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즌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열병,
가거도 낚시 여행이다.
다녀와야 치유가 된다. 약이 따로 없다.
낚시점을 하면서도 매년 일상을 탈출하여 가거도를 만나야 한다.
겨울 시즌에 서너번은 다녀와야 직성이 풀린다.
한 이십여년 정도 겨울이면 떠났으니 가거도만 오십여회 이상의 출조가 아니었나 싶다.
12월 21일, 밤 10시에 동해를 출발,
22일 목포에서 8시 남해호 쾌속선으로 가거도로 출발,
동안 날씨가 좋질 않아서 짝수날에 결항한 탓에 선실에는 낚시여행객으로 붐빈다.
대흑산을 돌아서 태도를 거쳐서 배는 35노트의 속도로 순항이다.
예감이 좋다.
대물을 만나야 한다는 설레임에 흥분이 된다.
가거도에서는 어느곳에서든 꾼을 혼비백산하게 하는 대단한 놈을 만날 수 있다.
철저하게 준비하질 않으면 어렵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대물을 놓치곤 한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숱하게 놈을 만났지만 터트린 놈이 한둘이 아니다.
준비가 소홀했던지 미숙해서인지 놈이 영리해서인지는 몰라도 가거도는 그런 곳이다.
저멀리 신안군 칠백여개의 섬에서 제일 높은 가거도의 독실산(해발 639m)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점점 섬이 내게로 온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
반갑게 혜인민박의 조선장이 맞아준다.
점심후에 갯바위로 향했다.
포인트마다 꾼들이 가득했다. 진도 팽목에서 직항하는 배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다.
한가한 포인트가 없었다.
웬만한 이름있는 곳은 어김없이 사람들이 진을 쳤다. 늦은 오후에 좋은 자릴 차지하려는 본인이 잘못되었다.
검은여에 내렸는데 사리물때 탓이여서 그런지 조류가 너무 세차다.
찌를 세울여유가 없다.
낚시 시간이 많질 않았다. 42정도의 한마리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철수해서 민박집에 돌아와 보니 아침새벽에 출조한 사람들은 오짜를 넘는 것으로 서너마리와 사십이 넘어 보이는 씨알도 여러마리가 수돗가에 뒹군다.
물때가 좋아서인지 민박집에는 사십명 정도의 꾼들로 만원이다.
12월 23일.화.
가거도 낚시 가이드의 배들이 A조와 B조로 나뉘어서 출발 시간에 차이를 두었다.
돌아가면서 10분 일찍 출발한다.
항구를 돌아서 일구 포인트에 사람들을 하선.
이구권에도 하선,
사람들이 많아서 포인트 전쟁이다.
용케 본인에게 삼구권의 칼바위가 돌아왔다.
가거도의 어느 포인트에도 뒤지질 않는 일급 포인트에 내렸다.
행운이다.
조선장이 내려주면서 "오늘 못잡으면 안됩니다".라고 한마디 한다.
중들물에 대찬 놈으로 한마리 걸었지만 설 걸린 탓인지 빠져 버렸다.
손이 떨린다.
재차 찾아온 또 한번의 입질,
침착하게 서두르질 않았다.
아쉽게도 오짜에 조금 미치질 못했다. 사십정도로 한마리 더 보태고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썰물에 기대했지만 물색이 너무 탁했다.
돌아오니 일구권에서 대박이 났다.
오구멍에서 고기가 많이 잡혔다. 한사람이 이십여마리 정도도 잡았다.
쉬쉬, 조황은 비밀에 부쳐지고,,,,,
철저하게 잡은 고기는 비밀에 부쳐진다. 포인트가 한정되어 있고 그곳이 알려지면 사람들로 붐비기에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는 것이 갯바위 현실이다.
오랫만에 풍성한 감성돔을 구경했다.
민박집에 오늘 조과가 짐작으로 백여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프로연맹에 가입하신 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유난히 낚시도 잘했고 매너도 깨끗했다.
낚시책에서 본 어느 어느 회사의 필드스탭으로 계시는 분들도 여럿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해주었다.
12월24일 수요일
이구권 성건여에 내렸다.
조류가 빨랐다. 물색도 너무 탁했다.
오전에 입질을 받질 못했다.
일구권 돛단바위에 내린 정환이가 사고(?)를 쳤다고 전화가 왔다.
계속된 입질에 사짜이상 세마리를 잡아놓았단다.
김사장님은 두마리로 만족,
점심을 가져왔을때 포인트를 이동했다.
일구권쪽이다. 만조 직전에 수심 10m 정도에서 입질을 받았다.
깐새우가 걸레가 되어서 올라왔다.
뱉어놓았다.
십분후에 제대로 걸었다. 수심과 조류의 영향탓인지 45정도 되었지만 힘이 장난이 아니다.
팔이 뻐근한 정도로 놈이 내달았다.
상윤이가 한마리 보탰다.
바다낚시 남기자가 배에서 김사장님이 잡은 것으로 한컷 촬영했다.
이월호에 실릴 것이다.
12월 25일 목요일
오후에 주의보가 내릴 것 같다.
날씨가 좋질 않았다.
낚시하면서 보니 중국배들이 피항을 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동중국해에서 조업하던 배들이 피항을 오면 분명 큰 바람이 터지곤 한다.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먼 포인트로는 진입하질 못해서 일구권쪽에 내렸다.
오전 들물에 작은 씨알로 세마리를 잡았다.
오후에는 더이상 낚시대를 세울 수 없어서 철수하기로 했다.
우리 일행이 오를 잡은 고기는 모두 다섯마리.
그러나 씨알이 잘다.
대물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욕심이 앞서서일까...... 욕심을 버려야 대물이 잡힌다지만 잘 그래지질 않는다.
12월 26일 금요일
일정되로라면 오늘 철수해야 하는데 객선이 결항이다.
어김없이 주의보.
폭풍을 피해서 온 중국배들로 섬주변은 배로 가득하다.
바람을 피해서 잠시 피항,
이곳이 우리의 국토같이 생각되질 않았다.
중국의 어느 섬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전에는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후에 방파제로 나갔는데 상윤이가 70정도의 농어를 한마리 했다.
1.75호 대로 쉽게 제압을 했다.
김사장님이 농어 한마리와 감성돔 두마리를 보탠다.
돌아와서 푸짐하게 회를 먹었다.
날씨가 좋질 않아서인지 조과가 없다.
12월 27일 토요일
짝수날에 들어오는 쾌속선이라 하루를 더 지내야 한다.
오전에 시간도 있고 해서 혜인민박의 화물차를 몰고 이구 항리로 놀러갔다.
도로를 어느정도 정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길이 험했다.
먼 바다의 파도가 멀리 보이는 간여를 넘나들고 있었다.
바람과 파도가 대단했다.
차에 내려서 언덕에 올라서니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바람으로 서 있질 못했다.
내일은 주의보가 해제 된다고 하니 오후에 여객선이 들어오면 철수하기로 했다.
12월 28일 일요일
예정대로 목포에서 여객선이 들어온단다.
철수하기로 했다.
오전에 삼구 등대밑 홈통으로 진입,
썰물에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이미 시간은 흐르고...
10시가 조금 넘어서 철수를 했다. 이곳은 초들에 노려야 입질 확률이 높다.
열두시에 가거도에서 철수를 했다.
이번 낚시 여행에서는 대물은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같이간 일행 모두는 하루에 두세마리 정도의 손맛은 보았다.
처음 가거도를 찾은 일행들은 모두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비록 큰 고기와 떼고기의 조과는 없었지만 가거도를 본 것 만으로도 만족하단다.
오늘 오후에 가거도 조선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와 그제, 6짜가 네마리가 나왔다고,,,,
항상 그랬다.
섬을 나오고서는 들려오는 대물소식?
인생이 그렇고, 낚시가 그렇다.
그러기에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