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낚시인의 돌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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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낚시인의 돌돔 선물

1 하얀신 15 7,075 2011.06.05 12:32
 

 말똥성게를 비스-켙 먹듯 하는 추자도 돌돔의 마력에서 벗어나 여러 해 동안 감시만 쫒던 중,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백수로의 길에 접어들자마자 육중한 돌돔장비를 꺼내 들고

여서도를 찾았었습니다.


 

  때는 9월이라 제철인데 여서도에는 단한명의 낚시인도 없이 적막강산으로 정적만이 감돌더군요.

 물어도 대답 없는 김 선장의 탄탄한 등짝만 바라보며 바다로 나서 성여에 다가가자 왼쪽의

시커먼 진드랭이에는 늦여름의 강한 햇살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광목천이 바다로 길게 늘어져 조류에 흐느적 거리고 있었습니다.


 부산낚시인 두 명이 야영을 하던 중 새벽에 일어나 보니 한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망자의 혼을 건지려 천을 갯바위에서 바다로 늘어뜨린 것입니다.

 섬뜩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 마을 근처의 포인트에 내려 두 대의 돌돔 대에 성게를 달아 던졌습니다.


 

 초썰물이 힘을 내어 강하게 갯바위를 밀기 시작하자 일정한 리듬으로 끄덕이던 초릿대가

“투둑 툭” 돌돔 특유의 입질이 오더니 “우욱”하고 대 끝이 쳐 박힙니다.

 광속으로 뽑아든 대는 돌돔의 무지막지한 힘에 허리까지 휘며 부들부들 떱니다.

아랫배에 통증을 느끼며 정신없이 펌-핑을 해대며 아부9000C릴을 전력을 다해 감아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돌돔의 강인한 어체는 금속으로 만들어 진 듯 번쩍입니다.

“으랏차차” 한번에 들어 올려진 50급의 돌돔이“우드드득” 이를 갈아댑니다.

 꿰미에 걸어 들어보니 무거운 것이 흐뭇합니다.



 이곳은 썰물에 조류가 청산도 쪽으로 강하게 흘러 바닥이 밋밋하고 얕은 수심임에도 급류를 좋아하는 돌돔이 항시 낚이는데 30여m 앞 수중에는 두 개의 커다란 수중여가 박혀 있습니다.



 40호 유동추 채비를 살짝 던지면 봉돌이 구르다 ㄱ자로 들어앉아 있는 두 개의 여에 닿아

멈춥니다.

 여와 여 사이에 머물던 굵은 놈들이 하루에 다섯 번 이상 찾아옵니다.

가을의 돌돔입질은 가히 돼지와 비교될만한데 50급이면 말똥성게 5개를 한입에 부숴버립니다.


 

  바위틈에 납을 박아 받침대를 꽂으면 강한 입질에 낚시대와 함께 수장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즉시 해녀를 투입하여 여나 수중 턱에 걸려있는 장비를 회수한 적도 있었습니다.



 열기를 잃어가는 해가 서쪽 바다로 가라앉을 즈음 일행들을 태운 배가 다가왔습니다.

다들 네다섯 마리 씩 낚아서인지 표정이 밝고 목소리가 활기에 넘쳐있습니다.



 쫄깃한 회와 껍질로 거나하게 마신 후, 뽀얗게 우러난 지리국에 밥을 말아 잘 익은 배추김치를 머리만 치고 길게 찢어 얹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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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기는 아랫배 때문에 잠에서 깨어 시원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바다에 힘껏 쏘아대는 물줄기의 힘은 돌돔의 파워를 닮은 듯합니다.



 공급되지 않아 적은 양의 성게만 가지고 낚시꾼이라곤 단 세 명뿐인 여서도의 포인트로

향하며 어느 곳에 내려야할지 고민을 합니다.



 중들 물이 되자 발밑 직벽으로 조류가 힘차게 밀려오며 입질이 들어옵니다.

“텅 터어엉”

 대의 손잡이에 올려놓은 손에 느껴지는 진동으로 보아 대물임이 분명하다.

대를 받침대에서 뽑아들고 “투둥”하고 성게를 칠 때마다 대 끝을 내려주자 주욱 가져갑니다.

 힘껏 받아친 대가 서질 않아 어깨에 둘러메고 힘껏 끌자 산이 뽑히듯 육중한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두 손으로 대를 움켜쥐고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일어나며 펌-핑을 해보지만 놈은 떠오르지 않고 좌측 칼날 같은 콧부리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콧부리를 돌아서면 원줄이 쓸려 “티-잉” 할 텐데..........!

릴이 감키 질 않아 옆으로 게걸음을 걸으며 끌고 가자 놈이 천천히 끌려옵니다.



 신중한 펌-핑으로 한참 후 떠오른 놈은 빨래판에 검은 줄을 그어 논듯합니다.

들어 뽕이 자신 없어 경사가 밋밋한 쪽으로 끌어 뜰채를 대니 점잖게 들어가 줬습니다.

 어찌나 우악스럽게 먹었는지 바늘이 목에 걸려 있었습니다.

꿰미에 꿰어 던진 후 로프를 풀어주니 30m나 내려갑니다. 허허!



 두 마리를 더 낚으며 여러 번을 뽑아 올려 손맛도 보고 확인도 해 보니 그 크기가 흐뭇했습니다.


 샤워를 정말로 시원하게 하고 나오니 차고 짜릿한 이슬과 탱글탱글한 돌돔회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얼큰해지니 집 생각이 간절하여 슬리퍼를 끌고 가로등빛이 가득한 바닷가를 거닐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_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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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댓글
1 산천수 11-06-05 16:12 0  
오래전 돌돔낚시로 바다에 입문하여 9월경 반팔차림으로 갯바위에 진입 햇다가 화상으로 엄청스레 고생한추억 이 님의글로 새롭게 생각나네요. 그땐 대물도 자주 낚였엇는데~ . 어째 하얀신님의 요번 글은 무겁씁니다 ^^. 저만 그런가 ㅋㅋ
1 namsk2003 11-06-05 20:28 0  
  참부럽습니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 담고 싶은 삶이군요 그림이 눈에 선합니다       
  하얀님의 글을보면서 대리 만족도하고 궁금증도 많았습니다
1 하얀신 11-06-05 20:56 0  
가장 열심히 하는 일이 갯바위낚시입니다.ㅎㅎ
1 물수 11-06-05 23:04 0  
돌돔 낚시 정말로 파워 넘치는 매력 있는 낚시 입니다.
저도 한 오육년 전에많이 다녔습니다만,,, 이제는 게을러 져서 안다닌지 좀됐습니다.
글을 읽으니 그때의 기억이 다시 나면서,,, 심장이 벌렁댑니다.
선생님의 글에서는 항상 힘이 넘치는군요.
여서도는 한국돌돔의 1번지라 해도 손색이 없는곳이죠...
저도  몇번 여서도 돌돔에게 혼난적 있습니다만,,,
올해 다시 묵은대를 꺼내야 겠다는생각이 듭니다, 이글을 보고 있으니, 그런 용기가 납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언제한번 바다에서, 소주한잔 올리고 싶습니다.
참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1 하얀신 11-06-06 05:25 0  
무거운 짐과 번거로움 때문에 자주 가지를 못하네요.
꼭 한번 만나서 이슬을 마십시다.ㅎㅎ
1 심원 11-06-05 23:48 0  
여서도의 돌돔은 여러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저도 돌돔꾼이라 하기엔 어중간한데 실종사고난 다음해 아마 2003년 초도(사고선)배타고
이틀동안 돌돔으로 대장쿨러를 채워본적이 있네요...
그 이후에도 여서도에서는 실망해본적이 없을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더군요....
지금은 남해안 전역에 돌돔이 흔하지만~~~
사진속에 돌돔은 부산건너꺼 같은데요....
1 하얀신 11-06-06 05:28 0  
우리 바다의 수온이 올라서인지 자원이 풍부해졌죠.
건강하시고 즐거운 낚시 되세요.
1 오뎅궁물 11-06-07 09:48 0  
시즌도 아닌데 확인한답시고 국도간여에 2박3일 댕겨 왔습니당
내가 미쳤지....ㅋㅋ

혼무시 두판들고 열라 캐스팅 했드니
왼손 엄지가 다 까지고...ㅋㅋ
오른쪽 어깨는 뻐근~

졸지에 간여 술뱅이들만 배가 터졌대나 우쨋대나..

그래도 통영권...찌발이에 뻰찌들이 올라오는걸보니
저멀리 희소식이 달려오고 있는것같네요
1 하얀신 11-06-07 23:38 0  
허허! 저는 무조건 딱딱한 미끼 씁니다.성게,게고동,
혼무시론 감당이 않되니까요.
밤에는 간혹 지랭이 쓰고요.
1 나쁜고기 11-06-08 13:27 0  
여서도 참좋은 곳이죠....즐거운마음으로 읽고 갑니다...책한번 엮어보는것도 좋을것 같네요...건강하세요.
하얀신님 올리는 곳들은
정말 가고싶은 곳들이네요.
이놈의 시간이 문제네요.ㅎ
잘 보고 갑니다.^^
66 하얀신 11-06-10 04:14 0  
빨리 결혼해서 매장 맡기고 인생을 즐기세요.
1 입질의추억 11-06-10 13:05 0  
글만 읽고 있는데도 흥분되는 순간이네요~ ㅎㅎㅎ
흥미진진하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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