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새벽 난 바다 위에 서 있었습니다.
G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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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26 11:24
해 뜨기 전, 바다 위 정해진 어디엔가에 떠 있어야 했습니다. 그 곳은 <삼치>라는 물고기가 떼를 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물천정입니다. 새벽 4시 쯤에는 적막을 가르는 늙은 엔진의 천식 기침소리가 쿵쾅거려야 합니다. 갯가의 새벽은 오존이 많다나 그래서 환자에게 좋다나 그래서 그런지 상쾌합니다. 항구를 떠나는 어선은 큰 기침소리가 부끄러워 낮은 소리로 천천히 새벽을 가릅니다. 배 뒤로 자고 있던 물들이 좌우로 돌아 눕습니다. 붙어자던 물들이 더 멀리 헤어집니다. 새벽 배들의 움직임은 누워자던 물들이 더 많은 물들과 만나 사랑하게 자리를 옮겨 줍니다. 가장 게으른 선장의 배가 항구를 벗어나고 나면 물들은 새로운 사랑잠에 빠집니다. 두어 시간을 천식환자같은 엔진을 달래가며 속도를 올렸다 늦추었다 하면서 항행합니다. 때로는 배를 싫어하는 물들이 큰 파도를 만들어 골려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어선은 같이 놀아주는 벗인양 파도를 그네처럼 즐깁니다. 물 덩어리가 배를 덮쳐도 배는 어허 시원하다면서 잠시 물을 안았다가 돌려보냅니다. 어군탐지기가 열심히 바다 안을 뒤집니다. 빠알간 물고기덩어리를 모니터에 보여줍니다. 해저까지의 수심과 어군의 수심, 그 크기까지 선장에게 열심히 일러줍니다. 어군 탐지기는 피를 토하듯 커다란 물고기 덩어리 위에 배를 세우라고 소리칩니다. 배는 잠시 섰다가 삼치낚시 채비를 바다에 넣도록 저속의 항해를 해 나갑니다. 길이 10 미터나 되는 기다란 대나무 두개가 양쪽으로 팔을 쩌억 벌립니다. 그 대나무에 달린 낚시줄들 8개가 차례 차례 새벽 찬 바다로 입수합니다. 많은 무거운 추를 달고서... 이 즈음이면 우리보다 훨씬 게으른 햇님이 '나 올라간다'는 신호로 동편하늘색을 바꿉니다. 날마다 그 색은 달라서 햇님은 장난스런 화가같아 보입니다. 이 때가 삼치들이 가장 먹이활동을 왕성하게 할 때라 어부의 가슴은 기도하는 소녀가 됩니다. 긴 장대 끝에 달려있는 검은 자전거 튜브 고무줄이 늘어지기만 기도합니다. 주우욱~~ 그 고무줄이 늘어나면 잽싸게 어부는 줄을 잡아당깁니다. 집게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납덩이들 50여개가 달린 150여 미터 길이의 줄은 아주 무겁지만 그때만 즐겁습니다. 삼치는 시속 60키로미터를 주행한다 할만치 재빨리 달리는 어종이라서 멈춰선 먹이를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가 항해하면서 가짜 먹이바늘을 살아 도망치듯 위장합니다. 삼치는 줄을 어노 정도 잡아 당기면 물위로 떠오릅니다. 수상스키를 멋지게 즐기다 생을 마감하는 멋진 습성을 가졌습니다. 적어도 70여 미터는 스키를 타다가 뱃전에 올라 옵니다. 분명히 저는 삼치가 마지막 운명을 알고 수상스키를 즐기는 것인 줄 믿습니다. 삼치는 고래고래 즐거운 고함을 지르듯 입을 쩌억 벌리고 스키를 타기 때문입니다. 정신없이 낚아채다 보면 날이 밝아 옴을 한참만에야 느낍니다. 해님은 벌써 반이상 몸을 드러내고 우리 어부들을 보고 웃고 있습니다. '그래 인생은 힘든거다. 많이 낚거라'하는 듯. 해님은 새벽 어장의 종료를 알리는 심판입니다. 해님 얼굴이 바다에서 두어 발 떠올랐을땐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라'하듯 물고기들의 밥상을 치워 버립니다. 삼치 한 마리의 배폭을 뜨서 갖은 양념을 넣은 왜간장에 찍어 아침밥을 먹습니다. 많이 낚은 날일수록 밥은 더욱 맛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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