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성게를 비스-켙 먹듯 하는 추자도 돌돔의 마력에서 벗어나 여러 해 동안 감시만 쫒던 중,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백수로의 길에 접어들자마자 육중한 돌돔장비를 꺼내 들고
여서도를 찾았었습니다.
때는 9월이라 제철인데 여서도에는 단한명의 낚시인도 없이 적막강산으로 정적만이 감돌더군요.
물어도 대답 없는 김 선장의 탄탄한 등짝만 바라보며 바다로 나서 성여에 다가가자 왼쪽의
시커먼 진드랭이에는 늦여름의 강한 햇살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광목천이 바다로 길게 늘어져 조류에 흐느적 거리고 있었습니다.
부산낚시인 두 명이 야영을 하던 중 새벽에 일어나 보니 한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망자의 혼을 건지려 천을 갯바위에서 바다로 늘어뜨린 것입니다.
섬뜩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 마을 근처의 포인트에 내려 두 대의 돌돔 대에 성게를 달아 던졌습니다.
초썰물이 힘을 내어 강하게 갯바위를 밀기 시작하자 일정한 리듬으로 끄덕이던 초릿대가
“투둑 툭” 돌돔 특유의 입질이 오더니 “우욱”하고 대 끝이 쳐 박힙니다.
광속으로 뽑아든 대는 돌돔의 무지막지한 힘에 허리까지 휘며 부들부들 떱니다.
아랫배에 통증을 느끼며 정신없이 펌-핑을 해대며 아부9000C릴을 전력을 다해 감아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돌돔의 강인한 어체는 금속으로 만들어 진 듯 번쩍입니다.
“으랏차차” 한번에 들어 올려진 50급의 돌돔이“우드드득” 이를 갈아댑니다.
꿰미에 걸어 들어보니 무거운 것이 흐뭇합니다.
이곳은 썰물에 조류가 청산도 쪽으로 강하게 흘러 바닥이 밋밋하고 얕은 수심임에도 급류를 좋아하는 돌돔이 항시 낚이는데 30여m 앞 수중에는 두 개의 커다란 수중여가 박혀 있습니다.
40호 유동추 채비를 살짝 던지면 봉돌이 구르다 ㄱ자로 들어앉아 있는 두 개의 여에 닿아
멈춥니다.
여와 여 사이에 머물던 굵은 놈들이 하루에 다섯 번 이상 찾아옵니다.
가을의 돌돔입질은 가히 돼지와 비교될만한데 50급이면 말똥성게 5개를 한입에 부숴버립니다.
바위틈에 납을 박아 받침대를 꽂으면 강한 입질에 낚시대와 함께 수장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즉시 해녀를 투입하여 여나 수중 턱에 걸려있는 장비를 회수한 적도 있었습니다.
열기를 잃어가는 해가 서쪽 바다로 가라앉을 즈음 일행들을 태운 배가 다가왔습니다.
다들 네다섯 마리 씩 낚아서인지 표정이 밝고 목소리가 활기에 넘쳐있습니다.
쫄깃한 회와 껍질로 거나하게 마신 후, 뽀얗게 우러난 지리국에 밥을 말아 잘 익은 배추김치를 머리만 치고 길게 찢어 얹어 먹습니다.

당기는 아랫배 때문에 잠에서 깨어 시원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바다에 힘껏 쏘아대는 물줄기의 힘은 돌돔의 파워를 닮은 듯합니다.
공급되지 않아 적은 양의 성게만 가지고 낚시꾼이라곤 단 세 명뿐인 여서도의 포인트로
향하며 어느 곳에 내려야할지 고민을 합니다.
중들 물이 되자 발밑 직벽으로 조류가 힘차게 밀려오며 입질이 들어옵니다.
“텅 터어엉”
대의 손잡이에 올려놓은 손에 느껴지는 진동으로 보아 대물임이 분명하다.
대를 받침대에서 뽑아들고 “투둥”하고 성게를 칠 때마다 대 끝을 내려주자 주욱 가져갑니다.
힘껏 받아친 대가 서질 않아 어깨에 둘러메고 힘껏 끌자 산이 뽑히듯 육중한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두 손으로 대를 움켜쥐고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일어나며 펌-핑을 해보지만 놈은 떠오르지 않고 좌측 칼날 같은 콧부리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콧부리를 돌아서면 원줄이 쓸려 “티-잉” 할 텐데..........!
릴이 감키 질 않아 옆으로 게걸음을 걸으며 끌고 가자 놈이 천천히 끌려옵니다.
신중한 펌-핑으로 한참 후 떠오른 놈은 빨래판에 검은 줄을 그어 논듯합니다.
들어 뽕이 자신 없어 경사가 밋밋한 쪽으로 끌어 뜰채를 대니 점잖게 들어가 줬습니다.
어찌나 우악스럽게 먹었는지 바늘이 목에 걸려 있었습니다.
꿰미에 꿰어 던진 후 로프를 풀어주니 30m나 내려갑니다. 허허!
두 마리를 더 낚으며 여러 번을 뽑아 올려 손맛도 보고 확인도 해 보니 그 크기가 흐뭇했습니다.
샤워를 정말로 시원하게 하고 나오니 차고 짜릿한 이슬과 탱글탱글한 돌돔회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얼큰해지니 집 생각이 간절하여 슬리퍼를 끌고 가로등빛이 가득한 바닷가를 거닐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_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