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30일 오후 거제도 구조라 해를 등지는 여느 갯바위
10물, 오후 4시 간조.
한 달만에 출조인데 모처럼 원거리를 택했다. 부산-거제간이 뭔 원거리겠냐마는 집에서 구조라까지 약 85km이지만 부산시내 약 15km, 거제 입도 후 포인트까지 약 15km 시내 도로를 감안하면 다소 운전이 피곤하다. 특히나 거제시내에서 포인트까지 도로는 공사중인 도로가 많고 길이 좁고 굴곡들이 심해 운전피로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굽이굽이 운전하여 도착한 거제 구조라항, 거제 유람선 선착장이 있어 네비게이터로 길찾가는 용이하다. 지극히 맑은 하늘, 맑은 공기, 비릿한 갯내음에 호적한 풍경까지...
" 아~~ 좋다. 이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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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인부들이 밤새 잡은 대멸치를 정리하고 있다.인부들 입에서 투덜투덜, 배가 터지고 크기가 안 맞아 품질이 무지 안좋다고 삽으로 주워 담으면서도 불평들이 많아 보인다. 선원들끼리도 멸치는 남해 죽방멸치가 최고라나. 오늘 잡은 것들은 사료용 밖에 안된다며. 낚시꾼들이야 취미로 낚시하지만 이 분들은 정말 맘이 많이 상해있을 것 같다.

오늘 타고 갈 포세이돈 낚시배. 유선형으로 미끈하게 잘 생겼다.

오늘의 내 짐은 단촐하지만 언젠가부터 출조 필수품인 카메라가 하나 늘었다.

시름을 잊은 듯 넘실대는 흰 파도와 함께 힘차게 오후 출조를 시작한다.

오늘의 포인트는 바로 이 곳. 지명을 잘 모르겠지만 오후 해를 등지는 포인트이다. 배를타고 마치 다대포에서 형제섬 거리 정도 온 것 같은데 뱃값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 거리대비로 따지면 비행기보다 낚시배값이 제일 비싸지 않을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갯바위를 혼자 전세내여 호젓하게 낚시할 수 있다는 것이 부산을 벗어나면 얼마든지 가능한데 이렇게 오기가 힘들어서야.

일단 갯바위 하선 후 밑밥부터 부지런히 갠다.
오늘의 밑밥은 전적으로 현지 선장님의 말에 의존하여 평소 잘 쓰지 않는 압맥을 엄청 권한다. 크릴한 장 빼면 압맥 5장 넣을 수 있는데 왜 굳이 겨울 감성돔 낚시에 크릴을 고집하냐고 하신다. 맞는 말씀. 게다가 학꽁치등 잡어가 많아서 미끼도 크릴대신 옥수수를 적극 권한다.
살짝 고민... 밑밥이야 그렇다치고 옥수수는 거의 써 본일도 그걸로 잡어라도 입질을 받아 본 일도 없는데 어떻하지??
" 뭐 언제는 고기 잡았나?... 내 블로그 명대로 낚시는 마음 비우는 기술 아니였던가"
그래, 오늘 하루 못 잡는 셈 치고 현지에 왔으니 현지인의 말을 들어보자 하고 짧은 순간에 결정을 하고 사람 밥 보다 훠~~~월씬 비싼 고기 밥은 반죽하기 시작했다.
압맥 4봉, 하나파워 습식집어제 1봉, 크릴 2봉, 물 적당히.

" 허. 그것 참. 요놈은 사람 먹는 것인데..."
이걸로 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어쨋든 뚜껑을 열고 보니 향긋하고 고소한 방부제(?) 냄새가 너무 좋다. 숟가락을 가져와서 몇 숟가락 퍼 먹고 싶다. 하루 종일 밥도 쫄쫄 굶고 있는데.

밑밥 완성. 옥수수 정말 먹고 싶다. 아... 배고파. 냄새는 또 왜 이리 고소한지.

일단 반신반의하며 옥수수 몇개를 끼워본다.
그래도 크릴 쓸때 처럼 손에 비린내 안 나서 좋네
" 나도 대물 한 번 걸어보자"

뒤에서 본 오늘의 포인트인데 선장님이 알려주신데가 포인트란다.
선 곳에서 좌측. 발밑 수심이 12m권으로 깊어 굳이 멀리 치치 마라고.
타겟 지점에만 밑밥을 붓고 채비는 멀리 던져 입질타겟 지점을 스칠때 입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 어차피 오늘은 조류도 미약하고 압맥을 많이 썼으니 타겟 지점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멀리 보이는 섬이 '개도'란다. 네이버 지도보니.

오늘채비는 아무래도 압맥을 많이 쓰고 조류가 미약한 관계로 시종일관 1호 반유동으로 세팅했다. 그리고 바늘을 일단 달지 않고 0.8호 수중찌에 도래를 달아 바늘위치에 달고 수심체크를 해보니 12미터는 족히 나오는 것 같다. 수심체크는 이런저런 방법이 있지만 그래도 이 방법이 제일 간단하고 좋아 보인다

낚시를 시작하고 일단 스믈스믈 첫 입질이 들어온다.
오늘의 첫 손님이다. 용치놀래기.
" 와... 바다낚시 입문 후 옥수수로 첫 입질을 받았네"
이후 따문따문 입질이 오지만 후킹이 잘 안된다. 감성돔 입질은 아닌 것 같았고.

입질이 시작되자 낚시도중 언른 남아 있는 압맥을 뜯어 물을 붓고 불리기를 시작한다.
"불어라 불어라 퉁퉁 불어라"

익숙치 않는 반유동 낚시라 그런지 수심층을 잘 맞췄음에도 입질 파악이 잘 되지 않고 후킹도 잘 되지 않는다. 챔질 타이밍이 잘 맞지도 않고. 아무래도 0.8호 수중찌라 그런지 물속에서 채비 정렬이 잘 안되고 원줄과 목줄이 꺽이는 각이 큰 것 같다고 추측할 수 밖에. 역시 반유동 낚시는 한계가 많아 보인다. 그러던 중 탈탈거리면 또 하나의 생명체가 올라온다. 노래미.
노래미가 잡히면 입질 수심층을 몇 십센치 올려야 한다고 어디서 줏어 들은 것 같아 언른 수심을 약 30cm쯤 올리고 다시 채비를 투척해보지만 이렇다할 입질은 받지 못했다.

어느 덧 패배를 인정하고 스스로 자위할 시간이 돌아왔다..
" 역시... 오늘도 빈손철수?!?! "
" 그래 뭐 언제는 잡았다고, 이런 상황 너무 익숙치 않았던가 "
언제나 그렇듯 철수직전 오늘의 아쉬움이 언제나 더해진다.
무심한 갯바위는 나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철수배에 오르면서 오늘을 복기해 보지만 뚜렷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 오늘은 그저 감성돔이 없었다 "
라고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는.

낙제생들이 동병상련을 위해 자기네들끼리 시험 답안 맞춰 본다고, 철수하시는 이웃 조사님들에게도 조황을 물어 다소나마 위안을 얻으며 안도의 한 숨(?)을 내 쉰다.
" 그래, 이 혹한기에 못 잡을 수도 있지, 또 다음을 기약하지 "
바다낚시를 벌써 10년 넘게 해오고 있지만 정말 할 때마다 힘든 것 같다.
아니 힘들어도 누군가 그랬지 않던가, '진정 소중한 것은 손에 넣지 않는다고'...
전영태 교수는 바다낚시를 유혹과 몰입의 기술이라 했지만 나는 마음 비우는 기술이라고 칭하고 싶다.
갈망하지만 얻지 말고 소중하지만 진정 내 손에 넣지 않으며 그저 자연이 주는 만큼만을 받으며 안분지족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서편의 지는 해가 그렇게 붉어 보인다.
오늘의 교훈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크릴 미끼만을 고집하지 말자. 옥수수도 훌룡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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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낚시,마음 비우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