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달이 들었던 2004년은 봄이 짧게 끝이 나고 바로 여름으로 들어섰다.
30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나타났으니 수온도 그만큼 빨리 오르지 않겠나싶다.
예년보다 빠르다싶게 농어 소식이 들려와
다른 해 보다 많은 양을 기대했으나
반짝 조황으로 끝나버려 역시, 윤달이 든 해에는
기복이 심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외연도와 어청도 권에서 들려온 5월 초순의 이른 농어 소식이 믿기지 않아
현지의 이장과 통화하여 확인해보니
벌써 다녀간 손님, 두엇이 걸걸한 조과를 올렸다하니 마음이 달뜨기 시작한다.
아무리 빠른 해라도 6월 중순, 사리가 지나서야
낯 마리의 고기가 선보이곤 했지만
요즈음은 다양해진 고성능 루어 탓인지
깊은 곳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고기의 코앞에까지 근접시켜 유혹을 해대니
이제는 고기도 점점 숨을 곳이 없어지는 모양이다.
매년,
하순의 사리 때쯤이 되어서야 떼거리 조황의 첫 포문이 열리기를 반복했기에
연례행사처럼 되어있는 서해안의 영등철 대물감성돔 낚시를 끝내고
6월에 들어서서야 농어 대를 펼치곤 했다.
5월에 들어선지 얼마 안 되어 J에게서 연락이 왔다.
“외연도 가려는데 안 오시려우? 소식은 벌써 들으셨을게구유~!”
내 귀에까지 들려온 농어소식을 그네들이 모를 리 없을 터이고 보면
연일 이리도 좋은 날이 이어지니 떠나보는 것도 좋으리.~
수 년 전부터 미터 급, 대물농어낚시를 해보라고 주변의 몇몇 일행들에게 권했었다.
단순한 감성돔, 벵에돔낚시에만 집중하며
다양한 낚시의 세계를 외면하던 일행들은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별, 반응이 없었는데
그들에게는 지루한 여름철의 어한기가 되자 약간의 흥미를 갖고 나서게 되었다
일이 되려는지 좋은 날도 받게 되었고
외연도 최고의 포인트도 비어 있었고
물때, 물색, 바람, 수온등 모든 것이 들어맞는
일 년에 몇 번 만나보기 어려운 화인 데이~!!
당연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직접 체험을 해본 후에는
또 다른 낚시의 장르를 걷게 되었는데
한술, 더 뜨다 못해 심한 광신자의 모습을 보여 나를 당황하게 했다.
디스커버리 방송을 보니 침선이 있는 곳에 농어 떼가 살고 있더란다.
길이가 2~3미터에 이르고 무게가 200kg이나 나가며
잠수부가 가까이 다가가면 공격까지 한다니
상어나 고래를 잘못보고 전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수봉님……. 혹시……. 상어나, 돌고래. 부시리를 보신 건 아닐까요?”
“무슨 말씀을? 내가 엔지니어출신이라고요……. 나……. 어느 정도 영어가 되요!”
“ @#$%&*SRJ~ *&W%R$B#@~~ 됐죠?? 오케이~??”
“ -_-;;”
나중에 재방송을 보게 되었고 그의 말이 그리 허망한 소리는 아니지 싶다.
양 것들의 물건은 모두 크다는 속말이 있긴 하지만
분명, 농어였고 무게가 200 kg가 아닌 파운드니 약90 kg은 되나보다.
외연도의 젊은 어부가 언젠가 바퀴달린 쿨러 속의 따오기급 농어를 보곤
“제법 큰걸. 잡으셨군요……. 만,,,,,,,
내가 잡은 십여 키로 나가는 놈에 비하면 야……. ……, ……”
목소리가 높아지며 몸짓도 따라 커지는 순간,
지나던 나이든 어부가 핀잔을 준다.
“이놈아 그게 농어니~? 나는 이십 키로도 넘는걸. 잡았어.”
“ -_-;;..............”
J의 말이 어디까지가 허풍이고,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의 꾼들은 모두 알아주는 편인데
누구 하나 나서서 대놓고 반박하는 이도 없지만
들어보면 항시 재미있고 그럴 싸~싶다.
약간 작은 키이긴 하지만 무창포 제일의 어부인 철호는
미끼로 커다란 새우를 사용한 손낚시로 제 키만 한 농어를 잡았다는데
그 농어가 무창포에서 잡힌 농어 중 가장 큰 농어란다.
“그 농어가 얼만했는데~?”
“글씨유~?! 남자 키가 아무리 작아도 미터하고도 오십은 넘것쥬~??”
“........... -_-;;;;;;;;...............”
철호의 배안에는 몇 가지 종류의 루어가 걸려있는데
바늘에는 시뻘겋게 녹들이 슬어있다.
“ 던질 줄만 알았지 액션을 주는 법을 모르니 루어로는 농어를 잡아 보지 못했구먼 유~!”
“그냥 손으로 헐~렐레, 하다보면 어쩌다 잡히기도 하는데 내 체질은 아니구먼. 유~~~!”
쌈직한 낚싯대와 릴로 고기를 잡는 그를 보면 좋은 장비 타령은 사치에 속한다.
도대체 몇 호 바늘일까? 감성돔 바늘로 치면 15호? 20호?
잡고기에게 받쳐질지도 모르기에 미끼로 쓰기에는 아까워서
손이 떨릴 정도의 큰 새우를 입술로 물고선 머리만 뚝, 따내고
대충 끼워 던져 놓으면 우럭도 물고 감성돔도 물고 나오는데
그 네 배의 물 칸속의 고기 크기는 들쭉, 날쭉 제각각이다.
어떻게 큰 바늘의 큰 미끼를 이런 작은 고기가 물고 나왔을까?
어부, 철호의 낚시철학은 확고하기만 하다.
“사람이 땅콩을 먹을 땐 입을 적게 벌리지만 잘못 썰어 두 쪽이 붙은 김밥을 먹을 땐
입을 크게 벌리쥬~? 고기도 마찬가지여유~!!!! “
한번은 개그맨 남희석군의 부친과 외연도를 가는데,
서해안의 갈매기란 갈매기가 모두 모여 들었는지
온 하늘이 갈매기로 뒤덮였고 물속에는 멸치 떼를 포위한 농어군단이 보이기에
급히, 채비를 갖추어 루어를 던졌으나
갈매기의 등에 줄이 걸려 루어가 가라앉지를 못했단다.…….
“와~따~! 학교 운동장만큼 농어가 떴씨유~!!! ……, ……”
(어느 학교운동장을 말할까??? -__-;;)
나중에 만나본 남 사장에게 들어보니 비슷한 이야기였는지라
개그맨의 자질은 부친에게서 물려받지 않았나싶다. ^^;;
무창포 항에 있는 어느 수산의 물 칸에 점농어 두 마리가 들어왔는데
어찌 점농어가 저리 클 수가 있을까?
그 크기에 놀라 절로 벌어진 입을 추스르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점농어가 크면 민 농어보다 더 크다고 한다.
남쪽에서 보이는 넙치농어와 함께 점농어는 순수한 토종이라는데
남쪽까지 어찌 흘러간 점농어를 일본인들이 잡아 학계에 고하여
스즈키 농어라 등록을 하여 무심하고 무지한 탓에 또 하나의 토종을 잃고 말았다.
국민은행의 간부가 함께, 강화도로 농어회를 먹으러 가자고 연락이 왔다.
그물에 큰 농어가 걸려들면 가끔씩 연락이 온다는데
적은 가격도 아니지만 접시위에 올라앉은 회의 양과
큰 냄비에 자리 잡은 머리의 크기를 가늠해보니 보통 크기가 아니지 싶다.
(돼지머리를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_-;;)
1미터50짜리도 흔하다는 횟집주인의 담담한 답을 듣다보니
집근처에 있는 공인, 뻥튀기의 1인자 명물총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도 강화도에서 그물에 걸려든 대형농어를 보고 감탄을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어부가 코웃음을 치며 손을 잡아끌더란다.
대형 수족관에 담긴 농어가 미터 육십은 되어 보이기에
크게 놀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역시, 1인자의 자리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웃고 넘긴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의 뒤를 이어 가는 건 아닐까? ^^;;
근처에 있던 은성낚시점에서 가끔씩 보는 손님이 있었다.
농어를 잡으려면 강화도에 있는 석모도를 가보란다.
강화대교가 완공되며 찾게 된 얼음낚시 1번지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는 석모도의 어류정 수로를 수없이 드나들며
인삼막걸리에 튀김옷 잔뜩, 입은 새우튀김의 향수가 묻어 있는 석모도?
마을 이장님 댁에 하룻밤 묵기를 청하고
만조시간이 되는 저녁에 농어낚시를 하면 대물의 원을 이룰 수가 있단다.
이장님이 근처의 초소에 손님이 오셨다고 연락을 해두기만 하면
밤이 너무 깊어지기 전까지는 낚시를 할 수가 있단다.
생미끼를 이용하면 원하는 크기의 농어를 만날 수가 있고
수심은 얕지만 뻘밭이 많기에 줄, 상할 염려가 적으니 손쉽다는 이야기였는데
무표정한 얼굴의 능글맞은 말투에 무심히 흘리고 말았고
나중에사 낚시점이 문을 닫고 나서야 무릎을 치게 되었다.
어찌하면 그 사람과 연락이 닿을 수가 있을까?
(은성낚시 점주였던 김성운님의 소식이 궁금하다.)
외연도로의 첫 출조가 있던 날!
인천쪽 출조 팀과 취재기자 두엇도 함께 나타났는데
몇 번 본적이 있는 젊은 기자와 손을 잡으며 처음 보았을 때 생각이 난다.
“누구를 아느냐” 물어보니 '알긴 아는데 잘 모르겠다.'는 뚱한 대답에
신입기자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고
금전관계가 복잡하다는 그네에게 그도 복잡하니 얽혀있어
뚱한 대답이 아니었나도 모르겠다.
조금만 안면이 트이면 물불 가리지 않는 탐식을 펼쳐 원성이 쌓여간다니 원……. -_-;;
어느 사이트의 주인은 자기 회원 중에서 피해가 생길까하여
미리 인간 바이러스 경계령까지 내렸다고 하니 희한하기만 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외연도에 도착 하고보니
“어머나~~???!!”
어찌도 물색이 이리도 맑을까?
10년도 넘게 다녀본 외연도에서 물밑 바닥이 훤히 보였던 적이 있었나?
사리 때에도 탁물이 흐르지 않는 곳이지만 깊은 계곡 맑은 물이라~?
외연도의 물밑바닥이 이리도 신기하게 생겼구나?
물속을 들여다보노라 낚시가 어려울 거란 생각도 잠시 뒷전이 되었다!
오늘 같은 날은 이런 깔의 루어가 어떨까? 싶은 선택이 들어맞았는지
숨죽이고 있던 한 놈이 넘어가는 침을 삼키지도 못하고 물고 늘어졌지만
털어대기 성공에 뒷모습만 보았고 더 이상의 조과도 없는 답답한 시간이 흘렀다.
몇 군데의 들물 포인트를 다녀 보았지만 물색이 이리도 맑으니
농어를 구경하기는 어렵겠다 싶어 변도 쪽에서 광어라도 잡아보기로 하고 닿을 내렸는데
푸른색 루어에 광어가 몇 마리 나왔다.
썰물이 시작되어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어찌해야할까?
취재꺼리를 못 얻으면 어쩌나?..
금년장사의 시작을 알리지도 못하나려나 보다는 걱정으로
점주들 얼굴이 굳어갔고 머리를 맞대어 궁리 끝에
수수섬 쪽의 썰물 포인트에 고기가 몰리지 않았을까 에 결론을 모았고
남은 시간을 그쪽에 걸어보기로 했다.
수심이 20미터가 넘는 깊은 곳이지만 외연도 최고의 포인트인 초망여의
어느 한쪽과 바닥이 비슷하기에 같은 방법으로 공략해 보면 어떨까?
무거운 루어로 깊은 수심 층을 공략하니 몰려 있던 농어들이
연달아 루어를 공격한다.
루어낚시에서도 견제가 필요한데
무거운 루어를 무조건 바닥에 내려 앉히기 보다는
중간, 중간에 견제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루어를 공격하는 걸 느끼게 되고
이때, 챔질을 해보면 깊이 삼켜진 루어에
농어가 바늘털이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카운트다운……. 30……. 40……. 50…….’
무궁화 꽃이 수도 없이 피고, 피고 또 피고…….
이미 농어는 들어와 있었다…….
수봉님도, 인천 팀도 몇 마리씩의 수확에 만족해한다만
또 하나의 비급을 공개하여 살생에 동조를 했으니
천사표 마나님 말 맞다나 이 죄를 어찌할꼬……. -_-;;
물고기는 낚시꾼을 위하여 만들어낸 조물주의 선물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답하고
자원이 줄어든 요즘에는 큰 조황은 생각도 못하고
그저 적당한 고기 한 두 마리에도 감지덕지하는 판국이라
예전의 큰 조황은 전설 따라 삼천리에나 묻혀 버리곤 하지만
가끔씩, 믿기지 못할 조황도 보이곤 한다.
낚시를 한답시고 바람을 따라 바다를 옮겨 다니다 보면
해뜨기 전에 일찍, 갯바위에 올라 맑은 날이 걸려들면 붉은 해를 볼 때가 있다.
그 광경이라면 충분히 감동에 걸려 끝없는 인간사에 내맡겨진
시간 모자란 삶의 모퉁이를 엿볼 수가 있다
우리가 다니는 바닷길도 사람의 인생과 너무나 닮았다.
만났는가 싶으면 다시 헤어지고
거친가 싶으면 언젠가는 평탄한 길을 만나게 되니 말이다.
더군다나 길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의미가 있는 법이다.
다니다 보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만나게 되기 마련인데
얼굴모습이야 다르더라도 꾼들의 속내는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끔 속내도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래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사람 속은 모른다 했던가?
사람들은 가끔씩 바다를 찾아 채비를 담구고 시름을 잊고
천천히 흘러가는 찌를 보며 대물의 꿈을 키운다.
흐르는 물이 서고 잠시 휴식의 시간에는 이야기꽃도 피운다.
대부분 내용 없는 수다일지도 모르나
뭐, 어떤가?
고민 많고 스트레스 많은 우리네 머릿속,
허무한 수다 한바탕으로 잠시나마 깨끗하게 비워 내는 것도 나쁘진 않나니…….
오늘도 수많은 우리네 꾼들은 바람을 따라 바다를 옮겨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