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 큰 감시 잡다.
1 맥도사
9
3,754
2008.03.28 16:56
내일(2008. 3. 8) 새벽에 출조 하기위해 일찍 자야 하는데 이제 고등학교 갓 입학한 딸과 2학년이 된 아들이 늦게 학교에서 돌아와 우리방에 자리를 잡는다.
내일 아빠 출조 한다고 가서 각자 볼일 보라고 사정을 해도 내일 놀토라고 그동안 이야기 못했던 학교에서 있었던 온갖 이야기를 교대로 늘어 놓으니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올리가 없다.
시간은 벌서 11시를 넘어가고 안되겠다 싶어 아내와 합동으로 두놈 다 등떠밀어 내보내고 잠을 청해 보지만 설레임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많이 가면 일주일에 두번 적에도 한달에 너댓번은 바다에 나가는데도 출조전에 목표한 수면시간을 채워본 적이 없다. 아니 50% 달성도 거의 무리다.
5시 첫배 출항이라 3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 뒤척이다 눈 떠보니 1시 50분..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부터 잠이 올리 없다.
뒤척이면 곤히 잠든 아내 잠깨울테고 자기전에 옷이랑 모든 준비물 손닿는 곳에 두었기에 소리없이 챙겨 집 근처에 있는 사무실로 빠져 나간다.
사무실에서 기상도 확인하고 물때랑 수온, 그리고 조황을 한번더 확인 한 뒤 밀린 일 있나 좀 챙기다가 시간 맞춰 바로 옆에 있는 일행과 만나 김밥 4줄 목적지인 가덕도로 가기위해 녹산 선착장으로 출발.
5시 첫배를 타기위해 4시 30분까지 낚시점에 도착해보니 나이많은 분들이 먼저 와 계신다.
학공치가 좀 나와서 자리 경쟁이 치열하단다.
어둠을 헤치고 달려 학공치가 많이 나온다는 돌무너진곳 위주로 학공치 조사들 내려주고 우리는 다음 순위로 부근에 내렸다.
소음이 감시 낚시 최대의 적이라는 고수들 가르침에 조심조심 뜰채를 펴고 밑밥을 발밑에 양껏 뿌려준다.
각자 민장대를 꺼내 케미를 꼽고 눈에만 불을켠채 발밑에 와 있을 감시를 노려본다.
12월 말에도 이곳에서 해뜨기 전에 민장대로 감시 4짜 걸었다가 놓친적이 있다.
뜰채를 펴놓지 않아서.....
오늘은 음력 2월 초하루.. 말 그대로 영등철이 시작 되는 날이다.
먼동이 터 오려고 하는데 입질한번 없다.
지금쯤 아내는 일어나서 집근처 절에 불공드리러 갔겠다. 초하루니까...
사물이 식별될 즈음 아까운 시간대 다 지나간다 싶어 민장대를 갯바위에 던져두고 집에서 채비해둔 주력장비를 꺼냈다.
1호대에 2500번 스피닝릴 원줄 2호 목줄 1.5호 길이 4M 정도, 제로 전자찌에 스텔스 달고 B 봉돌 하나 물린 전유동 채비..
갯바위에서 15M 정도 떨어진 간출여 같기도 하고 수중여 같기도 한 그곳 부근에 채비를 투척하고 밑밥을 던져본다.
오늘도 꽝인가보다 하는 생각에 딸이 좋아하는 청어라도 잡았으면 좋겠다 하고 찌를 주시하는데 파도에 의한것인지 입질인지 찌가 간사하게 흔들린다.
혹시 하는 마음에 대를 살짝 들어보니 살며시 들어간다. 챔질....
밑걸림이었나? 하는데 대끝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그리 큰것 같지는 않다.
대를 세우고 릴 을 감으니 묵직 하면서 3M 정도는 잘 끌려 온다. 노래미 큰놈 잡았나보다.
횟감 노래미 잡았다 하며 릴로 채비를 바꾸는 일행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쳐박기 시작한다.
이놈의 노래미가 미쳤나 하면서 주저 앉아 대를 세우는데 계속 쳐박기만 하고 힘이 빠질 생각을 않는다.
사태가 심각함을 깨닫고 일행에게 뜰채를 외치는데 그냥 감상만 하고 있다.
노래미 가지고 장난치는 줄 알았나 보다.
한번 더 뜰채 라고 고함을 지르니 그때서야 뜰채를 들고 달려온다.
TV 에서 많이 보는 펌핑이나 릴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냥 쳐박기만 한다.
두손으로 대를 잡고 버티기만 할 뿐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도 20번 이상 내려본 자리라 여에 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약한것 같은 채비가 불안 하기만 하다.
원줄 2.5호 목줄 1.7호 쓸걸.... 그래도 이런놈 걸릴줄 알았나 하며 혼자 궁시렁 거리며 버티는데 줄에 조금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얼른 줄을 감아 들이고 보니 찌가 수면에서 찰랑 거리고 있다.
"아자씨 뜰채 잘해야된다이~~~~~~죽는다이 ~~~"하면서 몇번이나 다짐 받고.....
고기가 힘이 빠졌는지 감으니까 조금씩 딸려온다.
그런데 고기가 수면에 뜨기도 전에 뜰채가 마중 나가서 물속을 헤집는다.
고수들은 수면에 띄워 공기를 몇번 먹이고 뜰채로 올리던데.....
"아자씨 잘못된것 아이가? 고기 안떴는데.... 죽는다이 노치몬.>.~~
다짐 받는중에 뜰채가 마중가서 공기도 먹기전에 떠버린다.
뜰채에 담기는 옆모습을 보니 숭어같기도 하고 광어 같기도 하고 좌우지간 등판이 넙떡하니 허연것 같다.
일행이 뜰채를 접으면서 와 대물이다 하며 소리 지른다.
놀라서 뛰어가보니 정말 어마한 놈이 뜰채에 들어가 있다.
"오면 다 짤라 버릴거여" 하는 기세로 입을 벌렸다 닫았다 한다.
이빨도 겁나게 생겼고 그놈 자존심 살려 준다고 2호 바늘 재활용 안하고 끊어 줬다.
살림망에 넣으려고 보니 대가리가 잘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좌우지간 크다.
여태껏 잡은놈중 제일 큰놈이 36 정도 였는데 무조건 기록 갱신이다.
물릴까봐 조금 떨어져 뺨을 대 봐도 50이 넘을것 같다.
표정 관리 하면서 밑밥치고 또 그 부근에서 35 정도 되는 놈으로 한마리 더 잡았다.
이건 별 저항도 없는 것 같고 잔챙이로 느껴진다.
사람의 기분이 이렇게 간사한가보다.
좀 있다가 노래미 35 정도 되는놈 한마리랑 도다리, 망상어, 노래미(횟감) 잡아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김밥을 물밑 고기들 한테도 나눠주고..
많이 잡고 술한잔 하면 인심이 후해지나 보다.
만조가 9시 10분경.. 그이후는 수온이 떨어지고 아무리 쪼아도 입질한번 없다.
철수는 3시에 하려고 했는데 선장에게 전화해서 1시에 하기로 했다.
배가와서 바빠지기전에 사진촬영을 해야된다.
친구들에게 고기 잡아 휴대폰으로 찍어 자랑을 해도 "니가 잡았다는걸 우째믿노"해서 갯바위에서 고기를 들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
뽀대나는 비싼 장갑은 평소 가방에 처박아 두고 목장갑 손가락 두개 잘라 끼는데 오늘은 그걸 꺼내 끼고 찍기로 했다.
일행은 벌써 장갑 바꿔꼈다.
나는 고기 다칠까봐(내가 물리거나 찔릴까봐?) 조심 조심 다루다 보니 폼이 엉성한데 일행은 많이 보는 그 포즈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촬영 후 고기를 쿨러에 넣으려 하니 꼬리 부분이 접힌다.
고기 구경하러온 다른 팀 조사가 보고 이 아까운 고기 살려 가라고 한다.
밑밥통에 물을 담고 고기를 넣었는데 사용한 적이 없다는 일행의 기포기가 맛이 갔다.
그냥 그대로 가져 가기로 했다.
미리 채비를 챙겨두고 막간을 이용해서 미역따기 작업에 돌입.
뜰채에 꼽을 수 있는 조그만 낫(따로 팝니다)을 장착하고 조수는뜰채를 편채로 2인 1조로 작업
10분 정도 작업해서 싱싱한 돌미역 2봉지를 땄다.
아내는 내가 낚시를 가도 잘 이해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경우에는 고기도 바다에서 다 장만해 가고
고기 안될때 고동도 따고 톳이랑 돌미역도 따고해서 기분을 맞춰준다.
고기 욕심은 전혀 없고 그냥 머리 식히러 갔다가 당신 생각나서 따왔다 하면 아주 좋아하니까.....
낚시점에 도착해서 계측을 해보니 53 정도가 나온다.
가덕도만 고집하는 내가 이런 고기 또 잡을 수 있을까?????????
참 사진속 모델은 뜰채질의 대가 입니다.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