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내린 비로
하늘은 처절하리만치 맑고
야트막한 한라산 자락 마다에는
초록 빛이 넘실댑니다.



드넓은 활엽수림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며
쓸쓸히
조금씩 조금씩
이 순정한 숲
그 등성이를 넘었습니다.



광활한 시야를 메우는 저 한점의 섬
문섬...
범섬....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미욱한 내 가슴 속을 후벼파는
이 알 수 없는 갈증과 쓸쓸함을
바다와 함께 들이키며
서귀포를 만납니다.



남쪽의 이 작은 나라, 서귀포 거리
사람들의 표정은
소금바람 속에서도 맑디 맑은 천사들 같습니다.
바다 위엔
이 한 폭의 그림을 장식하는
작은 배가
꼬리를 그리며 달립니다.
"아, 이런 곳도 있었구나"



적당한 간격을 두고 늘어선
아늑한 분위기의 집들과
그 뜰 마다엔
늘어진 애기 기저귀가 바람에 날리고...
반가운 얼굴로 맞는
서귀포의
사람좋은 미소가 있었습니다.



앞으론 바다가 있고
뒤론 산이 둘러싼 이 작은 나라
낚싯대를 한 웅큼 쥐고
거리를 활보하는 서귀포
그토록 오랫동안 낚시질을 하며
"왜 이 아름다운 나라엘 한번도 와보지않았을까" 생각하며
저녁나절의 바닷가를 배회하였습니다.



검은 바위들과
울긋불긋한 낚시꾼들
늘어선 낚싯대를
멍하니 바라보며
오늘도 하루 해가 저뭅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곤
깜빡 잠이들었습니다.
서귀포에 취해
저 넓은 바다에 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