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인낚회원님들.. 오늘 오전부터 제주도는 비가 내렸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펜션에서 누워서 딩굴딩굴하고 하루를 다 보내고 있었는데.. 4시쯤 되니 비가 그치더군요.. 저희 직원보고 "낚시 갈래?" 하니 자긴 드라이브나 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 그 곳에 내려주고 그럼 너 드라이브가라" 하고 낚시장비 챙겨서 바로 출발했습니다. 아메리카노 커피한잔 마시며 차창밖으로 손내밀어보니 바람이 안불더군요. 날씨도 따뜻하고.. 5시쯤 그곳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더군요... 근대...근대...갯바위에 자리돔,용치놀래기,복어 시체들이......ㅡ ㅡ+ 인낚보고 그 포인트 찾아가신분들 반성합시다.. 그기 갯바위 끝쪽으로 가면 만조시 잠기는 아주 큰 물칸있습니다.. 최소한 내가 필요 없는 잡어라면 그 물칸에 넣으세요..죽이지 마시고.. 비 맞으며 낚시하셧을껀데 짜증나셨을텐데 그래도 죽이진 마세요.. 물칸에 넣는거 그렇게 힘든거 아니잔아요? 저희 직원은 그렇게 장비들어다주고 갑니다. 갯바위 저쪽에서 어떤 분이 걸어들어오시네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더군요. 그 어르신이 저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고기 좀 잡으셨어요?" 하길래 저도 "안녕하세요. 저 방금 왔습니다." 하며 인사드렸습니다. 전 제가 하는 포인트에 크릴 열 숟가락정도 뿌리고 앉자서 채비를 하였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세팅하고 오늘은 깐새우를 끼워 첫 캐스팅을 했습니다. 어르신은 저 뒷쪽에서 반대쪽으로 낚시를하시네요.. 6시 쫌 넘으니 30Cm정도 되는 쏨뱅이가 한마리 올라오네요. 물칸으로 보내고 다시 캐스팅.. 전 혹시나 싶어서 2시간동안 뒤를 20번은 돌아봤는데.. 어르신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단 한번도 뒤를 안돌아보시네요... 그렇다고 찌를 보시는 건 아닌거 같은데... 정말 세월을 낚으시는 듯한 느낌... 그 어르신의 뒷모습으로 보면서 내 마음에도 편안해 졌습니다... 7시까지 쏨뱅이 올라온 것 빼곤 단한번의 입질조차 없습니다.. 역시 내 자신과의 싸움...인내력..집중력.. 20년전 기장 월전방파제에서 노조사님이 하신 말씀..."낚시는 기다림이다" 라는 말.... 조바심내지 않았습니다. 오늘까지 4번째.... 1번은 터졌고 두번다 참돔이 올라와서 손맛은 올 때마다 봤으니 안물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즐겁게 캐스팅..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던 전자찌가 순식간에 눈에서 사라지고 베일을 열어뒀는데도 불구하고 낚싯대가 바로 물속에 처박혔습니다. 낚싯대를 세우고 베일을 닫는 순간 "그 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VIP ISO TYPE-1 낚싯대가 순식간에 활처럼 휩니다.. 목줄 2호줄을 써서 저도 끝까지 버팁니다.. 낚싯대가 극한까지 휠 때 브레이크 주고 드랙이 풀리고 그렇게 100M가 풀릴 동안 단한번도 감지를 못했는데.. 한화리조트 쪽으로 100M 가까이 드랙을 풀고가던 그 놈이 머리를 돌렸습니다.. 펌핑을 하고 저도 릴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쓰는 3000SH LBD릴에 원줄이 조금씩 감기기 시작합니다.. 30M정도 땡겼나? 붉은 빛나는 전자찌가 물속에서 춤을 춥니다. 낚싯대는 여전히 "끼익 끼익"소리를 내며 끝까지 버텨주네요. 이제 70M 남았습니다. 10M 감으면 10M 풀리고 다시 10M 감으면 10M 풀리고를 반복하며 계속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50M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VIP ISO TYPE-1 낚싯대 쓰면서 지금까진 쉽게 쉽게 다 잡았는데 이 놈은 낚싯대를 시험하는 것 같더군요.. 낚싯대의 허리가 끝까지 버텨줍니다.. 다시 드랙이 풀리고 브레이크 주고... 근대 순간... 아... 그 강하게 버티던 힘이 허무하게 없어지네요...ㅜㅜ 릴을 감으면서 허무함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채비를 확인해보니... 바늘이 부러졌네요...ㅜㅜ 그 놈....얼굴이 보고 싶었는데.. 올해까지 44년 살면서 무료한 나에게 다시한번 승부욕이 생기게 했던 그 놈... 웃음이 나더군요... 그 놈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잡았더라면 승부욕이 끝났을 껀데 잡지 못해 또 다른 기회를 나에게 준거 같아서... 뒤를 돌아보니 어르신은 여전히 꿈쩍도 안하시고 바다만 바라봅니다... 시계를 보니 7시 50분이네요...어림잡아 20분이상을 그 놈이랑 놀았네요... 8시에 나가기로 약속했는데 저멀리 직원이 들어오는지 불빛이 보입니다.. 어르신도 나가실려는지 정리하시네요.. 그렇게 정리하고 펜션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번에 200M 다 풀리 때까지 유유자적 자기 갈 길 가던 그 놈을 생각하며 승부욕이 생겼는데. 오늘은 노쳤지만 기분은 정말 좋네요.. 2전 2패.. 이번 여행은 5박6일 일정으로 온거라서 내일 하루 더 할 수 있다.. 내일 그 놈과 못 만나면 다음에 또 만나러 오면된다.. 행여 내가 1승을 하더라도 그 놈을 보내줄꺼고 또 다시 그 놈과 승부를 벌이겠지요...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재미 없는 긴 글 읽어 주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인낚회원님들도 즐거운 하루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