌아왔습니다. 약한 물때 탓인지 조황이 좋질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네요 ㅠㅜ
명절을 지나 뻥치기가 시들하고, 수온이 다시 올라가는 영등철에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3월 중 시간이 된다면 마지막으로 추자도에 한 번 더 들르고 싶습니다.
원래 이번 주말에 여명 형님, 새엄마는 이계인님과 대마도 출조를 잡아두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 미리 날씨를 빼놓을 만큼 기다렸던 일정인데, 기상이 급변하면서 결국 취소를 했네요.
현지 민숙에서는 바람을 피할 자리가 있다며 괜찮다는 말을 했지만, 대마도가 처음도 아니고 이제는 굳이 그런 힘든 낚시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2월 중에는 기상을 보면서 여서도로 낚시를 가볼까 합니다. 산란 시기를 앞둔 대물급 일반 벵에돔이 대상어가 될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당분간은 장비 정리를 하면서 조금 쉬어가야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건강 관리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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