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3. 4. 6. 05시 진입 ~ 11시 철수
위치 : 손대 중간동섬 남쪽 (평균수심12m)
물때 : 12물
일기 : 맑음
바람 : 북서풍 10~14m/sec
파도 : 1.5~2m
그날 아침 동시에 찾아온 감성돔 두 마리4월 5일 식목일연휴. 남들은 벚꽃구경 간다고 다들 난리인데, 우리네 꾼들에겐 이만한 황금연휴가 또 있으랴.. 벚꽃이야 살고있는 아파트단지 안에도 천지빼까리다.(아주 많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 계획을 따로이 세울 필요도 없이 당연출조를 생각했으나, 마땅히 동행출조꾼이 없어 이참에 모처럼 가족에 충성 한번 하자고 마음먹었다. 거제도 1박2일을 아내에게 제의하자 돌아온 가장을 쌍수들어 반기는 게 아닌가.. 사실 이 계획은 완전 양수겸장이다. 토요일은 가족들과 보내고, 일요일새벽 야음을 틈타 줄행랑쳐 바다로 가면 된다. 님도보고 뽕도따고, 그야말로 윈윈전략..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당일 아침 출발직전. 기왕에 봉사(^^)하는 거 가까이 사는 어린조카 둘이 눈앞에 아른거려 같이 가자고 얘기했더니 즉석에서 합류하여 기분좋게 출발..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아이들이야 마냥 즐거워 노래를 불렀지만, 남해고속도로의 체증은 최악이었다. 평소에 30분이면 가는 마산이 이날은 3시간, 마산에서 잠시 조카들 좋아하는 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거제까지 또 3시간. 도합 여섯시간을 운전해 여차에 도착했다. 여차마을 해변은 해운대 백사장을 연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차에서 내리자 여장을 풀 겨를도 없이 아내와 아이들은 해변에서 논다고 정신이 없다. 미리 예약한 민박집도 만원이었다. 그날밤 늦게까지 나는 피곤한 몸 눕히지도 못하고 아이들과 쿵쿵따 게임, 개그콘서트 연기, 뒷풀이 과자파티까지.. 거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다음날 이른새벽 3시. 피곤했지만 전화벨이 울리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여차에서 4시에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 영등감씨님이 거제대교를 건너고 있다는 전화였다. 작전개시! 미션임파서블 빰빰 빰빰.. 최대한 기도를 유지하며 짐을 챙겨 후다닥 방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했다. 야호~
우리는 손대 중간동섬(현지민은 쥐섬이라고 했슴) 남쪽에 포인트를 잡았다. 서쪽동섬은 작년에 내려봤으나 이 포인트는 처음이다. 어차피 확실한 조과보장이 아닌 상황이라 잘 아는 곳 보다는 생자리를 자주 경험해야 조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낚시채비를 완료하고 줄을 사릴 즈음 새벽 다섯시가 넘어간다. 나는 건너편 서쪽동섬이 보이는 곳에, 영등감시님은 저 멀리 촛대바위가 보이는 남쪽을 향해 자릴 잡았다. 이곳 수심은 발밑 12m, 조금 멀리 던지면 15m가 넘는 깊은 수심이다. 조류도 강해 조금전후로 찌낚시가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낚시 가능한 시간이 아주 짧다. 평소 애용하는 0.8호 대에 원줄3호, 목줄 1.7호, 투박한 2.5호 막대찌, 2.5호 순강수중으로 입수후 빠른 채비정렬을 노렸다. 영등감시님은 1호대에 같은 채비.
해상박명초. 간간이 젖볼락들이 몇마리 연달아 올라왔다. 이 유속에, 이 수심에 과연 밑밥투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잠깐식 물이 어느정도 정지되는 순간을 노려 품질을 계속했다. 한참을 노렸던 발밑을 포기하고 25m전방 먼 곳을 공략했다. 여덟시 즈음 드디어 입질이 거의 동시에 찾아왔다. 먼저 한 마리를 걸고 뜰채로 퍼올렸다. 영등감시님이 눈요기삼아 고기보러 이쪽으로 왔다가 돌아가는 순간.. 찌는 이미 보이지도 않고, 받침대에 걸어둔 영등감시님 릴대가 우악스럽게 내리 꽂히며 울고있었다. 갯바위를 비호같이 날으는 영등감시님 저러다 자빠질라.. 챔질과 릴링, 보기만 해도 시원하게 이어지는 엑스터시. 감생이가 바늘을 삼켜버려 챔질이 필요없는 경우였다. 같은 씨알의 35cm 쌍둥이 감성돔이 한 마리씩 사이좋게 올라왔다.
중들물인 아홉시가 되자 바다는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변하고, 바람도 터졌다. 이런 때가 바로 쇠주타임이지.. 한 마리 회쳐 쇠주 한 잔씩 나누니 칼같은 갯바위는 금새 무릉도원이요, 이런 망중한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사실 이 맛 또한 갯바위낚시의 큰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많은 꾼들이 '손맛'을 보기위해 바다를 찾는다지만..
잠시후 본격적으로 터진 북서풍에 낚시가 거의 불가하여 철수를 고려했으나 시간이 너무 이르고 만조물때까지 아직 세 시간이나 남아, 둘이 머릴 맞대고 상의한 끝에 포인트 이동을 결정했다. - 나는 평소 왠만해선(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포인트이동을 하지않는다. 낚시자리를 정하면 아무리 고기가 없다한들 한 자리만 끝까지 고수한다. 천성이 게으른 탓도 있지만 낚시라는 게 고기만을 잡으러 가는 '어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 봇짐 다 들고 바람을 타지 않는 동쪽끝으로 겨우 이동하여, 작은동섬을 보고 다시 한 시간여 찌를 날렸으나 상황 끝이었다. 우리가 어복이 있었는지, 섬을 잠시 둘러보니 주위의 다른 꾼들은(휴일이라 소풍객들이 많았다) 한 마리 올린 데가 없어 전반적인 몰황이었다. 아내에게 감생이회 시식하려면 해변에 대기하라 전화하고 곧바로 철수.
아내와 아이들은 아침을 먹고 홍포쪽으로 넘어가는 비포장길로 산행을 갔다왔다. 그 정상에서 아래로 바라다 보는 바다는 거제도 남쪽바다 다도해 풍경의 백미다. 나는 배위에서 저 멀리 해변 조카들 옆에 서 있는 네살배기 내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배에서 내리는 이 아빠를 보고있다. 머리가 더 크면 나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나도 아이를 데리고 다닐 것이다.(조금만 기다려라 너를 훌륭한 낚시인으로 만들어주마..) 몽돌해변에서 나머지 한 마리를 재빠르게 주물러 한 접시 회로 상납하자, 아내와 조카들이 평소 익힌 신속한 동작으로 젓가락질.. 순식간에 감생이 한 마리는 오간 데 없다. 영등감시님과 나는 저어기 갯바위에서 많이 먹었다고(눈꼽만큼 먹고는) 배를 쓸어내리며,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가장이 된다.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이 순간, 문득 어렸을 적 자장면이 싫다고 하시며 덜어 주시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 당신들을 이제 이해할 수 있다면 섣부른 자만이겠지..
짐을 꾸려 12시에 부산으로 출발했으나 도로사정은 어제와 별 반 다를 게 없었다. 겨우 집에 도착하니 저녁 일곱시가 다 되어간다. 고생은 되었지만 이번 조행은 가족애와 우애를 동시에 확인하는 특별한 조행이었다.
중간섬 정면이 낚시자리 (예전에 찍은 사진)
바다낚시계의 떠오르는 신성 영등감씨님의 포즈^^ (저쪽 뒤에 촛대바위가 살짝 보임)Sting - It's Probably Me (With Eric Clap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