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뒷발로 쥐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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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뒷발로 쥐잡기

G 1 2,963 2002.02.23 18:07
추자에 들어온지 삼일째 되는 날이다. 첫 날 저녁에 신양리 방파제에 낚시가서 살감성돔(25-30) 몇 마리 낚고는 그제는 비 맞으며 세시간을 낚시했으나 꽝, 어제는 이 곳 저 곳 기웃거려도 별 조황이 없어서 남들 낚시 하는 것 구경만 하다가 저녁 늦게 묵리 방파제에 나가 한 시간 정도 미끼를 담가 보았지만 수온이 너무 찬 탓인지 전혀 입질이 없다. 낚시라는게 의외성이 많은 취미라 낚을려고 마음먹고 나가보면 허탕치는 날이 많고 그냥 놀이 삼아 가볍게 나갔다가 의외의 손 맛을 보는 경우가 종종있다.

지방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을 때 여름 방학을 맞아 동기들끼리 야외로 놀러가기로 약속된 날이었다. 약속장소는 무창포 해수욕장. 당일 날 오전(7월 29일) 미리 서천 마량으로 나가 한나절 낚시하고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한 무창포에 갔더니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삐삐를 쳤더니 장소가 바뀌어 지금 변산에 모여 있단다. 그 늦은 시간에 변산으로 오란다. 무창포에서 변산까지 거리가 얼만데...

나의 애마(125cc 오토바이)를 끌고 다시 서천 마량의 자주 가던 민박집으로 달렸다. 마량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오전 우럭이라도 낚을 요량으로 방파제로 향했다. 장비는 2.4M 감성돔 배낚시대에 루어 낚시용 민물 릴, 채비는 구멍찌에 목줄 1.5호(2000원 짜리), 바늘 망상어 6호 미끼는 중하 얼린것(2000원). 여름이라 큰 고기는 없고 주로 손바닥 크기의 우럭이 낚였고 운 좋으면 씨알 좋은 숭어가 물던 때이므로 밑밥도 필요없고 중하 얼린 것을 녹여서 껍질을 까고 손톱 만큼씩 잘라서 쓰면 충분했다. 그래도 숭어가 물지 몰라 민물에서 쓰는 2단 뜰채는 가지고 다녔다. 방파제에는 벌써 놀이객과 전문꾼들로 좋은 자리는 다 찼고 방파제 끝에서 내항쪽이 비었다. 수심 5M를 주고 녹인 새우를 까서 끼운 채비를 던졌다.

한 여름의 뜨거운 날씨 탓인지 우럭 입질도 없다. 전문꾼들도 밑밥을 뿌려 가며 열심히들 하지만 별 조황이 없다. 시간은 벌써 11시,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에 입질은 없고, 괜히 약속 장소를 변경한 동창들때문에 고생만 한다는 생각에 그만 갈까 하는데 던져 둔 구멍찌가 쏘옥 들어간다. 왔다하고 챔질을 했더니 이건 우럭이 아니다 사정없이 낚시대를 끌고 들어간다. 대물 숭어라 생각해 드랙을 조정하고 서서히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망상호 6호 바늘에 1.5호줄이 불안하다.

대물을 걸고 실갱이를 하니 놀러온 사람들이 전부 내 쪽으로 모인다. 그리고 얼마 후 고기가 올라 오는데 이건 숭어가 아니고 대물 감성돔이다. 빨래판 같은. 옆에 꾼에게 뜰채를 부탁하니 들은 시늉도 안한다. 이런 이걸 어쩌지. 옆에 초등학생에게 부탁해 내가 가지고 간 민물 뜰채로 고기를 떴다. 우와, 내가 이런 대물을 잡다니. 그 때까지 내 기록은 아버지와 같이 간 황제도에서 낚은 35CM였다. 순식간에 기록을 갱신 한 것이다. 한 여름 대낮에 방파제에서, 그것도 우럭을 낚으려고 한 빈약한 채비에 말이다.

고기를 들고 방파제 입구에 있는 횟집에 가서 고기를 살렸다. 낚시를 정리하고 고기를 들고 민박집에 가니 주인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구경시켜야 한다고 난리다. 무게는 1.8Kg, 길이는 정확하게 재보지 않았지만 50 정도 되지 않았을까. 여름 고기라 살이 빠져서 고기 크기에 비해서 무게는 많이 나가지 않았다. 그 뒤로 학업을 마치고 시간 날 때 마다 황제도, 거제도, 통영, 가덕도, 추자도로, 봄에는 천수만 죽도, 서천 마량으로 많이도 다녔지만 이 보다 큰 고기는 낚아 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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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G 대무리 01-11-30 00:00
아! 그 기분 언제라도 잊지 못할 겁니다. [02/28-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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