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제주도 2일차 벵에돔 조행기입니다.


전날 바람과 너울을 맞으며 낚시하느라 온몸이 힘들었지만, "뜨거운 북극곰" 형님의 농장 숙소에서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네요.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숙소로 데리러 온 북극곰 형님을 만나 밑밥을 준비하러 출발합니다.(정말 최고의 제주도 낚시 패키지입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
전날과 마찬가지로 밑밥은 제주공항 근처의 "노형피싱샵"에서 준비합니다. 집어제의 종류도 많고, 사장님도 벵에돔 낚시를 꾸준히 다니시기 때문에 부속섬 최신 벵에돔 조황 및 채비, 밑밥에 대한 솔직한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날은 종일 낚시이기 때문에 크릴 4장,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1장, 부재료 설화 1장으로 밑밥을 준비합니다. (제주도에서는 황금비율 집어제를 판매하는 낚시점이 없기 때문에 무게가 좀 있더라도 비행기에 실어 출조하고 있습니다)

출항지인 사계항으로 가는 길에 어묵과 김밥으로 이른 아침을 먹습니다. 어묵/김밥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편의점도 겸하고 있어서 새벽에 출발하는 낚시, 골프 동호인들이 많이 들른다고 하네요.
뜨끈한 어묵 국물에 김밥 한 줄을 먹으니 속도 풀리도, 배도 든든합니다. 아주머니께 말씀드리고 보온병에 어묵 국물을 담아 갈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네요 ^^"

이날의 출항지는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형제섬입니다.
형제섬은 사계항에서 아침 7시경 출항하며, 포인트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선비는 포인트마다 조금씩 다른데, 저희가 내렸던 "넙데기" 포인트는 인원에 상관없이 "15만 원"입니다. 홀수, 짝숫날에 따라 동영호/해덕호가 번갈아 운항하고 있습니다.
짐을 싣기 전 선장님께서 하선하는 순서에 따라 짐 싣는 순서를 안내해 주십니다. 넙데기 포인트에 제일 먼저 하선하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짐을 실으라고 말씀하시네요. (사실 이때부터 해덕호 선장님의 친절함이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사계항을 빠져나오면 바로 형제섬이 보입니다. 사진 속 두 개의 큰 섬이 마주한 모습이 형제와 비슷하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처음 보는 형제섬의 풍경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네요. 그 이름만큼이나 풍경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제섬 왼쪽으로 이날 저희가 낚시했던 넙데기의 모습이 보입니다.


넙데기의 조류는 정면의 홍합여를 기준으로 들물은 우측, 날물은 좌측으로 흐릅니다. 상대적으로 들물 조류가 빨라서 현지 낚시인들은 홍합여 쪽으로 채비를 멀리 던져 우측으로 흘리면서 긴꼬리 벵에돔을 낚는다고 하네요. 날물 때는 가까운 곳으로 대물 일반 벵에돔이 모습을 보여준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들물 조류가 빠르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채비를 흘리다 보면 엉키는 경우가 있어서 적정 인원은 3~4명이라고 합니다. 채비를 던지기 전 주변 낚시인들의 채비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넙데기에 하선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배를 대는 곳에 경사가 있어서 정말 미끄럽습니다. 바위면보다는 차라리 따개비(삿갓 조개) 무리를 밟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뒤쪽으로는 "안테나" 포인트가 보입니다. 적정 인원은 2명이라고 합니다.
거세게 불어오는 북서풍을 막아주는 면에서는 좋은 포인트지만, 조류 소통이 좋은 넙데기에 먼저 고기가 붙으면 상대적으로 조과가 떨어진다고 하네요.


이날도 계절풍인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이었습니다. 오후로 갈수록 바람의 세기가 줄어든다는 예보였지만, 너울이 높아서 배가 뜰지 안 뜰지 판단이 안 될 정도의 날씨였습니다.
특히 만조가 되는 오전 11시 부근에 너울이 넙데기를 넘지는 않을지 걱정이었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예보대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안 맞던 예보도 이럴 때는 정말 잘 맞습니다 ㅠㅜ 북서풍이 몰고 온 너울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하네요.

낚시를 할 때는 잘 몰랐는데, 넙데기 포인트 주변으로 배 한 척이 계속 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가 타고나온 "해덕호"였네요. 만조가 가까워지면서 넙데기 주변에 계속 머물면서 저희를 관찰하고 있다가 10시쯤 전화를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재차 전화를 하셔서 일단 철수하고 1시쯤 다시 나오자고 하시네요. 너울이 넙데기를 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바다에서는 항상 선장님의 판단이 우선이기에 서둘러 짐을 챙겨 "해덕호"에 올랐습니다.

오전에 얼굴을 보여줬던 긴꼬리 벵에돔 세 마리는 해덕호의 어창에 넣어두었습니다. 30cm 정도의 크지 않은 씨알이었지만 강한 바람 속에서 낚아낸 소중한 대상어였습니다.

아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바다를 대상으로 하는 낚시에서 욕심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때의 상황마다 즐기면 됩니다.
이럴 때는 서로 마음이 잘 맞는 낚시인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날 함께 했던 형님들과 1항차 철수 기념사진을 남겨봅니다 ^-^


원래 김밥과 어묵 국물이었던 점심 메뉴가 제주산 고등어조림으로 바뀌었습니다. 뜨끈한 국물에 갓 지은 밥을 먹으니 얼었던 몸도 좀 녹네요 ^^
소금기로 하얗게 된 낚시복을 걸치고, 젖은 장화를 신은 저희가 카페에 들어섰을 때의 직원분 표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ㅋㅋㅋㅋㅋㅋ

식사와 후식을 마치고 날 때쯤 "해덕호" 선장님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날물이 한창 진행 중이고, 너울이 죽었으니 다시 "넙데기"로 들어가 보자는 말씀을 하시네요. 선장님께서 먼저 전화를 걸어서 '출항 시간이 다 되어가니 슬슬 준비합시다'라는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어색했습니다 ^^;;
사계항에는 블로그 이웃님인 "최남단 피싱스토리 김선장"님의 "만석호"가 오후 출항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블로그가 아닌 실제로 보니 반가웠네요. 출항 시간이 다 되어서, 아쉽지만 멀리서 사진 한 장만 남겨봅니다.

따뜻한 음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나서는 2항차 출항의 느낌이 새롭습니다. 아침에 지나갔던 길이지만, 한낮의 출항 길은 더 여유로운 느낌입니다.
오전보다 바람도 좀 죽었고, 너울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형제섬 주변의 상황을 잘 아시는 선장님의 조언을 듣길 잘 했습니다.

역시 몸이 편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낚시가 더 잘됩니다. 좌측으로 천천히 움직으로 조류를 따라 흐르는 채비에 벵에돔들이 입질을 해주기 시작합니다.

형제섬에서 만나는 첫 벵에돔입니다.
씨알이 작아도 원줄을 시원하게 갖고 가는 입질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네요. 일행 세 명 중 저 혼자만 오전에 벵에돔 얼굴을 못 봐서 놀림을 좀 당했는데, 이 녀석이 말끔하게 해결해 주네요 ㅋㅋㅋㅋㅋㅋ



날물 조류의 힘이 약해서 그런지 이후로도 계속 일반 벵에돔들만 올라옵니다.
형제섬은 제주도 포인트 중에서도 사시사철 벵에돔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주변의 발전소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 때문에 연중 비교적 높은 수온이 유지된다고 하네요. 2, 3월 벵에돔들의 산란기에는 대물 일반 벵에돔들도 잘 낚인다고 합니다. (3월 중에도 형제섬을 한 번 찾을 생각입니다)


이날 함께 했던 형님들도 해창 한 방을 기대하며 마지막까지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1박 2일 동안 정말 즐거운 시간 보냈네요. 맛있는 음식을 함께하고, 신나게 낚시 얘기하면서 행복한 시간 보냈습니다. 많이 배웠고, 고마웠습니다. 다음에도 또 함께 낚싯대 드리울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제 형제섬 넙데기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낚시 자리 앞쪽으로 따개비들이 많아서 그런지 폐기 원/목줄이 많이 보이네요.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을 주워서 담아 갑니다. 본인의 쓰레기를 본인이 정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크게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쓰레기를 더 담아 갈 수 있다면 바다가 점점 더 깨끗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오전보다 오후의 조과가 더 좋습니다.
선장님의 말씀을 안 듣고 거센 바람과 너울 속에서 낚시를 했다면 아마 이 정도의 조과를 얻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고생만 더 하고, 피로만 더 누적되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마릿수 중 30cm가 넘는 벵에돔들은 대여섯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씨알이 아쉽긴 하지만, 처음 내려보는 형제섬에서 남긴 즐거운 추억이 최고의 조과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기준치 미만의 벵에돔들은 사진 촬영 후 바로 방생하고, 나머지는 "해덕호" 선장님에게 드렸습니다. 엄청 고마워 하시네요 ^^"

형제섬 너머로 하루의 해가 넘어갑니다. 이제는 정말 넙데기를 떠날 시간입니다.
보통 5시 20분쯤 철수 배가 사계항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배꼽 포인트를 거쳐 넙데기는 제일 마지막에 철수했습니다.

"해덕호"가 철수를 위해 넙데기 포인트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항상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항을 나서면서 일행의 형님에게 "지금 출발하니 정리를 시작하면 된다"라는 전화를 하셨습니다.
출항 때 짐 싣는 순서를 안내해 주시고, 바람이 많이 불고 만조가 가까워지니 주변에 머물러 주시고, 점심 먹고 다시 포인트로 향하는 것도 모자라 철수 준비를 위한 전화까지......예전 포항에 살 때 만났던 선장님 한 분 말고, 이런 분이 또 계신 줄 몰랐네요. 연세도 많은 선장님께서 이렇게 배를 운행하시리라고는 예상도 못 했습니다.
다음에도 형제섬을 찾게 된다면 무조건 짝숫날, "해덕호"를 찾을 생각입니다 ^^

모든 정리를 마친 뒤 "뜨거운 북극곰" 형님이 제주공항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전날 제주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다시 제주공항으로 돌아올 때까지 형님의 차량으로 다 이동했네요. 자는 곳 또한 형님의 농장 숙소를 빌렸고요. 포인트 예약, 공략 요령 조언 등 이번 출조에서 정말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렇게 1박 2일의 제주도 출조 이야기가 끝이 났네요. 세 명의 일정을 다 맞춘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예전부터 계획했던 동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 일정을 미리 조율하고, 각자의 시간을 조금씩 양보해서 가능했던 일이었네요. 함께 했던 형님들께 정말 감사한 부분입니다 ^0^
지난 주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장인어른과 추자도에 다녀왔습니다. 큰 조과는 없었지만, 변화무쌍했던 배편 때문에 심심하지 않게 지내고 왔습니다 ^^;;;; 다음에는 그 이야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족들과 명절 연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항상 안낚하시길 기원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williams0908/222628573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