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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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다리

G 4 2,532 2002.11.12 23:43
투망을 하나 샀습니다.
집앞 모래펄에서 어른들이 굵은 숭어를 투망으로 잡는 걸 보고.
투망을 배운적 없어 늦은 오후 모래펄에서 혼자 던져보았습니다.
11자, 땅콩 모양, 반달 모양에서 찌그러진 대강의 원형이 될 즈음.

얕은 물가로 가서 던져보았습니다.
그물을 던지자 여기저기서 자그마한 물고기들이 튀어서 도망갔습니다.
그물 안에 든 몇 마리를 보니 분필보다 조금 더 큰 숭어새끼들이었습니다.
모두 놓아 주고 또 몇 번을 던져 보고 그러다 해변을 걸어 큰 놈이 있는지 살폈습니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5센티 이하의 얕은 물속에서 노닐던 숭어새끼들이
낯선 발소리에 놀라 달아나느라 치솟는 놈, 달리는 놈, 방향을 바꾸는 놈 등등
혼비백산하는 걸 보고는 얘들을 이리 괴롭혀 되겠나 말아야지 하고
물가를 떠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메스게임! 어릴때 운동회! 그것이 뇌리를 스치면서 몸을 돌려 바다를 처다보았습니다.
나의 지휘를 받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주는 숭어새끼들의 메스게임!
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걸어서 그들 옆으로 가도 튀어 도망가던 걸 보아서는 내가 달음질 쳐 지나간다면
저들은 아마 더 높고 멀리 뛰어 올라 더 깊은 물 안으로 도망칠 것 같았습니다.

먼저 한 10 미터 거리만 물가 가까이서 발을 세게 디디면서 달음질 쳐 보았습니다.
일제히 튀어 달아나더군요. 약 20센티 높이로 약 1미터 가량 멀리뛰기를 하더군요.
워낙 많은 개체들이라 서로 몸을 맞대고 튀어 가는 듯 했습니다.
옳지 되었다. 나랑 너희들이 평생에 한 번 있을 지상최고의 메스게임을 함 해보자고 소리쳤습니다.

집앞 모래펄에는 많은 조개와 잘피들이 삽니다. 어린 물고기들의 요람 입니다. 물이 빠지면 약 200여미터
길이의 모래펄이 드러납니다. 돌멩이 적고 뻘 없는 곳 100여 미터를 택해 호흡을 고른 후
달음박질 쳤습니다. 땅을 발로 팍팍 차면서.
그 100여 미터를 숭어새끼들이 몸을 맞댄 듯 저와 보조를 같이 하여 튀어올랐습니다.

해질녘 비스듬히 맑게 비치는 햇빛은 숭어떼의 비상에 빛나는 조명을 담당하였습니다.
100미터를 이어 주는 숭어새끼들의 은빛비상과 입수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흥분이었습니다.
잘 훈련된 사람들의 메스게임에 절대로 뒤지지 않겠다는 듯 그들은 일사분란하였습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을 다시 볼 수 없을것이라는 확신을 했습니다.

그 메스게임에 참가해준 숭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했습니다.
오늘 튀어 준 너희들이 다 죽는 날까진 집앞바다에서 나는 숭어는 잡아 먹지 않겠다고.

전 수천마리의 숭어새끼들이 공연한
물속 은빛 찬란한 "숭어 다리" 공연을 본 유일한 사람이라 자랑하곤 합니다.
다시 한 번 그날 참여해 준 숭어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자연과 타동식물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주었슴에.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었슴에.


잊었던 기억인데 아래 숭어글 쓰고 보니 기억이 뒤늦게 나서 적었습니다. 99% 5년전 실화입니다.






211.175.45.38두루마리: 한폭의 그림같은 얘기 무척 잘읽었구효~ 그기억들~ 오래 간직하세효 ^^ --[11/13-00:37]--

211.61.245.185요수거사: 글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가끔 얼음 사러 들리는 사람입니다~~! 내내 번창 하시길... --[11/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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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G 거제무이 01-11-30 00:00


아 님이! ^^ 참으로 감사합니다. --[11/13-12:14]
--


G 4go7nom 01-11-30 00:00
211.187.212.107@ title="bash>4go7nom
좋은 글입니다. 물망상어, 우두망찰 님들의 글 처럼 재미있고 행복해지게 하네요. 거제무이님 어느 낚시점 운영하시죠?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11/13-14:17]
--


표정은 이게 좋겠네요. --[11/13-14:17]
--


G 흑기사 01-11-30 00:00
211.178.252.123@ title="sudalri>거제무이
점포명은 "무이"입니다. 지금 왕초보라 델구 가시면 귀찮으실텐데... --[11/13-15:15]
--


211.219.251.92nasca2327
글잘보았읍니다. 무이님의글엔항상과거의그무엇이깃들어있어잔잔한감동이있군요.추억잘간직하십시오.부러울따름입니다. --[11/13-17:51]
--


218.146.248.142김일석
아름다운 글이군요....음미하며 잘 읽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떠올렸습니다. --[11/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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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61.245.185요수거사
바다생태 체험..무이 낚시라고 되어 있는거 같은데....지세포에 있더군요^^* --[11/14-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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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세포~무이낚시~ 꼭 한번 들러 보고 싶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행복하시길~~ --[11/17-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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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초록바늘 01-11-30 00:00
정말로 무이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느끼는것은 프로다" 확실한 프로다...ㅎㅎㅎ 글솜씨가 프로다 " 여긴대구랍니다 거제도에 가면 꼭 들리고 싶네요..무이님이시여! --[12/03-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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