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오동도 조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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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오동도 조행기 2

G 0 3,923 2002.01.03 13:13
시간은 흘러 종합상사 시절부터 알게 되었던 외국의 지인들과 주변의 많은 선후배 덕분으로 그 많던 빚을 다갚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시간만 나면 낚시를 즐기게 되었다. 일찍 배웠던 골프는 2000년 1월 1일 필드에서 마지막 라운딩을 끝으로 골프는 접었다. 클럽이며 장갑들 비옷 자질구레한 소품들이며 대학동기며 지인들한테 무료로 분양했다.
지난 3월 낚시대회가 있었다. 직원하고 순천에서 페인트 대리점을 경영하고 있는 친우와 함께 비바람 치던 날 낚시대회에 참가를 했다. 내가 낚시를 가르쳤던 우리 직원이 1등 2등과 불과 0.5센치 차이로 1등 상품은 까만색의 국산 고급대...
거의 협박반 공간반으로 상납을 받았다. 그럴만도 하지. 인터라인대며 흘림 낚시대며 릴이며를 전부 무료 분양했는데... 결국은 협박죄에 대해 벌받을 일이 일어났다. 작년 7월초 돌산 앞의 갯바위로 직원과 함께 낚시를 갔다.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서 낚시를 갔다. 왠 칼치는 그리 많이 낚이는지...
오전 열시나 되었을까... 입질이 왔다. 챔질을 하면서 제발 큰놈이기를 ...
몸을 틀면서 스텝이 꼬이면서 앞으로 꽈당 자빠졌다. 낚시대는 물속에 빠지고 발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면서 이건 장난이 아니였다. 우리직원이 달려와서 낚시대를 건져놓고 발을 주물러준다고 막쥐는 순간 뚝하는 느낌이 왔다. 아이고~ 발이 퉁퉁 부어오르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낚시 장비 주섬주섬 챙기고서는 철수...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어 마누라더러 와서 운전을 하라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발바깥쪽 맨끝뼈가 부러졌다나다. 깁스를 하고... 키잉 여름낚시는 종쳤다. 낚시대를 거의 강제로 상납받은 결과에 대한 죄과를 이렇게 치루는가 싶었다. 토프도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깁스를 하고 다니면서 계속 운전은 했다. 맨날 택시 탈수도 없는 노릇이고 깁스한 발이 단단해서 그냥 액세레이터에 발을 올려 놓고 천천히 그냥 운전하기 괜찮아서 그렇게 다녔다. 7월 중순인가 일본 거래선에서 제품 검사와 향후 주문품에 대해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가슴에 통증이 와서 그저 위가 쓰려서 그러려니하고 제산제를 먹었는데 효과가 없었었다. 숨쉬기 조차도 거북할 정도로... 회의 분위기가 개판 오분전 공장장이며 설계팀장 일본거래사 사장 전무 과장들 나만 쳐다보고 맥빠진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내가 통증이 있어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으니 내일 회의를 하자고 했다. 일본측 사장이 나한테 니트로 그리세린 이라는 설하정을 권해서 먹으니까 언제 그랬냐는듯 통증이 순식간에 가셨다. 분위기는 살아나고 6시간정도의 회의는 끝이났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 일본측 사장이 내게 하는 이야기가 심장이 않좋은 것 같으니까 당장에 병원에 가라고 한다.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뭔가 이상이 있단다. 큰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한다. 얼마전에 프로야구팀 감독이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했단다. 서울에 있는 학교병원에 연락했더니 3~4일은 기다려야지 입원이 가능하단다. 의사한테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을 소개를 해달라 하였더니 순천에 있는 종합병원에도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순천으로 바로 직행 의사를 만나서 가슴쪽에 이상하게 생긴 기계며 센서를 걸고 엑스레이찍고 의사의 표정이 심각하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입원실를 만들어 내라고 난리를 친다. 그날은 입원실이 비어있는 것이 없어 다음날 노인병동에 퇴원하는 곳에 병실이 있단다. 결과는 수술을 해야하다고 해서 다음날 바로 수술... 쩝~ 얘들도 눈앞에 얼른거리고...
운세가 무쟈게 좋지않은 해인가... 깁스하고 병원에서 심장수술하고...
잘못되면 아주 홍콩(?)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일본에 출장계획이 있었는데 취소하겠노라고 그리고 잘못되면 장애인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수술은 잘되고 병원에서 드러누워 낚시책 보면서 거의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일본에서 지인들이 병문안을 왔다. 나의 인간성은 나쁘지 않았나 보다. 크~ 감격과 고마움...
마누라가 존경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한 거래처 사장이 직접오고 한 거래처는 전무와 과장을 보내고...
국제 꽃배달 서비스로 양란을 보내오고... 서울에서 병문안 오고...
일본의 한 거래처에서 박스를 보내왔다. 보고 싶었는데 의사회진으로 꿈적도 못하고 대기... 위와 십이지장이 괘양성으로 같이 치료하는 것이 좋겠단다.
치료는 수술하고 약을 장기 복용하면 완치된다고 해서 주말에 퇴원했다. 집에 와서 얘들을 보니 콧날이 시큰 해지는 것이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라는 생각이 든다.
박스를 뜯어보니 이건 또 메이야? 낚시대가 있다. 어...옷도 있다. 릴박스가 있다. 낚시대는 인터라인 인데 처음봐도 비싸게 생겼다. 릴도 비까번쩍하는 것이 비싼 것 같다. 그것도 두개나 ... 낚시옷 고어텍스... 기분이 째진다.
제작년 말 원도 낚시가서 비바람에 고생한 경험때문에 고어텍스 낚시복을 장장 12개월 할부로 장만했는데... 이것은 여름이나 가을에 입기에 딱이다. 하여튼 기분이 삼삼...
비싼 낚시대를 선물받고 어찌 좀이 쑤시지 않겠는가. 그래 낚시를 가자. 이몸이 부서지면 어쩌리. 그렇다 한번 꾼은 영원한 꾼 ...
수술후 일주일 후부터 동네 낚시터로 깁스한채 낚시를 다녔다. 승용차로 가서 바로 채비 꺼내서 민물낚시용 의자를 거쳐놓고...
깁스는 한달 후에 풀었다. 의사는 보름정도 더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발도 가렵고 답답해서...
발이 아프다 심장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마누라 여름방학 끝날때까지 낚시만 다녔다. 낚시를 하고 싶어서.. 퇴근만 하면 죄없는 삐까리로 손맛을 보기 위해 가까운 곳에 거의 매일 다녔다.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원도를 가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만만한 곳이 오동도. 아침 8시까지는 안쪽까지 승용차로 들어갈 수 있고 방파제는 거의 원도의 갯바위 분위기가 나고 ...
오동도에는 큰 넘은 없었다. 어쩌다 37센치 증치급 한마리 했는데 나머지는 15센치에서 20센치 정도 씨알이
많았다. 워낙 바빠서 원도로 낚시갈 시간조차도 없어 항상 시간만 나면 오동로 직행했다. 주말이면 원도 포인트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는데 가보았자 별 볼일 없을 것 같고...
일본에서 보내 준 낚시대는 일본 D사 제품중 가장 비싼 것인데 내가 워낙 물품관리에 개판(?)이라 어장사고 터지면 아무곳에나 낚시대 눞혀놓고 채비하고 하다보니 제법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직원이 그리 비싼 낚시대를 그런 식으로 관리하니까 무슨 고기가 물겠냐고 뭐라고 판잔한다. 그런식을 쓸려면 자기한테 분양하란다. 삐까리가 물고 늘어지면 25센치라도 별볼일 없이 손맛도 못보고 그냥 강제 집행...
순간 잔머리가 돌아간다. 요걸 손맛을 볼려면 장대를 흘림대로 개조해서 하면 손맛은 쥑일텐데...
일찌감치 철수하고 낚시가게로 직행했다. 야들야들한 장대 (제법 값이 비싼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넘의 손맛때문에)를 주문하고 가이드를 부쳐서 릴시트까지 부착해서 수공비까정 거의 국산 고급대 할인가격을 치루고 쥑일 것 같은 손맛을 상상하며 치를 떨었다. 금방 일주일 휘이익~
토요일 저녁에 마누라님과 얘들과 외식 (미리 손쓰는 방법중 최고-민중봉기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아들넘한테는 브래이던가 하는 팽이로 입막고 딸넴이 한테는 아무 인형하나면 OK 마누라님한테는 한5만원 쥐어주고 일요일날 장모하고 얘들하고 목욕이나 가라... 킥킥...) '나는 내일 접대 낚시가 있는데 낚시를 가야할까보다.' 매우 엄숙한 어조로 '나는 가기 싫은데 말이야...' 너스레는 다 떨고... 바로 낚시가게로 직행 해서는 완성이 된 낚시대 (이름하여 후검-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음)의 우아한 자태에 만족하고 내일 밑밥주문까지... 직원한테 전화... 내일 밑밥까지 다 주문해놓았으니 낚시갑시다. 물론 OK. 우리 직원도 낚시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친구니 오죽하랴...
새벽같이 일어나서 낚시가게에서 밑밥비비고 민물새우 큰넘들로만 골라담고 크릴 미끼까지... 준비끝.
오동도에 도착해서 차량으로 오동도 안쪽 주차장까지 단숨에 도착. 시간이 늦으면 차량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약 2Km가 넘는 길을 걸어가던지 아홉시반까지 기다려서 '동백열차' 타고 가던지... 좌우간 운동부족인 사람은 오동도가 쨩임.
발판이 좋은 테트라 포트에 진을 치고 능숙한 솜씨로 후검 채비완료... 조류가 시원치 않으니까 비싼 구멍찌에다가 수중찌(형편이 나아지고서는 납봉돌을 쓰지않고 수중찌를 사용하고 있음)를 세팅...
가까운 곳에서는 그야말로 삐까리 운동회인지 삐까리 판자촌인지 바글바글... 야들야들한 후검으로 삐까리를 걸어서 그 손맛은 거의 쥑임. 우리직원이 '그러면 죄받아아요' 몇번 충고를 했다. 다른 조사들은 삐까리를 어쩌다 걸어올리는데 우리 직원과 나는 삐까리를 걸어서 손맛보고 방생하고... 잘 잡기도 하다 보니까 오동도로 관광오신 분들이 뒤에서 구경을 한다. 고기가 많나요? 그리 잘 잡으시는 것이...근데 큰놈은 없나요?
그래 오짜를 걸어본 넘인데 가까운 곳에는 작은 놈 밖에 없으니 큰놈을 걸어보자. 한30미터 정도 채비를 날리고 계속 흘렸다. 정면으로 비치는 햇살로 찌가 가물가물 보였다. 크~ 이럴때를 위해서 편광선글라스를 촤악 (필자는 눈이 몹시 나빠서 라식수술과 함께 현재도 안경을 끼고 있음) 그야말로 똥폼을 다 잡고...
일단 외관상으로 봐도 낚수 전문가로 보일 수 밖에 없었을터...
멀리 흐르는 찌가 껌벅거리는 것을 예의 포착 조금 높은 곳으로 뒷줄감고 Standby... 찌가 잠긴다.
챈다. 걸었다. 묵직한 손맛에... 수년전 아무생각없이 걸었던 그넘과 느낌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뿔사 후검의 야들야들한 몸뚱아리 덕분으로 전혀 컨트롤을 할 수 없다. 팽팽해진 낚시줄과 후검의 거의 환상적인 휨새. 옆에서 갈치낚시를 하던 사람이 낚시대를 거두면서 나를 주시한다. 내가 수년전 거의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황홀경에 빠진 것처럼 바라보았던 그 비슷한 눈빛으로...
도무지 꿈적을 않는다. 절대 밑걸림이 아니다. 꾹꾹거리는 것이 낚시대 끝에 보이고 내손에서 느껴오는 전율은 '야 정말 이넘 큰놈인 것 같다. 버텨보자.' 낚시대를 세우고 버티기 시작 계속해서 꾹꾹거리는 느낌은 손끝을 타고 심장까지... (심장병수술 경력이 있는 나에게는 너무 심한 고통이었음) 그렇게 십분정도가 지났을까... 릴를 감자 조금 끌려온다. 낚시대를 세우고 (이 상황에서는 책에서 본 선배조사들의 상황대처 요령은 무용지물임) 버티는데 갑자기 공기총 쏘는 소리가 났다. 아뿔사 후검의 허리 아래가 빡~ 부러져 나간다. 이런 xxxxxxx ...
일면식 뒤에서 탄성이 쏟아진다. 수많은 구경꾼... 쪽팔림... 무슨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잽싸게 부러진 낚시대를 들고 비싼 구멍찌라도 건질 요량으로 줄을 잡았는데 아직도 고기가 있다. 느낌이 그대로 조금 당겼다. 손으로 당기다 결국은 애꿎은 구멍찌 날릴 판이라 조금 세게 당겼는데 무쟈게 허전한 느낌으로 줄이 딸려나온다. 수중찌랑은 건졌다. 삐까리 걸어서 진한 손맛을 본 죄값인가보다.
무지무지 아쉽다. 정말 큰 놈이었던 같은데. 아 오늘도 결국은 전설로 기록되는가...
낚시책에 실린 그 큰놈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신이시여...
첫개시한 후검 (후진 낚시대를 일컬어 후검)의 허리가 부러지고 다른 낚시대로 채비를 만들다가 구멍찌 2개 수중찌 네게를 오동도에 제물로 바치고 죄값을 톡톡히 치루었다. 오동도는 테트라 포트사이로 구멍찌가 빠지면 거의 건질 수 없음. 낚시대 수리하면서 17,000원 구멍찌 두개 26,000원 수중찌 4개 아마도 20,000원 이상은 될텐데...
그날 조과는 볼락을 잡았는데 알이 꽉차서 양심에 찔려 방생...
결국은 아래와 같은 죄
1.낚시대 강제 상납받은 죄
2.의사말 듣지 않고 깁스 푼 죄(지금도 가금 통증이 있음)
3.낚시가기 위해 얘들과 마누라를 매수한 죄
4.삐까리를 괴롭힌 죄
5.잔머리 굴린 죄 로 인해 벌을 받았다. 금전적인 손실 뿐만아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그래도 오동도를 좋아한다. 가깝고 매점이 있어 좋고. 철수하기 좋고. 철수직전에는 집에다 전화해서 애들 데리고 오동도 와라 하면 좋아서 난리법썩.(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 쓸고 돈줍고) 일거양득 점수따고 낚시하고...
많은 일화가 있는데 앞으로 기회가 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조사님들의 가슴속에 있는 대물 신화가 정녕 현실로 이루이지기 바랍니다.
올 한해도 님들의 가정과 하시는 많은 일들에 행복과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61.83.2.86쩝: 왠지 좀 섭쓸하네요. 낚시두 서민들두 즐길수 있는데 ..... [01/03-20:51]
211.36.163.30뽈라구: 편한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 하시고,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 자주 부탁 합니다... [01/04-00:01]
211.117.231.250비봉산: 읽는데 한참 걸렸읍니다.넘 리얼 했고예 항시 건강 생각 하시길....감사 했읍니다. [01/05-14:29]
211.191.90.171낚시맨: 너무 실감있게 읽었습니다
님의 조행기 또 기대해봅니다
전 현재 여수에 살면서도 오동도에서는 감생이 낚시를 한번도 못했답니
다. 언제 기회가 되면 님과 같이 사고한번 칠렵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01/06-13:59]
152.149.100.2폼만꾼: 재미있네요. 건강하시고 올해 어복 가득하시길... [01/07-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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