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터짜리 막대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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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터짜리 막대찌 보셨나요?

G 1 3,297 2003.06.06 21:23
불행은 혼자오지 않고 행복은 같이 오지 않는다.
한자 성어를 써서 죄송합니다.
화불단행이요, 행불 복행이라는 말을 빌었습니다.

첫번째 불행....
어제였습니다.
구멍찌 만들 재료를 주문했었습니다.(저는 민물 바다 제멋대로 거의 제 손으로 만들어 씁니다.)
전화가 오더군요, 택배라고.
사무실에서 받은 전화라서 '경비실에 맡겨주세요!'했더니, 택배 왈
'우유 주머니에 딱 들어가는데요! 그냥 여기에 넣을께요!'
속으론 좀 불안했지만 쫌생이같아 보일까봐 그냥, '....그러세요....'
하지만 어젯밤 숙직이라서 아이를 시켜 확인해본 결과
빈주머니였습니다.
택배로 전화했지만 우유주머니에 넣는 걸 동의했으니 감수하라는 식이었습니다.
홧김에 전부 변상하라고 했지만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택배직원에게 전부 변상하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중 일부만
변상 받고 손해를 감수했습니다.(혹, 저같은 경우를 대비해서 절대로 저같이 우물쭈물 그러세요, 라고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왠지 기분이 떨떠름 했습니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택배직원에게 일금 만 천원(입부 금액이지만 그것밖에 없다고 사정하길래...)을 변상시킨 몰지각한 제 행동도 그렇지만 무슨 총대를 짊어진 양, 다시는 그런 사고를 내지 말아달라는 패털티조로 물게 해야 하는 것도 우스웠고, 내일부터 삼 일 간 찌를 완성해야 하는 제 일정도 어긋나서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첫번째 행복 그리고 두번째 불행
숙직을 끝낸 오늘 현충일 아침,
오전 아홉시 반에 열리는 격포 일정바위 도보포인트를 때맞춰 건너갔습니다.
특급포인트는 일 분 먼저 들어가신 조사님들에게 선점 당했지만 언제나 이삭줍기 식으로 자주 서는 포인트에 설 수 있었습니다.
중썰물이 막 시작되고 있었지만 조류는 평상시와 달리 왔다갔다.....
별 기대 없이 채비 마치고 첫캐스팅, 막 채비 정열 끝났을 때, 한 분이 오시더니
어제 밤부터 했는데 손가락만한 것 몇 마리 잡으셨다고 투덜댑니다.
최소한 세시간 낚시면 씨알 좋은 숭어라도 몇마리 낚는 곳인데(속으로 채비가 문제 있겠거니)....
그 분이 가시고,
두번째 노래미 한 마리 방생,
세번째 채비가 정열되자 미세한 입질이왔습니다.
30 조금 넘는 크기의 감성돔이었습니다.
격포권 낚시에 도착 후 십분도 안 되어 낚아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네 번째 케스팅, 같은 자리에서 또 입질이었습니다.
처음과 같이 수면으로부터 오센티쯤 잠기어 살짝흐르는 입질이었습니다.
챔질 하니 첫번째와는 다른 묵직한 느낌이었습니다. 발 앞에 드러난 여를 피하기 위해 손을 최대한 앞으로 펼쳐 겨우 띄워올리니 45센티급이었습니다.
뜰채를 왼손으로 쥐는 찰라 대가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바늘엔 실오라기 같은 감성돔의 입술조각 한 점이 메롱~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밑밥 먼저 치고, 담배 한 대 피워물었습니다.
어쩌면 한 수 올리고 피우는 담배보다, 수평선 한 번 바라보면서 이런 때 피우는 담배가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오늘은 일 년 만에 떼고기가 나오려나보다.... 기대감이 들어 손을 바삐 움직였습니다.
역시나 세 번째 입질, 삼십오 정도 되는 감성돔과 즐거운 힘겨루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살림망에는 문득 뒤돌아본 살림망에는 두 마리의 감성돔이 사이좋게 놀고 있었습니다. 담배 한대 다시 피워물고 찌를 바라다보았습니다. 왠지 오늘은 될 것같은 즐거운 행복감이 슬며시 밀려들었습니다.
순간 빨려드는 찌, 아까와는 달리 더 깊이 빨려들고있었습니다.
챔질하는 순간 뻑!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훅킹,
아와세,
바늘걸림 소리냐구요?
일년 반 동안 용돈 모아서 겨우 장만해 작년부터 애지중지 쓰고 있던 일산 낚시대 삼번 대가 동강나는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낚시꾼의 본능이란.....
그 순간에도 릴링을 했고, 직감적으로 고기가 달려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삼미터나 되는 대형 막대찌가 물 속에 쳐박혀 쿡쿡거리고 릴은 감아지지 않고....
이런 때 갑자기 떠오르는 속담 하나....'똥은 마렵고, 소낙비는 오고, 고삐 풀린 소는 뛰고....'
겨우 줄을 잡으니 나 잡아봐라~하며 감생이는 계속 줄을 당기고.... 삼미터짜리 대형막대찌는 쿡쿡 쳐박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전의 용사인 저(민물 바다 합쳐서 삼십 년이 넘는)!
왼손으로 줄을 잡고 오른손으로 부러진 대 끝을 잡으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손맛이 전해져왔습니다.
그런데 민물 방울 낚시 같으면 줄만 당기면 일미터짜리 잉어도 잡아올리는데 문제는 부러진 대였습니다. 겨우 부러진 대를 허리 뒤로 밀쳐내고 줄을 잡아 잉어잡는 자세로 돌입하니 찌가 보이고 이윽고 올 들어 처음 보는 오짜 감성돔이 슬쩍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 요놈만 잡으면 되지.... 그깟 대야 고치면 되는 거고, 룰루랄라~'
하지만 이를 어쪄!
대로 제압하면 하나도 문제가 안되던 발 밑 여로 파고들던 감성돔은 이내 자취를 가추고 말았습니다.
그제서야 부러진 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칼로 자른 파대궁처럼 깨끗하게 동강난 삼번대, 아마도 제가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입었었나봅니다. 6년째 쓰고있는 국산대는 아직 멀쩡하게 사무실 낚시가방 속에서 건재한데....
갈등이 밀려왔습니다. 사무실에 가서 대를 가지고 오느냐, 아니면 이걸로 마감을 하느냐....
여러분은 이런 때 어찌하시겠습니까?
오늘은 될 것 같은 예감,
삽십 분 후 저는 다시 그자리에 대를 드리웠습니다.
오 분간 뛰고 다시 왕복 이십분 차를 몰고 다시 오분을 뛰어서 사무실에 다녀왔거든요...
하지만 숭어떼에 포위되어 남은 밑밥을 다 헌납한 후 귀가길에 올랐습니다. 물때(초들물에서 끝썰물까지....)와 물때(고기무는 시간)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귀중한 교훈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말이죠...

마침 회 좋아하는 아들녀석과 더 좋아하는 집사람이 있어서 평소보다 훨씬 비싼 회(대 수리비 포함해서 십 몇만원 쯤하는)에 맛있는 소주 한 잔 마실 수 있었습니다.
비싼 회라 그런지 더 맛있다며 즐거워하는 집사람을 보면서도 머릿 속엔 삼미터짜리 막대찌에 어신을 보내 준 빨래판 크기의 감성돔이 자꾸만 자꾸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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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G 개똥반장 02-11-30 00:00


큭.큭.큭......고맙게 봤어요......건강하세요..... -[06/07-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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