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25. 가파도 벵에돔 조행기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긴 출조 다녀오느라 미뤘던 업무와 후반기 평가까지 겹치면서 조금 바빴습니다. 한동안 쓰지 못했던 제주도 4일차 조행기를 이제야 올립니다.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걷어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어느새 버릇이 되어버렸습니다. 모슬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걸어놓은 낚시복들도 항상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아주머니도 이제는 적응이 되었나 봅니다. 하루 종일 바다에 있다 잠깐 잠만 자러 들어오는 숙소라서 청소가 필요 없다고 손짓 발짓 며칠 얘기 했더니, 이제는 문 앞에 수건과 생수만 놓아두었네요 ^^"

다음날에는 제주도를 떠나야 하기에 이날이 가파도 출조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이날까지 4일 연속 가파도 출조였지만, 마지막은 항상 아쉽습니다. 운진항을 나서면서 사진 한 장 남겨봅니다.


4박 5일 일정 중 뒤로 갈수록 기상이 안 좋았습니다. 전날 오후부터 불어온 강한 동풍이 이날도 계속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에 물때는 괜찮았네요. 포인트에 하선하고 나서부터 계속 날물이 진행되어 여치기 낚시를 하기에는 적당했습니다. 
예상대로 일승호는 가파도 서쪽 어느 작은 여에 저희 둘을 내려주었습니다. (항상 그렇듯 "어느 포인트"에 내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여건에 맞게 최선의 포인트에 내려준다고 믿는 편입니다. 아직 가파도에 못 내려본 곳이 더 많기에, 조과를 떠나 새로운 포인트를 경험해 본다는 작은 기대감을 즐기고 싶습니다)
우리가 내렸던 곳은 가파도 "병풍여"라는 곳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날물이 3시간 넘게 진행된 4시경 병풍여를 떠나며 남긴 모습입니다. 처음 내릴 때는...'정말 여기에 내려서 둘이 낚시를 하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ㅠㅜ
처음 하선하여 30분 동안 벌을 서다가 겨우 짐을 정리하고, 낚시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도 제주도 현지 낚시인 "뜨거운 북극곰" 형님께 포인트 이름, 공략 요령 등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병풍여의 주변 수심은 2~3m로 깊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최대한 멀리 채비와 밑밥을 던지는 방법으로 낚시를 진행했습니다. 얕은 수심은 크게 상관이 없었는데, 날물 조류가 일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맴도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채비는 피츠 트라이던트 GX 1.2호대, 1.6호 원줄, 나만의 수제찌 달인 0c 찌, 조수 고무, 1.5호 목줄, 긴꼬리 무미늘 바늘 6~7호였습니다. 조류가 빠르지 않아 봉돌은 거의 달지 않았습니다.
30m 넘게 채비를 던져 흘리다 보면 작은 긴꼬리 벵에돔들이 시원한 입질을 보여주었습니다.

조금 다른 입질과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작은 돌돔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

날물이 진행되고 나서 자리가 넓어지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조금 생겼습니다. 가파도 본섬 둘레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여행객들이 많네요.
가파도는 청보리밭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내년 봄에는 가족들과 한 번 와보고 싶네요. 가족들의 배려로 4박 5일 출조를 와 있지만, 정작 바다에 서면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반대로 가족들과 같이 있을 때는 바다 생각이 많이 납니다만...^^;;)

운진항으로 오기 전 햄버거를 준비했습니다. 간편하기도 하고 맛이 있어서 평소에 먹던 초코/에너지 바 보다 훨씬 낫네요.
하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너울에 떠내려가던 "새엄마는 이계인"님의 라이브웰 안에 있던 햄버거입니다. 어렵게 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3시 30분쯤 선장님의 전화를 받고 짐을 정리했습니다. 4시가 되니 약속대로 일승호가 갯바위로 다가오네요.

왠지 자리를 옮겨 줄 것 같은 느낌의 전화였기에, 저희도 아무 말 없이 배에 올랐습니다. 3분 정도 지나니 배의 속력을 조금 줄이기 시작하는데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옆에 있던 현지 낚시인이 제게 어디론가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그제서야 작은 여가 눈에 들어오네요.
나 : "저기요......??"
현지 낚시인 : (말없이 끄덕끄덕)
나 : (아씨...아까 병풍여는 양반이었네...;;;) "근데...저기 이름이 뭐예요?"
현지 낚시인 : "작은 악근여예요"

한 번쯤 내려보고 싶었던 "작은 악근여"지만, 하선한지 1시간 정도 지나 중날물 끝자락쯤에야 제대로 낚시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씩 갯바위로 올라오는 너울에 밑밥통과 스탠드를 하나만 설치하고......

다른 밑밥통과 라이브웰은 뒤편 스탠드에 올려두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탠드 아랫부분까지 물이 찰랑찰랑 올라왔었네요 ^^;;)
작은 악근여의 경우 날물은 좌측 마라도 방향으로 흐릅니다. 처음에는 정면 우측 간출여 주변을 공략하다가 주변 갯바위가 드러나면서 좌측으로 조금씩 자리를 옮기면서 낚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합니다. 그리고 해창 때는 갯바위 좌측 수심 3~4m 부근을 노리면 4짜 벵에돔들이 입질을 해준다고 하네요.

낚시 시간도 짧고, 너울이 갯바위를 조금씩 넘는 상황이라 "작은 악근여"에서의 사진은 더 이상 없네요.
강한 샛바람을 오랫동안 맞기도 했고, 철수 때 배 위로 올라온 너울에 몸이 많이 젖어서 항으로 돌아온 뒤에도 기운이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큰 씨알은 없었지만 몇 마리의 벵에돔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귀중한 손맛을 보게 해준 고마운 녀석들입니다. (사진만 남기고 얼른 방생했습니다)

저희 모두 해창 때 한 번씩 엄청난 입질을 받았습니다.
분명 긴꼬리 벵에돔의 입질인데...릴링을 하다가 갑자기 스풀의 드랙이 미친 듯 풀려나갔습니다. 드랙 나가는 소리가 너무 빨라 "우~웨엥~~~"하는 소리까지 날 정도였습니다.
처음에 "새엄마는 이계인"님이 그런 입질을 받고 나서 1~2분 사이로 제가 똑같은 입질을 받아보니 '이건 낚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네요. 두 번 모두 10~20초 뒤에 벵에돔을 뱉었던 것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부시리가 벵에돔을 물었나 보다" 생각하고 철수배에서 선장님께 얘기를 하니, "부시리가 아니고, 다금바리다"라는 말을 하네요. 부시리는 이빨이 없어서 벵에돔의 강한 지느러미를 부술 수 없고, 이빨 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성산 쪽에서는 벵에돔을 이용한 다금바리 낚시를 한다고 하네요.
위의 사진을 보면 벵에돔 두 마리 모두 등지느러미가 부서져 있고, 아래 벵에돔에는 선명한 이빨 자국과 꼬리 지느러미까지 갈라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어종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습니다.
4일차 뒤풀이 메뉴는 중식이었습니다.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철수 후 정리를 하다 보면 시간이 늦어 못 가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평점이 높고, 리뷰가 많은 곳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이곳은 정말 괜찮네요.
코스요리에 서비스 음식까지 받으며, 기분 좋게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실내 분위기도 좋아서 다음에 가족들과 대정 쪽에 들른다면 다시 가보고 싶네요 ^-^"
드디어 5일차 마지막 이야기 하나가 남았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숙소 주변 작은 방파제에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다음에는 그 이야기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