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인 오짜-오동도 조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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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인 오짜-오동도 조행기 1

G 0 4,155 2002.01.02 18:04
낚시에 미친지가 한 4년 쯤 되듯 싶다.
아마도 모두가 힘들었던 시정 IMF로 인하여 해외 프로젝트에 근무하였던 나는 퇴직금은 커녕 빚 보증으로
매우 어려웠던 시절을 지났다. 그러나 선생으로 근무하고 있는 마누라 덕에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지금은
남들처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정확하게 삼년하고도 3개월 전, 직장도 없이 집에 쳐박혀 돌 지난 딸녀석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넘하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빈둥거리렸던 시절 물론 낚시도 좋아 했지만 청개비 살 돈도 없어 그냥 집에서 유선방송으로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사실 귀국하기 전까지 봉급은 커녕 귀국 여비도 없었을 때 담배 사 피울 돈도 부족해 담배도 끊었다. 귀국여비는 국제소송에 관련하였던 변호사가 주선하여 겨우 귀국여비를 마련하여 돌아왔으니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그리고 돌아오자 마자 은행에서 전화가 와서는 보증을 서주었던 대출이 빵꾸가 났으니 대신 지불하라는 독촉전화에 신물이 날 정도로 돈에 시달렸다. 결국은 집팔고 마누라가 결혼 후 모아두었던 적금이며 얘들이름으로 저금 해놓았던 돈까지 모조리 빚보증 잘못 섰던 죄로 털어 먹었다. 게다가 마누라께서 교육계에 계신 덕댁으로 신용대출이며 몽땅 받아서는 보증 빚을 갚았다. 그러던 시절인데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마누라가 출근하면서 신발장 위에 놓고 가는 돈 5000원이 그것도 이틀이나 삼일에 한번... 그러니 무슨 돈이 있으며 낚시는 꿈도 못 꾸었던 시절이었다.
베란다에 있는 창고 속에는 낡은 낚시대 1호와 3호 줄이 감긴 릴이 있었다. 몽둥이같이 생긴 원투대 두대 그리고 낡을대로 낡은 구명쪼끼 밑밥통 하나...
제법 싸늘해질 무렵이었으니 아마도 늦가을 정도 되었을 것 같다.
마누라가 출근하고 나서 아들녀석은 유치원에 딸녀석은 아파트 건너편 동에 사시는 아줌마집에 맡기고 낚시집으로 출행랑. 밑밥은 크릴 한덩어리에 분말반봉지 미끼는 민물새우...
오동도로 직행했다. 바람은 없었는데 몇명 되지않는 조사만 낚시를 하고 있었다. 스스로 초보라는 생각에 그 조사들과는 떨어져서 채비를 하고 밑밥을 숑숑 (아까워서 많이 줄 수도 없었다.) 다른 조사들은 감생이 같이 생긴 고기를 낚고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 잡는 것만 구경하고... 쩝~ (無錢無魚)
점심이 훨씬 지나고 낚시가게에서 얻어갔던 생수한병으로 배를 채웠더니 오줌이 마렵다. 네시간이 지나도록 삐까리는 커녕 노래미도 볼락도 보이지 않았다. 오줌이나 누고 집에나 가자 일어서서는 쟈크를 내리면서 방뇨를 시작하는 순간 분명이 막대찌가 살짝 잠수하는 것 같았다. 일순긴장... 일단은 수도꼭지를 틀어 잠구고는 적막... 에이 내가 잘못봤나? 다시 꼭지를 틀고 방뇨시작... 어 시원하다. 찌를 본다. 찌가 순식간에 문속으로 없어졌다. 수도꼭지고 뭐고 아무생각이 없다. 일단은 채고보자. 어~ 어~ 바늘이 밑에 걸렸나 보다. 꿈적도 하지 않는다. 순간 별별 생각이 다든다. 안쓰고 모았던 천금같은 돈으로 낚시가게 주인이 꼬셔서 무려 만몇원주고 샀던 목줄이 아깝다. 어 저 찌가 떨어지면 낚시는 더이상... 그 짧은 순간에 무쟈게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갑자기 낚시대 끝이 꾹꾹 쳐박는다. 아이구 이건 머시다여...
일단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처럼 대를 세우고 릴을 감아보려 했지만 릴도 말을 듣지 않는다. 뭔지는 몰라도 분명이 고기라는 넘이 걸어준 것은 같은데...
오른쪽에서 낚시를 하시 던 고수(내눈에는 그렇게 보였음. 일제 낚시복에 낚시대도 멋진 것을 갖고 있었고 한마리 걸때 마다 무척 동작이 날래고 뜰채질도 능숙하게...)가 뭐라고 떠든다. 큰놈 같은데 잘못하면 터진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봐라 어쩌구 저쩌구. 그러나 정작 본인이 그런 놈을 걸어봐라. 뜻대로 되나...
그 고수가 자기 낚시대를 접더니 뜰채를 들고 내쪽으로 온다. 테트라 포드를 훌쩍 건너뛰어서...
고수는 담배를 피워물더니 "낚시대 세우고---릴감고---낚시대 숙이고---릴감고---" 어찌 어찌 조금은 감기면서 고기가 끌려 오는 느낌이다. 시간이 10분 이상은 지난 것 같다. 오동도 모터보트가 몇반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쇼하는 것을 봤으니 2~30분은 지났을 것도 같다. 팔이 아파서 도저히 낚시대를 들고 있을 수도 없었다. 고수한테 "아저씨가 함번 해보세요." 고수왈 " 그러다 터지면 원망할텐데..." 원망이고 뭐고 죽겠슴다. 알아서 하세요." 낚시대를 넘기고서는 뜰채를 건네 받고 옆에서 구경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고수는 역시 고수 다웠다. 황홀한 손놀림 거의 환상적인 낚시대의 컨트롤...
오분 정도 지났을까... 막대찌가 옆으로 뉘어서 납으로 된 봉돌을 봤다. 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쳐박고 고기얼굴은 볼 수 있을라나? 조바심반 호기심반...
고기가 떠오른다. 으와 믿을 수 없다. 감생이다. 난생처음보는 큰 놈이다. 고수가 낚시대를 받으란다. 낚시대를 받아들고 틀채를 펴서드는 고수의 뒷모습이 존경스럽다. 손이 후들거린다. 틀채 앞에서 거의 발악을 하더니 뜰채 속으로 쏙...
사람들이 탄성이 터진다. 와 크다. 내가 봐도 크다. 고수 왈"오짜는 넘을 것 같은데... 크군" "다섯짜라뇨?"
"50센치가 넘는다는 말이네" 사람들이 쫍은 테트라 포트에서 웅성웅성... 고기담을 살림망도 없다.
구경하던 사람이 담배한대를 건넨다. 손이 후들거려 담배불도 부칠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으와 마누라 퇴근할 시간이다. 빨리 가야지. 얘들 데려와야지...
"아저씨 밑밥 쓰세요. 밑밥을 고수 밑밥통에 털어주고 감생이를 담는다. 커서 들어가지도 않는다. 꼬리가 튀어나왔다.고수한테 깍듯한 예를 갖추고 낚시대 접고 챙기고 큰넘이 담긴 밑밥통을 메고 오동도를 걸어 나오는데 사람들이 뭐좀 잡았어요? 한번 보잔다. 점심도 먹지 못했으니 배도 고프고 어깨도 아프고 밑밥통을 내려놓고 보여준다.'으와 크다. 커.'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웅성... 으기양양한 모습으로 오동도를 나와서 주차장의 제트카(너무 낡아서 돈주고 폐차가 가능한 모델)집으로 바로 직행...
아뿔사 마누라 빨간차(처남이 발령나서 주고간 차임-굳이 해명하는 이유는 망한 넘이 차가 두대라고 욕할까봐 미리 해명함.)가 주차장에 보인다. 으이구~ 죽었다. 죽어. 딩동딩동~ 어라. 장인영감까지 와 계시네.
장인 영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안서방 나 좀 보세." "도대체 앞으로 어찌할 작정인가. 빚이 얼만가. 그리고 나한테 차용해간 돈은 언제 갚을텐가" 쉬지 않고 터졌다. "조만간 확실한 대책을 세워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 맨날 집에서 착실하게 유선방송 보고 딸넴이하고 놀고 있을 때는 전화도 없으시더니 오늘따라 집에 오시고 게다가 마누라까지 일찍 퇴근을 했으니...
'장인어른! 감생이 회나 드시고 가시지요.' 거의 들릴듯 말듯 한 목소리로...
"무슨 감생이는 감생이. 치우게."
"아니 이걸 자네가 잡았단 말인가?"
그날 몽땅거려서 처남까지 불러서 소주에 매운탕까지...
난생 처음 잡아본 비공인 '오짜 감생이' 어려운 시절이 아니었음 벌써 낚시가게로 직행 어탁 뜨고 오도방정은 다 떨었을 일인데...

오동도는 전남 여수에 있으며 동네꾼들의 명포인트로 사랑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포인트의 조건상 수중찌, 구멍찌등 몇개씩은 재물로 바쳐야만 고기를 낚을 수 있는 희한한 곳(?)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겪었던 어려웠던 시절은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화학기계 무역업에 종사하고 잘살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어려웠던 시절의 그 컷던 감생이 덕분에 지금은 죽을지 살지 모르고 낚시에 미쳐서 살고있습니다. 그 놈같이 큰 놈을 다시 걸어서 황홀한 손맛을 보기 위해 2002년 1월 1일 그 바람세찬 원도까지 출정을 할 정도로 미쳐서 살고 있습니다. 결국은 비공인 오짜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부엌에 있는 도마와 식칼만이 진실을 알고 영원히 전설로 기록될 수 밖에 없겠지요.
이글을 읽으신 많은 분들께 신의 돌보심이 항상 함께하시어 어복과 가정에 행복이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211.213.233.24조종길: 너무 절실하고 감동적입니다.고맙고예.항상 행운과 행복이 함께 히시길........즐낚 하소서~~~~~ [01/02-21:44]
211.52.137.50방파돔: 넘 잘읽어슴다 마니도말고 한달에3번만 5짜하이소서.-----------. [01/02-22:31]
211.213.85.247파래새우: 마음을 비우고 낚수 자체를 즐기시면 더욱 나은 결과있을 거외다 [01/02-23:17]
210.94.57.2창원볼락: 한구절 한구절이 너무너무 박진감이 있고 리얼하게 눈앞에 보이는 것처롬 [01/03-08:42]
169.140.249.4풍퐁: 무쟈게 재밌게 보밨습니다. 여수분이라면 한번쯤은 뵐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01/03-09:02]
61.83.2.86날굿이: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닫네요 [01/03-20:49]
211.213.200.148진정한메니아: 항상건강하고 가정에 행복만이 충만 하시길....... [01/03-21:58]
152.149.234.161jbin0: 글 넘 잘봤습당 비슷한처지라 동감이됩니다 건강하시고즐낚하세요 [01/15-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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