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그만 두고 너무나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니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다.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 하니 우체국에 건강 보험 든 통장이 생각나는거다. 그 길로 우체국 가서 약관 대출 하니 150만원 정도 된다. 두 번 생각 않고 거문도를 향해 달렸다. 혼자 차를 끌고 고흥 지죽에 도착. 모 낚시배를 타고 거문도 고도로, 그리고 터미널 민박에 여장 풀고 오맹구 선장님을 찾아 조황 문의. 갯바위에서 이틀 꽝 쳤던가. 첫 날 그 독성 강하다는 졸복을 씨알 좋은 놈으로 열 댓 마리 낳아 회를 떠서 시식, 다들 만류 하는데 나만의 비법으로 고기를 처리하여 옆에 분들께 권하니 다들 살살 피한다. 캔 맥주에 맛있게 먹고 잘 잤다. 둘째 날은 학공치를 잡았던거 같고 셋째날 맹구님 배 비너스호를 타고 일정에 없던 열기 선상 낚시를 갔다. 씨알 좋은 쏨뱅이, 열기, 우럭이 한 두마리씩 물어 댄다. 넷째날 갯바위 나갔다 꽝치고 철수길에 동도 방파제에 내려 달랬다. 낚시인이 몇 분 보여 조황을 물어 보니 씨알 좋은 참돔이 나온단다. 해 봤다. 꽝이다. 딴 분들도 조과 없이 철수한다. 발 밑에 밑밥 한 주걱에 자리돔이 수백 마리다. 자리돔채비를 하여 발 앞 석축에 담군다.(난 원래 참돔, 감성돔 이런 것 별로다, 학공치, 볼락 등 일반 꾼들이 별로 선호 하지 않는 잡고기 전문 꾼이다. 원도권 가서도 맨날 이런 것만 잡아 올린다. 다만 돌돔 찌낚시는 좋아한다.) 쌍바늘 채비에 자리돔 씨알 좋은 놈들이 두마리씩 물어댄다. 신나게 낚다 보니 철수 하자고 배가 온다. 짐 풀고 자리돔을 꺼내 놓는데 왠 노인 한 분이 쳐다 보신다. "고기 못 잡으셨어요" "못 잡았지" "자리돔 회 떠서 술 한잔 하려는데 드시겠어요" "그래, 그럼 한잔 하지 뭐" 이렇게해서 서울에서 오신 황사장님과 친구되시는 강화 이 선생님을 만났다. 자리돔 회에 맥주 한잔 들이키며 낚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스무살이 넘는 나이 차를 뛰어 넘어 낚시 친구가 되었다. 너무나 평범하신 외모와 옷차림에 그저 평범한 할아버지들인가 했더니 알고 보니 서울양재에서 사업을 하시 던,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여유있는 분이셨다. "유군, 지금 뭐 하나?" " 예, 하던 일 그만 두고 건강상 쉬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쉬는 동안 나랑 낚시나 다니지, 경비는 내가 다 부담할께" 이래서 거문도 첫 출조에 생각지도 않던 아버님뻘 낚시 친구가 생긴 것이다.
제 낚시 성향이 큰 고기 못잡아도 즐기면서 하자. 낚은 고기는 맛있게 먹자다. 이 분 황사장님 낚시 스타일도 나이가 있어서도 그러시겠지만 그냥 바다를 즐기자다. 두 분을 먼저 보내고 3박 4일 일정의 거문도 조행이 고도 3박 4일, 동도 7박 8일 10박 11일이 되어 버렸다. 짐을 맡긴 터미널 민박에서는 동도 들어 간 내가 하도 안나와서 무슨 일 난 줄 알았단다. 서울 올라 갈 기름 값만 남기고 가지고 간 경비를 다 털고 나서야 거문도를 떠났다. 서울 올라 와서 몇 일 안되었는데 그 분 황사장님이 전화 하셨다. 낚시 가자고, 거문도로. 짐 챙겨 그 분 소유 빌딩이 있는 양재에서 다시 만났다. 차가 캐딜락 인데 배기량이 5천이라던가 6천이란다. 강화 그 친구분까지 셋이서 거문도로 향했다. 3박 4일 지루할 정도면 서울 올라 왔다가 또 거문도로 향했다. 또 4박 5일, 또 3박 4일 어떤 때는 일주일. 거문도 분들이 집 사서 여기 살라고 할 정도로 왔다 갔다 한다. 갯바위, 남들은 다섯시에 나가는데 우린 아침 먹고 8시 아님 9시 출조다. 바람 분다고 철수, 고기 안잡힌다고 철수. 날 안좋은 날엔 거문도 양식장 관리인께 부탁해 가두리에서 참돔, 고등어, 전갱이 낚시 하고 저녁에 잡은 고기로 회 뜨고 굽고 해서 맥주 한잔. 어떤 날은 동도 죽촌민박 들어 가서 4일내 방파제, 가두리 낚시하여 우럭을 씨알 좋은 놈으로 꽤나 잡아 냈다. 노인 두분 모시고 다니면서 신선 놀음이다. 고도에선 저녁 먹고 후레쉬 들고 나가면 배 대는 석축 자리엔 낚지가 올라 온다, 수심 1m 미만 어떤 곳은 한 뼘쯤 되는 수심의 석축 사이로 뻘건 돌 낙지가 기어 다닌다. 세칸 민장대 초리를 빼고 2번대에 오징어 바늘을 묶어 낚지를 잡으러 나갔는데 열 몇 마리를 잡았다. 항 직벽 벽엔 주먹만한 소라가 붙어 있다. 충청도 횟집 사장님은 밤 마다 자신이 고안한 장비로 항 안에서 전복을 잡는다. 직벽에 붙은 전복을 뜰채 달린 긁개라 할까.그 장비로 전북을 잡아 낸다. 동도 방파제 내항 석축엔 뿔소라가 엄청 많다. 오후에 물 빠질 때쯤 나가면 보통 4-50십 개는 줍는다. 물 바가지가 가득차서 옷에 싸가지고 올 정도이다.회로 먹고 삶아 먹고. 낚시는 뒷전이고 맨날 이렇게 노는 날이 많았다. 서울 올라 와 몇 일 지나면 바다가 그립고 그 때쯤이면 또 황사장님 전화. "미스터 유, 뭐해. 낚시 나 가자구" "네, 갈께요." 거문도 출조 6회짼가 7회짼가, 3월 말쯤 되었을 때다. 몇 일을 예전 하던대로 갯바위 나가 벵에돔 친다고 하다가 잔 씨알 낱 마리. 볼락 잡는다고 마당 바위 갔는데 날씨가 안 좋아 그런가 너 댓수 낚고는 철수. 참돔 붙었다고 선상 참돔 낚시 갔다가 왕 보리멸 수십 수. 제대로 낚시 한 번 해보자 해서 다시 갯바위로 나가 심기일전 열심히 흘려 보지만 그 놈의 망상어, 학공치,전갱이 새끼들은 왜 그리 설쳐대는지. 또 꽝치고 철수 길에 "저 밤 볼락 낚고 들어 갈께요. 먼저 들어 가세요." 맹구 선장님께 부탁하여 서도 등대 밑 포인트에 아무 준비 없이 내렸다. 1호대 1대, 2.5호줄 감긴 릴 2500번 1개, 청 갯지렁이 한 통. 밑밥통. 혹시 볼락 많이 잡으면 넣으려고 대형 쿨러 내리고.
추자도는 한 겨울 감성돔 철부터 씨알 좋은 볼락들이 낱마리로 낚이다가 3월말 부터 5월 사이 많은 마릿수가 나온다. 수심은 2-3미터, 1호대에 원줄 3호, 목줄 2호, 감성돔 바늘 2-3호. 찌는 3b-1호 사이 전자찌. 발 밑에 크릴 밑밥 주고 미끼는 크릴 이나 청갯지렁이 혹은, 염장 참 갯지렁이. 한번 고기가 붙기 시작하면 마릿수는 물론 씨알도 엄청나다.
근데 거문도 볼락은 시기가 안 맞는지, 기법을 몰라서 그런지, 같은 방법으로 열심히 했는데 달랑 두마리다. 20. 그리고 25정도 각 1마리. 낚시대와 지렁이 통만 들고 이동할 수 있는 모든 포인트를 쑤셔 보지만 입질이 없다. 서너 시간 해보고는 볼락 낚시 포기하고 갯바위 평평한 바닥에 눕는다. 낚시 할 때는 몰랐는데 엄청 춥다. 텐트도, 침낭도 없이 낚시복에 겨울 잠바 하나만 껴 입고는 차디 찬 갯바위에 누우니 신세 처량하다. 볼락 두마리라. 춥다고 웅크려 누워있다.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일어나 시간을 보니 5시가 조금 넘었다. 잠도 더 오질 않고 조금 있으면 동이튼다. 고기가 물 기대는 않았지만 잠도 더 안오고 추우니 낚시나 하자. 공략 지점을 바꿔 전방 25-30미터 수심 8미터를 주고 채비를 흘려 본다. 씨알 좋은 볼락 한 놈이 올라온다. 아! 이거였나. 거문도 볼락은 깊은 곳에서 무는 구나. 청갯지렁이 두, 세마리를 골라 힘껏 던져본다. 찌를 쏜 살 같이 끌고 들어간다. 챔질. 뭔가 털털 거리고 올라 온다. 씨알 좋은 고등어. 엥, 웬 고등어야. 목줄 2호 감성돔 바늘 2호에 싱싱한 청 갯지렁이 3마리를 대가리만 걸쳐 꿰어 다시 힘차게 원투. 국산 1호 전자찌가 동 동 동 보기 좋게 흘러간다. 한참 조류를 타더니 훈수지점에 이르러서 깜빡 깜빡 거린다. 전형적인 대물 볼락 아님 대물 우럭이 바닥권에서 입질 하는 형태다. 더 이상 끌고 들어 가지 않고 계속 깜빡 깜빡. 조금 기다리니 스물 스물 들어간다. "왔구나" 강하게 챔질하니 묵직한 느낌이 온다. '묵직하게 끄는게 대물 우럭이구나.' 하고는 살살 달래 본다. 욱- , 음 힘 좋은데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온다. 몇 차례 실갱이 후에 고기가 가까운 곳으로 끌려 오는데, 아니 검은색이 아니고 검은 빛이 도는 은빛이다. 5짜는 됨직한 감성돔이 청개비를 꿴 감성돔 2호 바늘을 물고 나온것이다. 잡으러 다닐 때는 그렇게도 날 외면하더니 이 멍청한 놈이 볼락 잡으려고 던져 논 청개비를 물어. 아, 근데. 고기는 끌어 냈는데 뜰채가 없다. 볼락이 대상어다 보니 낚시대만 달랑 1대 들고 내렸으니, 고기가 커서 들어뽕도 안되고. 진퇴 양난이다. 하는 수 없이 낚시대를 들고 한손으로 갯바위를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 비탈진 급경사의 갯바위에 서서 한 손으로 낚시대를 들고 한 손으로 고기 아가미를 쥐어 본다. 고기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잡아지질 않는다. 아구! 이러다 다 잡은 고기 놓치겠다. 어쩌다 고기 아가미가 뻗힌 내 손에 들어 왔다. 재빨리 들어 고기를 가슴에 품고 이로 목줄을 끊는다. 낚시대는 갯바위에 걸쳐 놓고 또 한손으로 갯바위를 기어 오른다. 와! 크다. 오십이 넘을 것 같다. 볼락 담으려던 대형 쿨러의 얼음을 모두 쏟아 버리고 바가지로 물을 퍼 담아 고기를 넣었다. 너무나 좋아서 낚시대 던져 놓고 고기만 쳐다본다. 기포기도 없는 상태. 대형 쿨러지만 고기 꼬리가 닿는다. 이제 낚시는 뒷전이고 물 바가지로 물 퍼서 계속 새 물과 산소를 공급해준다. '아, 철수 배는 왜 안오는거야.' 이윽고 비너스호가 다가 오고, 한 수 했냐는 질문에 고기를 들어 보여준다. 출조객 모두 와! 배에 올라 타니 바로 포인트로 들어 가잔다. 고기 들고 동도 쪽 포인트로 광어 45정도 1마리 추가 후 오후 철수. 충청도 횟집 수족관에 고기 넣어 두고 쳐다보니 이 흐뭇한 마음. 다음 날 철수시에 계측해 보니 길이 51.5cm, 무게 2k 400g이다. 멍청한 놈. 그래 볼락 낚으려고 던져 논, 그것도 건성으로 낚시에 물어. 천수가 다한 놈인 모양이다. 사진은 일반 사진기로찍어서 인화했는데. 이거 디지털 카메라로 다시 찍어서 올려도 선명 할런지. 되면 올려볼께요. 양념으로 2006년 8월 만재도 출조시 1호대, 1호찌 3호 원줄 , 목줄 2.5호, 감성돔 3호 바늘로 흰여 직벽에서 낚은 46 cm 돌돔 첫 번째, 두번째가 제가 낚은 돌돔 사진, 그리고 본인, 그 밑은 다른 분 조황입니다. 피싱 21 조황에서 퍼옴.
맨 밑의 사진은 2006년 5월 동해 용정 무당 바위에서 오후 한 물 때 감성돔 32, 광어 2마리 조황중 일부.
사진이 작아서 그렇지 작은 씨알 아님. 옆에 커피 믹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