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3일차 조행기를 남기네요. 며칠간의 공백이 있다 보니 기억이 조금 흐려졌지만, 더듬더듬 그날의 즐거웠던 기억을 기록해 봅니다 ^^"

맞춰둔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왔습니다. 일단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면서 정신을 깨워보려 했지만 역시 3일 연속 낚시는 피곤했습니다. 그래도 갯바위에서 또 서 있어야 하니 시락국으로 밥 한 공기를 비워냈습니다.
미리 일정을 비워놓고 날씨가 좋길 바라는 입장이기에 매번 꽃 기상 속에서 낚시를 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전날보다도 더 강한 북서풍이 예보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낚시인들은 어제 추자도에서 나갔고, 남아 있는 낚시인 중에서도 일부 인원만 출조를 나왔습니다. 저희 일행을 포함해 모두 여섯 명의 낚시인이 배에 올랐습니다.

마지막 날 출조는 대부분 가까운 곳에 하선을 합니다. 이날도 뉴 에이스 호 김선장님께서 "섬생이 뒤판떼기"에 하선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섬생이는 좋은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몇 년 전 새엄마는 이계인님과 처음 추자도를 찾았을 때 하선했던 첫 갯바위이기 때문입니다 ^^"

옛 추억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하선했는데, 갯바위의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밑밥과 크릴이 갯바위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서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계인님이 양수기와 대야를 이용해서 갯바위 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그대로 낚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네요.

전날 저희가 내렸던 "망여골"에 낚시인들을 데려다주시고, 김선장님께서 다시 갯바위로 들어오셨습니다. 이날 점심은 철수해서 민박에서 먹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면서, 2시 30분 철수 시간까지 계속 낚시를 하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날에는 점심때 철수를 하지만, 최대한 낚시 시간을 보장해 주시려는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식사 또한 도시락보다는 민박에서 먹는 게 훨씬 맛있고요 ^^"

역시 청소를 열심히 한 사람에게는 바다가 보답을 해줍니다. 배댄자리에서 같이 낚시를 하던 이계인님에게 감성돔의 어신이 들어왔습니다.

옆에 있던 제게는 일단 복이 찾아왔습니다. 흔히 보던 졸복이 아니라 엄청난 씨알의 복어였습니다. 여서도에서 봤던 종류와 같아 보였습니다.

왼쪽으로 뻗아나가는 조류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조류에는 무조건 감성돔 한 마리가 오겠다고 생각을 할 때쯤 원줄을 차가는 어신이 들어왔습니다.
밢앞까지는 잘 데리고 왔는데, 여 틈으로 들어간 것 같아 살짝 줄의 여유를 줬더니 이내 아래도 두 어번 박아버리면서 목줄이 날아갔습니다. 감성돔이었다면 꽤 큰 씨알이었을 텐데 정말 아쉬웠네요 ㅠㅜ
이후에는 작은 참돔들의 입질이 이어졌습니다.

목줄이 터지고 나서 다시 복기를 해보니 부시리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큰 씨알의 감성돔들은 부시리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일단 얼굴 볼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이어진 묵직한 입질에서도 드랙을 최대한 잠그고 낚싯대의 탄력과 원/목줄의 밸런스로 버텼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빡" 소리가 들렸습니다.
"빡" ???
자세히 보니 릴의 베일, 로터, 몸체 일부가 뜯겨 나갔네요. 정신없는 그 와중에도 손끝에서 부시리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ㅡㅡ
잠시 낚싯대를 내려놓고 주변 경치를 담았습니다.
파손된 릴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나마 손을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보조 릴을 숙소에 두고 와서 급하게 이계인님의 릴을 빌렸습니다!

그 이후로도 부시리의 입질은 계속해서 들어왔습니다. 제 장비가 아니기에 정말 어르고 달래서 신중하게 갯바위로 끌어냈네요 ^^;;

부시리의 성화가 줄어들 때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가오는 조류를 타고 흐르던 찌에 어신이 들어왔습니다. 이날 만났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감성돔 한 마리가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류가 세지면서 바깥쪽으로 뻗어가면 어김없이 참돔, 부시리들의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감성돔 낚시에서는 다가오거나 옆으로 흐르는 조류를 좋아합니다. 밑밥과의 동조, 수심층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뻗어가는 조류에서는 전유동, 잠수찌 채비가 더 유리하겠지요.

섬생이 뒤판떼기는 지금껏 내려본 추자도 갯바위 중 조류가 제일 복잡했습니다. 방향, 세기......어느 하나 일정한 게 없었네요. 원하는 조류가 30분 이상 흐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씨알 좋은 혹돔에 이날도 깜빡 속았네요 ^^;; 움직임도 그렇고, 무게감도 감성돔과 비슷해서 올라올 때마다 똑같이 속고 있습니다.
만조에 가까워지면서 여명 형님이 섰던 갯바위는 물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형님께서 원래 제가 섰던 자리에서 낚시를 이어갔습니다.
갯바위 벽면을 따라 채비를 흘리면 한두 마리의 감성돔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네요.

장비를 옮기고 우선 밑밥을 몇 주걱 넣어준 다음 이계인님이 타주는 커피 한 잔으로 따뜻하게 몸을 녹였습니다.

예감은 정말 좋았는데, 부시리의 입질만 이어질 뿐 대상어 감성돔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부시리와의 씨름을 마치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한 마리의 감성돔으로 3일차 일정까지 모두 마쳤네요. 좋지 않은 기상 속에서도 손맛을 내어준 것에 감사하며 낚시를 마무리했습니다.

"망여골"에 하선했던 낚시인들이 먼저 배에 올라 짐을 받아주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철수를 얼마 안 남기고 골창으로 물이 갈 때 씨알 좋은 감성돔이 입질해 줬다고 하네요. 입질 시간대와 씨알까지 제가 전날 겪었던 상황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이날 낚은 감성돔들까지 저희 살림망에는 아홉 마리의 물고기가 들어있었습니다. 민박에 찬조하고 이 정도 남았으면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

역시 도시락보다는 민박 식당에서 먹는 식사가 훨씬 맛있었습니다. 바삭하게 구운 고등어와 김치찌개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선장님과 사모님께 미리 인사를 드렸습니다.

뒷마당에 있는 강아지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나눴네요. 원래 두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가 보이질 않아 사모님께 여쭤보니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하셨습니다 ㅠㅜ

조과를 모두 살릴 생각으로 바닷물을 채워서 화물로 여객선에 실었습니다. (진도에서 보낼 때는 화물 하나당 요금 4000원, 추자에서 보낼 때는 화물 하나당 요금 3000원이었습니다)

사진 상의 화물차에 실어놓고 컨테이너 안에서 계산을 하면 됩니다. (저 화물차는 산타모니카호에서 가장 늦게 내리기 때문에 차량이 많이 실리는 경우에는 조금 오래 기다려야 될 수도 있습니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릴 수리 업체에 문의를 했습니다. 일단 수리가 가능하다고 해서 창원에 복귀하자마자 택배를 보냈습니다. 혹시나 수리비가 많이 나올 수도 있어서 수리 시작 전에 제게 연락을 부탁드린 상태입니다 ㅠㅜ

진도항으로 돌아와 조과를 분배했습니다. 저는 가장 큰 감성돔 한 마리와 돌돔 한 마리를 챙겨서 광양 처가 댁으로 출발했네요. 다음날 도착하는 가족들과 함께 맛볼 생각이었는데, 돌돔 한 마리는 장인어른께서 바로 장만하셨습니다 ^^;;
이렇게 2박 3일 동안의 추자도 이야기가 모두 끝이 났네요. 예년의 추자도 초등 감성돔 조황보다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세 명이 시간을 맞춰 낚시를 즐겼다는 그 자체가 가장 큰 조과이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일정을 조율하고, 며칠 전부터 기상 확인하며 설레고, 도착해서 즐겁게 낚시하고, 안전하게 귀가하는 과정 모두 감사한 부분이고요. 수온이 많이 내려가는 1월 중순이 되기 전 1박 2일이라도 또 다같이 추자도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
긴 글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추워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면서 항상 안낚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williams0908/223689614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