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지난주 제주도로 3박 4일 출조를 다녀왔습니다. 올해 2월 이후 오랜만에 찾은 제주도였네요. 조금씩 수온이 내려가는 10월부터는 제주도 벵에돔 낚시가 다시 시작되곤 합니다. 올해도 그 시기에 맞춰 출조 계획을 세웠습니다.

제가 사는 창원에서 김해공항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주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아내의 경차를 빌려서 왔네요. 제주도로 갈 때는 하드케이스 낚시가방, 구명조끼, 살림통 + 밑밥통, 보조가방 4개로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출발한 "여명" 형님은 2시간 먼저 제주도에 도착해 계셨습니다. 기다리고 계시던 모습이 조금 지쳐 보이셨네요 ^^"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새엄마는 이계인"님까지 다 같이 모여 노형동 신시가지에서 제주도 근고기로 출정식을 가졌습니다. 한라산까지 곁들이면서 낚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출정식은 계속되었습니다. 자정을 훨씬 넘기고서야 길었던 출정식이 끝이 났네요 ^^;;

다음 날 아침에는 "맛존디" 고기 국수로 해장 겸 식사를 했습니다. 이계인님과 몇 년 전 제주도 출조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추억 여행을 해봤네요. 허름했던 1층 식당 건물이 새로운 2층 건물로 바뀌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귀도 출조 전 많은 낚시인들이 찾는 "원프로 피싱"입니다. 올해 울릉도 벵에돔 낚시 대회에서 우승하실 만큼 낚시 실력이 뛰어 원성조 프로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입니다.

크릴 4장에 V9 덕용 집어제 1/2봉, 구레 점보 1/2봉을 섞어서 밑밥을 준비했습니다. 지귀도는 수심이 얕고 비교적 조류 흐름이 없다는 것을 감안했습니다.

나중에 위미항에 도착해서 제 입맛에 맞게 다시 밑밥을 조절했습니다. 미강 가루 1/2봉, 벵신 긴꼬리 벵에돔 빵가루 1봉,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1/2봉을 추가로 섞었습니다.

지귀도로 가는 배는 서귀포 위미항에서 탑승합니다. 선비는 4만 원이고, 자리에 따라 종일 낚시도 가능합니다. 저희는 이날 "여치기" 낚시를 예약했기 때문에 12시 출항, 6시 철수하는 일정이었습니다.(지귀도 예약해 준 "뜨거운 북극곰" 형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이번 제주도 출조에서 같이 했던 여명 형님, 이계인님입니다. 다들 매너가 좋아서 이제는 정말 편안하게 동출을 하고 있습니다.

위미항을 조금 벗어나자 예보에 없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날씨 앱 예보보다 제주도의 바람은 항상 더 센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약해 둔 낚시 자리에 하선했더니 너울이 낚시 자리를 덮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이날 하선한 곳은 지귀도의 동쪽에 있는 "끝여"라는 곳이었습니다. 사진상 제일 위쪽 높은 곳이 낚시를 하는 곳입니다. 1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듯했습니다 ㅠㅜ
끝여 주변의 모습입니다.
왼쪽으로는 넓은 등대 자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중간여, 넓은여, 환상여, 큰/작은 홍합여들이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한 번 내려보고 싶은 자리였습니다.

중간여에는 여명 형님께서 먼저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여명 형님은 제가 본 낚시인들 중 갯바위를 제일 잘 타는 분입니다. 너울의 간격을 예상해서 재빠르게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

이계인님도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바로 끝여로 건너갈 생각으로 너울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0분 넘게 너울을 지켜보면서 적당한 시기를 골랐지만, 저 사이를 건너다가 큰 너울을 맞고 옆으로 넘어졌습니다;; 수심이 얕고 뒤따른 너울이 없어서 바로 일어나긴 했지만, 보고 있던 이계인님도 크게 놀랐네요. 여치기 낚시를 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겠습니다.

고생 끝에 겨우 끝여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때 시각이 오후 1시 30분, 하선한지 1시간이나 흘렀을 때였습니다. 여치기 낚시 정말 쉽지 않습니다 ㅠㅜ

그래도 용왕님이 고생했다고 긴꼬리 벵에돔 한 마리 보내주셨습니다. 우측으로 잠방잠방 흐르던 조류에 던져 넣은 채비를 원줄까지 그대로 끌고 갔습니다.
지귀도 평균 수심이 5~6m 정도임을 감안하면 입질은 바닥에서 더 가까운 수심에서 들어왔습니다. 30cm 정도 되는 긴꼬리 벵에돔이었네요.

벵에돔 입질을 받은 순간이 이계인님이 끝여로 딱 건너왔을 때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저의 토템 이계인님과 밑밥통을 하나 두고 번갈아가며 채비를 흘렸습니다. 몇 년째 해오던 방식이었기 때문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날 지귀도의 물때입니다. 저는 제주도 일정을 잡을 때 오후 3시경 간조가 포함되는 물때를 선호합니다. 이곳 지귀도를 비롯한 가파도 여치기에도 이 물때가 가장 좋습니다. 다음 달에도 비슷한 물때에 제주도 2박 3일 출조 일정을 잡아두었습니다.

대상어 벵에돔을 한 마리 만나고 잠시 뒤로 빠져 낚시를 쉬었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북동풍에 너울이 높게 일어 가뜩이나 좁은 낚시 자리가 더 좁아졌습니다.

이계인님이 잠시 쉴 때는 제가 그 자리에서 다시 낚시를 이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의 동출을 통해서 이제는 낚시를 할 때와 잠시 물러나 있어야 할 때를 서로 잘 알고 있습니다.

첫 번째 벵에돔을 만났던 방식과 비슷하게 채비를 흘렸을 때 또 한 번 원줄을 당겨가는 시원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끝여에서 바다를 바라봤을 때 기준 오른쪽으로 조류가 흐를 때 끝여와 중간여 사이에서 두 번 모두 입질을 받았네요. 들/날물 상관없이 조류는 항상 오른쪽으로 흘렀습니다.

철수할 때 살림통 위에 올려보니 35cm 정도되는 벵에돔이었습니다. 일반 벵에돔의 살집이 올라서 좀 전에 낚은 긴꼬리 벵에돔보다 훨씬 손맛이 좋았습니다.
바람, 너울 통에 모습을 보여준 귀한 벵에돔이 무척이나 반가웠고, 고마웠네요 ^^"
이날 채비는 영상산업 팬텀 마스터기, 원줄 강우코리아 VSS 1.7호, 목줄 강우코리아 경기스페셜 1.7호, 나만의 수제찌 느루 0c, 조수 고무(롱타입, 장타 대응), 봉돌 가감, 벵에돔 바늘 5호였습니다. 미끼는 크릴이었습니다.

간조를 지나고 들물이 시작되면서 점점 너울이 강해졌습니다. 거기에 바람까지 더해져 낚시 자리를 위협했네요. 원래 날씨가 좋을 때는 끝여에서 승/하선이 이루어지지만 이날은 중간여 뒤편 넓은 갯바위에서만 승/하선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여에서 자리를 잡았던 여명 형님도 퇴로가 잠기는 4시 30분 전에 중간여에서 철수해야 했습니다. 6시간의 낚시 시간 중 실제 낚싯대를 잡았던 시간은 3시간도 안 되는 것 같았네요. 이래저래 아쉬웠지만 이날 낚시를 하기 위해 도와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중간여에서 낚시를 하던 여명 형님께서 끝여로 들어가시고, 이계인님은 처음 낚시를 했던 뒤쪽 높은 갯바위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날의 조과입니다.
미끈한 긴꼬리 벵에돔과 통통한 일반 벵에돔......먼 거리를 달려온 저희에게 분명 아쉬움이 남는 조과였습니다. 철수길에 만났던 다른 낚시인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모두 비슷한 듯했습니다. 저희가 조금 일찍 온 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여름 날씨가 덥고, 수온이 너무 높아서 벵에돔 낚시를 몇 번 가지 못했습니다. 벵에돔 회를 맛본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두 마리라도 간단히 맛볼 생각으로 제주시 외도동의 "어랑" 식당을 찾았네요.

이렇게 벵에돔 회를 마주한 것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마음 맞는 좋은 분들과 함께하니 회 맛이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

초밥과 구이, 튀김, 맑은 탕까지 먹고 나서 배부르게 뒤풀이 식사를 마쳤습니다. 어랑 주인장님 또한 낚시인이라 낚시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조과가 괜찮으면 앞으로도 어랑을 찾아야겠네요 ^^
2일차에는 일승호를 타고 가파도권 선상낚시를 했습니다. 원래의 계획에는 없던 선상낚시 이야기를 다음에 남겨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 항상 안낚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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