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의 낚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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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의 낚시를......

G 8 2,325 2002.03.20 00:31




... 긴 호흡의 낚시를 ...

김 일석


몇일 전 붐비는 아침시간이었습니다.

시내 방향으로 무심코 가다 신호등에 멈춰서 있는데,

어깨띠를 두른 일군의 자전거부대가 무리지어 시위를 벌이며 지나고 있었습니다.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시위방법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데다,

"원자력 발전소 반대"라고 등에 써붙인 구호 때문이어서인지

난 더욱 이끌렸습니다.

혹시나 해서

자전거 시위대 곁을 천천히 운전해가며 살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친구가 맨 앞에서 신부님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묵묵히 가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곁으로 다가가 차창을 열고는

친구 이름을 크게 불렀더니,

그 친구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자전거가 넘어질 뻔 하였지요.

괜히 불렀구나, 생각하며

자전거 시위대를 향해 창밖으로 손을 흔들며 방향을 틀었습니다.

넉넉치않은 형편에 대학을 나와

20년을 넘게 오직 환경운동 하나에 매달려 온

체구가 자그마한 그 친구.

바다를 사랑하며

갯바위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낚시꾼인 그 친구.

뒤늦은 출근길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한참을 멍하니 친구 생각을 하곤,

주마등같이 스쳐가는 옛추억들이 와르르 밀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도덕한 사회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과거 치열한 반독재투쟁의 전선에서 늘 앞장섰던 그 친구는

이제 40대 중반을 넘기고 있음에도

변함없이 저렇게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그치지 않고 있으니

새삼 그 친구에 대한 진솔한 경외심으로 이 글을 씁니다.

우리에게 변함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오랜 세월 변함없이

무엇인가를 지속한다는 것이 과연 소중한 것일까요?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환경운동가인 친구가 내게 준 메시지는 불행히도 反核이나 환경문제가 아니라,

불현 듯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여정을 다시 고민하게 하였음은 참 아이러니컬한 일입니다.

인터넷 시대...

이른 바 광속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낚시꾼들은 얼마나 빠르기를 원하며 조급해 하는가요?

나라안의 이름난 낚시터 마다 요즘은 그야말로 速度戰을 방불케 합니다.

일상적으로 겪는 작은 불편도 낚시터에선 인내하기 힘듭니다.

이용하는 배의 속도는 물론이거니와 가이드와 선주들의 서비스는

한눈에 즉시 드러나는 고속서비스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지요.

그리고 제한된 짧은 시간에 남 보다 더한 손맛을 보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밑밥을 바다에 퍼부어야

비로소 낚시를 한 것 같다는 낚시꾼도 보았습니다.

"누구누구가 어디에서 얼마만한 고기를 몇 마리 잡았다더라" 따위의 소문이

"정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낚시꾼의 입에서 입으로 돌면,

예의 그 포인트를 선점하고자 전날 밤부터 진을 치는 건 기본이며,

자신의 소중한 노동과 가정도 그 수렵욕(?) 앞에선 이겨내질 못해

곤란을 겪는 사람도 꽤나 보아왔습니다.

큰 고기 한 마리 잡았다고 해서 그다지 인생 고칠 일도 없을테고

아니, 고기 잡아 인생 고칠만큼 그리 허술한 세상도 아니어서

무에그리 집착하고 요란한 지 쉬이 알 수 없는 일이지요...

대물손맛도 보고나면 그 때 뿐이며,

오늘 못보면 다음에 또 볼 수 있을테지요.

이제 생각을 좀 바꾸어봄은 어떨까요?

어차피 살아가는 동안 낚시를 즐길 낚시꾼이라면,

거꾸로 좀 더 천천히 낚시를 즐겨봄이 더 좋을 것 같지 않으신지요?

지긋하게

오래도록

그리고 완만하게!

배가 좀 천천히 가도 "그토록 오고싶어하던 바다 위를 오래 달려서 기분 좋구나" 생각하고,

남들 내린 유명포인트를 기웃기웃하다 공연히 민폐 끼치지 말고,

어줍잖은 곳이라도

"야, 처음 내려보는 곳이니 열심히 해봐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뭐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옛날 예비군 시절,

예의 그 개구리복만 걸치면(?) 사회적 지위고 체면이고 싹 없어진다더니,

낚시복만 걸치면 금새 조급해하고 거칠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기실 낚시를 통한 만남 또한 대단한 인연일테고,

서로 같은 취미를 지닌 동호인들끼리니

무에그리 얼굴 붉힐 일이 있을까 싶은데,

낚시점에서나, 뱃전에서, 그리고 갯바위에선

늘 팍팍하고 소란스럽기 십상이니 왜일까요?

모든게 우리 생각하기 나름이니

이제 발상의 전환을 해봄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40년 뒤에도

변함 없이 갯바위를 찾을 거라면

좀 더 지긋하게!

좀 더 오래도록!

좀 더 완만하게!

낚시를 즐기자고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돌격대와 같은 다혈질의 젊은 후배가

무리하여 여치기를 감행하려할 때 내가 해준 말이 생각납니다.

"자네, 나랑 오랫동안 같이 낚시하고 싶으면, 다른 포인트에 내리게"


아침 출근 길,

20년이 지나도록, "환경운동"이라는 오직 한 길로만 가는 친구를 보곤,

앞으로 사는 날이 다할 때까지 그 일을 계속 할 것이라는

깊은 신뢰를 친구에게 보내며......

앞으로 오래토록 낚시를 할 님들께

"보다 긴 호흡"으로 하는 낚시를 조용히 권유드리며

조용한 음악에 실어 이 글을 맺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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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G 대물이 01-11-30 00:00
감동 감동 감동 ! 아름다운글에 감동 해 [03/20-19:37]
G 대물이 01-11-30 00:00
아름다운글에 감동 해 [03/20-19:37]
G 대물이 01-11-30 00:00
감동 했습니다 [03/20-19:38]
G 울산이공 01-11-30 00:00
일석님... 고맙습니다. [03/21-16:57]
G 초바사 01-11-30 00:00
님의 아름다운 마음과 음악 아주 좋아요, 감동!!!!!!! [03/22-18:00]
G 배우기 01-11-30 00:00
참 공감합니다...여유, 그 속에서 행복한 삶이 있겠지요...저도 글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돌이켜 봅니다.. [03/24-13:43]
G 잡어사랑 01-11-30 00:00
늘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저 자신에 대해 못내 실망감을 느끼게 합니다. 님의 글 너무 오르신 말씀입니다. 무었때문에 낚시를 했을까...감사해요 [03/26-15:32]
G yada 01-11-30 00:00
저기요?... 배경음악...넘 좋아요 , 제가 어떠케 구하면 좋을까요?
[04/11-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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