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영향이리라. 정출의 인원이 퍽 많지 않음이…. 다대포에 모인 분은 총7명. 뽈라구, 밑밥, 나, 구멍찌, 오징어, 초바, 구로. 초바 트럭에 짐을 몽땅 싣고 자기 차에는 사람을 몽땅 싣자는 밑밥님의 제안으로 우리는 두대의 차로 간편하고 속닥한 정출을 하게 되었다.
출조길은 언제나 설레인다. 물론 한편으로는 피곤이 지레 겁먹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요령껏 눈도 붙일 줄 알면 비로소 초보를 극복하는 것이리라는 핑계로 혼자서 잠도 청하여도 보고…. 물론 밑밥님의 총각시절의 화려한 무용담으로 잠자는 것은 늘 불발로 끝나고 말지만…그래서 난 여전히 초보로 머물고 말겠지만…
이제는 거제 정도는 가볍게 다닌다. 옛날에는 거제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더니 어느 새 거제대어낚시에 차가 멈춘다. 시계는 밤12시. 조금 이르다.
가게는 문이 닫겨 있고 주인들은 자고 있었다. 손님이면서도 미안한 것은 돈을 핑계로 다른 사람의 가장 기본적 욕구를 제한하는 무지막지한 짓을 하는 것이 낚시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니 안주인 문을 열어 손님을 맞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막 잠든 듯하였다. 그걸 깨웠으니….내가 괜히 미안해진다. 난 죽었다 깨어나도 낚시방은 못할 것이며, 우리 와이프는 더 못한다.
너무 이른 시간 탓에 구멍찌님의 제안으로 모처럼 전투훌라를 한판. 원래 그런 때는 치자고 한 사람이 꼬는 법. 간단히 2만원이 모이고 훌라판은 걷히고 술자리. 바낚배 술자리의 영원한 호스트 밑밥님. 소주 있는 곳에 밑밥 있고, 밑밥 있는 곳에 소주 있다고 하면 과언, 혹은 실언이 될런지? 어신님과는 또 다른 酒道가 있으니 (술)따르는 패들이 많구나…. 초바가 뎁혀준 번데기 통조림이 맛있었다.
드디어 출발시간이 되고…. 근데 난 이제 '마끼 3장은 적어요. 4장은 되어야 밑밥이라고 야그하지’조가 되었다. 오징어와 똑 같은 질과 양의 밑밥이 준비되고 심판장은 구멍찌님. 갤러리는 기타로 하여 출발. 장소는 내만권 한산도. 출발지 어구. 시간03시
정출 따라다닌지 어언 1년. 작년 이맘때 소지도 가는 배를 타고 달리던 밤 바다의 추억이 여전히 선명하건만 그 때의 감흥은 어딜가고, 나는 어느 새 달리는 배에서 잠을 청하는 쪽이 현명한 일반적 조사의 무표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때의 바다나, 지금의 바다나 처음부터 매한가지 바다이건만 사람은 이렇게 쉽게 변하니…
어구 형제낚시 김선장님의 배를 타고 간 한산도는 어라? 자리가 없어라? 밀려서, 밀려서 내린 자리는 동이 밝아서야 알았지만 통영항이 빤히 보이는 완전 내만이다. 통영의 방화섬이라고 한다. 산을 휘 돌아가면 밑밥님의 집이 코앞이라고. 아후…. 심판장과 오늘의 라이벌 오징어와 함께 나는 마지막으로 내리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오징어님과의 결전을 서둘러 준비하였다. 오늘 하루는 어차피 시간과의 전쟁. 촌각이라도 아껴야 기회가 많다는 토너먼트 전의 속성을 무시할 만큼의 여유가 내게는 없었다. 오징어님의 실력이 나보다 한 수 위였음을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옆 포인트에 따로 내린 뽈라구님과 밑밥님, 거제감시님이 어느 새 뒤로 돌아와 등뒤에서 따신 것 좀 먹고 하라고 격려도 주시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새벽에 0.5호 전자찌 채비를 하였으나 이내 날이 밝아 별 소용이 없었다. 하여 나는 평소 연습하여 두었던 막대찌 채비를 하였다. 거제감시님가게에서 산 1.5호를 사용하기에는 다소 낮은 수심이 부담스러워 초바님이 준 0.8호 막대찌를 꺼내었다. 목줄까지 다 채우고 나니, 어라, 뭔가 이상타 싶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찌스톱을 채우지 않았다. 우~
침착하게(속으로는 열나 쪽팔림) 도래 매듭을 자르고 다시 채비 완성. 후후, 이젠 도래를 매는 것도 별 두렵지 않다.
바람은 없고 파도는 잔잔하였다. 동이 트오는 것을 아는 지, 부지런한 새가 머리 위에서 재잭거린다. 아 ,아침은 언제나 상큼한데….아시리라. 어스름 걷히는 밤바다의 고요하면서도 힘찬 몸짓을.
만조가 6시 30분쯤이니 아마 그때이리라. 흐르던 찌가 슬쩍 잠긴다. 몰밭지대여서 밑걸림으로 알고 생각없이 릴을 감으니 왠걸, 퍼득퍼득거리는 것이 속으로 ‘왔구나, 왔어!’노래를 부르며 ‘침착,침착’을 스스로 몇번씩 외쳤다. 일단 무식하다고 대를 힘껏 세웠다. 터지고 않터지고는 나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런데 세운 상태에서 서로 당기고 있으니 릴을 감아들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나중에 거제감시님이 수정을 해 주어 알았지만 대를 세웠다가 약간 눕히며 감아야 하는데 나는 그냥 세운 채로 감았으니 그게 잘 감기었을까? 다만 녀석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도록 머리 돌리는 것만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캬, 그 손맛이란…. 난 그동안 탈탈거리는 손맛은 보았지만 이렇게 퍼득퍼득 거리는 손맛을 본 적이 없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그 순간 나는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막연하게 움직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고기가 쉽게 딸려와 주었고, 마지막은 옆에 있던 오징어님이 틀채질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오징어가 한숨을 쉬면서 담배를 물었는데 그 이유는 나는 모른다.(?)
채비는 삼우 ISO-기(협찬:뽈라구) 1호대와 은성 2000번대 릴, 원줄 2.5호,목줄 1.5호 바늘은 감성돔2호. 0.8막대찌(협찬:초록바다). 봉돌대신 조류를 잘 탈 수 있는 0.8호 수중찌 채비.
그렇게 그녀석은 나에게 끌려왔다. 잠깐 긴장이 되면서 흥분이 되기도 하였지만 평소에 워낙 조행기를 많이 읽어서인지 다소 밋밋했다. 다른 이들은 뭘 그리 과장스럽게 썼던가 싶을 정도로 나는 그냥 덤덤했다. 하긴 4짜, 5짜가 아니어서 그런가?
고기를 잡고 나니 어떻게 갈무리를 해야 할 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은 살림망을 한번도 써 본 적이 없어서 오징어님의 살림망을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겨우 두레박에 물을 담아 거기에 넣어 두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나중에 되니까 고기는 몸이 굳어졌다.
오전 시간이 날물이어서 별 재미가 없었다. 2칸 민장대로 잠시 잡어와 놀다가 졸음이 와서 들물에 집중하기 위하여 11시가 다 되어 갯바위에서 눈을 붙였다.
얼핏 잠이 깬 것은 구멍찌님의 입질 없음을 한탄하는 볼멘소리였다. 곧 이어서 “입질은 있는 것 같은데예…”라는 오징어님의 목소리도 들렸고…. 시계를 보니 어이쿠 12시다. 또다시 들물시간이 되어가고….물돌이 시간에 혹시나 싶어 얼른 일어나 다시 집중하였다. 근데 어라? 내가 자는 틈에 구멍찌님이 내자리에 서있다. 할 수 없지. 그럼 내가 빈 자리로 갈 수밖에….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고기가 않될 것이라는 생각 보다는 뭔가 입질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여서 계속하여 집중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긴 참으로 열심히 낚시를 하였던 것 같다. 계속하여 시간이 흐르고…. 때로 몰에 바늘이 걸릴 때도 있었지만 좁쌀 봉돌을 일부러 채우지 않아 밑바닥 걸림은 심하지 않았다.
시간이 한시가 다 되었다. 2시에 철수하기로 하였는데 나는 여전히 한마리고 오징어는 노래미만 여러 수다. 여기서 한마리만 더 하면 게임은 끝난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하였다. 뒷줄을 오른손으로 쥐었다. 살살 당기기도 하고 풀어도 주면서 감각을 집중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살짝 입질을 한다. ‘그렇지.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며 스풀을 닫고 줄을 한손으로 살짝 끌었다. 그랬더니 찌가 밑으로 살짝 잠긴다. 찬스다 싶어 조용하면서도 힘찬 챔질을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바늘은 정확히 입술에 꽂혀 있었다.
아까 하지 못했던 릴링의 동작을 개선하려고 거제감시님이 알려준 대로 하려고 노력하였다. 세우고,감고, 세우고 감고….그런데 수심도 얕고 가까운데서 받은 입질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는 쉽게 끌려왔다. 아까보다 작은 놈이라 들어뽕도 가능하겠지만 안전하게 구멍찌님이 틀채질을 해 주었다. 크, 성공! 이로써 오징어님과의 라이벌전은 나의 완전한 승리로 끝이 나고….
한번도 감생이를 잡아 보지 못한 완전초보꾼이 한번에 3짜 두마리를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돌았나 싶다. 거제감시님을 제외하면 내가 준장원이었다. 내가 보기엔 실력이 아니다. 이건 순전히 운이다. 단지 잘 한 것이 있다면 시인성이 좋은 막대찌를 사용하였고, 느린 조류를 극복하기 위하여 봉돌대신 조류를 잘 타는 수중찌를 사용한 점, 그리고 밑걸림을 피하는 한편 채비의 자연스러움을 주기 위해 평소에 잘 사용하던 좁쌀봉돌을 과감히 포기한 것, 그리고 계속하여 뒷줄 견제를 한 것등이 성공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멍찌님이 주변 정리를 잘 해주는 덕에 나는 마지막까지 낚시를 계속했지만 추가 사항은 없었다. 배는 정시에 왔고, 우리는 비교적 잘 정돈된 갯바위를 뒤로 하고 철수배에 탔다. 모두들 축하해 주었다. 특히 뽈라구님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고맙다. 자작찌를 선물해준 초록바다님도 고맙고, 릴링 자세를 지적해준 거제감시님도 고맙다.
이렇게 해서 나도 4짜조사를 목표로 하게 되었다. 감시 같은 감시 잡는 것이 당면 목표이던 내가 이번 정출로 인해 3짜의 목표를 손쉽게 극복한 것은 이렇듯 여러 사람들의 도움 덕택이었다. 이런 페이스로 몇번만 더 하면 이제 초보시대라는 또다른 아이디를 바꾸어도 좋을 듯하다.
철수길의 배가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손맛을 못본 오징어님과 구멍찌님에게 미안하였지만 나는 새털처럼 기분이 가벼워서 피곤함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상할까봐 가급적 말을 아꼈다.
이어서 모처럼의 뒤풀이가 대어낚시에서 벌어졌고 나는 일년 전에 태공님이 썰어주던 회를 떠올리며 기분 좋게 한잔 할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