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 끼어있는 8월 13,14,15일은
우리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황금연휴였습니다.
일상속에 쌓여있던 피로를 풀고 여름이니까 가족들과 물놀이도 하고
거기다가 본업보다 더 직업정신이 투철한 낚시꾼이니 바다구경도 해야겠지요.
하지만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쉬어도 쉰것같지 않은 연휴.
저는 어떻게 보냈을까요.
8월 13일 토요일 새벽.
하루는 낚시를..
다음날 하루는 가족과 물놀이를..
마지막날 하루는 피와 같은 휴식을...
이렇게 초등학생 시간표짜듯 머리를 싸매가며 빡빡하게 짜놓았기때문에
저는 계획대로 토요일 새벽 다대포 나무섬행 배에 몸을 싣었습니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구요.
베스트 동출자 죄송동대표와 함께합니다.
아..
회사가 이전하는 바람에 이제 일주일중 절반을
거제도에서 생활하고있으니 고현대푠가요;;;
아무튼 고현대푠지 죄송동대표인지 모를 양반을 픽업해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새벽바다를 달려 나무섬 11번 하선.
물때상 오전에 날물이라 예전 핫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채비를 마칩니다.
새벽 별다른 입질은 없었고 죄송동대표의 원줄이 여때기에 걸려 챔질중
"뚜욱" 소리와 함께 토너먼트 릴대에 걸려있던 금붕어.....
사진속의 해맑음 좀 보소..
초릿대가 부러진게 아니라 미역따위가 초릿대에 걸쳐있던거였더군요.
암튼 토너대가 부러지지않은것만해도 기쁨 두배 ㅋㅋㅋㅋㅋㅋ
해가 떠오르고나면 조황이 좋아질줄 알았는데....
원하던 방향으로 조류는 흘러주지않았고 잠깐 아주 잠깐
벵에돔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급하게 목줄에 봉돌을 떼어내고 캐스팅을 했습니다만
그놈들은 이미 자리를 떠난뒤...
그뒤로 무소식.
듣자하니 이날 외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는군요.
우리가 하선한 후 들어오신 두분.
사실 11번은 두팀이 내려서 낚시하기가 참 애매한 포인트인데
어찌 여기로 내리시게 되었는지..
제 생각에는 이분들 의도가 아니라 선장님이
임의로 결정하신것 같은데 참 거시기하네요.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분들 매너가 좋으셔서 본인들이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위해 여러가지로 많이 노력하시는듯 하더군요.
좁은 포인트에서 같이 낚시하기가 사실 많이 힘들지않습니까.
무더운 날씨에도 배려하는 모습에 참 감사했습니다.
반면에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날씨탓에 저는 얼반 기절직전입니다.
낚시를 하러 온것인지 사우나를 온것인지..
사우나를 갔으면 냉탕이라도 있지..
다시는 낚시대를 안잡고싶을 마음이 생길정도로 너무나도 가혹한 날씨.
그 어려운걸 견뎌냈더니 바늘에 걸려오는건 이노마들뿐.
▲ 어쩌다 한번 들어온 입질은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톱니바퀴 클릭후 720p선택하면 쥐똥만큼 선명한 화질로 보실 수 있습니다.)
채비를 걷어들이는데 물어버린 운없는 녀석을
빙다리 핫바지로 보고 널널하게 릴링하다가 순식간에 차렷자세 ㅋㅋㅋㅋㅋ
하지만 총쏘기 바로직전 수면아래로 꼬라박는 녀석의 꼬리를 얼핏봤는데
부시리인가 아닌가 하다가 결국 잿방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단한번의 입질인데 아쉬웠던 장면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잡았더라도 그냥 살려줄 요량이었는데..
이분은 거제권에서 잠깐 생활하더니 심경에 변화가 있었는지
잡어잡는 스나이퍼로 변신중입니다.
스나이퍼 코스프레 이후에는 뭘 하는가 싶더니 숙면;;;;;
이 뜨거운 날씨에 갯바위에서 직사광을 맞아가며 숙면이라니
반건조 오징어도 아니고 어찌...;
전날 잠을 거의 못잤다고는 하지만 정말이지 존경스럽습니다.
▲ 나무섬 11번 주변 포인트 동영상.
8월 14일 일요일.
올림픽 축구대표의 8강전이 있는날.
전날 알람을 미리 맞춰놨기때문에 정확한 시간에 기상해서
열렬히 응원합니다.
...........
하지만 지구 어디에 붙어먹은지도 모를 나라에게 어이없게 졌음.
누구나 그랬겠지만 이번에는 당연히 이길줄 알았건만..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이어지는 카톡.
열받아서 낚시가잡니다.
틀린말도(?) 아니고해서 콜.
하지만 둘째날 계획은 낚시가 아니었지요.
물놀이입니다.
목적지는 광안리 거시기팰리스.
실내 수영장이라 햇볕에 탈일도 없고 좋다고하더군요.
찜질방도 있다하고 이래저래 나를 꼬셨던 마누라.
일단 수영장을 가기로 약속은 했으니 가야지요.
단, 돌아오는 시간은 내가 정한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초점 잃은 눈동자를 보십시오.
오후 3시30분에 낫개에서 출항이라하니 무지하게 바쁩니다.
오가는길에 차라도 막히면 끝.
걱정이 태산...
하지만 이날따라 찜질방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컵라면 판매가 중단되어서
타이밍 절묘하게 일찍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밥정도는 집에서 시켜먹을 수 있지않냐며 라면은 몸에도 좋지않다며..
그렇게 부추겨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죄송동대표에게 빠른 픽업을 부탁했고
저는 번개와 같은 속도로 짐을 챙겨 도망나왔습니다.
그덕에 저는 공복...;;
낚시 그거 뭐라고..
대상어는 고사하고 생명체를 잡을지 못잡을지도 모르고
고생만 할게 불보듯 뻔한데..
낚시가 그렇습니다.
그럴줄 알고 또 들이대는거고.
그게 당시에는 좋은줄을 모르는데 안하면 또 그립고 그렇지요.
해가 절정에 이른 시간대는 아니지만 이미 뜨겁게 달궈져있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특히 오전중으로 수영장에서 체력안배를 한다고 했음에도 벌써 피곤하네요.
그놈에 유수풀..;;;
역으로 가는게 아닌디...
날씨탓인지 낫개항으로는 더위를 피해서 잔업낚시 들어가시는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혹시 생소하신분들이 계실까 해서 말씀드리자면 잔업낚시는 오후에 들어가서
저녁 9시에 철수하는 낚시입니다.
선비는 기본 선비에서 1만원이 추가되구요.
새벽 2시까지하는 야간낚시는 2만원이 추가됩니다.
덥긴 좀 더워도 출발할때 기분은 매번 새롭지요.
오늘은 어떤 상황이 생길지 어떤 조과를 올리게될지....
나무섬 부속섬에 도착하니 철수들을 안하십니다.
이 더위에 대단하시네요.
40번(사각바위)에도 잔뜩.
우리는 농어를 계획에 두고 선장님께 본섬 28번을 말씀드렸으나
거기도 철수하실 생각이 전혀 없더군요.
그래서 선장님께도 자문을 구한뒤 차선책으로 비어있는 12번으로.
먼저 들어와계시던 한분은 철수를 준비중이신데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분은 제 블로그도 틈틈히 보신다고하시더군요.
볼것없는 블로그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현대표가 되어가고있는 죄송동대표는 빠른 채비를 준비하구요.
그런데 사진을 찍는동안 후각을 자극하는 퀘퀘한 냄새가 지속적으로 올라옵니다.
12번의 바닥이 본래 바다방향이 높고 반대쪽은 낮아서
물이 잘 고이는 지형인데 오늘도 역시 썩어있는 웅덩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긴 청소를 한다고 물을 부어봐도 힘들고 물대포를 쏴야만
그나마 깨끗하게 정리가되는지라 참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여름철 더운것도 힘든데 그 냄새까지 고스란히 맡아야하는
낚시인은 정말 괴롭지요.
바다는 다대포 방향에서 불어오는 서풍이 강하고
너울은 약간 있는 상황입니다.
시원하기도 시원하고 나쁘지는 않은듯 하네요.
두레박에 물을 길러서 바칸에 채워놓고 채비를 준비할까하는데
앞서 계시던분이 바다를 보며 뭐라하시네요.
거북이다;;;
네?;;;;
바다를 그렇게 돌아다녔지만 거북이를 직접 본것은 처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거북이는 일단 길조의 상징이니 오늘 조황은 아무래도
대박이 나지않겠나 싶네요.
거북이를 바라보며 몇분간 인사도 나누고 다음에 다시 뵙자고했는데
저도 초짜나 다름없고 잘모르니 같이 도와가며 언제한번 함께 동출합시다.
그리고 조심해서 잘 들어가셨길.
먼저 계시던분이 철수하시고나니 우리 둘만 남게되네요.
12번에서 이렇게 널널하게 낚시하는건 정말 드문일인데
날씨도 시원하고 거북이도 봤으니 괴기만 잡으면 되는상황.
하지만 바람때문에 캐스팅해야하는 지점까지 채비가
도달하지못하고 거기다가 원줄관리가 힘이 듭니다.
12번은 다녀가신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벵에돔은 들물,
상사리낚시는 날물에 주로 공략하는편이며
들물은 11번 방향, 날물은 촛대바위쪽으로 흐릅니다.
오늘은 바람때문에 공략할수 있는 들물 시간대를
이미 넘겨버렸고 서서히 날물이 시작되는 시점.
약간의 너울이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혹시나 모를 농어와 부시리의
공습에 대비해서 목줄을 평소때보다 훨씬 더 강하게 3호로 준비합니다.
토요일도 그랬지만 나무섬 2번 포인트에서 부시리가 한때 마릿수로 올라오더군요.
나무섬을 들어가시는분들은 벵에돔 낚시를 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시리에 대한 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날물 상사리 낚시를 위해 크릴보다는 청개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밤낚시까지 감안해서 조금 일찍 서둘러서
전자찌 반유동을 채비합니다.
3B 전자찌에 2B 수중찌 수심은 6~10m.
목줄 3호에 B봉돌 하나 바늘은 감성돔 5호.
미끼 청개비.
조류가 살아나자 거부감없이 미끼를 쭉쭉 가져갑니다.
사이즈가 많이 아쉽습니다만 재미는 있네요.
해가 넘어가지 시작할때까지 상사리의 공습은 계속됩니다.
부시리는 아쉽지만 아직 보이지않구요.
거북이 효과인지 평소답지않게 죄송동대표도 불타오릅니다.
철수하는 손님들과 잔업하는 손님들의 바톤터치.
주말이라 잔업낚시도 곳곳에 빈자리 없이 낚시인들이 자리하고있네요.
상사리를 연신 잡아 올리고있는 도중에도대박에 대한 기대를 잊지않고 있습니다.
뭐가 올라와도 올라오겠지..
그순간.
찌가 스르르르 잠기면서부터는 원줄의 텐션을 약간 줘가며 흘리는 도중
원줄을 확 잡아채는 입질.
그거슨 또다른 상사리(금붕어;;)
이후에도 상사리는 대략 오백마리 잡은듯 합니다.
사이즈는 어찌된 영문인지 자로 잰듯 딱 고만고만하더군요.
30~40cm만 되어도 정말 재미지게 낚시를 할수 있을것 같은데
작아도 너무 작습니다;;
▲쉬지않고 이어지는 금붕어들의 입질.
계속된 입질..
하지만 올라오는놈은 다 그놈이 그놈 ㅋㅋㅋㅋㅋ
상사리에 힘빼고나서 죄송동대표는 식사에 돌입.
오늘은 간단하게 편의점 햄버거를 먹습니다.
저는 최근 갯바위에서 식사를 해본 기억이 없네요.
더워서 밥맛도 없거니와 물배를 채워놓으니 식사는 통...;;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져도 상사리의 입질은 끊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녁 8시가되니 거짓말같이 전갱이가 올라오기 시작하는군요.
그것도 사이즈가 괜찮은 녀석들만 올라오니 전갱이 좋아하시는분들은
쿨러를 준비하셔서 새벽 2시까지 하시는것을 추천드립니다.
모르긴 몰라도 전갱이는 쿨러조황 할 수 있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