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좋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요즘은 출조 일정을 잡기가 힘이 드네요. 낚시인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 낚시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기상 좋은 평일을 맞추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이번 주 월/화요일 기상 예보가 좋고, 마침 쉬는 날이라 처음에는 1박 2일 일정을 잡았다가 같이한 동생의 시간이 맞지 않아 월요일 당일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함께한 동생도 감성돔 낚시보다는 벵에돔 낚시를 더 좋아합니다. 당일 벵에돔 낚시......여서도와 거문도 중에 저울질 하다가 여서도로 최종 결정을 하고, 뉴페이스 낚시 선장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많이 쌀쌀해진 날씨를 반영하듯 뉴페이스 낚시 안으로 들어설 때 풍기는 따끈한 어묵 냄새에 벌써 기분이 좋았습니다 ^^"

뉴페이스 호에 짐을 싣고, 동생과 함께 선실에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지운 동생과는 강우 코리아에서 스탭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친해졌습니다. 올해 3월 여서도 큰무생이 낮은 자리에서 함께 낚시를 한 뒤 반년 만에 동출했습니다.

월요일부터 기상이 좋아지긴 했지만, 전날까지 높았던 너울은 아직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여서도 동쪽 떡바위에 낚시인들이 하선할 때는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돌돔 낚시에 필요한 짐들이 많다 보니 하선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모든 낚시인들이 안전하게 하선을 하고, 저희도 큰무생이 안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날 출조한 낚시인 중 대부분이 돌돔 낚시인이어서 벵에돔 낚시를 하는 낚시인은 저희를 포함해 네 명이 전부였습니다. 항상 그렇듯 원하는 자리보다는 최근 조황을 잘 아시는 선장님의 선택을 따랐고, 일주일 전 여명 형님께서 벵에돔 낚시를 했던 곳이어서 더 믿음이 있었습니다.
밤낚시에서 벵에돔의 얼굴을 못 봤다는 것도 일주일 전과 똑같았네요 ^^;; 지운 동생이 참돔으로 추정되는 입질을 받아 터트렸고, 농어 한 마리 얼굴을 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ㅠㅜ

갯바위를 쓸어내리는 너울 탓에 원줄 관리가 어려웠던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주로 채비를 던지는 밤낚시에서는 원줄이 갯바위 자락에 쓸리거나 따개비에 걸려 채비가 손실되면 시간 손해가 정말 큽니다.
이날 물때 기준 만조가 오전 6시였습니다. 밤낚시를 하는 도중에도 수위는 계속 높아졌기 때문에 중간중간 너울을 확인하면서 낚시를 해야 했습니다. 하선할 때도 선장님께서 너울을 조심하라는 방송을 하셨습니다.
19도 가까이 내려온 수온이 반가웠고, 들/날물 조류 흐름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여서도이기에 "선장님의 밥상에도 물고기가 없다는 3물"이라고 해서 별다른 차이는 없었습니다.

주변이 밝아지고 나서야 이날의 첫 입질을 어렵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밤낚시 미끼로 준비해 간 청갯지렁이에 작은 볼락 한 마리가 고맙게도 입질을 해주었네요.

이곳 큰무생이 안통은 체감상 수심이 깊은 곳이 아닙니다. 더구나 자리 앞쪽으로 계단식 수중턱이 있어서 벵에돔, 돌돔들이 바늘에 걸리면 대부분 그쪽으로 몸을 숨기려고 합니다.
잡어들을 피해 미끼가 조금 내려갔다 싶으면 용치 놀래기들의 입질이 이어졌습니다. 아직 벵에돔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이어지던 잡어들과는 다른 무게감에 살짝 기대가 되었던 입질이었습니다. 30cm를 조금 넘기는 돌돔 한 마리가 갯바위로 올라왔네요. 언제 봐도 정말 반가운 손님 고기입니다 ^-^

아니길 바랐지만, 내심 모른척하고 싶었지만......
드랙이 "지이잉~" 풀리는 소리에입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바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저를 그렇게 괴롭혔던 부시리가 또 모습을 드러냈네요.

준비해온 지렁이나 경단류 미끼를 사용하면 부시리를 피할 수 있었지만, 일단 쉬면서 부시리가 알아서 빠져나가길 기다렸습니다. 밑밥을 끊을 때는 갯바위에 있는 일행 모두가 그렇게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낚시를 이어가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뉴페이스 낚시 사모님께서 준비해 주신 사각김밥으로 요기를 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20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던져진 채비에 자리돔이 걸려 나왔습니다. 자리돔은 벵에돔 낚시를 어렵게 만드는 잡어 중 하나지만, 이날만큼은 갯바위 주변에 부시리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중한 "메신저"였습니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긴꼬리 벵에돔 한 마리가 바늘을 물었습니다.
원줄을 당겨가는 입질, 갯바위로 올라오며 밑밥을 토하는 모습 모두 제가 기다리던 순간이었습니다. 높아진 활성도, 밑밥의 정확한 동조를 각각 확인시켜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꼬리 벵에돔들의 입질이 이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기대했던 밤낚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미안했는지, 해가 다 뜨고 나서야 시작된 벵에돔들의 입질은 철수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기준치 정도로 씨알은 작았지만, 마릿수로는 50수 이상을 만났습니다.

날물이 시작되면서 점점 낮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낚시를 계속하는 방식이 큰무생이 안통의 정석이지만, 이날은 너울이 심해서 낮은 자리로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너울이 올라오지 않는 마른 상태의 갯바위까지만 조금씩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서도 남서쪽에 위치한 큰무생이 안통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해가 떠오르면서 정면으로 비추기 때문에 시야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 낮은 자리에서는 햇빛을 옆으로 피할 수 있는데, 내려가지 못하니 해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네요.

오른쪽 곶부리 쪽으로 최대한 던진 채비를 시원하게 끌고 간 긴꼬리 벵에돔입니다. 강한 햇빛에 찌가 보이지 않아도 큰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원줄을 세차게 끌고 갔습니다. 이 정도의 입질을 보여주는 어종은 제가 아는 한 긴꼬리 벵에돔, 부시리 정도밖에 없습니다.

35cm 정도 되는 긴꼬리 벵에돔이었습니다. 이날 만났던 벵에돔 중 가장 큰 씨알이었네요.
미끈한 체형, 촘촘한 비늘, 아가미의 선명한 검은색 테두리, 배 쪽에 갈색을 띠는 체색까지......긴꼬리 벵에돔의 특징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녀석이었습니다.
이날 낚시했던 큰무생이 안통의 모습입니다.
북서풍이 어느 정도 있어도 자리 뒤쪽이 높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리가 평평해서 짐 놓기도 좋고요. 물론 전화도 잘 터집니다.
발판 좋고, 자리가 넓은 곳을 좋아하는 제게는 여서도 최고의 포인트입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했던 기억에 이날도 하나가 추가되었네요 ^^"

조류는 좌, 우측으로 번갈아 흐르지만 우측으로 흐르는 조류가 우세합니다. 큰무생이에서 좌측으로 길게 뻗어가는 본류에 합수되는 경향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 본류가 강할 때는 오른쪽으로 합류되는 조류가 훨씬 우세해지고, 흐름또한 빨라집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자리 앞쪽으로 계단식 수중턱이 있어서 간조 때는 입질 수심층을 계산하는 것이 필요하고, 입질을 받은 다음 강하게 끌어내야 합니다. 여유를 부리다가는 대상어가 수중여에 파고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날도 씨알 좋은 벵에돔들 몇 마리가 여에 박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적으로 벵에돔 낚시는 만조 근처에 훨씬 쉽습니다. 경험상 입질도 많이 들어오고요.
자리돔이 많은 곳이지만 장타 낚시를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35m 이상 원투를 했을 때 미끼를 거의 뺏기지 않았습니다. 자리가 높기 때문에 비중이 있는 구멍찌를 사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거리입니다. 이날도 19g 대의 기울찌를 사용해서 비거리, 줄빠짐을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일타일피 수준의 즐거운 낚시를 했습니다. 철수 30분 전 미련 없이 채비를 정리하고, 주변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철수 시각인 1시보다 조금 이르게 뉴페이스 호가 들어왔네요. 선장님께서 멀리서 상황을 보시더니 다른 낚시인들을 먼저 태우시고, 마지막에 저희에게 오셨습니다.

작은 녀석들은 바로바로 돌려보내고, 몇 마리만 살림통에 넣어뒀습니다. 집에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가 지운 동생이 아들내미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말에 다 동생에게 담아줬습니다.

동네 횟집에 살려두었다가 회, 구이로 맛있게 먹었다는 연락이 왔네요. 가족끼리 즐겁게 먹었다는 얘기에 제 기분도 좋았습니다 ^^" 동생에게 보내길 잘했네요.
아직 여서도는 수온이 19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8도까지는 긴꼬리 벵에돔 낚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밤낚시가 안 되고, 낮낚시에서 긴꼬리 벵에돔이 잘 올라왔다는 건 이제는 해가 뜨고 수온이 조금씩 높아지는 상황에서 낚시가 잘 된다는 뜻입니다.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았던 장마철, 한여름 낚시와는 반대되는 상황입니다. 새벽 해창 보다는 저녁 해창에 긴꼬리 벵에돔 대박을 칠 수 있는 시기가 요즘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감성돔 소식에 벵에돔 낚시를 하는 낚시인이 적어 좋은 자리를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벵에돔 졸업식이라 생각한 출조였는데, 다녀오고 나서 어째 벵에돔 낚시가 더 재밌어졌습니다 ^^;; 11월 중 한 번 더 벵에돔 낚시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제 씻어놓은 장비를 정리하면서 또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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