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같이 잠을 깨 티비를 온 시키는데 그 시간으론 난데없는 신호음이 들린다 Don McLean의 'Vincent'.... 새벽 5시. "형님 지금 쥑이는 상황이니 얼른 챙겨 대포로 넘어 오이소" " 와 카는데? 그럼 그 쥑이는 상황이란거 사진 좀 보내 보쇼"
그랬더니 곧바로 보내 온 사진이 위의 그림이다. "저하고 가이드 둘이서 날샐 무렵부터 약 1시간동안 선상 조과 입니다" "내가 언제 선상 한다고 했나요. 잠이나 더 잘라요 나는" "아입니더 형님. 지금 제가 배 묶은곳은 굴비 등대섬이지만 현재 표층수온이 20℃를 가리키고 구을비 설치와 한평자리 모두 비어 있으니 얼른 오시기나 하이소" "사진에 큰거는 사이즈가 얼마쯤?" "70 중반은 되는넘 입니다"
않그래도 실시간으로 촬영해 보낸 사진을 보고 들떠 있던터라 '까짓 속는거 한두번 속아 봤나' 하면서 솔깃 하여 바로 경산의 모씨에게 전화를 넣는다 새벽 5시에 남의 집에 전화를 넣는 나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지만, 그시간에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는 그도 정상이 아닌건 분명 하다.
"김형, 대포 코털한테서 금방 '얼른 넘어 오라'고 전화가 왔는데 김형 생각은 어떤가요" "그야 무조건 콜이지요. 몇시까지 형님 한테로 넘어 갈까요"
그렇게 하여 진량 우리 아파트에서 06시 30분에 출발을 한다. 근년 들어 드물게 꿈에 부풀어.
밑밥은 일단 긴꼬리와 참돔을 겨냥한 출조이니 평소보다 넉넉히 40L 밑밥통 하나를 개고 냉동상태의 크릴 10장에 참돔용 파우더 3봉 무색 빵가루 4봉을 따로 포장 하여 국산 청개비에 백크릴, 이것저것 필요한것 모두를 구입해 룰루랄라 페달을 밟는다. 그렇게 대포항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그런데 오후출조를 위해 기다리는 출조객이 한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30분 가량 기다리자 멋쟁이? 코털선장이 나타 나 하는 첫마디 "형님 갑자기 심상찮은 너울이 생기고 수온도 급강. 아무래도 구을비는 무리겠습니다" "그럼 이대로 그냥 돌아 가까?" "아니 기왕 오신것, 바람과 너울을 등진곳에서 하시다가 저녁때쯤 이동을 하시는것이..." "됐네요. 선장 말대로 기왕 왔으니 내일 철수때 까지 놀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세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내리게 된 곳이 일명 '피난자리'라는 소매물도 남서편 자그마한 만(灣)의 안통이었다.
이 자리는 언젠가 한번 강한 북동풍에 쫓겨, 앉아 본 자리로서 특별한 이유만 없다면 볼락으로 작은 쿨러를 채울수도 있는 포인트다. 그때 시각이 정오를 갓 넘긴 12시 반 정도?
짐 정리를 마치고 나는 밤낚시에 볼락으로 승부를 걸기위해 그에 따른 준비를 하는데 성질급한 김형은 벌써 몇수의 정갱이급 매가리와 탱글탱글한 볼락을 올리고 있다. 그걸 보고 나는 속으로 매가리 두어마리 베껴서 준비해 온 탁배기라도 한잔 하고싶었지만 회를 먹지않는 김형 때문에 말도 꺼 내지 못하고 꾸욱 참고 만다.
공교롭게도 조행기를 쓰고있는 현재 시각에 회원들은 필자가 개설한 다음카페 <피싱클럽 길물>의 주중 정기출조를 가고있다. '핑게없는 무덤은 없다' 라지만 카페지기이면서 정기출조에 동참을 못하는데는 궁색한 변명이나, 주말 이틀을 홀로 계신 아버지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낚시가 좋아 45년도 넘게 낚싯대를 놓지 못하는 필자가 '스스로 만든 낚시클럽의 정출에 빠져야만 할까' 공감 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을것으로 믿어지지만 마음 한켠에선 '도리'와 '외면'이라는 두 생각이 소용돌이를 친다.
각설 하고, 옆에서 연신 몇마리의 볼락과 매가리를 잡아 올리던 동료가 어느 틈엔가 옆에 와 앉았다가 하는 말 "형님, 뭔진 몰라도 물밑 사정이 달라진것 같아요"
내용인즉, 그렇게 따문따문 물어 주던 잡어들의 입질이 갑자기 뚝 끊어졌다는.... 만의 오른쪽 갯바위를 바라 보니, 내릴때 보다 훨씬 높이 쳐 올라가는 너울파도가 "일본을 지나가는 소형태풍의 영향으로 때아닌 너울파도가 생기는것 같다"던 코털선장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별로 좋지않은 예감으로 밤낚시 준비를 마치고 저녁 노을을 감상 하며 이른 저녁밥을 라면으로 때운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서쪽 하늘이 저렇게 아름다운데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도없는 일본땅을 거쳐가는 그것도 아주 작은 소형태풍 하나로 인해 여기 매물도 바다가 꿈틀 댄다는 건 현실이지만 보고도 믿기가 어렵다.
남쪽에서 나타 난 배 한척이 움직이는것 같지도 않은데 석양아래 중심을 지나치나 싶었는데 어느 새 오른쪽으로 멀어져 간다. 이땅으로 지나 가지않는 태풍인줄 알기나 하는양 갈매기는 한가롭게 하늘을 난다.
밤에 불을 밝힐 집어등 자리를 잡아 집어등을 안전하게 설치를 하고 루어대를 조립하여 수심을 감안한 무게의 지그헤드를 달고 웜을 바늘에 꿰 놓고 밤을 기다린다. 마음 속으론 이미 왕사미를 포함 하여 물바케츠가 비좁도록 볼락을 잡으며....
멀어져 가는 수평선 위의 어선을 보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집어등을 켜 둬야지' 하는 생각으로 스위치를 온 시킨다. 이제 볼락사냥 준비는 끝났다.
새벽같이 집을 나설때는 '대물 긴꼬리와 8짜를 넘는 명실상부한 바다의 여왕을 품에 안는' 꿈을 꾸던 것이 대포항에 닿고 이 피난처 포인트에 하선을 하면서는 '볼락이라도 한쿨러 잡아다가 때마다 밥반찬으로 먹을것'으로 꿈이 낮아 졌는데 세상만사 마음대로 되는것이 없다'란 옛말이 한치 그르지 않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체험을 하게 되라곤, 그때 까지만 해도 짐작을 못했다.
어두어지기 전 오른쪽 건너편 낮은 갯바위를 바라 보니 이미 너울은 제법 거세게 갯바위 등을 타고 넘는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조용해 보이는 바다 그러나 속에서 부터 꿈틀거리며 치고 올라오는 너울 정말 사람을 긴장 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집어등 불빛이 머무는 자리를 보니 아~ 들 끓어야 할 치어들 모습하나 보이지를 않는 현상. 지그헤드 무게를 바꿔도 보고, 웜의 크기와 형태를 바꿔 바닥을 긁어도 보고 중층 수면, 알고있는 모든 액션을 다 취해 봐도 볼락은 흔적을 보이지 않는다. 하다 못해 비싼 국산 청개비 생미끼로 꼬셔도 꼬시끼지않는 볼락. 민장대로, 릴 찌흘림, 어느것에도 반응없는 볼락은 그렇다 치더래도 원래 야행성인 정갱이, 그것도 낮에는 크릴에 반응하던 매가리 조차 흔적이 없는 바다. 크릴도 청개비도 아무 소용없는 밤.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는 공격으로 집념을 보이는 모기만들 천국인 밤. 그렇게 그 밤은 하얗게 물러 나고 아침.
4시 반쯤이 만조라 잠시 물돌이에 전력을 다해 봤지만 역시 바다 밑에선 아무런 변화가 없이 끼워 넣은 미끼가 살아라도 있는듯 생글생글 웃으며 따라 나온다.
지친 육체에 아침밥을 공급 해 주고 커피까지 한잔 끓여 마신 뒤 던지고 또 던지고.... 손쉬운 찌교환이 용이한 칸 속공 플러스를 3제로서 부터 1호까지 오만가지 오도방정을 떤 결과 녀석들로선 참으로 재수없는 볼락 3마리. 그것이 이날의 부푼 꿈을 안고 들어 왔던 매물도의 선물이라면 선물.
어젯밤을 기대하며 어제 오후 낮낚시를 포기하고 밤낚시를 위해 휴식을 취한 필자의 조과 전부라면 과연 누가있어 믿을손가.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현실임을.... 그나마 볼락 씨알이 참하여 그거라도 갈무리 해 온 해나.
부푼 꿈에 대한 결과가 볼락 3마리. 어쩌면 이것이 갯바위낚시의 현주소 인지도....
반전없는 밋밋한 조행기 끝까지 읽어 주신 인낚 조행기코너의 터줏대감 회원님들께 송구한 마음 전하며 감사한 마음 함께 올립니다. 언제나 깨.바.즐.낚은 물론 안전한 낚시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