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치의 고향, 소리도 대바위에서의 하루 반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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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치의 고향, 소리도 대바위에서의 하루 반나절

G 5 1,437 2004.05.2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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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치의 고향, 소리도 대바위에서의 하루 반나절




김일석




금요일 소리도 번개출조 일정을 게시판에 뛰워놓았지만
실은 작도로 잠입할려는 비장의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함께 가겠다고 했던 분들께서 제각기 사정이 있어서 다 취소되고
화이어벳님과 동료 두분이 일요일 합류하겠다고 하니
아무래도 작도는 물 건너간 듯 했다.
사전에 단단히 약속을 해두었던 허거참님과 작금을 향해서 달리는데
서울서 혼자 내려오시는 더불어정님에게선 연신 전화가 왔다.




정님의 오랜 단골인 청홍낚시를 통해
소리도 대바위에 내린 토요일 새벽,
유조선 씨프린스호을 예인하여 정박해두었던 소리도 서남쪽의 그 대바위.
세계 최대의 해양오염사고였던
그 8년 전의 기름유출사건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배에서 짐을 한참 내리고 있는데
선장님께서 큰 소리로 나더러 선실 안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후레쉬를 켜고 선실로 내려가보았더니 세상에!
5~6개월 전에 배에서 분실하였던
내 이름이 선명하게 쓰여진 낚시보조가방이 거기 있었다.
오 마이 갓~!!
오리털침낭이며 겨울모자, 텐트, 대검, 비늘제거기,
심지어 휴지에다 온갖 사탕과 수건까지...
새 장비들로 다시 장만하려고 이미 기회을 엿보고 있던 참이었는데
비록 구닥다리 용품이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내게로 돌아온 것이었다.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 양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대바위.
후레쉬없이도 갯바위를 오르내릴 정도로 무척 친숙한 곳이었지만
오랜만에 내리고보니 옛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
뽈락낚시에 달인이 된 듯한 정님과 그 곁에 나란히 앉은 거참님께선
도착하자마자 낭창거리는 장대를 펴
아침 횟거리 장만을 위한 뽈락 꼬드기기에 들어가고
드문드문 올라오는 잔 씨알의 뽈락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구니에 한 마리 한 마리 모여갔다.




난 대바위 동쪽의 야트막한 턱 위에 짐을 풀어놓고
되찾은 침낭에 들어가 달콤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얼마 쯤 잤을까, 낚시하던 정님께서 부산하게 아침 준비를 하는 것 같아
개운한 정신으로 잠에서 일어난 난
준비해온 잡곡을 씻어 밥을 짓기 시작했다.
준비해온 부식거리를 다듬어 찌개를 준비하다보니
새삼 즐거운 기분이 새록새록 하였다.
물로 씻고 야채를 썰며 갯바위 특유의 잡탕요리(?)에 대한 즐거움...
그저 알콩달콩한 갯바위에서의 아침준비과정이 참 새롭고 오랜만이었다.
그간 추자도를 제외하곤 늘 당일낚시만 즐겨온 터라 더욱 그랬다.




재수없이 걸려든 몇 마리의 뽈락은 터미네이터가 되어 도마 위에 누웠고
갯바위에서의 푸짐한 아침 식사는
싱싱한 회맛도 맛이지만
그 밝아오는 아침 정취에 이미 오르가즘을 느낄 정도였다.
배불리 아침을 먹고난 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낚시삼매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날은 이미 밝았으므로 바깥바다를 향해 나란히 채비를 던지기 시작했다.
발밑수심 12m, 원투하면 18m 정도.
곶부리 지형인 대바위에서의 아침 들물조류는
거의 미친 X 널뛰기하듯(?) 변화무쌍하게 좌우로 흘렀다.




흠뻑 집중해보았으나 느낌이 없어 난 그늘에 누워 또 잠을 청했고
연세가 높으신 거참님과 약을 드셔야하는 정님께서도
피곤하셨는지 금새 잠으로 빠져들었다.
바람 탓일까, 온 몸에 서늘한 기운이 은근히 스며드는 듯 해
높은 자리에 텐트를 치곤 본격적으로 낮잠버젼으로 돌입하였는데
얼마쯤 잤는지 일어나보니 두 분은 열심히 낚시 중이다.
초들물이 받히는 아침 두어 시간과 만조 전후의 두어 시간은
초지일관 집중하는 게 내 낚시 스타일이다.
그 외의 시간은 철썩철썩 하는 파도소리 들으며
아무 데고 드러누우면 곯아떨어지는 게 나의 오랜 습관.




바깥바다를 바라보며
오직 한 군데만 공략한다는 생각으로 반복하여 본류대에 태우는데
소그룹을 지어 유영하는 일단의 숭어떼가 멀리 보였다.
늘 비상용으로 갖고다니는 훌치기 바늘을 급히 꺼내어 2호대에 셋팅하여
일명 "수표면(표층) 지깅"낚시(더불어정님의 정의=일명 훌치기)를 시작했다.
유영하는 마릿수가 적어서인지 여간해서 훅킹이 되질 않아
혼자 직벽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난리를 쳤다.
일찌기 다양한 생활낚시를 즐겨온 나였지만
소그룹으로 유영하는 숭어를 대상으로 하는
"수표면(표층) 지깅"낚시가 꽤나 만만찮다.
잠깐 보였던 숭어무리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옆에 대를 눕혀놓고
곧 둔중한 급수심 본류대공략의 참돔채비를 바깥바다로 흘렸지만
탈탈거리며 올라오는 것은 연신 독종 미역치 뿐이었다.




대바위 뒷쪽 홈통안에서 뽈락낚시를 하던 두분은
이미 꽤나 많은 양의 뽈락을 포획해 두었다.
더불어정님의 엽기대는 홈통 안의 뽈락과 망상어에 몸살을 하고
그 옆에서 뽈락낚시의 섬세함과 자잘한 잔재미에 빠진 거참님께선
바쁜 손을 움직이셨다.
역시 약간의 횟감과 함께 아침에 먹다 만 밥과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곤
난 혼자 직벽 위 텐트로 들어가서
되찾은 오리털침낭 속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대바위처럼 편편하고 아늑한 잠자리는 전국 어느 갯바위에 가도 찾기 어려울 터.
얼마나 깊이 잘 잤는지 깨어보니 새벽이었다.




합류키로 한 화이어벳님 일행이 새벽에 들어오리라 생각이 들어
배 엔진소리에 몇번 깬 것 말고는 아침까지 자다깨다를 반복하였다.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곤
혼자 텐트 밖으로 빠져나와 다시 직벽 위에 섰다.
수심 18m~20m, 원줄 3호, 목줄 2호, 와조 뉴빅 3호...
대바위를 휘감는 본류대 속으로 시원하게 채비를 던지니 속이 다 후련해졌다.
해가 뜰 때까지 던지기와 거두어들이기를 계속하였으나
역시 15cm 내외의 뽈락 몇 마리와 노래미, 미역치 뿐...




숭어 몇 마리가 또 전방에 나타났다.
남은 밑밥을 간간이 원투하며 예의 노가다낚시인 "표층지깅"을 시도했다.
몇번을 던지고 감고를 반복하다가 숭어가 방향을 틀면
따라서 대를 제끼며 뛰다가 "딱" 하는 강한 소리와 함께
그만 아끼던 낚싯대가 두동강 나고 말았다.
정통으로 직벽을 때린 것이었다.
이런~
가져온 낚싯대라고는 고작 08대, 2호대 두개 밖에 없는데
2호대가 반토막이 났으니...^^
대를 접고 말았다.




먹다남은 밥으로 숭늉을 끓여 라면과 함께 아침을 간단히 먹고
장비정리를 하고 있는데 거참님 앞으로 숭어무리가 또 지나갔다.
펼쳐둔 거참님의 "표층지깅"대를 들고 급히 숭어를 따라 뛰며 훌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번...이크, 드디어 걸었다~!!
웨엑~웨엑~차고나가는 숭어와 겨루기를 하다가 거참님께 대를 넘겨드렸다.
강렬한 "삼발 갈고리 지깅(?)"낚시의손맛을 보시던 언어학자 거참님.
"워우~""와~"를 외치시며 갑자기 대를 들고 릴 감기에 바빠지셨다.
난 대를 다시 받아 갯바위로 고기를 날렸다.
퍼들떡~퍼들떡~
옆구리에 갈고리를 달고 올라온 놈의 아가미에 칼을 넣어 잠재우고는
철수를 위해 갯바위 청소와 장비정리를 서둘렀다.




정님의 친절한 갯바위 봉사와
눈이 팅팅 부을만큼 넘치도록 빠져들었던 잠...
그리고 갯바위에서의 즐거운 낚시농사리로
1박2일의 소리도조행은 이렇게 끝났다.
철수길에 화이어벳님이 타고 온 경기도 번호의 봉고차에다
짧은 메시지를 남기곤
여수의 찬찬하고 반듯한 젊은 낚시꾼 해조사님 가족을 만나
잠시 차 한잔과 낚시수다를 좀 떨다가 장도에 올랐다.




오랜만에 야영낚시를 하고 돌아오니
그 번잡스런(?) 과정도 즐거웠지만
모처럼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듯하여 내겐 참으로 유익했다.
다음엔 주말 당일낚시를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얼기설기 조행기를 끄적여보았다.




끝으로 이 글 속에 등장하는
"미역치의 고향" "수표면지깅" 등의 말은
언어의 연금술사(?)이신 더불어정님의 95%의 창의와
5%의 갯바위 야영낚시 분위기에 의한 영향일 거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읽으시는 님들,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



young_01.jpg

Pachelbel...Variation On The Canon
황병기...가야금 독주곡집 중에서
http://www.kisfi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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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G 생크릴 04-05-24 10:35
전 항상 느끼는 몇가지 궁금점이 있습니다.

워치키 그 아까븐 시간들의 연속인 갯방구에서

잠이 온다꼬 그냥 쪼글시고 자는것도 아닌 침낭에서

주무실수 있다는것과 말그대로 그야말로 대충철저히

드시는 매끼 식사들은 그냥 출조가 아닌 거의 완벽한

피크닉수준 이란겁니다. 월마나 준비하여야...

'보따리'란 보따리, '다라이'란 '다라이'는 전부 들고

출조하시는지...'이삿짐출조'...힘드실텐데...^^;;

그런데서 먹거리 확실한건 '금상첨화' 이겠죠^^부러버..

조행기 잘 보았고예 건강하시고예...감사합니다.

G 낚시 가자 04-05-24 11:48
김일석 님~
안녕하시지요? ^^*..
조행기 잘 읽고...
가야금 소리도 잘 듣고 갑니다.
날 마다 행복 하십시요.^^*.........!!
G 갯장군~ 04-05-24 18:02
헉~!
찔풍님께서도............황을? ^^

아무튼 소리도 대바위에서의 농사리?
허거참님,찔풍님,정님..즐겨우셨죠? ㅎㅎㅎ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담 번출땐 꼭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큰 조과는 없었지만
별 무리없이 다녀오셨다니 다행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G 해조사 04-05-26 22:11
세분의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격의 없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지표면 지깅" 낚시도 배우고요,,,,ㅎㅎ

내내 건강하십시요.^^

갯장군님~ 요즘 잘 지내시나~
사업은 잘 되시고,,,,^^
G 갯장군~ 04-07-17 03:54
잘 생긴...해조사님~^^*

한달 보름만에 댓글 남깁니다...ㅎㅎㅎㅎ

잘 지내시죠~?

조만간에....
아니...

갑짜기...확~
미치뿔믄...갈낍니당...

해조사님...예림이...형수님 뵈로....^^*
잘 지내세요.....
언제 이 댓글 보실지...몰 겠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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