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바람과 차가운 바다, 안도와 소리도엘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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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과 차가운 바다, 안도와 소리도엘 다녀와서...

G 11 1,841 2004.02.16 21:02


거센 바람과 차가운 바다, 안도와 소리도엘 다녀와서...




Panis Angelicus




은사님과 추자도에 가기로 약속을 해놓고
주말의 기상을 매일 매 시간 확인하고 있었는데
금요일부터 바람이 점점 거세어지더니
결국은 토요일 주의보가 떨어졌다.
요즘 들어 부쩍 갯바위낚시의 호쾌한 낭만을 그리워하시는 분.
추자엘 가고 싶다고 벌써부터 조르셨던 선생님께선
"추자엔 힘들겠어요~"라는 내 얘기에 후~한숨을 쉬신다.



최근 들어 몸과 마음이 꽤나 지쳐있는 나로선
집에서 주말을 쉬는 것도 나쁠 건 없었지만
바람도 쐴 겸, 은사님께서 큰 놈 한 마리 걸어 파이팅하시는 모습도 보고싶고
현장에서 부딪히게 될 여러 자잘한 것들을 전수 해야할테고...
더구나 오가는 길, 사제지간에 알콩달콩한 얘기들로
수다 떨며 보내는 즐거운 시간도 좋겠다 싶어 차에 짐을 실었다.
지난 밤에 잠이 부족하여 몸이 극도로 피곤했던 지라
선생님더러 운전을 좀 해달라고 말씀 드렸더니 흔쾌히 승락하셨다.



광양 로터리낚시에 들러 밑밥을 준비하고 있는데
"오즈"란 막대찌를 생산,판매하는 분과 만났다.
섬세하게 잘 만든 찌였고, 더구나 야구방망이 크기의 엽기적인(?) 길이에다
부력사이즈와 잔존부력 표기가 정확하여
만든 분의 정성이 잔뜩 든 그런 막대찌였다.
한참을 찌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사장님께선 몇개 써보라고 찌를 건네주셨는데
정성과 호의에 감동하여 한결 기분이 업~되어 광양을 출발했다.



오랜만에 가보는 작금포구는 황량하기 짝이 없었다.
지붕이 날아갈 듯한 바람에다
늘 붐비던 포구엔 오가는 낚시꾼이 몇 안되어
정말 내일 배가 뜰까 하는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의 오랜 단골인 자갈밭호 휴게실에서
내일 사용할 대강의 장비를 챙기며 출조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곤 새벽에 바깥을 나오니 낚시꾼이 없어도 너무 없다.
괜스레 부산낚시 동생이며, 부영호 선장님 댁 할머니며 맛나식당 아주머니...
그저 안면 있는 분들과 넙죽넙죽 인사를 나누며 출항분위기를 엿보고있었다.
우리 두 사람만으로 배를 뛰우기엔 선장님께 너무 미안한 일이고 해서
누군가가 몇 사람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예닐곱 낚시꾼이 그 바람 부는 중에도 포구로 들어왔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겨울에 부는 북서계절풍엔 거의 안방같은 곳인 안도 이야포로 갔다.
이미 은사님과는 두번의 조행을 경험한 곳이며
감성돔과 벵에돔을 꽤나 걸어 손맛을 담뿍 보았던 곳인지라
아마 은사님께서도 마음 편안하게 여기실 그런 곳.



그 지독한 바람과 파도에도
꼭두새벽, 이야포에 내리니 안온하기 그지없다.
야트막한 직벽과 편안한 발판, 발달한 수중여...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좋은 포인트.
기상 탓에 유난히 걱정을 하며 출발한 곳이었지만
생각 밖으로 바다상황이 좋았던지라
선생님과 나는 연신 "야, 멋지다!" 찬사를 퍼부으며 현장채비를 꾸리기 시작했다.



파도가 거센 데다 간혹 측면이나 후면에서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케미라이트를 결합한 다소 무거운 채비를 어두운 밤바다를 향해 날렸다.
벵에돔 자원이 엄청난 곳임에도
해가 밝을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질 않았다.
대를 살살 끌어주는 중에 미세한 입질이 두어번 있었지만
극도로 까탈스러운 입질이어서 제대로 걸림이 되질 않았다.
오전 내내 집중하여 낚시를 해보았으나 노래미 두 마리로 끝을 내고는
바람이 만만찮아 일찍 철수하였다.



대낮에 포구로 철수하고 보니 아무런 할 일이 없다.
사용한 장비를 대충 수선해놓고는
사모님께서 준비해주신 삶은 계란과 어묵을 몇 개 집어먹고
따끈따끈한 자갈밭호 휴게실방에 이불 펴고 누웠다.
오랜 세월, 변함없는 모습의 김영남 선장님과 만나
서로가 씨익~미소 지으며 살갑기만 한 느낌을 나누는 것도
내 출조길의 중요한 기쁨이다.



선생님의 코골이는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때로는 김 새는(?) 소리에서부터, 때로는 탱크 구르는 소리며,
또 크악...푸쉬시...휴우... 따위의
극히 테크니컬한 인체공학적인(?) 음향효과도
오전 내내 찬 바람에 시달린 나의 피로를 어쩌질 못했다.



자고 또 자도 깨어보면 저녁이었다.
일어나 맛나식당에서 저녁밥을 먹으며 한가롭게 쉬고 있는데
식당 주인장 아저씨는
100원짜리 동전 네개를 식탁 위에 놓더니 문제를 내겠다신다.
선생님과 난 정말 진지하게 그 문제를 풀어볼려고 애를 썼다.
눈과 한 손은 동전으로 가 있고 한 손은 반찬을 집으며
사제지간에 서로 자기 머리가 더 좋다며 박박 우기는 모습이란...^^



일요일 아침에야 비로소 바람이 약해졌고
아마도 매우 장판같은 바다가 연출되겠다 예상할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다엘 나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
뽀오얀 물색의 소리도 동북쪽 배비말 인근의 바다는 고요, 그 자체였다.
멀리 안양에서 오신 단체손님들을 역포와 산태바위 사이에 다 내려드리고난 후였다.



조금이 갓 지난 물때인지라 물흐름이 매우 약했지만
소리도 특유의 깊은 수심은 역시 호쾌한 느낌을 주었다.
동 틀 무렵에 15m 바닥층에서 씨알 잔 볼락 몇 마리가 푸드득 거리기에
어쩌면 교통사고(?) 나는
영등대물 한 마리 쯤 걸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해가 중천에 오르니 미약하게 흐르던 조류도 정지되고
거의 완벽하게 단 한 마리의 잡어도 눈에 띄질 않았다.



선생님께선
이렇게 멋진 포인트에 왜 고기 한 마리 없냐시며 열심히 집중을 계속하셨지만
바닥층에서 깔짝거리던 뼘치의 볼락 두 마리와 노래미 두 마리로 상황은 끝났다.
이미 지루할만큼 입질이 없었던 지라
일찌감치 보따리를 꾸려놓고 배를 기다렸다.
안양에서 오신 단체손님도 마찬가지였고
부산낚시를 통해 들어오신 분들도 모두 빈손이었다.



밑밥통을 씻느라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손을 넣어보니
바닷물이 무슨 얼음장처럼 차다는 느낌이었다.
입질이 없으면 없는만큼의 수다를 선생님과 나누며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그도 틀림없이 낚시의 행복이었다.
사자같이 날궂이하던 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으니 금새 보여주는 솜털같은 포근함...



철수하여 휴게실로 들어서니
끓는 물에 찐 굴이며 오뎅, 그리고 삶은 계란을 사모님께서 준비해두셨다.
배불리 집어먹고는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잠이 쏟아지던지...
교대로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돌아오는데 지리산 등반객들 탓인지
휴게실은 만원이고 도로는 차들로 넘쳤다.
"이게 무슨 고속도로란 말인가?"
진주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한 고속도로.
선생님과 난 흥분하며 또 육두문자를 써가며 한국도로공사를 욕했다.



몸은 무너질 듯 피곤하지만
기분은 한결 나아진 여수권 출조였다.
눈을 껌뻑이며 쓴 허접한 조행기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mycolor3.jpg


김일석의 바다낚시풍경
photo...http://www.chuja-fis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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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G 갯장군~ 04-02-16 23:07
ㅎㅎ 선생님께서도 빵을 다 치시구~^^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은사님이랑 뜻깊은 조행길이셨군요..

그래두 그렇지..꼴랑한바리(^^)라두 .. 우찌 ..? 헉~!꼴랑한바리님 지송~^^

선생님의 은사님께라두

손맛 쫌 보시구 했음 더 좋지않았나.. 혼자 생각해보았습니다..ㅋㅋ

조행기 잘보고 갑니다..내내 건강하십시요~!

갯바위사랑..아니 마스크낀 감시..선생님의 글 보고 흔적남기고 가네요...그럼

G 생크릴 04-02-17 10:26
황을 저만 치는게 아니군요^^

님의 글과 깔린음악 '생명의양식' 이 너무 멋들어집니다.

마치 갯바위에서 직접 제가 노래부르는듯한 착각에 빠진듯합니다.

물 도 찹고 고기도 잡기 너무 힘들고 세상살이역시...

노래들으며 위안받아 힘내서 열심히 살고 열심히 낚수 해야겠죠^^

항상 좋은글 감사드리고 건강하시길....

G 공주 04-02-17 10:53
김일석님..저 아직 시집 안갔어요..^^ 아니 못갔어요...ㅎㅎ

토요일 주의보로
통영부터 거제까지 해안선 투어나 실컷하고
일요일은 거제 여차에서 출조했습니다.

역시나......지느러미 달린 생물은 ...확인 못했습니다...ㅎㅎ

안도 백금만에나 가 뽈락이나 잡을걸....백번 후회했는데...

안가길 잘했네요 ^^

건강하시지요?
G 섬원주민 04-02-17 16:49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탁 트인 바다에 가서
사제간의 정을 나누시는 님이 부럽습니다.
G 김일석 04-02-17 18:30
갯장군님, 반가워요~
그런데 이름에 웬 장군을...그것도 갯장군이라고??
생크릴님, 화이팅해요~!!
잉?
공주님, 아직도 임자를 못만나셨군요...^^
에구~중매를 할까요..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답니다.
원주민님~!
오랜만이군요~
4월을 손꼽아 다리고 있답니다...^^
G 갯장군~ 04-02-17 22:20
김일석선생님~
저역시 자칭 갯장군이라 닉을 쓰자니..
웃껴죽는줄 알았씀다.....지금도 마찮가지이지만..ㅎㅎ
원래 닉은 갯바위사랑였는데..
아는분들께서 줄여서 갯사랑이라고 불러주시더군요..
또 얼마전까지는 심이 괴로버서..ㅋㅋ 죄송~!
잠깐동안..마스크낀 감시^^로 가면아닌가면을 뒤집어쓴체 다니기도 했답니다..^^
..
누군가 그러시더군요..
지금쓰고있는 닉이 " 힘을 생기게끔 하는 대명(^^)이라구.." ㅋㅋ
근데 전 ..사실 쩍팔려죽겠습니다...^^

선생님~ 그럼, 좋은밤 되시고 너무 무리하시지 마시고 건강하십시요~~~!


G 김일석 04-02-18 00:18
고마워요, 장군님....^^
G 천하의낚시꾼 04-02-18 20:55
생명의양식 환상적인 음악이져^^* 듣는순간 마음이 확~~~~~~뻥~ 뚥리지요^^
글두 감사하고요^^*
행복하십시요^^* 특히나 음악이 넘 좋와서 다운된 기분에 인낙을 보는데 기분이 왠지 업 되네여^^*
여러분들이 행복하겠네여~
G 더불어정 04-02-19 07:06
일석님!
님과는 같은 포구에
있었으면서도 서로 얼굴을
대면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군요.

저는 첫날(토요일)은 폭풍주의보라
낚시를 포기하고

일요일 아침 안도 벼락바위에
들어가 14.5센티미터짜리
볼락 한마리와 30센티짜리 도다리 한마리,
35센티짜리 놀래미 한마리로
1박 야영낚시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곳에서 만났으면 님의 스승님께
인사도 드리고 여생의
상담도 좀 받았을 텐데....

다음에 작금 포구에 가면
포구 옆에 있는 자갈밭호 휴게실에
꼭 들려 보아야 겠네요.
G 김일석 04-02-19 09:01
에구~그러셨군요~
더불어정님을 작금포구에서 만났으면 좋았으련만...

14.5cm볼락이라구요?
저런~
조황이 비슷했군요~
전 배비말에서 23.4cm볼락 한 마리와 12.6cm볼락을 잡았다는.....^^

전 작금을 자주 간답니다.
눈에 익은 포구와 늘 한결같은 사람들이 그곳에 계시기 때문이지요~
더불어정님...언제 한번 뵙도록 해요~
G 월광 04-02-25 21:44
일석님....반갑네요....올만에 인낚에 들어오니 님의 글을 접하네요
늘 건강하시옵고 은사님도요....채팅방에서 몇자 나늬다가 가네요

일석님 좋은 밤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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