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가족 여행/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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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가족 여행/조행

G 6 2,548 2005.08.11 18:20
대마도 가족 여행/조행기

아는 회사 간부들과 부부동반 대마도 여행을 계획하고 총 10 명을
모 여행사를 통하여 예약하고 그날이 오기 만을 기다렸다.

나와 마누라만 낚시하고 나머지 분들은 관광을 한후, 저녁에 같은
숙소에서 만나 잡은(?)고기로 파티를 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면서
만든 일정이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 사정이 생겨서 동참을 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 둘만 가야한다. 예약을 해놓고 취소하기도 그렇고 해서
망설이고 있었다.

장인이 낚시를 좋아해서 몇번
대마도로 모신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어머니께서 섭섭해 하는
눈치였다. 모시고 싶었지만 칠순 나이에 갯바위에 오르시는게
걱정이 돼서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참에 가족 여행이나 해보자 하여 형님에게 이러저러하니
저러이러하자고 연락하니 고려해 보자 한다. 우리 부부,
어머니, 형님, 여동생과 우리 어머니 사위(김서방)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6학년 짜리 외조카(귀여운 딸래미들) 등 총 8 명이 여행을
하기로 하였고, 부족한 2 명은 지역 조우회 회원을 끌여 들였다.

나와 마누라, 형님 그리고 김서방은 낚시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관광하기로
일정을 맞추었다.

첫째날,

12인승 승합차로 새벽 두시 쯤에 부산에 도착하여 부산역 근처에
있는 곰탕집(출조시 매번 들러 이제는 거의 단골집(?)이 되었다)에 들러 밤참 겸
소주 한잔하고,나와 마누라는 주차공간 확보 차원에서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차내 숙박하기로하고, 나머지는 근처 숙소에서 쉬었다가 아침에
합류하기로 하였다. 컵라면 한 박스 및 생명의 물(?)도 준비하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조우회 회원 둘이 도착하고 같이 자판기
커피 한잔하는데 식구들이 도착한다.

귀여운 조카 둘은 큰배는 처음 타 본다고 몹시 들떠 있다. 멀미에 대해
입증이 안 되어서 먹는약, 붙이는 약으로 완전 무장이다.

겨울 봄 시즌을 지나서인지 낚시인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배는 현해탄을 가로질러 이즈하라에 도착한다. 공식적인 절차를 마치고
부두 밖으로 나가니 완전히 전형적인 일본인 스타일의 선장겸 민숙집 주인이
마중나와 있다. 아무리 자주 왔다갔다 해도 얼굴을 못 알아 본다고 소문난
선장이다. 그가 나를 보자
"센세이...센세이..."
하며 반갑게 맞아 준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현상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뛰어나오며
마누라 손을 잡고반갑게 인사한다. 몇 번 왔다 갔다 했더니 서로 친해젔다.

배정된 침실로 이동하여 짐정리 후 낚시준비를 한다. 에고, 우리 김서방
벌써 녹초가 되어 낚시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잠이나 자겠다고 하는 걸
배삯 아깝다고 억지로 끌고 나왔다.

나, 마누라, 형님 그리고 김서방은 낚시터로 향하고,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두 잔챙이들은 대마도 남쪽 관광 길에 오른다. 두 쌍의 부부가 또 있었으나
그들도 생이별을 해야 했다. 꾼들의 속셈은 다 똑같다.

열댓명의 꾼들을 태운 배는 거울처럼 조용한 아소만에 긴 꼬리를 남기며
미끄러지 듯이 흘러간다. 마누라와 같이 오면 항상 안전 때문에 먼 바다로는
못나가고 가깝고 발판 안전한 곳에 내릴 수 밖에 없다.

우리 형님, 민물 조력은 45년을 자랑한다.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낚시를 시작했다.
그럼 바다 조력은? 꼴랑 4번 출조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런데 지금까지
초릿대 한번 안 부러뜨렸으니 45년의 민물 조력의 힘이 대단하다.

우리 마누라, 몇년전 봄에 저수지에 끌고가서 낚싯대 하나 펴주니
퍼덕퍼덕 나오는 붕어 손맛에 완전히 빠져 버렸다.
여름에 동해안에 가서 학꽁치, 전갱이 잡으며 이제는 바다에 완전히 빠져 버렸다. 한번은 한여름 방파제에서 친구와 나는 소주, 맥주로
4시간 반동안 즐기는 동안 꼼짝안하고 혼자 낚시하다가, 팔뚝만한 황어 한마리
잡고나서야 테트라 포드에서 슬금슬금 걸어나오는 저력을 발휘하는 우리 마누라다.
가벼운 낚싯대, 릴 등을 구해주느라고 비용이 떠블로 든다.

낚시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지 바늘매는법(두손가락돌리기), 직결하는법 단번에
익힌다. 어복은 너무 충만해서 낚시바늘을 꺼꾸로 매서 던져도 문다.
잡은고기 정리해 주다가발견했다. 여짓껏 그렇게 낚시 했냐고 하니까
원래 이렇게 하는줄 알았단다.할말을 잃었다.
크릴은 중간에 한번 걸면 된다, 꼬리부터 정성스레 끼우는 적이 없다.
그래도 벵에돔 사짜 급 잘도 걸어낸다. 마누라 낚시하는 것을 보면
낚시채비법의 기준이 완전히 무너진다.

김서방, 모든 조력은 꽝이다.구로동에서 개인사업을 하는데, 처남(나와 형님)들이
잡아온 고기를 보고, 같은업에 종사하는 사람(김서방 왈 점빵주인들) 들의
모임에가서 뻥을 좀 친 것 같다.
횟집에서본 30cm급 참돔은 대마도에서는 너무 많아서 그냥 놓아준다고...
그래서 이번기회에 확실히 확인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왔으며, 사실이면
점빵주인들도 나중에 단체로 가기로 했다나 뭐래나.

이러한 김서방에게 낚싯대 하나 들려 주고, 형님과 함께 낚시하게 하고
나와 마누라는 항상 하던대로 낚시를 시작한다. 형님, 김서방에게 기초
가르쳐 준다고 중얼중얼 하는 소리가 들린다. 꼴랑 4번출조의 조력인데도
확실하게 교육하는 것 같다. 한 40분 지나니까 캐스팅하는 소리 들린다.

생초보를 형님에게 떠맞기는게 마음에 좀 걸리지만 나도 낚시를 해야지...
어떻게 온 길인데... 꾼은 할 수 없다.

가벼운 채비로 낚시를 시작하는데 어이구, 왠 잡어는 그렇게 많은지...
쭉 빨려들어가는 찌를 보고 채니 40cm 정도의 참돔이 나온다.
철수 시까지 참돔 대여섯마리하고, 형님 참돔 두세마리, 감서방 전갱이
몇마리, 마누라 꽝! 보통일이 아니다. 마누라 꽝하면 내가 무척 피곤해진다.

한번은 이박삼일중 둘쨋날 낮/밤낚시를 하여 마지막날은 대부분 출조를
포기한 상태 였는데, 우리 마누라 낚시하러 나가잔다. 나도 피곤해 죽겠는데...
할 수 없이 선장에게 출조한다고 하니, 선장, 싫다는 내색은 커녕 오히려
약속된 일정을 자기가 지킬 수 있다하여 더 반긴다. 속도 모르고...
그날 우리부부 배 전세냈다. 아소만 입구에 있는 유명 포인트 까지.
낚시 마칠 때 까지 닷 내리고 기다리고 있다가, 정확히 약속된 시간에
우리 부부를 태우러 온다 그날 부산으로 돌아오면서 안하던
멀미까지 할 뻔했다.

철수하여 민숙집에 도착하니, 관광일행이 도착해있다.
잔챙이 조카들, 튀어 나오면서

"외삼촌 많이 잡았어 ?"

번쩍들어 올리며

"그래... 한번볼래?"

아이들 눈이 둥그래지면서 놀란다. 처음 보는 것이기에...

이래저래 정리하고 저녁식사 시간을 맞는다.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 음식
솜씨 보통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 싱싱한 횟감을 보시더니 사위 먹인다고 당신께서
직접 횟칼들고 움직이신다. 45년 동안 민물낚시 조과물 처리를 하다보니,
왠만한 고기는 쉽게 다루신다. 일제시대에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
일본말을 좀 하신다. 금방 주방에 있는 주인 아주머니와 친해진다.
칼 빌리고, 도마 빌리고, 접시 빌리고...
당신께서 떠오신 회를 보고 주인 아주머니가 박장대소를 한다.
완전히 우리나라식의 막썰기 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같이 호탕하게
웃으신다.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 먹어본 회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가져간 소주로 잔챙들만 빼고 모두 기분좋게 취했다.
취침실로 돌아가 아쉬운 술기를 조금 더 채우고 있는데,
잔챙이들이

"외삼촌, 우리도 내일 낚시 따라가면 안돼 ?"

아이고, 일 났다!

큰놈은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데 작은놈은 완전히 사고뭉치다.
그래서 별명이 '뭉치'이다. '뭉치야?'하고 부르면 고개가 삭 돌아온다.
얘들을 데리고 갯바위로? 대책이 안선다.

예상은 했지만 현실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그래, 한번 해보자. 여행사 사장에게 관광 대신 낚시로 일정을 바꿀 수 있냐고
물어 보니, 생이별한 두 부부의 의견을 들어 보아야 한다며 간다.
인원이 안 맞으면 관광용 교통편 이용에 문제가 있다고...
다행이 내일 다른 두 부부도 생이별 안 하고 같이 갯바위로 나가겠다고 하여서
결국 관광은 모두 취소되고 낚시로 변경 되었다. 그 때 관광을 포기하고
낚시로 전환해 주신 분 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새벽에 같이 출조하는 것은 무리고, 점심 도시락 전달 시에
갯바위로 나오기로 결정하였다.
아 어찌할꼬? 무조건 안전에 신경쓰자.

두째날,

김서방은 녹초가 되어 새벽 출조를 못하고, 나와 마누라 그리고 형님,
배타고 나가면서 가이드에게 고기는 안나와도 좋으니, 최대한 안전한 장소에
내려 달라고 부탁한다.

우리팀이 제일 마지막에 내렸다. 내리자 마자 일단 주변환경부터 보았다.
편편한 부분이 있는지, 바람은 피할 수 있는지...
이정도면 됐다 싶어 짐 정리하고 낚시 시작한다. 발판 좋은 왼쪽에 마누라,
내가 가운데 그리고 형님은 오른쪽에...
마누라와 형님은 벵에돔 채비, 나는 감성돔 채비. 그러나 채비와 수심에
상관 없이 잡어만 올라온다. 잔챙이 벵에돔 몇마리 나오더니 입질이 없다.

물은 만조가 되어 안전한 자리가 약간 불안하다. 시간을 보니 점심 때까지는
약 세시간 정도 남았다. 그럼 됐다.

그런데 옆에서 낚시하던 형님의 캐스팅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한 20분 지나니까 형님의 비명소리가 난다. 어이쿠! 얼른 고개를 돌려서 보니까
민물낚시용 세칸대 낚싯대가 부러질 듯 휘어져 있다. 45년 민물낚시에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입질이 없으면 슬며시 민장대를 꺼내곤 한다.
20분 동안 민장대 채비를 한 것이다. 30이 넘는 벵에가 걸렸으니 비명이
나올 수 밖에... 그 후로 계속되는 민장대 조과, 형님의 비명소리...
없는 감성돔 잡느니 있는 벵에돔 잡자. 나도 가벼운 채비로 교환 벵에 사냥에
나선다. 꼭 고 장소에서만 벵에가 나온다. 수초 구멍 찾았듯이...

이렇게 몇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분다.
잔챙이들 걱정이 다시 생긴다. 낚싯대를 내려 놓고
물 빠진 갯바위 위로 바람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녀보니
곳부리 지나서는 바람이 안 분다. 여기로 나중에 옮기기로 마음 먹고
잡어와 씨름하고 있는데 배가 온다. 바람 때문에 모두 완전무장이다.

가이드가 여기는 바람이 거세니, 바람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제안한다. Good idea! 주섬주섬 챙기고 배에 올라타니 잔챙이들 신이 나 있다.
큰 배도 타보고, 작은 배도 타보고... 배에 비치되어 있는 주황색 구명 쪼끼를
치마처럼 걸치고.

가이드가 이만한 인구에 발판 좋고 바람 피할 수 있는 곳은 어제 낚시한 곳
밖에 없다하여 똑 같은 장소에서 두번 낚시하는 것이 좀 그랬지만 그쪽으로
이동 하였다. 재탕이면 어떠냐. 안전하고 춥지 말아야지.

이동 중에 조우회 회원들이 낚시하는 곳을 지나친다.
살림망이 안 보인다. 조황이 별로 인가보다.

낚시장소에 도착하니 바람이 없다. 여덟식구, 차례차례 내려서 점심식사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잔챙이들, 처음 보는 갯바위 위에서 신이 났다.

"외삼촌, 이게 뭐야 ?"

"응, 그거 굴이야."

아이고, 이 질문공세를 어떻게 감당할꼬. 그래도 너무들 귀엽다.
일단 컵라면 만들어서 텁텁한 도시락 밥의
윤활유로 사용한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는 도시락, 정말 꿀맛이다.

어머니, 또 횟칼 들고 분주하시다. 미리 잡아놓은 벵에돔 몇마리
떠 놓으니, 김서방 난리 났다. 구로동 횟집에서는 더이상 회 못 먹겠다고.

그런데 도시락이 11개다. 분명 문제가 발생된 것이다.
칼 같이 숫자를 잘 세는 이들에게서 3개의 오차가 발생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민숙집에서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이다.
공급자는 3개 더 보냈다, 수요자는 그렇지 않다 하면서. 우리가 철수하면서
모든게 해결되었지만...

동생은 자기 딸래미들 관리하느라고 신경이 바짝 섰다. 바람이 없으니 금방
더워진다. 잔챙이들 구명쪼기 벗으려고 난리다. 엄마는 말리느라고 난리다.

식사 후 전날과 같은 위치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또 김서방을 형님에게
은근슬쩍 떠 맞겼다.

잡어들이 열대어 수족관처럼 바글바글하다.
3B 채비로 20m 정도 전방에 투척하니 35~40cm 급 감성돔, 참돔이 뜨문 뜨문
올라온다. 마누라, 잡어들과 씨름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복이 안 따라 주나 보다.
분위기가 안좋다.

우리의 '뭉치', 슬금슬금 낚시하는 곳으로 온다.

"외삼촌, 이게 뭐야?"

밑밥주걱을 보고 하는 말이다.

"고기 모우기위해서 미리 먹이를 주는데 사용하는 것이야."

"나도 한번 해 봐도 돼?"

"그럼!"

어설푸게 떠서 던지니 반은 갯바위에, 반은 물에 떨어진다. 잡어가
새까맣게 몰려든다.

"와! 고기많다!"

흩트러 지면 또 던지고, 흩트러지면 또 던지고 완전히 빠져 버렸다.
그래 네가 밑밥 다 주어라. 어차피 줄건데.

큰놈도 동생한는 것을 보고나서 슬금슴금 외숙모한테 간다. 통 크게 낚시를 해보면 안되냐고 묻는다. 마누라, 선뜻 내주고는 찌 근처에 밑밥을 한주걱 던진다.
전화 수화기 만한 복어가 물렸다.

"엄마! 나 고기 잡었어!"

떨리고 흥분된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 내가 정말 이 애들을 갯바위에
데려 오기를 잘했구나' 가슴이 뭉끌해 진다.

오늘은 이 아이들을 최대한 즐겁게 만들어주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자.
그리고 느낄줄 모르겠지만 자연의 소중함도 알게하자! 그 어떤 것도
해보고 싶어 하면 하게 하자!

김서방, 처음 낚시를 하니 던지기가 잘되나 채비 회수가 잘되나 되는게
하나도 없으니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가 보다.

"나는 소주나 마실련다. 장모님, 한마리 잡아 주십시요."

우리 어머니, 사위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려한다.
이 때부터 뜨믄뜨믄 잡히는 감성돔은 모두 사위 뱃속으로 다 들어갔다.

김서방 낚싯대는 여동생이 대신 들었다.
어쭈? 처음 잡아보는 낚싯대인데 폼이 제대로 나온다.
큼지막한 전갱이도 잘 걸어 낸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가 보다. 아버님이 낚시광이었다. 그래서 나와 형님도
낚시광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여동생까지 소질이 있는 것을 보니 내심 기쁘다.

그때 우리의 김서방, 뜰채를 발견했다.

"내 체질에는 이게 맞아."

밑밥 던지면서 모여든 잡어를 뜰채로 잡는다고 나선다.
몇번 시도하니 피래미 만한 잡어가 한마리 잡힌다. 물 속에서 진 녹색으로
예쁜 색깔을 띠는데 이름은 모르겠고 일단 '멸치'로 불렀다.

"애들아! 아빠가 그물로 고기 잡았다!"

잔챙이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진짜다! 아빠가 고기잡았다! 와! 와!"

마누라하고 나하고 배꼽을 잡고 웃는다.
김서방, 아예 뜰채잡이로 나선다.애들도 같이 거든다.
아이고, 저 뜰채 A/S 잘 안해주기로 소문난
업체 것인데, 망 부러지면 어떻하나... 속으로 은근히 걱정하면서도
모두 즐겁게 지내는 것이 보기 좋다.

그 시끌벅적한데서 형님은 낚시에 열중이다.
멀리서 찌매듭을 보니 수심이 약간 모자라는 것 같아,

"형, 수심을 7m 정도에 맞춰봐!"

"알았어"

그리고 약 5 분쯤 지난후이다.

갑자기 형님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

대가 부러질 듯 휘었다. 휨세로 보아 대물임에 틀림 없다!
대는 1호대, 원줄 3호 그리고 목줄은 1.5호. 이러한 상황에서
대물이 걸릴거라는 예상은 절대 아니 하였다.

"형! 침착해!"

아! 우리 형님, 친조카가 아직 세상에 안 나왔을 때 수원 근처에
있는 잉어는 모두 잡아낸 사람이다.
우리 조카, 태어나서 누워 있다가 바로 걸어다녔다.
기는 단계를 건너 뛰었던 것이다.
형님의 민물경력 45년 아니던가!
웬만한 고수 빰칠 정도로 침착하고 균형을 맞추며 버틴다.
수면위에서 훌러덩 뒤집는데 완전 빨래판이다. 감성돔이다.

우리의 김서방,아직도 사태파악 못하고 애들하고 뜰채로 '멸치'
건진다고 정신이 없다.

"김서방! 뜰채 좀 준비해!"

못 들었다. 형님이 재차 부르니 그 때부터 정신이 드나보다.
김서방, 어설픈 뜰채질,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느데 아슬아슬하게 담아낸다.

"와! 와!"

어머니, 동생 아이들까지 흥분해서 어쩔줄 모른다.
대충보아도 6자다!
형님이 김서방보고 펄펄 뛴다. 팔 아파 죽겠는데 '멸치' 잡는라고 정신 빠져있다고.

1학년과 6학년의 차이.
이 상황에서 1학년은 아빠가 뜰채로 큰 고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6학년은 큰 외삼촌이 잡은 고기를 아빠가 건져 주었다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서 친할머니에게 1학년은 '아빠가 무지 큰 고기잡았다'고 말했고,
6학년은 '아빠도 큰 고기 좀 잡아봐요'라고 말했단다.


일단 수족관에 보관하고, 형님 또 캐스팅.

3분 쯤 후 또 형님의 '욱!욱!' 신음소리가 들린다. 또 왔다!더 크다!
이번엔 내가 달려 갔다.그런데 아뿔사! 대물 후에는 목줄을 갈아야 된다는 교육을
안 시킨 것 같다. 꼴랑 5번 출조에 대물을 할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역시 버티다 '팅' 끊어진다. 모른 척하며,

"형, 목줄 갈았어?"

"아니."

"대물 후에는 갈아야 된다 그랬잖아."

"니가 언제 그런 말 했어?"

금방 탄로 났다.

우리 형님, 꼴랑 5 번 출조에 감성돔은 처음으로 잡는 것이며,
처음 잡은 것이 6자이다. 역시 45년 경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철수 준비를 끝냈다.
형님, 기념 사진 한방 찍고
김서방, 점빵주인들에게 증거물로 보여주어야 한다며 한방 찍고 나니
배가온다.
아이들 때문에 좀 일찍 철수하기로 약속 했었다.
가이드가 물어본다. 조황이 어떠했냐고. 잡을 만큼 잡았다고 하면서
대물을 보여주니 올 최대어가 될꺼라면서 축하해 준다.

철수배 안에서 잔챙이 들에게 물어본다.

"재미 있었어?"

"예! 무지무지하게 재미있었어요."

둘이 합창을 한다.

큰 놈에게 은근슬쩍 물어본다.

"외삼촌 멋지게 살지?"

대답대신 고개가 부러질 정도로 끄덕끄덕 한다.

가이드는 우리 식구들을 먼저 철수시겨 주고 나머지
조사들을 모시러 다시 바다로 나간다.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장비 정리하고, 몸단장하고 식사장소로 가는데
저녁식사 인원이 많아서 인지 주인 아주머니의 친구분들이 와서 도와 주는 것 같다.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 가족을 식사장소와 붙어 있는 조그마한 독방으로 안내한다.
한가족이 모여서 식사할 수 있게 말끔이 식단이 준비되어 있다.
주인 아주머니의 배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두꺼운 돌판위에다 고기와 야채를
함께 구워서 먹는 요리인데 맛이 좋다.

형님도 업무차 일본왕래를 자주하다보니 일본어를 좀 할줄 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와서 뭐라고 얘기하면 웬만큼은 알아 듣고 대답한다.
돈 계산할줄 알면 일본어를 잘하는 거라나. 하여간 형님, 돈계산 1원까지
알아듣고 계산 잘 한다.

축하주를 한잔해야 하는데 부산에서 준비해간 생수(생명의물)는 모두 소진되었고,
형님이 민숙집에서 판매하는 전통 생수를 한병 주문 한다.

한잔씩 가득담아 건배!

술잔이 오가고 있는데 뒤늦게 철수하는 팀들이
도착하였다. 가이드가 소문을 냈는지 지나가면서 모두들 축하한다고 한마디씩
한다.

한 도우미 아주머니, 어머니를 보더니 갑자기 '아리랑'을 부른다.
일본 말로 서로 왔다 갔다 하더니, 어머니도 같이 '아리랑'을 부른다.
급기야는 같이 덩실 덩실 춤을 춘다.어머니 인기 짱이다.
매년 8월에 있는 '아리랑축제' 때문에
이곳 사람들이 '아리랑'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뭉치'가 목 마르다고하여 도우미 아줌마에게 물을 청했는데,
아줌마가 '뭉치'에게 물을건내 주자 '뭉치'입에서 조그맣고 또박또박한
목소리가 나왔다.

"아리가또!"

순간 모두 놀라며 파안대소를 한다. 아줌마는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는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보니
언니가 가르쳐 주었단다. 아! 그렇구나! 이 애들이 다른나라에 간다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였구나! 어이구 귀여워라!

전통생수 한병으로 모자라 더 주문하여 즐겁게 지내고 있느데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은 별로다. 아차! 마누라가 오늘도 꽝 했다는 사실이
떠 올랐다. 내일 나는 죽었다....

마지막날,

모든 노력을 마누라 손맛보게 기울이자.
역시 김서방은 골아 떨어지고 형님, 나 그리고 마누라 이렇게 출조하였다.
항구까지 가는 시간 때문에 오전에 낚시할 수 있는 시간은
딱 두시간! 작전은 한가지. 대량 투입.

포인트에 내리자 마자 조류 파악후 밑밥이 마누라 앞에 모이도록 한 통을
다 던졌다. 우리나라 양으로 따지면 4장 정도 된다. 아이구 팔이야.

마누라 밑밥통을 내 앞에 놓고 순간순간 품질을 해 준다.
한시간 쯤 흘렀을까. 갑자기 마누라 낚싯대가 휜다. 살았다! 떨어뜨리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뜰채를 펴놓지 않았다. 형님에게 달려가
뜰채를 조립하고 돌아 와보니 우리 마누라, 상황 종료 시켜놓고 배시시
웃고 있다. 물이 차올라 낚시 장소가 조그만 여로 변했는데 뒤로 물에
빠져가면서 후퇴한 후 낚시하던 여 위에다 45 정도 되는 참돔을
올려 놓았다. 기가 차다. 어쨌든 꽝은 면했으니 안심이다.

아! 이제 좀 쉬자. 이것 저것 신경 쓰느라고 몸이 말이 아니다.

짐정리 후 갯바위에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 해본다.
왜 우리는 이 섬보다 수백배 수천배 넓은 해안선과 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조그마한 섬 하나 보다도 못한가.

이섬에는 우리의 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여러 동물들이 있다.
대부분 청소꾼이다. 어디든지 있는 갈매기, 고양이, 까마귀 그리고 매(솔개?)
등이다. 바다위에 떠 다니는 쓰레기는 갈매기가 청소하고, 밑밥 개다 흘린
쓰레기는 고양이가 청소하고, 갯바위에 흘린 쓰레기는 까마귀가 청소하고,
회 떠먹고 버린 고기 찌꺼기는 매가 청소한다. 낚싯꾼 옆에는 항상
낚싯꾼이 떠나기를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 까마귀, 매. 청소하려고...

우리의 섬에서는 까마귀 보기 힘들고 매는 더욱 힘들다. 우리 땅과
이 섬 사이의 거리가 결코 먼 것도 아니요 이들이 국경을 넘나들 때
어떤 서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 땅에는 없을까?
왜 이 것 들은 우리땅을 외면하고 있을까? 아니, 우리땅에 있다가 이섬으로
간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하면 우리 땅에도 이런 청소꾼들을 키울 수 있을까?
청소꾼을 키우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루가 멀다하고 갯바위 깨끗이 사용하자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다. 진작에 청소꾼의 중요성을 알고 보호했으면 자연이
알아서 다 청소해 주거늘...

요즘 몇몇 섬에서 쥐와 고양이가 번성한다고 하는데, 이들을 섬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자연에는 필요 없는
존재가 하나도 없다'를 절대 진리의 기준으로 하여, 즉흥적이고 무생각적인
대응은 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리고 이섬의 선장들,
철수할 때 PET병이라도 하나 놓아두고 타면 거의 일분 동안
알아 듣지도 못 하는
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얼른 가서 주워 와야 한다.
철수 하다가도 숨겨진 쓰레기 보이면 배 돌린다. 또 주워 와야 한다.
그리고 나서 또 잔소리 들어야 한다. 사람과 장비만 실으면
훵 하니 떠나는 우리의 선장하고는 다르다. 미래를 볼 줄 안다.
남은 밑밥 바다에 버리면 오분 동안 잔소리 들어야 한다.
도로 가져 와서 내일 사용하든지 아니면 밑밥 모으는 드럼통에 버려야한다.
나중에 사료로 쓴다나 거름으로 쓴다나.
이런 선장들이지만 밉지가 않다.

갯바위 쓰레기 정리해서 배에 싣는데 3분 더 걸린다고 가정하자.
10팀 철수하는데(20명) 30분 더 걸린다. 이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닐 것이다.
내용물이 있는 캔 이나 병보다 없는 것이 더 가볍다. 돌아올 때는
반드시 가벼워지는데 왜 빈 캔 빈 병은 안가져 오는가.
내용물이 있는 라면봉지 보다 없는 라면봉지의 부피가 더 적다.
반드시 수납할 공간이 더 생기는데 왜 빈봉지는 안가져 오는가?
꺼낸 자리에 쓰레기라 생각 말고 다시 저장했다가 그대로 가가져오면 되는데
그것이 그렇게 힘든가.
내용물이 있으면 쓰레기가 아니고, 내용물이 없으면 쓰레기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을 버리기만 하면 쉽게 해결 될텐데...

이런 저런 생각하고 있는데 배가 온다.

철수해서 보니 마누라 외에는 모두 꽝이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

돌아가기위해 짐정리하고 버스에 올라타는데 도우미 아줌마가
어머니에게 다가와 또 손잡고 '아리랑'을 부른다. 결국 합창 한 번 더 했다.
차가 모퉁이를 돌아 안 보일 때까지 주인 아주머니와 도우미 아주머니 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쉬지 않고... 언제나 아쉬운 순간이다.

차안에서 잔챙이들에게 물어본다.

"여기가 좋아?"

"예, 여기서 살고 싶어요."

학교다 학원이다 찌들어 다니면서 얼마나 답답 했겠는가.
이 아이들에게서는 독도문제니, 반일감정이니 이런 것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복선을 깔았다.

"아빠한테 방학 때 또 가자고 그래. 응?"

아빠 눈치 보면서 살며시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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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G 돌산 05-08-11 18:53
고기맘님!
님에글 접하고나니 부럽습니다.
가족동행 그자체만으로도 행복입니다.
저역시 갈때마다 가족동반하지못한것에 아쉬워합니다.
쯔쯔쟈기 전망대 홀로서서 망망대에 먼저간 사랑한사람 떠올려놓고 가슴쓰리던곳,

미네만 아소만 호수같은 잔잔함에 배뛰워 내 사랑하는사람과 노져어 노닐고싶었던곳.

어디를가도 가족과 함께하고싶었는데.
님에 조행기를 보고나니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님에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님의가족에 향상 행운이있길 바랍니다.
G 더불어정 05-08-11 23:33
고기 맘님!
여행을 겸한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제가 직접 낚시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보았습니다.

저는 아소만을 겨울에만 가봤기
때문에 여름철인 요즘 낚시는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우리나라 처럼 참돔이나
벵에돔 돌돔이 나오지 않겠나하는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저는 12월이 되면 그곳으로
벵에돔 낚으러 갈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언제 같이 한번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3부 정도로 나눠
정리했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1부로 정리하기엔
좀 길다는 생각이(망구 지생각)...
G Cast 05-08-12 10:38
아름다운 글
잘 보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조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고,
배려하는 모습 또한
참으로 겸손해 보입니다.
G 흑기사 05-08-12 16:10
즐거운 조행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

대마도 !!! 분명 우리가 정벌했던 섬입니다...
그때 ... 도장 꽝~ 찍어 놨어야 하는데~~~

우리의 갯바위.....
어찌하면 좋을까요???

휴식년제를 도입해 입도 금지해야 깨끗해 질까요???

언제까지 자연의 힘(파도)에 의지해 갯바위 청소를
해야 할까요???

추억에 남을 낚시 여행... 참으로 좋아 보입니다~~~~



G 고기맘 05-08-15 17:07
돌산님,

안녕하십니까? 공연히 가슴 아픈 일을 떠 올리게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돌산도 쪽으로 가끔 출조 하는데 언젠가는 뵐날이 있겠지요.


더불어정님,

안녕하십니까? 온라인에서 여러번 님의 글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호주에 다녀 오신 곳 같더군요. 저도 한번 뵙고 싶읍니다.


Cast님,

안녕하십니까? 경기가 안 좋으데 하시는 일은 잘되고 있는지요.
젊었을 때(?)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어린 조카들이 더욱 귀여운가 봅니다.


흑기사님,

안녕하십니까? 환경에 관심이 많으신 분 같이 느껴집니다.
최대한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아 지겠지요.

긴글(?) 읽게 하여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찹타별로 나누어야 겠습니다.

모두들 안전조행 되시길...
G 삼여 05-08-16 11:13
광복 60주년을 즈음하여 극일을 주장하는 일부도 있지만.....
낚시문화만큼은 일본의 1%라도 배웠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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