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꾼 ( 진리방파제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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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꾼 ( 진리방파제에 다녀와서...)

G 6 1,647 2003.12.09 21:48
sea31207-14-1.jpg

미친 사람들이 분명하다
그 추운 날에 물고기 한 마리 낚아 보겠다고 테트라포트 위에서 꼼짝하지 않는 꾼들이나
괜찮은 사진 한 장 건져 보겠다고 카메라 들고 서 있는 나나 다들 미친 사람들 아닌가.

일출장면을 찍기 위해 좀 서 있었더니 손끝이 시리다 못해 손가락이 곱아 카메라
작동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남편의 직장내 조우회에서 정기 출조가 있던 날이었다.
이제까지 여인네라곤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남자들만의 조우회라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누군가 먼저 길을 닦아 놓으면 멋진 여성조사가 탄생할지 또 누가 알겠는가.

새벽 3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3시가 되지 않아 남편도 나도 둘 다
잠이 깬 것이다. 조금 이른 시간이기도 했지만 이왕 잠이 깬 김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먼저 컴퓨터를 열어 대충 훑어보고, 쌀을 씻어 안치고 간단하게 화장도 끝냈다.

sea31207-27-1.jpg

4시 반에 함께 출발하기로 한 옆 동에 사는 꾼과 합류하고 중간에 또 다른 꾼과 합류를
한 뒤 진리방파제로 달리는데 바람이 예사롭지 않아 사뭇 걱정이 앞섰다. 목적지인
그곳에 도착을 해서도 밖엘 나가지 않고 빨리 시간만 흐르기를 기다렸다.

절기상으로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
전국적으로 10도 이상 떨어졌다는 한파가 몰아치는 아침
대설이라는 이름답게 날씨는 제법 톡톡히 이름값을 한다. 드디어 동쪽 하늘이
푸른빛으로 점점 더 밝아오고... 카메라를 들고 방파제위로 뛰어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도 먼저 잡는다'라고 했던가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아 분주히 비행을 하고 세상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다.
감성돔이 나왔다는 소문이 나자 하나 둘 몰려드는 꾼들에 의해 작은 방파제는 이미 만원이고...

sea31207-28-1.jpg

붉은 해가 서서히 제 모습을 나타내는데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바다 끝 수평선 너머로
활활 타오르는 해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바다가 어우러져 장엄하기까지 하다.
거의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늘 새롭고 다른 모습인 이 멋진 광경 하나를
보기 위해 추위도 마다 않고 달려 온 것이 아니던가

겨우 사진 몇 장 찍고는 손가락이 곱아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남편은 괜히 미안해하며
따뜻한 손으로 감싸주는데 남편의 손은 장갑도 안 낀 맨손이라 더 마음 쓰인다.

아홉시를 넘어서자 바람은 최고조로 거세어지고 살을 에이는 듯한 매서운 추위로
하나 둘 철수한 꾼들과 모여 횟집으로 들어갔다. 횟집 이층 방에서 내다본 방파제엔
아직도 그 모진 바람 속에서 여전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몇 몇 꾼들이 보인다.

추위로 못 다한 낚시에 미련을 두고 온 꾼들은 매운탕과 술 몇 잔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 후 다시 방파제로 갯바위로 나간다. 나 또한 사진 몇 컷 더 찍어보겠다고 꾼들
뒤로 멀찌감치 따라 가는데 이번에 바다를 배경으로 꾼들을 찍을 참이다.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은 여전히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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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날 남편의 직장 내 조우회 정기 출조에서 대상어는 한 마리도 못 건져 올리고
추위 때문에 워낙 고생을 많이 한지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날이 되지 싶다.
고생을 많이 했던 날일수록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지 않던가.

내 한 몸 지탱하기도 어려운 그 모진 바람 속에서도 내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
백번 천 번 후회를 하고 다시는 안 따라 갈 거라고 수도 없이 다짐을 했건만 다음날
쌓인 피로가 채 풀리기도 전에 다시 또 가자고 한 난 분명 미친 사람이다.

낚시하자고 따라나선 건 아니었지만 정말 괜찮은 사진 한 장 건져보겠다고 했던 나나
모진 바람속에서도 한 마리 낚아 보겠다는 꾼들이나 분명 미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정말이지 무엇 그 무엇이든 그 어딘 가에든 그토록 미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가

진리방파제에 다녀와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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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G 깜바구 03-12-10 11:34
향기님!
그단새 또 낚시를...
그렇게 추웠는데 에~효 못말려..
한해살이 학꽁치가 점점 굵어지고 있읍니다
비장한 각오로 한번더 도전 하겠읍니다
만약 이번에도 이기신다면 생선요리의 대가 이 깜바구가
물회비법을 고하겠나이다
언제 날 한번 잡으세요
도전자.....깜바구

G 향기 03-12-10 11:41
흠~
깜바구님은 못 이기실거요?
지난번에 보셨죠?
다음엔 깜바구님이 회도 준비하시고
물회도 준비하시고 ㅋㅋ
학꽁치만 잡으면 되죠 전
G 아기감시 03-12-10 15:33
향기님 혹시 진리 방파제가 삼천포에 있는거 아닌가요?
사진속의 장소가 진리 방파제 진입하기전의 갯바위 포인터 인지 궁금합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G 향기 03-12-10 16:28
진리방파제는 동해안에 있습니다
삼천포에도 비슷한 곳이 있었던가요?
G 꼴랑한마리 03-12-14 20:18
안녕하세요? 향기님!
추운 날씨에 무척 고생 하셨군요. 손이 얼어서 미끼를 제대로 끼우지 못할정도의 날이 되어야만
비로서 꾼은 본격적인 파이팅의 계절이 왔구나하고 느낀답니다.
미쳤다,미친다.미쳤을꺼야?......... 무엇이던 하려면 그소리를 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에
그말의 어원이 그리 싫지만은 않더군요. 오히려 그소리를 들으면 좀더 앞으로 나아간듯한 착각이
들정도 랍니다. 고기가 잡히면 어떻고 않잡히면 어떻습니까,
단지 바다만 보고와도 행복한걸요! 저번에 말씀드렸던 형은 요즘같이 추운 날에도 1박,2박 낚시를
자주가는 편이거든요.저는 요즘 많이 게을러졌는지 편한낚시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꾸 꾀를 부리는거 같아 내자신을 질책 할때도 있지만 세월이 그렇게 만드나 봅니다!
20대~30대만 하더라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바다로 뛰쳐 나갔거든요 주의보가 떨어져도, 비가와도
마음 먹으면 무조건 바다로 나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짓 이지요 되돌아보면 그때가
좋았습니다. 미쳐있을때가요..................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안전조햏되시길 빕니다,
경남 고성에서.......................
G 향기 03-12-15 06:28
미쳤어, 미친다, 내가 미쳐... 그런 말을 자주 쓰는데요
무엇을 하든 미친듯한 열정으로 한다면 그 많은 욕심중에서
뭔가 한가지는 제대로 성공하지 싶어요.
그게 영원한 꿈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꼴랑한마리님...
아무리 추워도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더 정신이 바짝드는 겨울에도
그래요 바다만 보면 그 넓은 바다앞에 서면.. 폭풍처럼 밀려오는
파도앞에서 서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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