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의 만재도 (간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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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의 만재도 (간여의 비밀)

G 2 3,528 2006.08.20 17:05
8월2일 (무시) 무시 오전5시 중간 간여와 끝 간여

부지런한 선장 덕분에 물돌이 시간에 맞추어 간여에 오를 수가 있었다.

짐 정리는 나중이고 장대부터 뽑아 구멍을 더듬어 보아야겠다.

10 여 년 전 e-봐요의 아줌마가 아니었더라면 간여의 비밀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10 년 이상의 조력이 있는 낚시인이라면 조성스타와 남해 2호를 타보았을게다.
최고 속도라야 15노트 정도이니 요즘 배들에 비하면야
절반정도의 속도정도이니 하품이 나올 법도 하지만 30 톤에 가까운 듬직한 체구는
10 톤 미만의 요즈음 배들과는 달리 어두운 새벽 길에 나서도 어느 한구석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 해 어느 날 당일낚시를 추자로 정했으나 굵직한 목소리로 주변를 압도하는
이종철님의 결정으로 만재도로 바뀌었다.

“조금인데다 만재가 물색이 낫다하니 만재로 가보자고…….”
“추자로 간다했으면 추자로 가야지 만재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만재도?”

추자 니아인 e-봐요의 불만이 있었지만 절대 권력자의 파워로
남해 2호의 뱃머리는 만재도로 향했다.
낚시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배도 한척, 장만하게 되었는데 직접 운영할 수가 없어
남에게 잠시 맡겨 두게 된 것이 바로 남해2호였다.

짧은 고수머리에 시라소니를 연상케 하는 눈매로 한 성깔하는 e-봐요 라지만
구척장신에 팔뚝만한 굵기의 막장대를 한손으로 휘~, 휘, 둘러대는 이사장에게만은
기(氣)싸움에서 약간, 밀리는듯하다.

주변의 흥미로운 기대를 저버리고 싱겁게 목적지가 변경이 바뀌었고 착하자마자
만재도의 택택이 배에 올라 거미 새끼 흩어지듯 제각기 포인트를 찾아 갔는데
입이 닷 자나 나온 심통난 e-봐요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간여를 찾아 나섰다.

배 같지도 않은 배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포인트를
위험스레 찾아 나선다는 것이 어렵다, 생각했을 때였고
속도가 느려터진 배로 다른 사람들을 내려주고 간다면
낚시 간도 가장 짧을테니 간여를 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고 생각했다.

중간 간여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었기에 일직암치 낚싯대를 접었고, 도시락도 먹어치웠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마나님의 양산으로
점점 줄어드는 머리숱을 가리며 씨근덕거리고 있었단다.
(내 이 인간들과 다시는 낚시를 같이 다니나 봐라……. -_-;;)
(내 머리가 꼽슬머리라는걸 자세히 보여주마........ -_-‘’)
(저 마누라는 더운 것도 모르나?)

“어머나~~~~~??? 여기는 적도에 가까운 곳 인가봐?”
“여보~~~~ 이리와 열대어 좀 보세요.~~~ 무척이나 많네?!”
(더위에 맛이 갔군……. 열대어는 무슨?????)

어기적거리며 가서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물속을 들여다보니
거울같이 맑은 물색으로 바닥까지 보였는데 그 열대어라는 것이
줄무늬도 선명한 돌돔들이 아니던가?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잘 영근 옥수수 알같이 빼곡히 박혀 있었는데
잠시 멍하니 쳐다 보다가 미끼를 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빨리 장대를 펼쳐 드리우자마자 돌돔들이 다투어 덤벼든다.

연못속의 고기를 눈으로 보며 장난삼아 채 낚듯이
미끼가 바닥이 날 때까지 정신없이 돌돔을 낚아 올려 쿨러를 가득 채웠고
흥분을 채 가라앉히지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 철수시간이 되었다며 다가온 남해2호에 올라타곤
시치미를 뚝, 떼어 가며 이차저차 하다보니 여이차저차 되었노라 적당히 둘러대었다.
다음번 출조장소도 당연히 만재도였고 또 간여에 올라선 e-봐요의 입가엔 묘한 웃음이 흘렀다.

몇 번씩 같은 일이 반복되자 이상히 여긴 이종철님이 은근히 물어 았다.

“포인트 찾았지? 혼자만 재미 보지 말고 한번 일러 주구레~~~”
“콩~!!! 포인트는 무슨 포인트……. 처박기에 나왔구먼.......”
“.......... 정, 그러면, 나……. 배 팔아버린다?........”
“............... 딱, 한번만이야?!......”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 먼 곳을 택택이로 가면 멀고 접안도 힘들지 않겠냐며
아예 큰 배로 직접 내리고 철수도 그곳에서 하게 되었다.

“이제 그만 해... 나 해야지.....”
“한번만 더 넣고...... 배 주인은 나 아니겠어?.”

마땅한 대절 배구하기도 어려울 때라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사장에게 당할 재간이 없게되자 'e-봐요는
끝간여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끝간여와 끝끝간여에서도
두 곳의 포인트를 찾아내게 되었다.
어쩌다 자리 차지가 온다고 해도 처음 내려 본 사람들은 구멍의 비밀을 알 수 가 없었기에
2000년대까지 구멍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만이 큰 재미를 볼 수가 있었다.

돌돔_22.jpg
5호찌네.....jpg
DSC08195.jpg

8월2일 (무시) 오전6시

아침밥을 가져온 선장 아들이 루어 대와 상처로 망신창이가 된
S사 제품인 추억의 막장대를 들고 따라 내렸고 곧, 물돌이가 시작되었다.

망치질 입질이 느끼며 대끝을 주고, 주고, 더 주다가 이때다 싶어 챔질을 했는데
제대로 걸렸다는 느낌이 왔고 손끝에 오르가즘이 닿았다 싶었는데
손잡이에서 3 번째 대가 부러지며 떨어져 나갔고 아직, 끌려 들어가지 않은
떨어진 토막을 재빨리 집어 들고 높은 곳으로 올라서니 쏠쏠한 크기의 돌돔이 달려있다.

뜰채가 한번 휘날렸고 고기를 확인하곤 급히 다른 장대 를 뽑아 들었다.
잠시 후 손톱만큼 더 큰 돌돔이 연거푸 올라왔고 찌낚시를 하던 이장오 이
원투대로 근처에 던진 채비에도 입질이 한번 있었지만 걸림으로 끝나고 말았다.

“여기에서는 물돌이 시간에 장대로 해야 하는 이유가 있고
찌낚시는 뒷쪽의 홈통에서 같은 시간대에 소득이 있는 곳” 이라고
간단한 설명을 하니 내일 아침 들어오는 배로 장대를 주문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초썰물…….
농어가 돌아다니는 시간을 맞추어 뒷편으로 루어를 던지던 선장아들이
엄청난 크기의 농어를 걸어 잠시 승강이를 하다가 떨어뜨리고는 큰소리로 되묻는다.
“봤죠? 봤죠? 엄~~~~청, 나지라~~~~~~~~~~~”
(보긴 뭘 보니? 혼자서 걸고, 보고, 떨어뜨리고……. 난 보지도 못했구먼……. -_-)

함께 몇마리의 크지 않은 농어를 잡아내었고 물이 줄자 갯바위를 다니며 거북손을 캐기 시작한다.
(반찬꺼리를 장만하는 모양이군......)

처음, 섬주민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이상한 반찬이 나와 무어냐고 물어본 것이
이 거북손인데 갯바위에 붙어 있는 이물질(異物)로만 알았지 먹을 수 있다는 건 몰랐었다.

나중에는 초도에서 한 망탱이를 따내어 못 잡은 고기대신 추렴삼아 삶아 먹기 시작했었다.

무더운 날씨로 10시쯤 일찍 짐을 꾸렸고 휴식을 하고 오후에 다시 들어오기로 했다.
돌돔과 노래미, 농어가 오전의 소득이었고 끝간여의 서 씨와 엄군은 어떤 소득이 있을까?
끝간여에는 어떤 심통난 인간이 먹다 남은 반찬과 김치, 크릴로 도배를 해놓아
악취로 서있기 조차 힘들었다며 서 씨는 도리머리 질을 친다.

“아마, 그물이 쳐있어 심통난 어떤 놈이 못된 짓을 한 모양인데
아이고~~~~~~~ 머리가 뽀개지는 것 같아~~~~~~~~~~”

더위를 피하고 다시 들어 오면 뜨거운 햇빛에 찌꺼기들이 말라붙어 냄새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오늘 밤 시간을 중간간여, 끝간여에서 보내기로 했다.

민박집의 수도꼭지에서 시원치 않게 떨어지는 조루성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잊어보려했지만 빗물을 모아둔 물탱크 물은 뜨뜻 미지근 하기만하다.

급한 밥 한 그릇과 짧은 단잠 한숨이 어느 사이에 지나갔고
이른 저녁밥을 한술 떠 넣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본다.
(예미....... 공부나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있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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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일 (무시) 오후 5시

방파제를 벗어난 배방향이 좀, 이상하다? 신여로 가나 했더니 외마도 쪽으로 향한다.
벌써 어떤 팀이 간여를 차지했으니 외마도로 가자는구나…….
아직 너울기운도 있으니 계단 쪽이 안전하고 조황도 좋을지 모르겠단다…….
얼마 전에는 동생이 친구들과 놀러와서 돌돔을 열댓 마리나 잡았다고 한다.
(그 때 다 잡아갔을 텐데 남은 돌돔이 있겠니? -_-;;)

외마도 끝 쪽에 서 씨와 엄 군이 내렸고 안쪽 홈통으로 이장오군을 데리고 내렸다.
“뗑그렁~~!!”
더위에 두뇌회로에 이상이 생겼는지 받침대를 설 박았는지 다시 박는다고 몸채를 떼어냈다가
밑부분을 굴러 떨어뜨린 이장오군이 멍하니 물속을 쳐다본다.
더위에 귀찮고 지쳐 집중이 안 된 탓이겠지만 밤새도록 낚싯대를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여분의 받침대를 건네주며 정신을 집중하도록 일러본다.

“그 것까지 잃어버리면 더 힘든 낚시를 할지 모르니 차분히 움직이라고…….”

순간이 귀찮다고 대충하다간 안전에도 문제가 있고
이제는 젊은 너희들이 나를 도와주어야 할 텐데 한참 뒤바뀐 판국이라는 핀잔도 날려본다.

모기가 없는듯하면서도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어두침침한 밤기운이 감돌며 철썩이는 파도 속에서는 인광이 한 점도 보이질 않는다.
(또 그른 밤이 되는 걸까?)

벽에 달라붙은 박쥐처럼 좌측에는 두 사람이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었지만
불안정한 자세가 마음을 불안하게만 한다.
안전한 발판을 확보하고 낚시를 하라 몇 번이나 일렀지만
뜨거운 맛을 보지 못한 서 씨는 언제나 정신을 차릴런지…….

저러다 대물참돔이나 돌돔을 만나면 십중 열은 대를 뺏기던지 굴러 떨어지고 말게다.

밤이 깊도록 손바닥만한 우럭과 노래미 한마리가 귀한 모습을 보였고
대물을 포기한 서 씨가 뒤편의 우럭 굴로 이동을 했는데
쓰레기와 거품이 뒤덮여 있어 채비를 내리지도 못하고 되돌아온다.

싸늘한 봉돌과 뻣뻣하게 굳어버린 청개비를 보니 이 밤도 별밖에는 볼일이 없을세라~~

내일을 위해서는 일찌암치 체력이나 아낄 수밖에......

등 붙일만한 곳을 찾아, 이리저리 벌벌 기어다니다가 마땅한 곳을 찾아 눕고보니
오늘 밤도 밤하늘의 별들은 또롱또롱하기만하다.

'푸른 하늘, 은~하수~.........'

만재도의_별이_빛나는_밤_05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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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G 봄바람 06-08-20 17:46
바다낚시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장비라고는 1호대만 달랑 들고 만재도 낚시를 많이 다니시는 분과 같이 우연히 바깥 간여에 내려서 하루 아영낚시를 하였습니다. 1호 연질대에 3호 원줄, 2호 목줄로 돌돔과 참돔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고생만 하고 눈이 먼 돌돔 40cm 한 마리를 걸어서 무지하게 좋아하였고, 난생 처음으로 돌돔 회 맛을 보면서 황홀해 하였던 옛날 기억이 납니다. 찌매듭 님의 글을 보면서 그 때 순간들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글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어복 많으시길 기원합니다.
G 찌매듭 06-08-20 17:54
그 사이에 다녀가셨군요 ^^ 90년대 초만해도 원투대와 루어대만 들고 만재도를 찾았고 두어번 찾고나서야 장대와 3호대를 갖고 다니게 되었지요. 간여를 청소하며 돌아보니 아직도 가는 목줄에 작은 바늘, 좁쌀 봉돌이 물려있는 채비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이야 정보가 얼마든지 있는 때인데 아직도 이런분들이..... ^^;; 요즘의 대상어가 무어길래 의아하긴했습니다만 만재도를 처음 찾는 사람들이 아직 있겠지요. 세번째의 글은 내일쯤 써야겠습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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