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누름의 5월" 이는 <볼락의 계절>을 알리는 남해지방의 대명사다. 보리가 누렇게 익는 5월이면 어촌의 밥상에 빼놓을 수 없었던 반찬거리가 <볼락>이었던 데서 기인한 말이다.
10여년 전까지만해도 5월 밤이면 낚시줄만 담그기만하면 볼락 몇십마리 잡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볼락>은 낚시의 대상어라기 보다는 어촌 아저씨나 아이들의 놀이감의 중요한 대상이었다.
그렇게 많았던 볼락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남획>으로 인한 어장의 황폐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어부들이 볼락의 치어를 잡아 싼 값에 일본 상인들에게 팔아 넘기고 일본인들은 한국에서 사간 볼락치어를 일본연안에 뿌렸다.워낙 볼락 자원이 풍부해 비록 싼값이지만 많은 양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돈벌이가 됐다.어부들은 불법 삼각망을 이용해 볼락 치어까지 마구잡이로 잡아 들였다. 어부들의 이런 몰지각한 행동은 남해연안의 볼락자원을 감소시킨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볼락자원의 감소로써 빼놓을 수 없는 또하나의 요인은 연안 오염으로 인한 자연적인 감소다.해마다 연안오염으로 인해 적조현상이 나타나고 적조예방으로 황토를 살포하게 됐다. 이러한 황토의 살포는 볼락의 서식처인 해초의 자람을 저해시키게 되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볼락은 점차 그 수가 감소될 수밖에 없었다.
볼락이 자취를 감추자 어부들도 낚시꾼도 볼락잡이와 낚시에서 멀어져 갔다. 이렇게 한 5년이 흐르자 볼락자원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남해안에서 볼락이 낚시 대상으로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전. 번식력이 강한 볼락 치어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부터 15센티미터 안팎의 2년생 볼락이 낚시에 잡히게 됐다.
6-7년가까이 끊었던 남해 미조에서의 <밤볼락 낚시>. <올해는 어떨까?>라는 의문을 품고 남해 미조 빗바위 안쪽 삼각 여위에서 두칸 반짜리 민물낚시대를 펼쳤다.거의 간조상태라 해초(몰:남해지방에서 부르는 해초 이름)가 물위를 덮고 있는 것이 보였다.찌밑 수심을 30센티미터 가량주고 해초사이에 낚시를 던지자 말자 볼락이 청갯지렁이를 물고 늘어진다.
한 시간 반 정도 낚시를 한 결과 30마리 정도의 볼락을 잡자 입질이 멈춘다.간조 때 거의 바닥을 들어냈던 곳이 밀물에 잠겼다. 10미터 정도 떨어진 이곳 포인트로 자리를 옮긴다.
낚시를 던지자 말자 또다시 입질의 시작이다.달이 훤하게 밝아서인지 입질이 매우 약다.낚시를 끌어 주다가 입질이 오면 끌기를 멈추고 찌가 완전히 물속에 잠기면 끌어내는 수법으로 낚시를 했다.
이렇게 해서 한시간 반 가량 낚시를 해 30마리정도를 보탰다. 저녁 8시부터 낚시를 시작해 11시 정도까지 60마리의 볼락을 잡았다. 철수를 하려면 한시간 정도 남았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 <시간 때우기식 낚시>를 해 10여마리를 보태고 6-7년 동안 기다린 미조에서의 밤볼락 낚시를 마감했다.
70여마리의 볼락을 잡아 온 것을 본 점주는 <어떻게 잡았느냐?>며 너스레를 뜬다. 이번 낚시를 통해 남해 미조에 볼락 자원이 거의 되살아 나고 있음을 느꼈다.그런데 또하나 걱정거리가 생겼다.
어부들이 <들망>이라는 어법으로 또다시 볼락치어를 마구 잡아내고 있다는 소식이다.시각형 망에 먹이감을 넣어 볼락이 많이 서식하는 곳에 정치해 놓으면 치어까지 마구잡히게 돼 또다시 2-3년 후면 볼락자원의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해진다.
모처럼의 기분좋은 갯바위 볼락 낚시와 걱정거리를 안고 남해 미조를 빠져 나와 일상으로 되돌아 왔다.
더불어 정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작년 미조에서 님께서 말씀하신 들망이라는 어로행위를 직접 목격했었는데... 올핸 유난히도 볼락낚시 바람이 부는 것 같아 글 올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볼락자원 고갈에 저희 메니아들도 한몫을 하기에... 언제나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세요. -[05/13-2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