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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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 철이

G 15 542 2003.10.12 23:29
죽마고우 철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거문도 돌돔 낚시 가는데 붙어라. 휴가비는 이때 쓰라고 주는기다. 일주일 후다."
카리스마가 강한 동기생 친구 철이가 욱박지르는데는 도저히 거절할 명분이 없었고 가고싶기도 했습니다. 사골 곰탕을 오일간 먹고 아내에게 최선의 서비스로 이틀간 공들이고 노심초사 했습니다. 좀 야하다고요? 그럼 어떻게 합니까? 할 줄 아는게 그것 밖에 없는데...2박3일 집 비우는 게 첨이라 아내는 황당한듯이 "집은 언제 사노?"로 약한 내 심사를 건드릴게 분명했습니다.
우리 부부와 두 딸은 아직도 전세방에 살고있습니다. 아이들 교육비로 허리가 휘니 내집갖기 10년 작전이 실패하여 5년이 추가된 후로는 술담배도 끊었습니다.
철이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마누라 설득시킬때는 춤, 도박, 계집질, 술담배도 안하고 가진 거라고는 너하고 낚싯대밖에 없는데 이짓도 못하면 날 차라리 약 타서 죽이라고...
내친구 철이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 말을 화장실에서 한 시간이나 연습했습니다. 좀 실감나게 말입니다.
출발전 날, 돌돔대 가격을 물어보니 릴을 합해 육십만원이라 막상 아내에게 말했다간 씨도 안 먹힐것이라 연습한 대사를 다 까먹었습니다. 열 번도 더 연습을 했는데 말입니다. 문제는 2박3일 거문도 가는일도 큰일인데 출조비까지 백만원이 필요하니 이일을 어쩐다...
"병신새끼! 기집을 길을 잘 들여야지..."우악스런 경상도 사나이 철이의 한 마디에 주눅이 들어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통장에 휴가비가 들어 왔다고.
내일이 출조인데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어 일은 손에 안잡히고 나는 왜 이렇게 사나하고 포장마차에서 못 먹는 소주를 반 병이나 나팔을 불었습니다. 시간은 밤 열 시. 철이가 전화했는데 다짜고짜 해대는 말, "빨리 집에가서 출조준비 해라! 세 명이 교대운전 할라 카면 좀 자빠져 자거라!"
아내는 속도 모르는지 곤히 자고있는데 책상위에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착한 당신, 우리 가족을 위해 항상 열심인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껴요. 오늘 철이씨가 왔다갔어요. 눈치를 챘지만...중략...수표 백만원 낚시가방 작은 포켓에 넣어놓았어요. 사랑해요.]
이럴수가! 어떻게 이런일이!
아내가 더없이 예뻐보이니 그냥 잘 수 없지요.
이튿날 아내가 흉내내는 대사는 실감났습니다.
"덕구가 뺑뺑이를 하나? 노름을 하나? 기집질을 하나? 초삥이 짓을 하나? 천지에 취미라고는 낚시뿐인데 서방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암에 걸려 죽었뿌닝기라. 그때가서 소복입고 눈물짜지 말고 보내주소!"
내 친구 철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친구가 없다는 것인데 내 생각에는 낚시계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같이 출조할 친구가 없는 사람이라 여겨집니다. 낚시 같이 갈려고 친구 마누라를 설득시키는 재주를 가진 내 친구 철이-사랑한다 이 자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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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댓글
G 오미오 02-11-30 00:00


우와~~~~~님이 정말 부럽습니다........ㅎㅎ
글내용에 흐뭇하고 칭구분 철이라는분 넘 머~싯고요,,,,,,
특히 부인께서 님을 위하시는 그런........
정말 행복해보입니다..........
님 가정에 행복 마니 마니.... 만땅으로 피길바랍니다 -[10/13-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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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수영강 02-11-30 00:00
사모님 정말 멋쨍이. 낚수 가셔서 대물 많이 하셔요. -[10/13-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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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in 02-11-30 00:00
나이들수록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데 낚시하는인님께서 심성이 고우시니 사모님께서도 심성이 고우신가 봅니다.
저는 장비 두번 구입하면서 가격을 뻥친게 들키고 난 후로는 처분데로 하시 옵소소 한후
찍소리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늘 웃음소리와 건강함이 함께하는 가정 되시기를 기원 합니다.
행복하소소.(). -[10/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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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roletaria… 02-11-30 00:00
세상에 더 이상 부러운 것이 없으신 분이네여*^^* 늘 좋은 날 되시길... -[1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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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경주월드낚시 02-11-30 00:00
울산의 임회장님! 변변한 조행기 하나 없다시며, 수천명이 보니 갈고 닦아 올리신다더니 드디어 해내셨네요! 읽을수록 가슴이 아리하도록 저리게 하니, 아직 그런 조우가 없는 저로서는 부러울 뿐입니다. 어제는 취기로 댓글 다시더니.^^오늘은 秀作을 쓰시고...
사골곰탕 단골집이 어디메 쯤...^^
늘 건강하시길.
-[10/13-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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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낚시하는인 02-11-30 00:00
이 고문님, 저같은 졸필을 과찬하시니 부끄럽습니다.
곧 찾아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10/1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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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ihongpd 02-11-30 00:00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 시셋말로 " 안봐도 비됴" 입니다.....
ㅋㅋ~~ 우리 마눌만 착한 줄 알았더만....죄송....
두분 따님과 오손 도손 오래 오래... 즐낚하시옵기를....
따뜻한 글 .. 잘보고 갑니다...근데.. 사골곰탕 믿을만 한가요?? ㅋㅋ~~ -[1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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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pss0720 02-11-30 20:00
유.............................짱~~~~~~~~~~~ -[10/14-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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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hanmye 02-11-30 00:00
ㅎㅎㅎ부럽습니다^^ -[1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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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manggu72 02-12-03 00:00
인낚에 가입한지도 언 1년하고도 6개월 이렇게 짧으면서도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글은 처음인것 같습니다. 정말 소중한것을 가지고 계시군요. 부럽습니다. 언제 갯바위나 테트라포트에서 만날날을 기대하겠습니다. -[10/14-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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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오륙도잡어꾼 02-11-30 00:00
가슴이 찡합니다...ㅠㅜ 가족을 위해..ㅠㅜ -[10/14-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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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섬원주민 02-11-30 00:00
그런 친구 한 명은 백명의 아는사람 보다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포지교 영원하시길.... -[10/15-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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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갯.바다청소고래 02-11-30 00:00
님도 사모님도 친구분도 큰 복 받으세요. 이미 서로 사랑하여 마음이 큰 부자 이시니
세상에서 제일 부자 이십니다. 부럽습니다. -[10/15-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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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빅터 02-11-30 00:00
이래서..제가 글을 못올립니다...ㅠ.ㅠ
너무나도 따뜻한 글이네요... -[10/15-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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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용맹정진 02-11-30 00:00
캬~~~~~좋습니다~~~. -[10/16-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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