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이 랏지에서 보는 Barkley Sound의 전경... 왼쪽으로 돌아 나가면 태평양이다.
"Walk, Don't Run (The Ventures)" 뛰지말고 걸어라! 신나게 함 들읍시다!
지난 주말에 제3편을 다 써서 마지막 손질을 끝내고 막 올리려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우리 마눌님의 무시무시한 방해공작에 말려들어 그만 써놓은 조행기를 날려버리고 말았
습니다... 무서운 마눌... 자나깨나 마눌조심! 그래서 오늘 게으른 손가락을 달래가며
다시 자판을 두드립니다. 근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한번 썼던 것을 재탕으로 쓰려면
진도가 빨리 나가지도 않고 글의 흐름도 개판이고... 잘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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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ㄸㄹㄹㄹㄹ.... ㅉㄹㄹㄹㄹㄹ...., Hook Up! Hook Up! Let'em Run!" 흥분된 소리로
떠드는 예의 페즈릴 자명시계의 소음에 눈을 뜬다. "저거 어디서 팔지?" 이런 쓸데없는 생
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마눌이 당장 갖다 버릴걸... 쩝.."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침대
에서 내려온다. 오늘 아침은 "사골우거지국밥". 김치와 구운 김을 곁들여 한그릇씩 뚝딱!
해치운다. 이 친구들, 겉만 노란 "바나나"들이라도 입맛 만큼은 골수 한국인이다. 마지막
날이라 서둘러서 나가야 낚시 끝내고 뱅쿠버로 돌아가는 길이 늦지 않게 될테니 얼핏 잔교
로 내려간다. 오늘은 낚시팀을 바꾸어 루이스, 낼리 그리고 살로몬이 닉의 배를 타고 죤과
조셉이 내배를 타기로 되었다. 뿌옇게 밝아오는 새벽바다를 헤치며 남남서로 침로를 잡아
바클리사운드를 빠져나간다. 오늘은 구름이 끼고 바람이 좀 있는 상태로 파고는 2메터 정도.
무선을 통해 들어오는 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이니 다행히 시간이 가면 바람이 수그러들으리란다.
닉의 배는 "흩뿌린 군도"쪽에서 연어를 노리기로 했으니 "사슴열도"을 돌아나가 낚시를 시작
할 것이고 우리는 어제의 빅뱅크로 다시나가 광어를 노리기로 한다. 07:00이 조금 못되어
포인트에 도착하니 파도가 좀 있지만 낚시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어제와 같은 채비로 300자 밑의 해저를 더듬는다. 어군탐지기에 비치는 구름같은 물고기떼가
바닥에서 50자이상 빽빽하게 나타난다. 어제 잡은 광어의 뱃속에서 20센티정도의 정어리가
많이 나왔으니, 틀림없이 정어리의 대군이 모여있는 것이다. 채 두시간이 못되어 어제와 비슷
한 크기의 "영계" 광어 여섯마리로 채포제한을 채우고 북동으로 침로를 돌려 30분을 이동한다.
250자 수심의 주위에서 90자 깊이로 마치 큰애기 젖무덤처럼 솟아올라온 수중암초인 소퀼뱅크
(Soquel Bank)에 도착해 채비를 우럭-범노래미에 맞도록 가볍게 바꾸고 낚시를 시작한다.
1995년 부터 이 해역에서 낚시를 한 이래로 이 소퀼뱅크에서 다른 낚싯배를 마주쳐 본 적이 없
이 살곰살곰 빼먹어온 대물 우럭과 범노래미의 명소이다. 암초의 뿌리가 직경약 500메터 정도인
이 필자 秘藏의 수중여는 뱅쿠버섬 서쪽에서 잡히는 모든 물고기를 만날 수 있는 수족관이다.
금새 서너마리의 검은우럭과 중국우럭을 올리고 있는데, 죤이 30센티정도의 작은 노래미를 하나
끌어내었다. 낚시에서 떼어 배밖으로 던지려는 것을 빼앗아서 미리 준비해 놓은 무식한 외바늘
채비 - 엄지 손가락이 바늘짬에 들어갈 8/0 바늘에 2메터의 80파운드 목줄을 연결하고 도래위에
구멍봉을 달은 간단한 채비에 산채로 코를 꿰어 내렸다. 채 1분도 지나기전에 툭!하는 어신, 곧
무식하게 차고 나간다. 릴의 기어를 넣고 드랙에서 줄이 끌려나가기를 기다려서 힘껏 맞춘다.
10분여의 씨름 끝에 올라온 놈은 메터급의 20파운드이상 나가보이는 범노래미이다. 보니 미끼로
썼던 노래미새끼는 머리가 처참하게 으깨진 채로 아직 줄에 달려있다. 떼어서 한쪽 전체를 포로
떠가지고 다시 바늘에 꿴 후 조셉에게 내밀었다. "What the Heck do you want me to do
with it? (이 잡것을 어쩌라고?)" 하고 반문하는 그에게 "Just do it, Man. (그냥 함 해봐)"
하며 권하니 반신반의 하는 눈치... 금방 대물을 뽑아내는 것을 보고서도 못 믿는다... ㅠㅠ...
그가 낚시대를 받아 미끼를 다시 내린지 채 2분도 못되어서 이어지는 입질! 몇번 기세좋게 차고
나가다가 중간쯤 올라와선 무겁기만 한 것이 틀림없는 대물 우럭이다. 곧 저 밑에 붉그레한 고기
그림자가 비친다. 수구공정도는 쉽게 들어갈 정도의 아가리를 벌리고 올라온 놈은 큰 노랑눈우럭
(Yelloweye Rockfish)이다. 어림잡아 20파운드에 85센티는 나갈 대물이다. 조셉은 입이
찢어져 어쩔줄을 모르고, 난 "Blessed are those who believe without seeing it! (보지
않고 믿는 자가 진복자니라!)" 하며 익살을 떨고.....
여기서 잠깐! 이 글에서 자꾸 꼬부랑 말이 나와도 여러분들이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거나 어려서 부모손을 잡고 이주해온 이들 2세들은
한국말이 잘 되는 친구가 그저 유치원생 수준이요, 대개는 배고파, 밥먹어, 안녕하세요 정도를
넘어가면 답답해지는게 현실이다.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언어를 강요하기는 무리인 것이 당연
하겠다. 특별히 한국에 나가 장기간 생활한 경험이 없다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기는 어렵다.
여러분이 영어를 배우는 것 만큼이나 이들에겐 한국어가 어려운 것. 역시 이중언어를 구사하려면
생활속에서 배워야만 자기 것이 되고 또 어렵게 배워놓은 외국어 구사능력을 유지하려면 계속적인
사용이 관건인데, 현지인들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과연 한국어를 쓸 시간이 하루중 얼마
나 될 것인가? 이민 일세들 중에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2세들을 경원하고 멸시하는 좀 모자란
이들이 있는데, 대개 이들은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죄(?)없는 2세들을 역차별하는 못난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은 거의 자녀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고 (대화가 안되니까) 그러다보니 한국말 잘 못하는
2세들은 죄다 자기 새끼들같이 보이겠지, 쯧쯧쯧... 에구, 이거 또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아뭏든, 이민왔다고 낙원에 낙하산 타고 떨어진 것은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사람 사는
곳이란게 다 그렇지, 뭐... 헤헤헤...
마초보이즈와 꽁꽁 묶인 대물 광어, 왼쪽부터 Solomon, Joseph, Louis, John, and Nalley
꽉 채운 고기통을 자꾸 힐끗힐끗 쳐다봐가며 무용담을 나누면서 랏지로 귀항하니 정오가 조금 못
되었다. 닉의 배는 우리를 바로 앞서 들어와 선수들이 막 배에서 내리고들 있다. 살로몬이 배
위에서 손짓을 해대기에 배를 묶고 가 보니... 엄청난 대물 광어가 갑판위에 돼지묶음(Hog-Tie:
아가미로 로프를 통과시켜 꼬리를 잡아당겨 묶어서 고기가 날뛰지 못하게 함)으로 꽁꽁 묶여있다.
언듯 보기에 100파운드(45킬로)가 넘어갈 듯한 괴물 광어다. "Gosh, What happened?(오잉,
왠 사건이래?)" 하니까, 무용담을 풀어놓는데... 아침 일찍부터 에핑햄섬(Effingham Island)
주위에서 씨알 좋은 연어들을 낚아내고 있던 닉의 팀은 열시경 오스틴(Austin) 옆 수심 60자의
모래에 암초가 드문드문 박힌 지역을 생멸치를 미끼로 끌낚을 하고 있었단다. 바닥에서 15자를
띄워서 끌던 좌현쪽 낚시가 갑자기 차고 나가기에 낼리가 낚싯대를 뽑아 들었더니 줄이 요지부동
으로 안따라오더란다. 대개 20파운드 미만의 연어들은 배를 세우지 않고 처리하기에 감아붙이려
해보았으나 꼼짝도 않하기에 바닥에 걸린 것으로 알고 배를 세우고 릴을 감으니 갑자기 엄청난
기세로 차고 나가더란다. 닉은 경험이 많은 가이드라서 바로 대물 광어가 물고 늘어진 줄 알고
다른 낚싯대들과 다운리거(낚시 미끼를 깊은 수심으로 내려 끄는 장치)를 걷어올린 후 배를 깊은
곳으로 살살 빼어 나왔단다. 그때부터 무려 한시간 십분의 사투를 벌인 끝에 고기의 항복을 받아
내었다는 이야긴데... 25파운드 장력(7호 굵기)의 나일론 줄이 감긴 연어낚시용 실패릴(Single Action
Reel: 플라이낚시용 릴을 크게 만들어 놓은 것 처럼 생겼다)에 허리가 무른 연어낚시용 낚싯대
(연어는 갑자기 차고나가거나 물위로 뛰어오르는 등 화이팅이 거칠므로 허리가 강한 대를 쓰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줄이 터지거나 대가 부러지거나... 하므로 길이가 9~11자 정도의 허리가
연한 낚싯대를 쓴다)를 써서 대물 광어를 제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 몇번이나 400메터
이상이 감긴 릴을 거의 비워가며 차고 나가던 광어도 세 젊은이가 교대로 버티는 끈기에 못 당하고
결국 닉의 작살을 아가미에 맞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대물을 올리는 것은 언제나 실력 + 운 임을
느끼게 해 준 일은, 연어낚시용 #2 세발바늘(약지손톱이 겨우 바늘 아구리에 들어갈만한 크기임)
이 왠만한 곳에 걸렸으면 장시간의 사투에 빠져버렸으련만 이 바늘이 광어 아래턱의 연골에 제대로
꽂혀 버텨준 덕에 결국 꽁꽁 묶이게 되었으니.... 여럿이 달려들어 고기를 잔교위에 옮겨놓고
사진을 찍어대곤 목도로 짊어지고 고기처리장으로 올라가 저울에 달아매니 103파운드가 나간다.
줄자를 가져다 길이를 재니 물경 140센티! 랏지의 다른 손님들도 다 내려와 웅성거리고, 주인
아줌마인 리즈(Liz)도 돼지털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셧터를 눌러댄다. 100파운드가 넘는 대물은
이 고기가 흔한 뱀필드에서도 연간 두어마리가 고작이다 (2000년도 타이이랏지의 최대어라고 리즈
가 작년에 확인해주었다). 지금도 아래 사진은 타이이랏지 라운지 벽에 자랑스레 걸려있다.
마초보이즈의 자랑스런 모습... 오른쪽에 앉은 이가 가이드 Nick, 뻘건 고기가 대물 노랑눈우럭
잡은 고기를 정리해서 냉동고에 넣어 놓았던 어제 그제의 수확물과 함께 가져간 대형 쿨러 세개에
꽉꽉 눌러 담고 얼핏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후 씻고 짐챙겨 배에 오르니 15:00. 포트
알버니에 도착하니 17:00. 나나이모에서 뱅쿠버로 돌아오는 훼리에 오르니 19:00 이다. 돌아
오는 배 안에서 무용담들을 다시 되새기며 벌써 내년의 계획을 짜고들 있다. 흐흐... 귀여운
넘들... 그래, 늬들하고라면 언제라도 다시 오겠다... 노털 꼰대 취급않고 같이 어울리게 해
준 넘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21:00에 집에 도착하여 고기를 나누느라 부산을 떤후 보내놓
고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내 고기 갈무리는 내일 해야지... 대형 쿨러에 내장을 깨끗하게
빼서 얼음에 얌전하게 채운 광어 세마리와 연어 대여섯마리, 우럭 열댓마리... 작게 잡아 150
파운드(67킬로)이상 되는 엄청난 양이다. 이걸 언제 다 먹어??? 내일은 동네잔치다!!! ㅎㅎㅎ...
이상 길고 지루한 글을 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 조우님들, 감사합니다...
즐거운 낚시, 안전한 낚시하시고 대물 만나시는 이 봄이 되시기를 멀리서 바랍니다...
캐나다 뱅쿠버에서 지렁이가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