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과의 첫 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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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들과의 첫 출조

1 KAOS1 10 4,070 2012.06.07 17:48

  지난 5월 석가탄신일을 낀 주말연휴 첫날, 처갓집 결혼식 때문에 장모님을 모시고 안동엘 다녀왔다. 그리고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님이 못내 걸려 연휴 둘쨋날 지옥같은 교통체증을 뚫고 고향엘 들렀다. 집에 도착하니 조카가 지난밤에 밤낚시를 다녀왔다며, 4짜나 될만한 크기의 떡붕어가 가득있는 사진을 이만큼 보여준다. 허 이 녀석 낚시를 좋아하나보군.....

  수도권에 거주하는 낚시인이라면 한번쯤은 주중에 이틀정도를 말로만 듣던 명 포인트에 내려, 원 없이 낚시를 하고프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 봤으리라. 나도 그동안 인낚의 조황란에서 주중엔 명 포인트가 텅텅 비어있더라는 점주들의 말에 홀킷해 언젠간 나도 꼭 한번 주중에 낚시를 가서 텅텅비어 있는 명 포인트를 고르고 또 골라 낚시를 해보겠노라맘으로 다짐 다짐만 했었다

  드디어 그 때가 왔다. 요즘 그다지 바쁘지도 않고, 휴가도 많이 남아있고, 물때도 좋고, 그래 나중에 후회말자며 64, 5일로 출조일을 정해 놓았던 터에,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기다리고 있는, 떡붕어 4짜를 건져올릴 정도의 실력이 있는 조카가 내게 딱 걸린 것이다. 조심스레 조카에게 바다로 낚시가겠느냐고 물으니, ~~ 23일간 예비군훈련을 받아야 된단다. ... 근데 마침 그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우리 큰 아드님께서 잘하면 나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수업을 뺄 수 있단다.
  그렇게 해서 큰 아들과 첨으로 바다낚시를 가게되었다. 출조일은 63일 일요일 저녁으로 정하고, 나를 반겨줄 명포인트가 어디에 있을까 행복한 고민 고민을 하다 그동안 출조 경험상 나랑 사뎅이가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통영의 나***호 선장님께 전화를 한다. “사장님 여기 수원인데요, 오늘 저녁 야영낚시 가능하겠습니까물으니 가능하단다. ”난생 처음 아들 꼬셔 낚시가니 상사리라도 잘 물리는 포인트로 잡아주세요. 가능하면 벵에도 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고요ㅋㅋㅋ그런 포인트가 많으니 걱정마시고 오란다.
  짐을 하나하나 싣는데, 이건 반 이사다. 아들이랑 가니 걱정이 되어, 이것저것 챙겨 넣어서 그런가보다. 그렇게 출발해 통영에 도착하니 새벽 1230분이다. 아직 1시간 30분이나 남아 있다. 큰 아드님은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에 가서 자겠노라고 한다. 그래라 차 키를 주고..... 내려오는 길에 맛있는 즉석회를 떠 아들이랑 한잔할 요량으로 소주도 한 병 사 넣었다. “어디다 내려줄까? 진짜 말로만 듣던 명포인튼 정녕 텅비어 있을까? 찌는 몇 호로 할까?”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현지꾼인 듯한 사람과 낚시가게 주인이 주고받는 말이 귀에 확 들어온다. “요즘 어신찐 B3B 정도 달고 전유동으로 천천히 뭐 어쩌구 저쩌구.... 도통 경상도 사투린 반밖에 못 알아듣겠다. 그렇지만 B, 3B는 확실히 알아들었다. 흑흑..... 이 말은 어찌 그렇게 귀에 쏙 들어오는지 참 신기한 노릇이다.
  어느덧 시간이 한참 흘렀다. 짐을 나**호에 실으려 하니, 딴 배로 간단다. 억!! 왠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그 배 사장님껜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굳이 내가 나**호를 선택한 이윤 나랑 사뎅이가 맞기 때문이었는데.... 뭐 할 수 없지.... 이 가게 저 가게에서 모인 듯한 낚시인들은 일찌감치 넓게 자릴 잡고 누워잔다. 우리 큰 아드님은 신기한 눈빛으로 밤 바달 음미한다. 생전 첨보는 바다의 야경.....
  한참을 지나 여기 저기 내리고, 드뎌 우릴 부른다. 짐을 내려주시는 분께 여기 포인트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잘 모른단다. 배에서 내리자 선장님은 전유동, 어쩌구 저쩌구 포인트 설명을 자세히 해 주시는데, 정말 경상도 말은 반밖에 모르겠다. 일단, 알았다 손짓을 하자 배는 고맙다는 듯 저 곳으로 미끄러져간다. 주윌 천천히 살피고, 텐트칠 공간도 찾아본다. 두 번째 불길한 예감, 젠장 마땅한 자리가 없다. 그리고 낚시 첨 오는 애 데리고 왔는데, 전유동 뭐.... 
  그동안 보고 들은 것만 많아 낚시인의 첫 번째 기본인 뜰채를 펴고, 낚시대를 천천히 편다. 1호대, 2호대, 3호대.... 꼭 선무당이 사람을 잡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아드님껜 3호대를 주고, 2호대로 낚시시작... 물은 기가막히게 잘 가는데, 멀리 던져도, 가까이 던져도 어느 지점에선 이눔의 찌가 한곳으로 모여 그곳으로만 가는데 속 와류가 있는지, 찌가 한참동안 잠수해.... 도저히 별 짓(?), 쌍 소릴 다 해봐도 내 실력으론 대책이 없다. 넘 어렵다. 그렇게 동은 트고, 청개비에서 크릴로 미끼를 교체한 후 아드님께 이렇게 해서 이렇게 던져라 가르쳐 준다. ㅋㅋㅋ 이런... 지 엄말 닮았나... 던지질 못한다. 어쩌다 던지면 목줄이 엉켜버리고.... ... 조금씩 얼굴이 더워진다. 할 수 없이 내가 멀리 던져, 낚시댈 넘겨주고, 다시 미끼 껴 던지고.... 한참을 흘려야 하는데, 조금있다 감는다. C 증말, 어그... 난 완죤 큰아드님 시다바리다. 그러다 고맙게도 가서 잔단다.ㅋㅋㅋㅋ 땡큐 쌩큐....
  아무리 낚시에 미쳤다해도 먹을 건 먹어야 그나마 낚시를 할 수 있기에 집사람이 정성껏 마련해준 먹거리로 아침 겸 점심 겸 하여간 그렇게 차려놓고 주무시는 아드님을 깨워 억지로 먹인다. 아드님은 연신 뭐 이렇게 안 잡혀한다. 할 말이 없다. 할 수 없어 잡어나 잡게해 줄 요량으로 민장대에 청개빌 달아 주니, 용치가 달려나온다. 좋단다. 헉 근데.... 바늘에서 고길 떼어내지 못하겠단다. 무서워서..... ! 이 아이구 뭐가 무서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떼어내.... 불쌍한 우리 용치 놀래민 그냥 민장대에 걸려있고, 큰 아드님은 그 걸 물에 넣었다 뺐다만 한다. 할 수 없이 이리 가져오라고 해 고길 빼 바다에 던져 넣고, 청개빌 달아 쓰라고 주문한다.... 참 내!!! 나도 바보지.... 무섭다고 고기도 못 떼어내는 넘한테 청개빌 끼우라 주문하다니..... 너나 나나.... 이따 소주 한잔할 횟감을 잡으려 아무리 쪼아보아도 도통 부가 없다.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포인트 이동을 부탁하니, 이미 항구에 들어와 어쩔 수 없단다. 할 수 없어 포인트 이름이나 알아보려 물으니, 둘째섬 2번자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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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낚싯댈 바꿨는지 아드님이 1호대로 게르칠 건다. 할 수 없어 나도 민장대로 횟거릴 장만한다. 이것저것 잡아 썰어보니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그렇게 소주 한병을 나눠 마시고, 텐트로 들어가려하는데, 언제 왔는지 나**호 사장님이 포인트 이동시켜줄라냐고 묻는다. 이미 짐이란 짐을 다 폈는데, 넘 번거로워 됐다손짓한다.

  한참을 잤을까? 투둑 텐트가 울린다. 비가 조금 내린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드님이 파라솔을 펴고 있다. 부르니 아빠! 비와한다. “거기 있지 말고 일리 올라와 자자”.... 텐트로 들어오는 아드님의 양말이 흠뻑 젖어있다. 왜 그러냐하니, 파도가 쳐 젖었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빠! 내가 짐 안전하게 다 모아놨어” “응 잘했어쿨쿨....

  실컷잤다 싶어 시겔보니, 130분이다. 어떻게 온 낚신데... 자러 온 것이 아니지 하며, 낚시자리로 내려가는데, 바다에 낚시대 비슷한게 떠 있다. 민장대다. 바늘이 바위에 걸려 대만 바다에 쳐박혀 있다. ~~~ 우리 짐!! 우리 짐 있던 곳이 깨끗하다. ! 아드님이 잘 치워났다고 했으니까 설마.... 배에서 짐을 첨 내려놨던 곳을 보니, 보조가방, 낚시가방, 밑밥통, 1호대... 요거밖에 안 보인다. 그럴 리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거의 없다. 아! 이게 뭔 일이란다냐. 사방팔방을 다 쳐다봐도 없다. 내 낚시대, , 뜰채, 아들이랑 첨가는 낚시라 먹을 거 많이 챙겨 넣었던 아이스박스 2, 소품통 3, 수중찌통, 그 외 자질구레한 것들.... 낚시할 맛도, 의욕도 모두 없다. 한참을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 하나하나 더듬어 보니, 모두가 내 잘못이다. 낚실 한 두번 다닌게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낮은 곳에 물건을 두었을까? 참 나를 이해 할 수 없다. 뭔가에 씌운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고, 이해되지도 않는다. 장빈 중저가라 재산피핸 아주 크진 않지만, 다시 장만하려면 꽤나 출혈을 감수해야할 것 같다. 속이 쓰리고 아프지만 그래도 우리 큰 아드님 다치지 않은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하며 떨쳐내려 애를 쓴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갯바위에 앉아 그들과의 인연을 끊으려 애를 썼다.
  한참을 자고 난 아드님이 내려오길레, 이야기 했더니 정말이냐고 믿질 않는다. 크 정말이지 그럼 장난이니? 할 일도 없고해 우둑커니 갯바위에 앉아있는데, 마침 들물, 만조다. 우리자릴 파도가 때린다. 무섭다. 우리아드님 하시는 말씀! 바다가 무섭네.... 바다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자연이 무서운 거야....

  덩치가 산만해 난 우리 아드님이 어른인줄 알았다. 근데 아직은 내 관심이 아주 많이 필요한, 그 정도에 있는 아들이었다. 한학기만 더 하면 군대에 보내야하는데, 자연이 무섭다는 걸 몸으로 느낀 오늘의 이 경험이 군대에 가서도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은 아주 무서운 것이니, 그 앞에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

나올땐 짐이 없어 참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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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1 대구초짜배기 12-06-07 18:23 0  
오랜만에 아주 잼나게 본것 같습니다.. 아드님에게 좋은 경험 시켜줘다고 생각하세요.. 그이상 더 바랄께 있겠습니다.. 이미 다 업질러 버려는데.,...ㅎㅎ 마음만 드리고 가는게 죄송합니다..
1 벵킬이 12-06-07 18:31 0  
저도 아버지따라 다니다 낚시꾼이 되어버린 1인 입니다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은 6살과 2살 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언젠간 KAOSI님 처 럼 두아들과 갯바위에서 낚시하며 소주 한 잔 할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봅니다 장비는 잃어버리셨으나 조만간 군대갈 아드님 과의 좋은 추억을 얻었으니 쌤쌤 했다고 생각 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조행기 잘보고 갑니다 마지막으로 다음엔 꼭~ ! 대물하세요~☆
물때 잘보시고 항상 짐은 제일 위쪽으로 올려놓으시고 낚시하세요; 이쯤이면 되겠지 하고 아이스박스 올려놨드만 나중에 물차서 둥둥둥~~ 다행이 물빠지고 찾긴했네요ㅜㅜ
1 똥마려 12-06-07 20:27 0  
몸이 성한게 어딥니까??ㅎㅎ 다음에는 대물하실꺼예요~~고시래 했으니..수고하셨습니다.멀리서 오셨는데 손맛보고 가셨으면 좋았을껏을..
나올땐 짐이 없어 편했다는 글에 긍적적인 마음이 보입니다. 안다친것만으로 다행입니다. 다음엔 꼭 멋진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 오뎅궁물 12-06-07 22:21 0  
ㅋㅋ 뭐라 드릴말씀이.... 아드님과의 첫 출조인데... 진즉에 전화라도 한통 주셨으면.. . 어쨋든...첫단추에 말로 형언할수 없는 추억을 만드셨으니 향후...아들내미랑 대물 할 날만 있을꺼 같으네요
1 365잡어사랑 12-06-07 23:19 0  
예전 나즈막한 마당바위에서 회사형님과 야영하다가 텐트바닥까지 찰랑찰랑 할정도인지도 모르고 잠잔적이있는데 다행이 딱 거기까지만 물이 차드라고요 ㅎㅎ 아드님과 잊지못할 첫 바다낚시가 돼었네요 다음번엔 깜박하고 낮은곳에 짐 내려놓으셨더라도 아드님께서 높은곳으로 올리겠네요 ㅎㅎ 잘보고갑니다 안낚즐낚깨낚
1 벵애가좋아~ 12-06-08 01:00 0  
사진보니 어딘지 알 거 같네요... 사진찍은 자리는 만조때는 파도에 잠겨 낚시도 불가한 자리인거 같은데...안타깝습니다... 뒤쪽 높은자리에 짐을 올려놓으셨으면 괜찮았을텐데... 담엔 꼭 짐은 맨 위쪽으로 무조건 옮겨놓고 낚시하세요~ 비록 장비는 잃어버렸지만 아드님과 좋은 추억 만드셨으니 위로삼으시구 담에 꼭 대물하시길 바랍니다......
1 KAOS1 12-06-08 08:57 0  
보잘 것 없는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담부턴 조심할께요.
1 내가봉이다 12-06-08 11:53 0  
안전이 제일이지요...장비도 아깝지만.. 나올때 짐이없어 참 편했다....여운이 남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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