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이상한 일들이 겹치다보니 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가슴에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잘못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았기에 꾹, 참고 있으려니까
옆에서는 자꾸 바늘로 콕콕 찔러오는 것 같은 것이
아무리 참으려 해도 참기가 어려웠는데
이러다간 더욱 엉킨, 실뭉치 같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해가 가도록 목이 터지도록 설명도 해보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 보니
쉽게 표현하기도 어렵고 당장의 전달이 어렵기만하다.
어느 작가가 그랬다지?
‘침체기가 없던 사람은 자신을 즐기기도 어렵고
모험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실패도 없겠지만
성공도 없을 거라고……. ‘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씩 엉키고, 일그러지고,
망가지기도하고 깨지는 것도 필요하다.
반복이 되면 문제겠지만 고난도 하나의 깨우침이기에…….
어쩌면 이 해의 마지막 원도권 낚시여행이 될 일정을 어렵게 잡았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 올랐고, 며칠간 발목을 잡았던 날씨도 활짝 개였다.
새롭게 뚫린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군산 휴게소에 도착하니
예전의 서해대교를 이용했던 것보다 50km쯤 줄어든 주행거리가 나왔는데
시간도 단축되다보니 한결 여유로운 기분이다.
이만큼 왔는데도 벌써 부터 내륙의 도시와는 아주 다른
콤콤하고 찝찔한 공기가 코끝에 와 닿는다.
휴게소에 들른 시간을 아까워하며 또 달리다 보니 목포에 도착했다.
잠시 낚시점에서 두리번거리다보니 다른 일행도 만나게 되었고
준비를 마친 대로 목포의 북항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평소 이용하던 낚시점의 배가 고장이 나서 다른 배를 이용하게 되었기에
오늘은 자기도 손님이 되었다는 낚시점주의 말을 들으며
짐을 싣고 자리를 잡고 누었지만 쉽게 잠이 오지를 안았다.
새벽 2시 40분……. 목포의 북항에서 출발....
한동안 뒤척거리다가 막, 잠이 들었던 것 같았는데
배 밑바닥이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무언가에도 걸리는듯하더니
어딘가에 부딪었는지 배가 멈춰선 것 같았고 엔진 소리도 멎어 버렸다.
(부표나 그물에 걸렸을까?
만재도에 도착하여 방파제에 험하게 접안을 했을까?)
순간,
누워있던 몸이 빙그르르~ 180도 돌며,
선실과 조종실 사이의 신발을 벗어놓았던 공간으로 미끄러져 나가며
턱진 아래쪽으로 어깨가 먼저 부딪으며 떨어졌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떤 몹쓸 놈이 짓누르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에 벌어졌다
“뭐꼬? 저리 비키지 않을래? 무거워 죽겠구먼?…….”
“누가 비키고 싶지 않데요? 마음대로 안 되니까 그렀지요......”
배가 어딘가에 부딪쳤다는 소리가 들렸고
배 밑창에 들어가 누워있던 사람들도 쏜살같이 뛰쳐나와
선실을 빠져 나갔는데 말로만 들었던 해상 선박사고를 당했다는 생각에
잠시 몸이 후들거렸었지만 당황하지 말고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3시 20분……. 사고난 시각....
아직 이시간이면 내만 권을 벗어나지 못했을 게다…….
배가 쓰러졌거나 뒤집혔을까?
몸의 자세가 잡히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배의 어디가 부서져서 침수가 되었을까?
물이 들어오거나 젖은 곳이 없으니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있는 것 같다.
한쪽으로 45도 이상 기운상태의 배안에서
구명조끼를 먼저 입으려다 체온유지와 부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겉옷을 먼저 입었고,
딸내미에게 빌려온 디카와 전화기를 방수가 될 만한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채우고서는
만약에 물속에서라면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신발은 손에 들고
선실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선장도, 손님도, 낚시점주도…….
모두 빠져 나가 아무도 없었다.
배안의 좌측에 있는 문은 기울어 있는 상태에서
열고 나갈 수가 없을 것 같았고
사람들이 급히 빠져나간 오른쪽에 있는 문은 열려 있었지만
머리위에 붙어있으니 손을 뻗어도 닿지를 않기에 겅중거리며 뛰어올라
문턱을 잡고서는 한두번 미끄러지다 기어 나와 좌우를 둘러보니
몹시 기울어 있는 한쪽편의 난간에 버티고들 있었는데
모두가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한 표정들이다.
배가 어디에 부딪쳤을까?
십여 미터 옆에는 3미터 높이의 드러난 여가 있는 것이
평소에는 잠기곤 하는 간출여의 줄기에 올라탄 것 같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피곤했던 선장이 깜빡 졸았던가보다.......
모니터를 보지를 못했는지 평소에 다니던 항로에서 이탈하여
엉뚱하게 훨씬 안쪽으로 운항하여 이런 사고가 난 것 같았고
뒷처리를 어찌할까에만 신경을 쓰는지 신고부터 하지도 않았다.
조난신고라는 것부터 입에서 게거품이 끓어나도록
애절하고 간곡하게 해야 할 텐데 큰일도 아닌 것같이 대충,
주위의 아는 이들에게 먼저 취하는 것 같았고
소속된 낚시점의 점주라는 작자는 잠결에 전화를 받아서 그랬는지
알아서 하라고는 전화를 끊더니만 더 이상 연락이 안 된다니
그런 잡종, 망종이 어디 있느냐고 원성이 일어났다…….
모니터를 보고 대충 위치를 파악하여 마진도[馬津島] 부근에서
조난을 당했다고 해양경찰과의 통화가 이루어 졌는데
30분 정도면 구조선이 도착을 할 수 있단다.
다행이 내만 권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의 잔잔한 날씨였고
들 물이 시작 되기 전의 간조시간에 얹힌 배가 흔들리지도 않고 있었기에
큰 동요가 없었는데 짐도 많이 잃어버린 것은 없는 것 같았다.
튕겨나간 크릴박스와 릴과 디카가 담겼다는 낚시보조가방,
파우더가 들었을 종이박스 하나가 물위에 떠 있었기에
건져보려고 선장이 대나무 막대를 이용하여 기울어있는 배 밑을 짚어보았지만
가슴을 넘는 깊이에 주저 하는 사이에 멀리서 비추이는 해양 경찰선의 불빛이 보였다.
얕은 수심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하던
해양경찰선의 여파에 기울어 있던 배가 흔들리기도 했기에
가슴을 졸이다가 30분을 넘겨서야 옮겨 탈수가 있었지만
좌초되어있는 배의 상태를 지켜보느라고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보니
1시간이 넘어섰다…….
긴장의 끈을 놓다보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일행하나가
다리가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했고 몸의 어디가 결리고 쑤신다는 사람…….
안경이 깨졌다는 사람, 부서졌다는 사람…….
그러고 보니 서 씨 아저씨의 안경도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예전부터 친절하고 상냥하고 싹싹했겠지만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해양경찰의 빠르고 친절했던 안내에 따라 다시 목포항까지 태워갈
배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따뜻한 커피 대접까지 받다보니
이 한잔의 종이컵에 담긴 커피 맛이 더 달콤한 까닭이 무엇일까?
새로 도착한 해양 경찰선에는 응급조취를 취할 수 있는 의료팀이 먼저 건너와
다친 일행을 살피며 부축하였고 낚시가방만을 확인하여 옮겨 싣곤
남은 짐들은 예인선이 목포항으로 옮겨 오기로 하고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그 사이에 물이 제법 차올랐는지 사고가난 배는 오뚝하니 일어서긴 했지만
제대로 끌고 올지, 가라앉을지 알 수가 없다…….
06시00분....... 구조되어 타고 있던 해양경찰선이 사고 현장을 떠난 시각
세상에나…….
바다 낚시다닌지 25년 만에 해양경비정은 처음 타본다.......
해군도 아닌데 이렇게 개인침상에도 누워보는구나…….
모든 장비가 낚싯배와는 다르게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세 명이 한조가 되어 모니터와 기기의 상태를 확인하며 배를 움직이는데
우리가 탓던 배는 선장 혼자서……. 그것도 졸면서…….
음주운전까지 했던 건 아닐까?
06시 30분……. 다시 2시40.분에 출발했었던 목포의 북항으로 돌아오다....,
다친 일행은 앰뷸런스 차량에 옮겨 싣고 병원으로 향했고
조사를 받기위하여 해양경찰서로 이동하여 간단하게 사고경위를 적고
지장도 찍고 짐을 찾기 위하여 나서다 보니 탐스런 노란 황국화가 만발을 했다만
까딱했다간 저 꽃다발을 앞에 놓을뻔 했을까? -_-;;;;;;;
날이 훤하게 밝아오는 속에 저 멀리 예인되어 오는 배가 보였는데
긴박했던 사고와는 관계없는 어민들의 조기털이가 시작된 아침의 공기는 생그럽만하다.
초소에서 낚시가방을 먼저 찾아 실었고 끌려온 배에서 내린 짐을 찾고서
출발 전의 낚시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병원으로 실려 간 일행 하나는 골반 뼈가 부서져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겨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급하게 서울로 향했고
고장 나 있던 낚시점의 배를 빨리 고쳐 손님을 모시겠다고 서둘렀지만
간단 하다던 부품의 조달이 늦어져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하나 둘씩,
선비를 환불 받고 가버리다 보니 몇 명 남지도 않았다…….
그중에는 바다낚시를 처음하게 되었다는 새파란 신참도 몇 명 있었다니
그 놀란 초보들이 다시는 낚시를 간다고 할지는 의문이고…….
허리수술을 하게 되어 목포에 나와 있던 만재도의 선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재도에 도착하여 어느 자리에서 낚시를 하고 있느냐고…….
출발을 하였다가 이러저러하여 제자리로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곤,
깜짝 놀라 택시를 타고 낚시점으로 달려왔고 자초지종을 듣더니만
마진도[馬津島]의 투망 여에 걸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쪽으로는 수심이 얕고 여들이 많아 예전에는 사고들이 많았지라…….
특히, 투망 여에 걸려 혼나지 않은 배들이 없는지라 이제, 그쪽으로는
여간해서 다니지를 않는데 그 사고 배 선장이 왜 그리로 갔을까? 졸았을 까라? ‘
낚시점에서 시켜준 아침밥을 먹고 근처의 찜질방에서
몸도 녹이고……. 마음도 녹이고……. 오후 시간이 되었지만
부품이 도착하지 않아 해가 지고 말았다.
어두워진 목포의 밤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2012년에 생긴다는 재난영화까지 한편 보게 되었는데
인류가 몰살한다는 그 황당한 내용에 우리가 당한 사고는
사고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안이함에 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만
홍어 한 점,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며 출발점인 목포에서의 하룻밤이
아깝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