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 1(화) 5일째 날이 밝아 온다. 밤새 윙윙거리는 바람소리에 출조가 못내 불안 했는데, 경비정마져 방파제 입구를 막고 있어 일찍이 포기하자는 선장의 말에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수십척의 중선배와 몇 척의 중국어선이 피항해 있는 앞바다는 참으로 심술쟁이처럼 보였다. 오후가 되자 여러 민박집을 합쳐 소 한 마리를 잡자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결국 우리가 묵은 민박집 꾼 들이 돼지 한 마리 잡는 걸고, 새해의 오후는 시작되었다. 모처럼 삶은 돼지고기를 된장에 찍어 먹는 맛으로, 새해 첫날은 낚시대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회가 아닌 육고기로 심심잖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1. 2(수) 여객선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기 힘든 날씨였다. 동료 한 명과 석순네 빠진 자리에 내렸으나 맞 바람이 넘 심해 동료를 그곳에 두고 바람을 등지는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수심은 4미터 바람을 이용해 채비를 최대한 멀리 날렸다. 아직도 채비는 동일했고, 미끼도 입밥을 녺여서 사용하는 중인데 장타를 칠 때는 깐새우가 생각나기도 했다. 해와 마주 한 자리라 찌는 보이지 않아지만 낚시대의 액션으로 40, 35 정도 되는 감성돔을 만났으나 기상 악화로 2시간의 낚시를 마감하고 포인트를 나와야 했다. 동료도 40이 넘은 넘 한 마리 해 논 상태라 미련은 없었으나 깊은 홈통에서 다른 팀이 철수하는 걸 보고, 선장은 내리기를 권유했다. 혼자 내려 30분 낚시에 45정도를 추가했다. 11시 30분 경 민박집에 들어오니 치통은 넘 심해지고 태어나서 첨으로 진통제를 먹어야 했다. 이날 밤 민박집 저녁식사 시간에 특이한 제안이 있었다. 어느 특정한 포인트(밝이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저도 내려보지 못한 곳임)에 대한 추첨을 실시하자는 제안이었는데, "싸움으로 하자", "팔씨름으로 하자", "....", 여러 가지 제안과 언성이 높아진 가운데, 험악한 분위기까지 갔다가 결국 추첨으로 결정했는데, 그곳은 내리면 10수 이상(40-50)이라니, 결국 나중에 모든게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으니.....
1. 3(목) 날씨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너울은 상당했다. 녹섬을 벗어나 진무덕이란 포인트에 한 사람이 내리고 있을 때 선장은 급하게 광주 한 분을 불렀다. 난 급히 챙겨서 내리는데, 턱이 있어 배는 텅텅거리고 김발 붙어있는 갯바위에 어렵게 뛰어 내렸다. 같이 내린 꾼은 7년째 가거도를 찾는 사람으로 이번에도 2개월 일정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 분 채비, 낚시대와 릴은 모르지만 원줄 4호에 목줄이 3호란다. 오늘의 내 채비, 원줄 2.5호에 목줄 1.7, 레.. 1호대... 그러나 그 날의 상황은 나만의 즐거움으로 끝나고 ..... 이미 한 달전 이곳에서 진하게 손맛을 본 그 분은 내리자 마자 포인트를 잡았다. 첨 내린 난 반대편을 공략했는데 연속해서 4짜 두 마리를 뽑아내자 내쪽으로 채비를 붙였는데 서로에게 소식이 없어 내가 반대편으로 옮겨 채비를 날렸다. 몇 번의 케스팅에 50에 가까운 넘을 걸었고, 연이어 4짜 한 마리를 추가했다. 결국 또 다시 2개의 찌가 모였고, 난 다시 반데쪽으로 던질 수 밖에 ..., 그러나 다시 그쪽에 4짜 두 마리를 추가 했으니..... 파도를 뒤집어 쓰면서 건져 올린 6마리의 감성돔 무게는 배에서 내려 민박집에 올라오는 동안 짐처럼 느껴졌다. 턱이 많이 진 갯바위에서 그 분이 뜰채를 건내주지 않았다면 고생 좀 했으리라. 이 자리를 빌어 속초에서 오신 그 조사님께 감사 드린다. 그러나 그 인연이 마지막 날, 칼바위까지 이어질지 그 땐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밤도 두 마리 뜬 회가 남아서 버리고 말았으니, 지금은 참으로 그립다. 그 날 추첨으로 포인트를 차지한 세 분의 조사님은 6방을 날리고도 40-52까지 19마리가 들어있는 살림망을 민박집 수돗가에 쏳아 부었다. 1월 2일 이 집 손님이 파도 뒤집어쓰기가 싫어 빠졌을 때 다른 집 꾼이 들어가 6짜를 안은 곳도 이곳으로 알고 있다.
1. 4(금) 물때를 잊은 지는 오래, 감으로 느낄 뿐 날씬 그런 데로 양호했다. 그러나 조황이 괜찮은 박면쪽은 너울이 심해 녹섬을 넘어가기가 힘들어 안면쪽으로 향했다. 여객선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11시경 갯바위에서 "여객선 없음"의 비보를 접했고, 첨으로 꽝 맞고 말았다. 화물선을 타고 나가자는 야기도 있었지만 우리팀은 추첨 포인트에 한 번은 내려보고 나간다는 오기로 철수를 6일로 미루고 있었다.
1. 5(토) 날씨는 별로였지만 우리팀은 추첨포인트에 2명, 진무덕에 2명이 포진하고 나 홀로 석순네 빠진데에 자리를 잡았다. 너울은 계속해서 갯바위를 넘나들고, 잡아 논 48짜리 고기는 너울에 멀미를 했는지 아가미를 닫은 상태였다. 결국 그 넘에 35나 되는 넘을 2마리 추가하고 철수를 서둘러야 했다. 추첨 포인트에 내린 우리팀은 12마리를 건져왔으나 물발이 약해진 탓인지 작은 사이즈로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1. 6(일) 10일째다, 날씨는 가장 좋았고, 여객선이 온다는 연락도 있었다. 허락된 낚시 시간은 2시간 여, 난 그 동안 그런 대로 손맛을 본 상태라 마지막에 아무 곳이나 내린다는 생각으로 2구 포인트를 지나고 있었다. 우리 팀은 모두 내리고, 칼바위로 돌아섰는데, 왠일인지 칼바위 양 옆은 꾼들이 내려있고 칼바위가 비어있었다. 몇 일전 둘이 내렸던 속초 조사님은 이미 칼바위 오르고 있었고 선장님은 다시 한 번 같이 내려보란다. "그 때도 혼자만 잡았는데" 했더니, 어쪄냐며 내리란다. 이미 그분는 포인트를 선점하였고 난 반대편을 잡았다. 칼바위야 4명까지 낚시 가능한 지역이니 서로간의 거리는 상당히 떨어진 셈이다. 만조 직전, 조류는 묵직하게 우에서 좌로 흐르고 걸림은 매우 심해했다. 몇 번의 흘림중 멀리 흐르던 찌가 사라진 느낌에 가볍게 대를 세웠는데 윙윙거리고, 발 앞가지 끌어 찌 매듭이 보이더니 허전하다. 빈 바늘이었다. 갑자기 떨어진 수온으로 입질이 매우 예민하다는 판단에 두 번째 입질은 한참을 견제해서 43짜리 올렸다. 아직도 조류는 환상적이었다. 두 번 정도 더 흘렸을 때 문제의 입질이 들어왔다. 띄워 올리는 시간은 짧았다. 언 듯 보기에도 55는 넘어 보였고, 엄청난 빵이었다. 그러나 경사진 갯바위를 흔드는 심한 너울로 뜰채질이 매우 힘들어 5분 여의 실랑이 끝에 뜰채를 접어 들릴 수 있었다. 10일간의 가거도 낚시에 최고를 장식한 순간이었다. 고기를 잘 모셔 두고 대를 잡았을 때 조류는 바뀌어, 반대로 흐르는 듯 했으나 실제는 정지된 상태였다. 잠시 후 철수하자는 배가 와서 승선했고, 짐을 들어주는 대선씨가 고기를 들고 더 좋아했다. 모든 꾼들이 배를 타며 기뻐했고, 배에서 계측해보니 58cm였다. 많은 분들이 철수했지만 조황은 신통치 않았고, 예정대로 도착한 여개선을 보니 마음은 이미 광주에 도착해 있었다.
낚시를 다녀오면 그 날 바로 손질에 들어가던 장비들이 5일 째 가방속에서 미생물을 키우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은 날씨도 좋다는데 출조하고 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9박 10일 간 뜨겁고 깨끗한 방과 맛깔스런 음식을 제공해주신 민박집 아주머니들게 감사드리며, 빠른 기동력을 갖춘 뉴 혜인호의 선장님과 갯바위까지 올라와 짐을 챙겨준 동생 대선씨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소주 100여 병을 바닥내준 광주의 동행꾼(창일, 병주, 귀채씨)들과 멀리 부산에서 달려온 신혼부부인 시영씨 부부에게 고마움과 함께 새해의 행운를 기원하는 바이다.
비봉산: 대물..축하 드리고여 멋진 조행기감사합니다.건강 하십시요. [01/11-18:46] 뽈라구: 군더더기 없는 일지식의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01/12-11:59] 부시리: 58CM 대물 축하합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데 언제 한번 함께 출조하고싶네요! 연락주세요, 011 258-7965 [01/15-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