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리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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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리 예찬

G 9 3,725 2003.02.10 15:31
나에겐 병이 있다. 아내도 모르는 병.
평일에는 저녁식사후 10시를 넘기지 못하고 코를골며 아침에 눈을 뜨지만, 낚시를 가기전날이면 거의 한숨도 못자는 불면증에 걸려있다.
휴일에만 갈수 있는 바다.
토요일만 되면 내 어릴적 놀이터같은 바다.
그바다로 갈수 있다는 마음하나만으로도 밤잠을 설치는 나는 낚시꾼이다. 극히 평범한.....
허접한 장비에서 시작해 좋은대 하나 장만하려고 이리저리 발부둥치고 수많은 사람들 틈속에서 대물 한마리 때문에 먼곳으로 먼곳으로 미친놈처럼 바다를 떠도는 한 낚시꾼으로 어제의 조행소감을 적고자 합니다.


토요일 저녁.
하드케이스에 빽빽이 차있던 장비를 모두 꺼냈다.
1호대도 1.75호대도 뜰채도 내일은 필요치 않다.
1호 목줄도 2호목줄도 구멍찌도 수중찌도 모두 필요치 않다.
2.5칸 장대 2대, 구명복안에 1.2호 목줄 1개, 소품통하나......
멀리 감생이 잡으러 가는것도 아니데도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5시......
낮설다. 이시간이면 갯바위에 서서 추위에 떨면서 떠다니는 야광찌를 눈빠지게 노려보고 있을 시간이건만.
자고 있는 10살박이 아들놈을 깨운다. 녀석도 어제부터 흥분상태였다.
8살때 가까운 가덕도에 데려간이후 처음 출조(?)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놈이 그때
게르치 1마리 손맛을 잊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동서집 식구들과 친한 조우와 7명이 새벽공기를 가르고 떠난다.
도로엔 안개가 자욱하다.
7시를 넘어 세상이 환하다.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곳 풍화리.

풍화리엔 조급함이 없다.
아무때고 어느때고 말없이 찾아가도 나를 반겨주는 바다에는 조급함이 없다.
일찍 갯바위에 내리려 이눈치 저눈치, 자리싸움이 없는 곳. 이곳이 풍화리다.
영감이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착하기 10분전에 전화했는데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배를 탄다.

풍화리엔 거짓이 없다.
영감님이 묻지도 않았는데 웃으며 말한다. "물이 너무 맑아 괴기가 많이 없다. 어제 복어가 많이 올라와서 잘 안되는 갑더라. 어데 내려주꼬"
애들도 있으니 발판좋은곳에 내리주이소.

풍화리엔 지금 감생이가 없다.
민장대에 청개비 한마리 끼우고 던지자 마자 소형찌가 내려 밖는다.
휘어지는 대끝만 보면 감생이보다 더한 놈이 물언것같다.
손바닥만한 망상어 한마리 올라온다. 환호......
오늘의 대상어가 갯바위위에 누워있다.
모두 흥분한다. 동서도, 처형도, 중학생조카도, 국민학생 조카도, 10살먹은 내 아들놈도.

풍화리엔 욕심이 없다.
나는 미끼맨. 아이들 미끼 끼워주고 고기 떼어주고. 그래도 즐겁다.
잡아도 그만, 안 잡아도 그만.

풍화리엔 자만심이 없다.
낚시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고급장비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도 여기선 아무 소용이 없다. 여기선 전유동도 반유동도 견재도 조류도 본류대도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냥 떠있는찌에 맏겨두고 세상을 낚으면 끝.

풍화리엔 풍요가 있다.
갖 잡은 망상어회. 감생이보다 맞있게 느껴진다.
잡을만큼 잡고, 먹을만큼 가져가고.

풍화리엔 즐거움이 있다.
아들놈은 고기가 엄청난 파워라고 즐거워 하고, 조카들과 마릿수 싸움이 한창이다.
나는 35마리, 누나는 20마리. 자기네들끼리 경쟁이다.
처형은 다음주 또 오자잔다. 동서의 얼굴엔 흐뭇함이 묻어난다.

풍화리엔 고향이 있다.
영감님의 배가 오고있다.
많이 잡았냐고 물어보신다. 좀 잡았습니다. 그것으로 끝이다. 고기가 없다고 투정할 필요도, 물이 맑다고 물이 차다고 불평할 필요가 없다. 먼 여행에서 이제 막 돌아와
나이든 어머니곁에 누운 고향집 안방같은곳.
선착장에서 배삯을 계산한다. 영감님이 아이들 값은 안받으시겠단다. 그냥 놀이삼아 태워달래도 태워주신단다.
영감님이 고기 사가란다. 내가 자연산이냐고 묻는다. 자연산이란다. 그러면서도 말씀도중 양식고기란걸 자신도 모르게 말하곤 한다. 나는 모른채하고 그냥 달란다. 큰 우럭 11마리에 2만원. 그래도 섭섭하지 않다. 집에와 회를 치니 5만원짜리 2접시다.
망상어 구이에 먹어도 남는 회. 풍화리 조행길의 뒤풀이는 그곳만큼 풍요롭다.

조우 여러분.
이렇게 조항이 안좋은 시기엔 가끔은 모든 욕심을 털어버리고 가벼운 출조를 권하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바다에 가서 낚시하고 돌아오는.....
예전에 우리들이 감생이를 몰랐던 초보 낚시꾼일때의 그 낚시.
풍화리를 다녀온후 감상을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망상어는 잡고 싶으면 낚시대를 던지고, 잡기 싫으면 낚시대를 접어 버리면 되는곳이 요즘의 풍화리 일대입니다.
아직 대체로 씨알이 잘지만 어제 30정도되는 놈도 한놈 올라오더군요.
모든것을 털고 한번쯤은 가족과 함께 다녀올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가족들이 같이 가기엔 정말 발판이 좋은곳이 많습니다.
가을엔 감생이 씨알은 30안밖이지만 마릿수 조항이 항상 있는곳 또한 풍화리 일대입니다.
즐거운 낚시, 욕심없는 낚시......
그러나, 말처럼 싶지 않은것이 요즘 낚시인것 같습니다.
즐낚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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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G mmc0528 02-12-01 04:00


좋은 아빠시네요!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무엇인가를 생각나게 하네요......
저도 한번 가고 싶은데 풍화리 가는길과 현지의 영감님 연락처를
감히 물어도 될런 지.............. -[02/10-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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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고등어도사 02-11-30 00:00
이번주에 갈려구요 영감님 연락처 부탁합니다. -[02/1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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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in 02-11-30 00:00
아름다운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님의 가정에 늘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02/1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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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ykk3263 02-12-02 15:00
님의글 흐뭇하게 잘 읽었읍니다... 저두 생각나네요 처음 낚시 배울때 용호동 오륙도 선착장에서 30짜리 망상어잡구 감시인줄알고 좋아 했던 기억이 나네요.지금은 고가의 장비로 감시찾아 다니며 가정에 소홀했던게 저두 집사람과 두아이에게 미안한 맘이 절루 드네요. 님의 마음 씀씀이가 이글에 잘 묻어나네요.. ⌒.^す -[02/1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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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아이지킴이 02-11-30 00:00
님은 글 무척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에서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7살 짜리, 5사짜리 아즐놈과 낚시를 가곤 하는데 참 좋더군요 -[02/11-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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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뜬구름 02-11-30 00:00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풍하리는 지금부터 3월중순까지 피크입니다. 진짜 물반고기반 입니다. 다만 고기욕심에 망상어 마구 잡아내다 보면 나중에 갯바위에 널부러져 있는 새끼고기 보면 괜히 가슴아플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25이상 몇마리만 잡는다는 생각으로 하심이 좋을 듯 하네요. 즐낙하세요^^. -[02/11-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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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어복만땅 02-11-30 00:00
정말 글 잘 읽었습니다..님의 가정에 행복과 사랑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어복만땅하세요. -[02/11-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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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바다왕자 02-11-30 00:00
글 잘 읽었습니다.그리고 망상어 작은놈은 조심스럽게 살려주는 아량도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시길....아마 가르쳐 주시겠지요. -[02/14-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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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드라곤 02-11-30 00:00
저도 풍화리에 1년에 3번정도 갑니다. 뎃마 낚시를 하러 갔었는데.. 중요한건 고기가 아니고. 생각할 여유와 낭만을 즐기는거죠..우리아기가 크면 저도 데리고 다닐까 생각중입니다.현재 16개월되었거든요..아직은 이른듯..좋은 하루 되세요.. -[02/15-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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