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오늘은 제주도 2일차 벵에돔 선상낚시 조행기를 남깁니다. 예정에 없었던 선상낚시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출조였습니다.

원래 이날 출조는 가파도/마라도권 여치기 낚시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전날의 뒤풀이 식사 후 느지막이 일어나 "노형피싱샵"에 밑밥을 준비하러 갔습니다. 오랜만에 들른 김에 사장님께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쯔리겐 정기 출조를 자리를 비우셨다고 하셨네요.

벵에돔 찌낚시 용품만 판매되는 거의 유일한 낚시점이라 구경할 제품이 정말 많았습니다. 밑밥이 준비되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니 강우 코리아의 신형 원줄 VSS가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었네요.

가파도/마라도로 출항하는 운진항으로 향할 때 주로 평화로를 이용합니다. 평화로 초입에는 마트와 간이식당을 겸한 휴게소가 몇 군데 있습니다. 저희도 해장 겸 간단한 식사를 위해 잠깐 들렀습니다. 휴게소가 처음이라는 여명 형님도 어묵과 김밥을 잘 드셔서 다행이었네요 ^^"

운진항에 도착해서 여명 형님께서 사주시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밑밥을 재정돈 했습니다. 노형피싱샵에서 섞은 크릴 4장, 오로라 집어제 2봉에다가 미강 가루 1/2봉, 벵신 긴꼬리 벵에돔 빵가루 1봉,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1봉을 추가로 섞었습니다. 가파도권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장타 낚시를 해야 하는 곳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배합이었습니다.

가파도/마라도권으로 출조하는 일승호의 모습입니다.
출항은 12시, 철수는 6시 30분쯤이어서 해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드는 선사로, 선비는 가파도는 5만 원, 마라도는 6만 원입니다. 5인 이상이면 오전 출조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항 전 저희 둘 다 신나서 사진을 남기고 있는데 그걸 보시고 계신 여명 형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네요 ^^;; 출항 전 배에 올랐을 때 설레는 기분은 낚시인들만이 알고 있을 듯 합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20분을 달려 가파도에 도착했는데 바다를 바라보는 선장님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가파도권에서 너울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두성 갯바위임에도 너울이 올라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몇 분을 지켜보시던 선장님께서 말씀을 하셨네요.
선장님 : "지금 상황에서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다시 운진항으로 돌아가시든지, 아니면 1시간 기다렸다가 두성 갯바위로 진입하시는 방법입니다."
오랜만에 찾은 가파도 갯바위에 꼭 한 번 서보고 싶은 마음이야 다들 간절했지만 바다에서는 누구보다 선장님의 결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저희 일행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여명 형님 : "선장님, 혹시 선상낚시는 가능한가요?"
원래 일정 중 마지막 날에 계획되어 있던 선상낚시를 하루 당기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다음날 예보가 더 안 좋게 나와 있었기 때문에 선장님도 흔쾌히 동의를 하셨습니다.
예보는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제주도 바다 날씨는 정말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예보에 없던 너울에 선장님도 당황할 정도였으니까요. 더구나 한 달 전쯤에 일정을 잡아야 하는 저희들에게는 "운에 맡긴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다시 운진항으로 돌아갈 낚시인들을 태운 일승호는 저희를 가파도 하동 방파제에 내려두고 출발했습니다. 졸지에 선상낚시를 하게 되어 마음이 심란한 저는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니던 멀미약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구명조끼에 상처 밴드, 외용연고, 멀미약, 알레르기 약은 항상 넣어둡니다. 쓸 일이 없으면 제일 좋겠지만 이 상비약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벌써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선상낚시는 시작되었고 다들 채비를 준비하느라 바빴습니다. 제주도 벵에돔 선상낚시 경험이 한 번도 없던 저희에게 선장님은 찌 없이 조수 고무만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채비를 할 때 멀미가 가장 심하다는 말이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채비 한 번, 먼바다 한 번 번갈아 보면서 채비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ㅠㅜ

선장님께 배에서 가장 덜 흔들리는 곳을 여쭤본 다음 조타실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뒤로 몸을 기대고 있으니 멀미도 한결 덜한 듯했습니다.

몇 번의 흘림으로 조금씩 감을 잡고 나니 어렝이, 벤자리 몇 마리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여명 형님께서 큰 입질을 받으셨네요. 이전에 점다랑어(홍까스) 몇 마리가 올라왔기에 선장님도 점다랑어 같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올라온 녀석은 4 짜가 넘어가는 긴꼬리 벵에돔이었습니다.

아직 대낮이었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4 짜 긴꼬리 벵에돔의 입질을 받는 게 흔한 경우는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기분 좋게 출발한 여명 형님의 표정 또한 무척 밝았습니다 ^^"

이어서 가장 앞에 자리를 잡은 이계인님이 4 짜 긴꼬리 벵에돔을 한 마리 끌어내는 모습입니다. 제주도 선상낚시 경험이 전무한 저희들이 내심 걱정되었던 선장님의 표정도 한결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도 긴꼬리 벵에돔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 기다리던 4 짜 긴꼬리 벵에돔은 아니었지만 첫 선상낚시에서 대상어의 얼굴을 본 것만 해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다음날 이계인님이 지인분들과 "어랑" 식당을 찾을 예정이었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선장님께서 벵에돔의 아랫배를 찔러서 공기를 빼주셨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다음날까지 수족관에서 잘 살아 있을 거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해창을 볼 수 있는 철수 시간도 그렇고, 이런 세심함들이 낚시인들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시는 선장님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이날도 여명 형님, 이계인님과 함께 했습니다. 아마 저 혼자였다면 조금 기다렸다가 두성 갯바위에서 낚시를 진행했을 듯합니다. 멀미로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두 분 덕분에 잊지 못할 낚시를 경험했던 하루였습니다.

다음날 찾았던 섶섬에서도 그랬듯이 이날 선상낚시를 하면서 정말 많은 점다랑어를 만났습니다. 씨알이 좋고, 무엇보다 지구력이 좋아 올라오면서 배 주변을 휘젓는 모습이었습니다. 서둘러 채비를 걷지 않으면 채비가 금세 엉킬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점다랑어의 몸부림은 배에 올라와서도 이어졌는데, 선장님께서 주둥이 아랫부분을 잡으면 얌전해진다는 것을 손수 보여주셨습니다 ^^

바다에서 만나는 일몰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루 낚시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해창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한낮임에도 많은 벵에돔들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조류의 방향 때문이라고 선장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가파도 남쪽에 위치한 등대 방향으로 향했던 그 조류가 또 한 번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간조가 4시라 벌써 시작되었어야 할 들물 조류가 1시간이나 늦은 게 너무 아쉬웠네요. 벵에돔 선상낚시를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첫째도, 둘째도 조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마리의 긴꼬리 벵에돔을 더 만난 다음 낚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기준치 이하 벵에돔들은 바로 바다로 돌려보냈는데도 13마리의 벵에돔들이 살림통에 담겨 있었습니다. 4 짜 이상 긴꼬리 벵에돔들도 8마리나 될 만큼 풍성한 조과였네요.
선상낚시 전용 장비 없이 갯바위 장비로 첫 벵에돔 선상낚시를 한 것치고는 기대 이상의 조과였습니다. 많은 낚시인들이 선상낚시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선장님이 놀랄 정도로 마릿수의 긴꼬리 벵에돔을 낚은 여명 형님과, 넉넉한 조과로 손님 맞을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계인님이 운진항으로 돌아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비록 4 짜 긴꼬리 벵에돔을 못 만났지만 저도 제일 큰 녀석을 한 마리 골라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크게 나올 수 있는 구도는 역시 손가락을 최대한 감추고 손목을 한 번 꺾어줘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4 짜가 넘어가는 긴꼬리 벵에돔을 손에 쥐어보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언젠가 갯바위에서도 이런 녀석을 만날 수 있겠지요 ^^"

이날 뒤풀이 식사도 "어랑"에서 했습니다. 낚아온 벵에돔들을 수조에 넣어두기도 해야 했고, 4 짜 긴꼬리 벵에돔을 맛볼 기회가 흔치 않기에 이틀 연속 찾게 되었네요.

"어랑" 사장님도 전날과 확연히 다른 조과에 웃음을 지어 보이셨네요. 4 짜 긴꼬리 벵에돔 2마리는 회와 초밥으로 손질을 하고, 나머지는 구이와 튀김으로 준비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가 이날 먹을 생선을 제외하고도 수족관에는 많은 마릿수의 벵에돔들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꼭 벵에돔이 필요한 경우에 선상낚시를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꼬리 벵에돔 껍질회와 벤자리 회가 먼저 준비되었습니다. 기름이 차오른 껍질회도 정말 맛있었고, 담백한 벤자리 회도 일품이었습니다.

이어서 나온 긴꼬리 벵에돔 뱃살 초밥과 구이의 맛도 최고였습니다. 특히 뱃살 초밥은 나오자마자 바로 금세 없어질 정도였습니다 ^^"

벵에돔 탕수도 진짜 별미였는데, 이미 배가 불러서 조금 남긴 게 아쉬웠네요. 이틀 연속 벵에돔을 맛봐도 또 맛있을 정도로 긴꼬리 벵에돔이 제철이었고, 어랑 사장님의 솜씨 또한 최고였네요. 좋은 분들 덕분에 즐겁고 배부르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튿날에는 섶섬으로 향했습니다. 3일 연속 출조로 몸이 무겁고 피곤했지만 또 즐거운 출조 기억 하나를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다음에는 제주도 마지막 날 이야기를 남겨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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