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오늘은 지난 조행기에 이어서 제주도 출조 둘째 날(2022. 7.18.)이야기입니다.
출조 후 바로바로 남기는 따끈따끈한 조행기도 좋지만, 시간이 흐른 뒤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조행기도 나름 즐거운 것 같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때의 기분 좋은 기억이 떠올라 글을 쓰는 내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

전날 새벽 3시가 다 되도록 늦은 뒤풀이를 즐기고, 다음날에는 느지막이 일어났습니다. 해장도 할 겸 적당한 식사를 고민하다가 제주도 현지인 "뜨거운 북극곰" 형님이 추천하는 "짬뽕갈비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저희가 방문했던 곳은 제주시 외도동에 위치한 "김창민씨네식당"이었습니다. "뜨거운 북극곰" 형님을 따라 "짬뽕갈비탕"을 주문했는데, 국물이 진하고 해물과 갈비의 건더기 조화도 너무 좋았습니다!! 국물 한 숟갈 뜨자마자 바로 막걸리를 주문했네요 ^^"
가게의 규모가 크지 않고 사장님 혼자서 일하시기 때문에 개장 시간에 맞춰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낚시를 준비했습니다.
기존에 계획했던 가파도 넙개 출조는 전날에 이미 취소되었고, 차선책으로 마련해뒀던 관탈도 출조도 높은 너울과 많은 비 때문에 취소되었습니다.
어렵게 잡은 동출 일정이고, 제주도라는 섬의 특성상 남서풍을 의지할 수 있는 북쪽 갯바위에서는 낚시가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에 제주도 본섬 도보권 낚시를 계획하였습니다.

이날 밑밥을 준비한 곳은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에 위치한 "대경낚시"라는 곳이었습니다.


큰 길가를 끼고 있어서 주차하기가 편하고, 주인아주머니도 친절하셨습니다. 특히 "대경낚시"는 직접 손으로 비벼주는 이른바 "싱크대 밑밥"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밑밥이 준비되는 동안 미끼 크릴을 녹일 수 있도록 한쪽에 마련된 공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행들과 한 시간 정도 적당한 갯바위를 찾아다니다가 애월 근처의 도보권 갯바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갯바위의 생김새가 독특했네요. 밑밥통 스탠드를 설치하기에 적당한 곳이었습니다.

"뜨거운 북극곰" 형님의 말로는 원래 이곳이 아닌 근처의 다른 곳이 밤낚시 장소로 더 좋다고 하였습니다. 이날은 바람 방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왔다고 하면서 본인도 이곳에서는 낚시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네요.
수심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고 조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홈통 자리이긴 했지만, 사실 제 눈에는 그날 찾았던 모든 갯바위가 좋은 포인트로 보였습니다 ^^;; 제가 만약 제주도에 살았다면 여름밤에는 매일 밤낚시를 나갔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해창까지는 서너 시간이 남은 시각이었지만, 긴꼬리 벵에돔들이 시원하게 채비를 당겨가기 시작했습니다 ^^"
채비는 영상 칼리번 1.2호대, 강우피싱 오션마스터 1.5호 원줄, 나만의 수제찌 달인 0c찌, 조수 고무, 강우피싱 경기스페셜 1.5호 목줄(1.5m), 벵에돔 5호 바늘, 무봉돌이었습니다.

씨알은 작아도 이런 대낮에 1m 정도 수심의 도보권 갯바위에서 긴꼬리 벵에돔이 낚인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낮낚시가 잘 되어야 해창/밤낚시도 잘 되기 때문에 점점 기대가 커져갔네요.


간조로 향해갈수록 낚시 자리 앞쪽의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수심이 얕아졌습니다. 군데군데 돌이 박힌 모래 지형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물이 빠지면서 자연스레 바닥고기들이 낚여 올라왔습니다.

원줄과 목줄을 각각 2.5호와 2호로 변경하고, 목줄 길이는 70cm로 줄여준 다음 밤낚시에 사용할 밑밥을 준비했습니다. 밤낚시에서는 대부분 갯바위 가까운 곳을 노리기 때문에 원형을 살려 녹인 크릴 1장에, 미강 가루 1봉, 빵가루 1봉을 추가로 섞어줬습니다. 낮은 수심과 느린 조류를 감안해 굳이 집어제를 넣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들물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70cm의 수심에서도 긴꼬리 벵에돔들의 입질이 이어졌습니다.
수심이 낮아서 입질이 들어오면 구멍찌가 아래쪽이 아닌 옆으로 사라졌습니다. 갯바위 가까이 끌려 나온 긴꼬리 벵에돔들도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래밭에 몸을 눕힌 모습이었습니다 ^^;;;;

갯바위 주변에 많은 벵에돔들이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밑밥과 동조만 되면 긴꼬리 벵에돔들의 입질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전체적인 씨알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습니다.

한창 밤낚시를 재밌게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ㅠ,.ㅜ
긴꼬리 벵에돔들의 입질도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들물이 시작되어 더 좋은 조건을 맞이할 것 같아 웬만하면 버티려고 했는데......비의 양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서둘러 장비를 정리하고 차 안으로 피해야했습니다 ㅠㅜ

벵에돔들을 방생하기 전에 서둘러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이날 낚았던 벵에돔 중 일반 벵에돔은 한 마리도 없었고, 모두 긴꼬리 벵에돔들이었습니다.
기준치 이하의 벵에돔들은 바로바로 보내주면서 기준치 이상의 벵에돔들만 살림통에 넣어두었습니다. 30cm 정도의 벵에돔들도 여러 수 있었고요. 수심 70cm에서 입질해주는 긴꼬리 벵에돔을 아슬아슬하게 끌어내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 내년 여름에도 이런 녀석들을 만나러 꼭 한 번 오고 싶네요.

건너편에서 낚시를 했던 "여명 강성윤" 형님이 낚아오신 긴꼬리 벵에돔과 벤자리로 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예전부터 여명 형님의 조행기에서 보았던 뒤풀이 사진 그대로였네요. 특히 벤자리 회가 고소해서 아주 맛있었습니다!!

비록 장대비에 쫓겨 원하던 낚시를 이어나가지는 못했지만, 푸짐한 뒤풀이 식사가 저희를 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컵라면으로 몸을 녹이고, 시원한 반주를 걸치며 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역시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

원래 새벽 4시에 일어나 차귀도 출항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었는데, 눈을 뜨니 주변이 벌써 훤히 밝아 있었습니다 -_-;;; 깜짝 놀라 시계를 보니 이미 시간은 6시가 넘었고, 일행들 모두 곤히 잠을 자고 있었네요. 잠시 후 잠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얼굴을 보며 헛웃음만 지었습니다 ^^;;;
"뜨거운 북극곰" 형님이 새벽에 제 핸드폰 알람을 끄면서 저를 깨웠는데......등을 돌리며 "으드득으드득..." 이를 갈았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귀여운 진돗개 천둥이에게 인사를 하고, "뜨거운 북극곰" 형님의 농장 숙소를 나섰습니다.

비행기 시간에 여유가 있었고, 전날에 쓰던 밑밥도 있어서 "여명 강성윤" 형님과 함께 애월의 "가문동 포구" 방파제에서 벵에돔 짬낚시를 즐겼습니다. 다행히 40m 정도 멀리 던져진 채비에 벵에돔들과 참돔이 입질을 해줬네요. 역시 제주도에서는 전날처럼 수심이 낮아도, 이날처럼 한낮 도보권 방파제에서도 대상어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의 날씨가 가장 좋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잠깐 동안의 낚시를 정리한 다음 "뜨거운 북극곰" 형님에게 인사를 나눈 뒤 저희는 제주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제주도로 자주 출조하다 보니 차량 반납, 짐 보관 등 일행들끼리의 분업이 잘 되고 있습니다 ^^

"여명 강성윤" 형님의 광주행 비행기가 먼저 출발하고, "새엄마는 이계인"님과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한동안 동출을 못했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번에도 편하게 낚시를 했습니다. 12월 초에는 4박 5일의 넉넉한 일정으로 추자도 동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날씨만 받쳐준다면 이번에도 작년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겠지요.


풍성한 조과, 이름난 포인트보다 같이 출조하는 사람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기상때문에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된 것이 거의 없었던 이번 동출이었지만, 제주도에서의 2박 3일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일행 모두 안 보이는 곳에서 서로 배려하고 자신의 역할을 해줬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죠.
같이했던 모든 분들에게 늘 고마운 부분입니다. 건네주신 선물들도 감사히 받았습니다!! ^^

다음 이야기는 2주 전에 "여명 강성윤" 형님과 다녀온 여서도 벵에돔 조행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감흥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정도로 여서도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내일도 1박 2일 일정으로 여서도로 다녀올 계획입니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 있다고 하네요. 대비 잘 하셔서 비 피해 없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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