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25.
2주전 국도 야영낚시의 피로가 겨우 회복되고나니 뻘짓(?)이 다시 시작됬다.
그날 철수하면서 "아이고 죽겠네" 를 입에 달고 다녔으면서 이짓이 반복되는걸 보면 이런 종류의 지병은 아무래도 답이 없는것 같다.
함께하는 멤버들도 마찬가지고.. (혼자죽을순없지)
2주전 조행기:
https://blog.naver.com/nochobo11/222398273321
낚시밸리에 도착해보니 기존 주차공간에 왠 담벼락이 생겼나했는데 건물 증축때문에 조경을 해야한단다.
그래서 구역을 따로 나눠놓은듯 한데..
"이제와서??"
직원분께 그 사실을 듣고나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낚시밸리 사장님만큼만 할까 싶어 입을 닫았다.
멀리서 봤을때는 담벼락때문에 지하주차장 입구가 생긴줄 알았다.
밸리 직원분들과 잡담을 나누다가 밑밥을 넉넉히 준비해서 통영으로 넘어가는중이다.
오늘도 운전기사 노릇은 같은동네 주민 성훈이가 맡아서 하고있다.
최근에 동네형을 싣어 나르느라 욕본다.
삼덕항 도착.
평일이라 그런지 그나마 널널(?)해보이는 삼덕항이다.
짐을 내려놓고 다소 가까운 거리에 차량을 주차해본다.
오늘 함께할 인원중 한명인 용민이는 직장때문에 전남 광양에서 통영으로 원정왔는데 삼덕항에 처음이다보니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까 통화할때 평일이라 주차공간이 있을거라고했지 아주 남아돈다고는 하지않았다.
"행님, 차댈곳이 없는데요??"
"없기는 와없노...."
성훈이가 친절하게 삼덕항 가이드를 해줬다.
다른곳도 그렇지만 막내는 손이 많이 간다.
이곳은 평일임에도 욕지행 관광객들이 여전하다.
주말은 말할것도 없이 전쟁통이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주차후 도착한 동네아재 한명.
다소 믿기 힘들겠지만 이녀석이 막내(!!) 용민이다.
용민이와 성훈이는 명부 작성후 배에 짐을 옮겨 싣기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몬스터호를 타고 국도로 진입할 예정인데 몬스터호는 선장님도 친절하고 포인트 선점도 좋은것 같다.
사실 다른곳은 잘 모르는것도 있다.
출항한다.
VIDEO 지금은 이렇게 3명이지만 오후 4시경 한명(성준)이 더 합류할 예정이다.
삼덕항에서 국도까지는 대략 1시간가량 소요된다.
전날 수면이 부족한 낚시인들은 푹 쉴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철수할때도 마찬가지.
국도에 도착한다.
평일이라 어쩐지 여유가 있다.
우리보다 조금 더 나이 지긋하신분들이 하선하신다.
주말보다는 확실히 조용한편이다.
중요 포인트에는 낚시인이 있지만 그외에는 비어있다.
변하지않는 진리인것은 낚시는 평일인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만 아니라면 주말 낚시는 피하는게 상책이다.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지만 낚시배 선장님과 아무런 상관없는 막내 용민이.
이유없이 파이팅이 넘치고 있다.
얼마안가서 내일까지 우리가 머무를 포인트에 하선했다.
포인트명은 "칼바위 야영자리" 다.
성훈이가 주중에 예약할때 미리 알아봤던 포인트인데 그나마 칼바위쪽에 조황이 괜찮다고해서 이곳으로 정하게된것 같다.
야영자리는 국도 남쪽에 위치한 칼바위의 서쪽끝이고 자세한 위치는 아래와 같다.
2주전 다녀갔던 "칼바위 뒷등" 의 반대편, 그 유명한 "사이섬 계단자리" 맞은편이다.
세곳 모두 같은 물골이 이어지는 포인트라 디테일한 부분은 다르더라도 대략적인 공략법은 비슷하다고 보면 될것 같다.
발판은 아주 좋은편은 아니며 야영이 가능한 포인트와 아닌 포인트로 나눠서 판단하는게 좋을듯 하다.
칼바위 야영자리는 물골쪽으로 2명정도가 낚시할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 있는데 정석적인 공략은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게 맞다.
들날물 모두 바라볼 수 있는데 사이섬쪽으로 조류가 흐를때 확률이 높다.
2주전에도 그랬지만 입질수심층은 대략 5m권으로 보고 상황에따라 좁쌀봉돌으로 그때그때 맞춰가며 채비하면 될 것 같다.
물색만 봐서는 저번보다 살짝 녹색빛이 도는 물색이고 오늘 물때가 8물임을 감안하면 현재는 조금 느린 유속이다.
항상 그렇지만 모든것을 무시하고 보면 이곳은 정말 담그기만해도 "픅픅"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느낌이 그렇다는거다.
여기저기 절경인데 사이섬쪽으로 철수하면 그 즉시 들어오는 손님과 바톤터치를 하고있어서 포인트가 빌틈이 없다.
우리가 들어오기전 이곳에서 하루 묵었던(?) 손님이 철수하신다.
피곤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전반적인 포인트 상황을 말해주셨는데 오전에는 조과가 별로였다고 하셨다.
이제 우리도 짐을 풀고 낚시할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 점심은 막내가 형들을 위해 시원한 물회를 해준다는데 그건 뭐라도 잡아야 할수 있는 메뉴이기때문에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언제부턴가 귀찮음이 극에 달한 성훈이는 도착하기전 이미 밑밥을 말아서 왔다.
벵에돔 밑밥을 미리 말아서 오다니.
내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쯧쯧..
낚시는 시작부터 끝까지 정성이라 했거늘.
근데 생각해보니 나도 진즉에 말아서 올걸 그랬다.
너무 덥다.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싫은데 일거리가 널렸다.
밑밥을 치덕거려가며 바다쪽을 보니 멈춰있는 조류에 자리돔이 눈에 띈다.
오늘 점심 혹은 저녁은 자리돔 물회가 되지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
육수가 이마부터 등줄기까지 줄줄 흐르고 있다.
드디어 여름이 시작되는것을 몸소 체험하는중이다.
아래쪽 낚시자리가 좁다보니 필자와 용민이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불편한 자리를 자처해서 들어가고있는 성훈이다.
서로 배려하며 하는 낚시, 형으로서 흐뭇하다.
한편으로는 성훈이가 양보를 안했으면 용민이를 저곳으로 밀어넣으려고 했는데 아쉽기도 하다.
위에서 돕는척(?) 하고있는 막내 용민이.
오늘의 첫 밑밥 한주걱을 발앞에 넣어본다.
난리가 났다.
누가봐도 조류가 거의 멈춰진 시점이라 굳이 낚시를 해야겠다면 빵가루미끼를 사용해서 일반벵에돔 낚시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럴때는 그냥 손놓고 쉬는게 남는거다.
특히 야영낚시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를 꼽자면 "체력" 인데 이럴때 쓸데없는 체력낭비를 할 필요는 없지싶다.
싫던 좋던 어차피 내일까지 낚시를 해야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여유가 넘친다.
우리중 그나마 낚시인다운 멤버 일명 "조쯔다" 이분도 오늘은 별다른 조황이 없어보인다.
누가 되던지 안되는 상황에는 뭔짓을해도 안되는법이다.
얘는 애초에 별다른 기대가 없어서...
건너편 낚시인은 이미 숙면에 들어갔다.
자리가 협소해서 어떻게 쉴수는 있겠나 싶었는데 정말 대단한듯 싶다.
막내 용민이가 내옆에서 자리돔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돕고있다.
"스미마셍!!"
"드러워서 못해먹겠스무니다!!"
드디어 gg치는 조쯔다.
그럴때 되긴 됬다.
낚시를 하러온것인지 만담(漫談)을 하러온것인지 셋다 그늘에 모여서 농(弄)이나 주고받는중이다.
대략 오후 4시까지 이렇게 시간을 내다버렸다.
야영낚시이니까 가능한 게으른 낚시다.
4시 이후.
곧 합류하게될 인간이 조황없는 우리를 분명 개무시할텐데 단순히 그게 두려워 정말 열심히 했다.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했더라면 내가 그래도 서울대는 못갔을듯.
살다보니 의지만으로는 안되는게 많이 있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불가능해도 낚시는 열심히하니 되더라.
물회 한번 먹어보겠다는 의지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사진만봐서는 손바닥만 한 사이즈지만 실제는 33~34cm정도 되는 긴꼬리벵에돔이다.
저녁 식량으로 키핑.
정말 심플하게 낚시만 열심히하느라 이후에 사진이 없다.
이 한장의 사진만해도 뒤늦게 합류한 성준이가 촬영한 사진이고 성준이 당사자의 사진은 한장도 없다;;
운이 좋았던 탓인지 이날은 그래도 본인이 마릿수 할 수 있어서 물회도 있는게 아닌가 하는 자화자찬(自畫自讚)...
그것이 사실이라는것이 나머지 인원들에게 수치.
성훈이가 포인트까지 양보를 해줬는데 결과가 없었으면 참으로 민망할뻔 했다.
회를 뜰만한 녀석들만 골라서 용민이가 칼을 잡았다.
현직 칼잡이라는 타이틀때문에 무척이나 부담을 가지고있는 용민이다.
현직이라 그런지 역시 손놀림이 예사롭지않다.
속도부터가 아마추어와는 완전히 다르다.
나중에 용민이 손가락이 회랑 섞여있는게 아닌지 꼭 확인하고 먹어야할판이다.
용민이의 비주얼과 찰떡(?)인 사시미칼.
포를 떠놓은 모습이 무척이나 깔끔하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제철 긴꼬리벵에돔 회다.
물회용 야채를 다듬고 있는데 오이정도는 그냥 가위로 자른다.
상남자 스타일.
풀밭이다.
업자들에게 판매되는 물회 소스를 들이붓고 얼음물을 소량 첨가해서 육수를 완성한다.
이제 먹으면 된다.
오늘 오전에 집에서 눈을 뜬 뒤로는 치아를 사용해서 씹을 수 있는 음식물은 단 하나도 먹어본적이 없다.
완전히 굶은 상태에서 처음 먹는 음식이 본의 아니게 긴꼬리벵에돔 회가 됬는데 진짜 "JMT" 이다.
그리고 생선회를 물회 소스에 담궈서 먹어도 맛있다.
추가로 어제 필자가 마트에서 구입한 1등급 생삼겹살 구이.
불이 몹시 뜨겁고 덥지만 모두 피곤하고 힘든 상황일때는 동생들을 위해 형이 자처해서 구워서 주는게 미덕이다.
나는 평소에도 그런 형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굽다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것을 곧 알게 되었다.
살다보면 빠른 인정도 필요한법이다.
생선이고 육고기고 역시 육식이 진리다.
좋은 안주거리와 술이 있으니 갯바위를 밝히고 있는 랜턴이 꺼질줄을 모르고 있다.
그 대화의 90%이상은 막내 용민이가 성훈이에게 갈굼(?)당하는 내용이었다.
나도 갈굼당하는 피해자가 될 것 같아서 일찍 눈을 붙혔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용민이는 갯바위 어딘가에 구겨져서 잠들어 있었다.
한시간전에 잠깐동안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참으로 안스러웠다.
이럴때보면 이게 진정 사람이 할짓인가 싶기도 하다.
저곳도 마찬가지.
어제 뒤늦게 합류한 성준이가 그나마 사람의 몰골을 하고 있는편이다.
집으로 돌아가서 여친을 위한 생선회를 대접해야한다며 필승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한법이라고 하더니 성준이도 무척이나 피곤해보였다.
물골 맞은편 어제 봤던 포인트에는 다른분들으로 주인이 바뀌어 있다.
사이섬 계단자리에도 다른분으로 교체.
오전중으로 낚시가 잘 안될것으로 예상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다.
낚시가 루즈해지면 생각지도 못한 다른 할일이 많이 생기는편이다.
쓰러져있던 막내가 드디어 기상했다.
보고 또 보고 아무리봐도 막내가 아닌것 같은 비주얼.
수년째 보는 모습인데 적응이 안된다.
조금 모자른 두명이 한조를 이뤄서 오전낚시를 하고있다.
기대감이 전혀 없다.
그동안 나는 갯바위 조식을 하기로 했다.
집에서는 도저히 먹을 생각을 하지않는 음식이다.
오로지 살아야되니 먹는거다.
조쯔다 이분은 아까부터 미동이 없다.
나중에 생사확인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역시나 오전낚시에 미련이 없는듯했다.
"아저씨~이!!!!"
조쯔다와 앉아서 멍하게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외침에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사이섬쪽 어떤 낚시인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하도 다급하게 부르길래 난 또 사람이 바다에 빠졌던지 낚시장비가 떠내려가는중인줄 알았다.
그래도 급하게 사람이 부르니 그 방향으로 가까이 가봤다.
???????
사실 당시에는 놀라서 한동안 말이 안나왔다.
그때는 이게 뭐지 했는데 알아보니 "바다사자다" 다.
크기는 성인 남성만했고 얼굴은 생각보다 더 귀요미였다.
바다사자 검색: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942475&cid=46677&categoryId=46677
위 링크를 따라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국내에서는 1951년 발견되었다가 이후 기록이 전무(全無)했는데 오늘 내가 두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이다.
링크의 내용이 맞다면 무려 70년만이고 그것도 낚시포인트에서 발견하게 된거다.
이정도면 철수하자마자 로또를 사야되는거 아닌가 싶다.
사실 확률상 이게 로또보다 더 힘든일 아닌가......
하지만 바다사자가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전낚시는 폭망이었다.
결과물이라 해봤자 성준이가 잡은 2마리 끝.
바다사자 개객끼..
어제 잡아놓았던 두마리의 꼬꼬마 긴꼬리벵에돔을 오전에 내가 방생했는데 기어코 성준이가 그놈들을 다시 잡은듯 했다.
성준이는 격렬하게 인정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모두 다 알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걸.
그렇게 1박2일간 국도 야영낚시는 쇼킹했던 바다사자 목격으로 마무리 되는듯 하다.
저곳이 우리와 바다사자가 함께한 칼바위 야영자리다.
바톤터치받은 낚시인들의 풍성한 조과와 안전을 빌며 철수하도록 한다.
용민이가 "ㄸ" 을 저곳에서 두번이나 쌌는데 두레박으로 깨끗하게 치웠다는것은 안비밀.
사이섬 야영자리를 지나고 있다.
다음에는 저곳에서 야영낚시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여태껏 국도 포인트는 잠자리가 너무 안좋아서 고생을 두배로한 느낌이라..
그 후유증은 철수길에 곧바로 드러난다.
떡실신 막내.
손은 왜 저러고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숨기려고 했던것이 아닌가 추측만 하고있다.
VIDEO
철수후 막내 용민이는 직장때문에 먼저 출발하고 남은 세명은 점심식사를 하러 통영시내에 들렀다.
이제 낮기온이 너무 올라버려서 시원한 밀면이 제격이다.
곱배기 7,500원.
최근에 먹었던 밀면중 최고 맛있게 먹었던것 같다.
성준아 잘먹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장비를 정리후 떡실신했다.
위 사진은 철수한 다음날 오전에 촬영한 사진인데 미동도 없어서 죽은줄 알았단다.
거의 시체수준.
그래도 이맛에 야영낚시 하는게 아닌가.
몸은 쓰레기(?)지만 그래도 동생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것으로 만족한다.
나이를 한살씩 먹어가면서 고생이 겁이 나기도 하지만 낚시인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추억의 대부분은 고생했던 기억이더라.
그렇다고 심각한 고생을 사서 하고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거라면 주위의 친한 지인들과 오랫동안 하고싶은 마음이다.
다들 다가올 월요일 야영낚시의 후유증은 잊고 다음 갯바위에서 만남을 기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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