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간만에 마나님과 함께 통영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
10년전만해도 필자의 조우(釣友)라고 생각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자주 함께했는데 "엄마"가 되면서부터 기회가 많이 없었다.
내년에 초등학교 4학년을 앞두고 있는 아들래미 녀석이 이제 어느정도 혼자 있을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마나님의 취미를 되찾은 셈이다.
앞으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씩 바람쐬는 정도로 함께 할 생각이다.
통영으로 향하던 길목에 오늘은 몇번씩 눈으로만 봐왔던 노점을 찾았다.
아침식사를 거른 상태라 뭐라도 요기거리를 찾아보려 한다.

비좁은 노점안에는 장거리 운수업을 하시는분들이 많이 계셨다.
따끈한 오뎅과 토스트를 팔고 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을 한입 베어물어보니 내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최근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탓도 있겠지만 살짝 매콤한 오뎅국물과 함께하니 지불한 값어치보다 몇배로 괜찮은 요리를 먹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오뎅탕으로 배를 채우고 거제도를 향하고 있다.

출근하는 조선소 직원들이 눈에 띈다.

통영 척포를 갈때면 최선장님 배를 타는편이지만 오늘은 선장님이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하셔서 다른배를 이용해보려 한다.
척포낚시배 선장님은 처음 만나보는분이지만 다행히 친절하시고 좋은분 같았다.

선장님과 최근 조황 이야기를 하다가 "탈참" 이야기가 나왔다.
통영 척포쪽 갯바위 조황을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최근 조황중 대부분이 참돔이다.
*탈참: 양식장을 벗어난 참돔 (탈출한 참돔의 줄임말)
낚시꾼들은 고기의 색깔을 보고 자연산인지 탈참인지를 구별하는데 조황 사진속의 참돔은 대부분 거무튀튀한 탈참의 빛깔을 띄고 있다.
결론만 말하자면 선장님은 조황속 고기는 자연산이며 치어때 방류한 참돔이 성체가 되어서 잡히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것이 탈출한 참돔이라면 일단 그 숫자가 너무 많고 비슷한 조황이 거의 일주일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두리 양식장이 터졌다면 그것을 주인이 모를리 없고 그냥 내버려두진 않았을듯하니 조황이 탈참이라고 보기 어렵다.
태생은 양식장이었어도 밖으로 나와서 성체가 되었다면 그건 자연산이라 봐야하지 않나 싶다.

탈참이던 자연산 참돔이던 난 일단 마나님이 손맛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싶다.

평일임에도 척포방파제에는 낚시인들이 꽤 있다.
척포방파제는 특히 감성돔 낚시터로 유명한데 저 모습을 보니 이제 감성돔 시즌이 돌아온것 같긴하다.

출항한다.

척포권 참돔 조황은 내만에서 집중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만권 갯바위로 하선예정이다.

학림도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리자마자 낚시꾼들이 일렬로 갯바위에 포진되어있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선장님은 그들의 사이에 하선시키려 하셨는데 내가 좀 더 조용한 갯바위로 내려달라고 따로 부탁을 드렸다.
나혼자였다면 상관없지만 오늘은 마나님이 함께하는 조행이다보니 여유있는 포인트가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낚시인들이 옆에 가까이 있으면 채비 캐스팅도 문제고 화장실 문제도 있다.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한눈에 봐도 한적한 갯바위에 하선하게 됬다.
낚시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포인트라면 평소 조황이 그렇게 좋은 포인트는 아닐터.

편편한 갯바위에 마나님이 자리했다.

전날 미리 물에 불려놓았던 압맥과 옥수수도 섞어준다.
생각보다 금방 불어서 놀랐다.

하선한 포인트의 수심이 대략 14m라고 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직접 수심을 측정을 해보니 정말로 그정도 됬다.
내만권 갯바위 수심치고는 굉장히 깊은 포인트다.

수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만권 포인트임에도 고등어,전갱이등등 잡어가 많이 없다.
마나님의 표정에서 지루함이 느껴진다.

12시가 넘어서 식사를 준비한다.

컵라면으로 대충 떼울 예정인데 겨울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따뜻한 음식을 따라갈 수 없다.
고로 갯바위에서는 라면이 최고다.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막상 입에 넣으니 또 술술 잘들어간다.

이분도 마찬가지...

잠깐의 휴식후 철수식간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수온이 차가운데다가 맑기까지해서 조황이 좋지않을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잡어마저 한마리 잡기 힘든 상황이 될줄은 몰랐다.
그래도 조류는 그나마 미약하게 흘러가주는 상황이라 잠방잠방 흐르는 찌를 째려보기만 몇시간이 흘렀는지..
스르르 밑걸림마냥 천천히 잠겨드는 찌를 보고 채비를 걷어들이듯 살짝 대를 들었는데 턱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고기다.
특유의 꾹꾹거림에 잠깐동안 감성돔이 아닐까 설레발을 쳐봤으나 이내 수면위로 올라오는 녀석을 보고 금방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참돔인데 역시 겉모습이 거무튀튀하다.

사이즈는 5짜급은 되는것으로 보여지는데 덩치에 비해 힘을 쓰지못했다.
이때만 해도 지류를 타고노는 녀석이라 그런가 싶었다.

마나님께 기념사진을 부탁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참돔의 반대쪽 모습이 처참하기 그지없다.
꼬리 방향의 배에 깊은 상처가 있고 한쪽 눈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 촬영직후 고민없이 방생해주는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저런 상태로 바다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 나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나는 손맛은 봤으니 괜찮은데 이분은 이때부터 더욱더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낚시 입문후 갯바위에서 저렇게 큰 돔은 눈앞에서 처음보는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마나님은 결국 필자가 서있던 자리까지 빼앗아가며 철수시까지 열심히 해봤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무래도 이날은 전체적으로 조황 자체가 좋지않았고 잡혔던 그녀석도 상태가 안좋아서 운없이 내게 잡혔지않나 싶다.

철수할때 선장님께 그 참돔녀석의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치어때 가두리 양식장에서 커오다가 중간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녀석들을 솎아내는데 그때 걸러낸 녀석이 아니겠느냐고 답을 주셨다.
그러니 자연에 처음 나오던때부터 상태가 안좋았던 녀석이라는 결론이다.
낚시인의 한사람으로 뭔가 말이 안되긴하지만 물고기에 연민을 느낀것은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다.
오늘 내가 방생해줬던 그 녀석은 앞으로 살아가는게 무척이나 힘들겠지만 아무튼 제 수명만큼 살다가 편히 갔으면하는 바램이다.
어찌보면 사람이나 물고기나 사는건 다 비슷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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