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낚시를 접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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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에 기획되었던 회사 낚시 동호회 거문도 정기 출조가 계속 날씨 탔으로 연기가 되더니 급기야 12월 3~4일 출조 계획이 잡혔다.
이번에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날씨가 괜찮음 무조건 출조한다는 총무의 완곡한 의지가 있어서 직장에 휴가를 제출하고 그저 일기예보만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는데 11월 마지막날부터 바다가 본색을 드러내며 난리부르스를 치더니 급기야 12월 2일 거문도에서 파랑주의보 내려 낚시 불가라 연락이 왔다면 총무가 전화를 돌린다
닝기리~
죄없는 총무(나와 입사동기이며 둘다 낚시가면 워낙 어복이 없는지라 빵 차는거 거의 전문임, 우린 둘다 빵을 워낙 잘 차서 낚시 가면 절대로 빵은 먹지 않음)에게 욕 한바가지 쏟아붓고 나도 속이 꽉 막힌 느낌이다.
금요일(12.2) 저녁 부슬부슬 비가 오는데 녀석 전화를 한다.
야~ 낚시나 가자
비도 오는데 어디로 갈끼고?
요즘 볼락 나온다더라 볼락 낚으러 가자~
챙겨서 온나~
둘이서 빗속에 젖어 볼락 낚시를 하는데 손가락 보다 작은 아가야 볼락이 퍼 담아도 될 정도로 낚인다
지랄~
낚시복으로 비는 뚫고 들어오는지 춥기만 하고 낚시 장갑을 챙겨가지 않은지라 손가락이 씨리다
전부 방생후 굵은 놈 대여섯수씩 챙기고 철수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코감기가 걸렸는지 코가 맹맹하다......,
토요일(12.3) 학교에서 기말고사 치고 온 큰 녀석 바람도 쐬줄겸 겸사겸사 꼬드겨 이번에는 마스크까지 하고선 방파제를 7군데인가 돌아다니며 볼락 낚시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아가야 볼락들만 줄줄이 올라오고 겨우 중간치 이상 볼락 6마리가 전부.
일요일(12.4) 날씨가 너무 좋다
이리 좋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파랑 주의보 때문에 거문도에 못갔다는게 억울해서 분을 삼키고 있으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입사동기놈이 전화를 한다.
방파제 감성돔 낚시나 가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 챙겨 온나~
잠시후 나타난 녀석 이번에 처남과 처남 친구도 동행이다. 처남은 예전에 한번 같이 낚시를 하였는데 섬에서 자라서 그런지 낚시엔 고수 수준이라고 할까~
차를 타고 이동후 높은 방파제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먼저 입사동기놈이 내려가 낚시 가방을 받아준다.
제일 먼저 내 보조통이 내려가고 낚시 가방을 내려주니 턱 하니 받더니 비스듬히 세워둔다. 위에서 봐도 위태로워
야! 낚시가방 제대로 세워놔라~ 하니
이녀석
응! 알았다
바로 그 순간 그대로 낚시가방은 높은 테트라포트 사이로 미끌어 떨어진다.
헐~
후다닥 내려가 낚시 가방을 주워 올리고 2팀으로 나눠 나와 동기는 왼쪽으로 처남과 친구는 오른쪽으로 이동후 낚시 준비를 한다.
서둘러 물속 지형을 살펴본후 낚시 가방을 열어 릴을 꺼내는 순간 릴대에 장착되어 있던 릴 목이 떨어져 있다.
야~ *바~ 니가 아까 낚시 가방 떨어뜨릴 때 릴 모가지 부러졌다 우짤끼고 물어내라~
녀석 내 곁으로 오더니 부서진 릴을 확인후 우짜노~

구형이지만 오랜 세월 바다를 함께한 릴입니다
이제는 작별을 고해야 할 듯
늘 가지고 다니던 보조 릴이랑 낚시대를 안챙겨 왔기에 니 스페어 릴 가져왔나? 하니까 녀석 역시 차에 두고 왔는데 처남차로 와서 없다고 한다.
우리와 한참 떨어져 있는 처남에게로 전화를 하니 마침 릴이 있다길래 가서 가져와 보니 헐~ 3500번 릴에 3.5호 원줄이 감기었다.

무지막지한 원줄 3.5호에 3500번 릴입니다
이게 선상이나 참돔 낚시지 우찌 이걸가꼬 감성돔을 낚는단 말이고~
내가 쓰던 릴은 다이와 2500번에 2.5호 원줄인데......,
집에 가서 보조릴을 가져오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장착해서 써보기로 하는데 들고 서 있기도 부담스러운 무게가 느껴진다.
조금 있음 해가 기울것이기에 미리 전자찌를 셋팅하여 날려보지만 잡어 입질이 없다. 근데 옆에 있는 동기녀석은 손바닥 크기만한 전갱이를 잘도 낚아낸다.
이상하게 나는 입질이 없는지라
야! 수심 얼메고?
응 수심 8메터~
그라몬 목줄은 얼마나 줬노?
응 한 3메터~
낚시 바늘은 몇호고?
3호~
목줄에 조개봉돌 했나?
응 B2 달았다~
녀석과 그대로 셋팅을 했다 그리고 녀석이 낚시하는 언저리로 주저없이 찌를 날렸다
동동동~~~ 두 개의 찌가 약 1미터 간격으로 뒷줄 견제에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린다
그런데 특정한 자리에 가면 녀석은 입질이 들어오는데 난 찌가 미동도 않는다
녀석 보기 좋게 챔질~
아가야 전갱이 또 아가야 전갱이 역시 아가야 전갱이 이번엔 망상어 또 전갱이 망상어~ 그러다 눈먼 노래미 한 마리~
근데 난 뭐꼬 미끼가 그대로 살아서 온다
닝기리~
수심을 한뼘쯤 더 주고 낚시를 하니 살짝살짝 밑걸림이 생긴다 그때마다 뒷줄 견제로 밑걸림을 해소하면서 낚시 하는데 어느 순간 빨간 전자찌가 물밑으로 쏘~옥 잠수를 한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챔질을 하자 묵직하다 그런데 릴링을 몇 번하자 뭔가 허전하다
손가락 2지 보다 좀 굵은 갈치가 올라온다.
호박은 먹지 않지만 호박 넣고 갈치국 끓이면 맛나길래 보조통에 챙겨둔다
가끔 아가야 수준을 벗어난 전갱이가 올라와 방생만 하다가 3마리 보조통에 넣어두고 낚시를 하니 갈치녀석 낚시 바늘을 잘도 끊어 먹어 낚시 바늘 묶느라 바쁘다.
갈치며 잡어를 피할려고 제법 멀리 찌를 날리고선 원하는 목표지점으로 서서히 감아들이니 찌는 따라 오지 않고 멀어져 간다.
갈치 녀석들이 원줄을 끊은 것이다.
서둘러 찌 회수기를 꺼내 찌를 향해 날려보지만 점점 멀어져만 가는 전자찌!
찌야! 잘 가거라~
새 전자찌에 새 건전지에 역시나 새 수중찌까지 ㅎㅎㅎ 그렇게 한세트 날려 보내고......,
배도 슬슬 고프고 해서 준비해온 몽셀통통에 옥수수 수염차 한병 마시고 커피까지 홀짝이며 심기일전해서 낚시를 하였더니 원줄을 끊어 먹은 녀석인지를 몰라도 갈치 한 마리 더 체포해서 보조통에 넣어두고 낚시를 하고 있는데 나와는 2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보조통이 테트라포트 아래로 떨어지길래 감짝 놀라 쳐다보니 고양니 녀석 갈치 한 마리 물고 달아난다
우씨~~~
아무리 보조통 뚜껑을 닫아 놓지 않았다 하여도 바로 사람이 곁에 있는데......,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큰 후레쉬를 입에 물고 뜰채로 꺼집어 올려보니 예상한대로 한 마리도 없다 ㅎㅎㅎ
그래도 보조통이나 건진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잠시후 우리와 약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일행들 넷이 오더니 1~2미터 간격으로 나란히 서서 찌를 날린다. 낚시 폼이나 찌를 던지는 지점이 일치하는 것으로 봐선 제법 그 자리에 몇 번은 선듯한 모습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 번인가 전갱이를 낚아 올리더니 잠시후 한사함이 감성돔을 낚아 올리고 다른 일행 하나는 뜰채질을 해주고......, 부러운 듯이 바라 보다가 정신을 더 집중해서 낚시를 해보지만 내 미끼는 바다를 그대로 구경만 하고 오는지 변화가 없다. 수심을 올리고 내리고 내가 아는 온갖 쑈를 다해봤지만 역시나 미끼는 그대로 돌아오고 곁에서 낚시하던 동기놈도 입질 없기는 매한가지~
그런데 우리와 떨어져 있던 그 팀은 잘도 낚아낸다. 벌써 감성돔은 4수나 하였으니~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채비를 1.0호에서 0.6호로 셋팅해서 날려보지만 역시나 입질이 없다.
11시 방향으로 날려 2시 방향쯤에서 회수하던 찌를 이번에는 10시 방향으로 던져 보았더니 스물스물 잠기는게 밑바닥인 것 같다. 살짝 뒷줄을 견제해 보지만 낚시가 바닥에 걸렸다. 원줄 3.5호에 목줄 1.5호 인지라 아무 생각도 없이 당겼더니 헐~ 찌가 동동거리며 멀어진다.
서둘러 찌 회수기를 날려보지만 걸리지 않고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째도 걸리지 않고 회수가 불가능한 지역까지 멀어져 버린다~
찌야! 다음에 갯바위에서 만나자~
시간이 흘러 10시가 다되어 가기에 철수를 해서 보니 동기녀석 처남은 감성돔 3마리 체포
집에 돌아와 대충 씻고 누웠는데 쉬이 잠이 안온다. 릴 장만하려면 아무리 못줘도 한 30만원은 들텐데 그럼 한달 용돈이 ㅎㅎㅎ
릴 부러졌다고 와이프에게 말할 수도 없고 보조릴을 장착하여 쓸수도 없고.....,
아예 낚시를 접고 산이나 쫓아 다닐까 고민에 또 고민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