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것.
누군가 가슴이 따스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종의 묘미(妙味)가 아닐까 싶다.
느긋함으로 풍만한 아침을 맞으며 완연히 익어가는 황금빛 들판을 바라보며 요즘 심취하기 시작한 김문규의 “여백”을 들으니 마치 분위기 좋은 찻집에 홀로 앉아 있는 느낌이다.

아들의 볼락 낚시
열심히 발품을 팔더니 살짝 미끌어져 신발이 젖어 맨발로 낚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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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있음으로 내가 있기에
사랑한다는 것을 다르게 배우며
오늘 밤도 비워두는
그대의 여백~ “
감미로움이 더 하다 못해 산행으로 피곤함에 지쳤을 때 목욕탕에 반신욕을 하며 입에 넣어 녹여먹던 사탕 맛이 난다고 하여야 할까~
되세김질 하는 소처럼 몇 번을 Replay하여 듣다 보니 이윽고 낚시 가게에 도착이다.

가을 하늘
텅빈 충만함 보다 어쩌면 더 여유 있어 보인다.
바깥에는 이미 밑밥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니 아! 그님이 오셨구나 싶었다. 가게 안을 들어서니 낮익은 얼굴. 언제 어디서 보아도 엷은 미소가 얼굴 가득 퍼지는 사람. 용철님! 몇 번을 봤지만 늘 같은 차림의 모습이다. 서둘러 인사를 하고 형을 찾으니 형은 날씨가 많이 차갑다며 옷 하나를 더 껴입고 있었다. 허리를 다쳐 궂은 날씨나 차가운 겨울이면 더 움츠리는 실정이다 보니 옷 한겹이라도 더 껴입어야 흔들리는 뱃전에서 견딜수 있으리라~

이슬에 젖은 차 앞 유리 붙어 있는 스티커~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아침 요리에 분주한 형수에게도 인사를 하니 벌써 식사 준비끝이라 식사하랜다. 알맞게 익은 누룽지를 맛나게 먹으니 행여 시장할세라 밥공기도 내밀며 든든히 먹어두랜다. 근데 밥 보다는 누룽지가 너무 구수해서 두 그릇이나 후딱 치우고 나니 배가 복어처럼 가볍게 부풀어 오른다.

구수한 숭늉이 약간은 움츠렸던 몸을 녹여주고 채워 주는 느낌이다.
“형수 오늘은 배에서 맛난 고기 썰어 먹게 양념장도 해주라~”하니 “초장 있으니 가져가서 먹어요~” 하길래 “초장은 맛 없다. 형수가 해주는 양념장이 맛나더라 해주소~”하니 “어이구~ 맛난건 알아가꼬~”하며 서둘러 양념장을 만들어 내주고 후식으로 사과도 먹으라며 두 개나 담아준다.

형은 3.0호 원줄을 새로 교체를 하며 감성돔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예약판을 보던 내가 “어~ 사람이 작네 양사장님도 안오셨네~”하니까 그때서야 서둘러 형이 전화를 한다. 부산에서 출발하시는 양사장님은 배 정박지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이다.

예약판에 올려져 있는 산적 ㅎㅎㅎ
은비가 연초에 있는 고등학교에 등교를 하는지라 오늘은 느긋한 형이 실어다 주기로 했다. 은비의 교복이 햇살에 반짝이고 딸 아이의 등교를 돕는 형의 따사로운 눈길이 길가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처럼 형언할 수 없는 여운으로 남는다. 이럴 때 들어보는 김문규의 여백은 또 어떤 맛일까?

한적한 휴일 아들과 볼락 낚시중 아들이 낚아 올린 볼락들
형은 은비를 학교에서 약 250m쯤 떨어진 큰 길에 내려다 준다. “형! 이왕이면 학교 앞에다 내려주지~”, “아이들은 걸어다니면서 생각도 하고 운동도 하는거다” 하면서 응수를 한다. 그러면서 어릴적 하청엔 시골 어디에나 그랬듯이 먼지 폴폴나는 시골길이었으며 그 시골길을 사이에 두고 위.아랫동네 개구쟁이들이 모여 공차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진팀은 이긴팀에게 “라면땅, 뽀빠이, 건빵(별사탕이 맛났었지)”을 사줬으며 고등학교 시절엔 심심찮게 막걸리 내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며 산에 나무 하러 다녔던 이야기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시골 보따리 장사꾼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나도 같은 시대를 공유하였는지라 맞장구도 치다 보니 차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올랐는데 멀리 보이는 바다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다가선다.

9물 이었는데 만조가 되니 방파제를 넘어설 기세이고
외계인이 타고 온듯한 어초들은 금방이라도 바다로 들어갈 느낌이었다.
형이 고기가 입질을 하는 시간대가 10시 전후라 아직 시간이 많았고 더군다나 양사장님이 도착하기전이라 배는 정박지에서 탑포까지 이동을 해서 기름을 넣었는데 40만원을 꿀꺽 삼키고도 기름탱크는 배가 고픈지 유난히 커 보이는 입구를 보이고 있었다.

저 놈의 기름 주유구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가 보다

한방울의 기름도 아까운지라
마지막 한방울까지도~
다시 정박지로 돌아오니 반갑게 맞아주는 양사장님 머리카락이 조금은 더 하얗게 물들은듯 하다. 난 짐을 받아 올리며 “바람도 불고 고기도 안 낚일낀데 뭐하러 옵니까?” 이 말이 화근이 되었을까? 용왕님이 이 말을 들었을까?

열심히 낚시 중인 양사장님
마릿수와 씨알급이 낚이는 그곳엔 너울과 바람만이 점령을 하고 있어 쉽사리 자리를 내줄것 같지 않았지만 용감하게도 닺을 내리고 밑밥을 다량으로 투척을 하고는 낚시인들의 꿈을 펼쳐보았지만 흔한 잡어 한 마리 물어주지 않는다.

용철님의 망중한~
물색도 좋고 물살도 적당히 흘러주었지만 맞바람이라 초릿대를 물속 깊이 쳐박아 흘려도 원줄을 곧잘 파도에 떠밀려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쉼없이 몰아치는 너울에 바이킹 놀이를 하고 있는것 같아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정도였고 크릴은 낚시 바늘에 그대로 매달려 올라온다.

미끼를 녹이며 채비를 준비하고~

너무도 한가한 내 낚시대
멀리 떨어진 갯바위에서 조사님 두분 열심히 낚시를 하는지 꽤 분주한 모습이더니 결국 파이팅 하는 모습 한번 안보여준다. 그러다 낚시를 포기하고 갯바위을 이불삼아 베게 삼아 드러 누으시고 감성돔 매니아인 용철님도 서서히 지쳤는지 낚시대를 내려 놓더니 커피 한잔 끓여 내어온다.

용철님이 끓여준 커피 한잔
얼마나 배가 파도에 춤을 췄는지 커피가 컵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용철님이 출항하면서 사온 따끈따끈한 TOP
요건 특별한 사람들만 마시는거라던데......,
따스한 커피 한잔으로 원기 충전하여 다시 낚시를 해보지만 양사장님이 낚아 올린 손바닥정도의 참돔 3마리가 끝으로 입질이 없는데 형은 똑 같은 자리를 계속해서 노리더니 기어이 감성돔 한 마리 끌어낸다. 뜰채질로 갈무리 해주며 같이 즐거움을 만끽하고는 “역시 노련한 선장은 다르네~”로 축하를 해주며 나름 열심히 해보지만 꽝 조사의 허접한 실력이란......,

형이 낚아 올린 늠름한 자태의 감성돔
난 언제 요런 놈 한마리 낚아 보나 하며 부러웠던 놈
형은 다시 그 언저리쯤 던져 보더니 이번엔 돌돔 한 마리 또 건져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낚시대는 한가로운 가을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는듯 어느 하나 포물선을 그려내지 못한다.

형이 돌돔 한마리 꺼집어 내고~

준수한 씨알의 말쥐치
한적하고 다소 무료한 시간들이 흐를 쯤 용철님이 맛난 라면을 끓여 내어 오길래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지친 용철님이 선실로 들어가 깊은 잠에 빠져들고 더 이상의 입질이 없는지라 너울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찌를 흘려본다.

너울에 지쳤으니 라면도 먹고 열심히 해봐야지 ㅎㅎㅎ
한없이 한없이~ 찌가 서서히 시야에서 멀어지고 더 이상 찌가 보이지 않을쯤 뒷줄을 잡으며 마치 참돔을 낚듯이 감으로 흘려보니 살짝 원줄을 당기는 조짐이 보여 한참을 릴링하여 올려보니 아가야 참돔이 바늘을 삼키고 올라온다. 선홍빛 빛깔이 너무나 선명한 바다의 미녀라 바늘을 삼켰지만 목줄을 최대한 짧게 끊어 그대로 방생을 해본다. “아가야~ 잘 살고 다음에 큰 어른이 되어서 만나자~” 손바닥 만한 참돔도 올라오고 역시나 아가야 참돔도 올라오고 그 와중에 형은 42~43쯤 되는 감성돔 한 마리 끌어올리면서 당찬 손맛도 보고~, 뒷날 아드님 예단 보낸다던 양사장님도 30을 조금 넘는 감성돔 한 마리 낚아올리길래 곁에서 “나는 5짜나 한 마리 물어라”하니까 양사장님은 3짜라도 좋으니 한 마리 물어봐라 하더니 기어이 3짜 감성돔을 한 마리 더 끌어낸다.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한번 만 더 흘러보자며 낚시대를 흘리더니 6짜를 떡하니 올리는 것이다 ㅎㅎㅎ 벌건 대낮에 은빛이 너무나 고운 갈치를 낚아 올린 것이다. 손가락 두지 정도의 갈치라 우리 시골에선 “풀치”라 하여 애호박 쑹쑹 썰어 넣어 국을 끓여 놓으면 참으로 맛난다 싶어 정리 하던 낚시대를 다시 펴서 던져 보지만 지나가던 갈치 한 마리가 전부였는지 전 수심층을 훓어봐도 입질도 없다.

6짜가 훨씬 넘는 갈치 한마리 ㅋㅋㅋ
완연한 패배를 인정하며 자잘한 고기 몇 마리를 끝으로 철수를 해서 곤하게 잠든 용철님을 깨우니 그때서야 기지개를 켜며 선실에서 나온다. 형은 열심히 배를 청소하고 단단히 갈무리를 하고 형과 용철님이 낚시 차량을, 나는 양사장님 차를 타고 오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금방 낚시점에 도착이다.
용철님이 바쁘다며 서둘러 떠난다고 하니 형은 고기 몇 마리를 싸주며 가져가라 하고 나는 “여관비도 내어야겠다요~ 배에서 왼종일 잠만잤으니~”하며 농담을 던졌더니 가볍게 웃어주며 다음에 같이 낚시 하자며 응수를 해주고는 부리나케 사라진다.

낚시배 옆면에 붙어 있던 알림말
우리 모두 이렇게 바다를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형은 양사장님 고기도 챙겨주더니 내것도 잊지 않고 챙겨준다. 그리고는 나머지 고기를 쓱쓱싹싹 회로 변신을 하고 정겹게 앉아 회를 먹고 있으니 예전에 다른배에서 선상 낚시하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친 진수님이 왔길래 반갑게 악수를 하였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목소리는 밝고 활기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소주도 한두 잔씩 건네는 것을 보니 끝이 없을것 같아 먼저 일어선다는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왔다.

언제나 맛난 우연표 자연산 회
6짜짜리 갈치도 횟감으로 변신을 하고~
아래 말쥐치 간을 소금을 넣은 기름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낚시 장비를 정리하면서 보조 가방을 열어보니 형수가 후식으로 먹으라며 사과 두 개를 담아주었는데 깜빡 잊고 그대로 남아 있어 게눈 감추듯 깍아 먹고는 TV를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나 보다. 아무래도 파도밭에서 중심 잡느라고 단단히 힘을 주었으니 온몸의 근육들이 모두들 경직된 느낌이라 더 많이 피곤하였으리라.

내가 낚은 상사리와 찬조 받은 감성돔 ㅎㅎㅎ
하루 바닷바람 쐬며 낚시한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왼종일 파도와 씨름하며 열심히 밑밥치고 어떻게 하면 낚시온 조사님들이 즐거운 낚시를 할 수 있을까 하고 노심초사하는 형은 얼마나 힘이들까? 태권도가 3단인 가희가 댄스 학원에 다닌다고 학원 하나를 더 다닌다니 형의 어깨나 뒷바라지 하는 형수의 고단함이 더 묻어날텐데......,
형아! 형수야! 아프지 말고 가을의 느긋함에 서로 물들어 가자요~

아들과 함께 갔던 방파제에 갑오징어 먹물 그림이 지천으로 그려져 있고......,

파란 하늘이 담긴 이곳에서 이쁜 선녀가 목욕을 하고 갔을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