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함에 창작성까지 가미가 되었으니 대단한거지요
요즘은 낚시만 가면 거의 장비가 손상이 되더군요 ㅎ
그것도 오래된 장비도 아닌 쪼매 신상들이 ㅎㅎㅎ
다른 분들도 어머님 사진이 친근하다고 하시니 웬지 더 좋네요
명절 멋지게 보내시길~
제가 느끼고 싶은 표현입니다.
가끔은 색다른 느낌이 필요할 땐 들려보곤 하지요 ㅎ
가족친지들과 함께하는 멋진 명절되시길~
금요일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토요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온다. 하지만 바다에 목마른 내겐 비는 단지 작은 방해꾼의 일부일뿐 트렁크 가득 실린 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그대로 출발이다.
셋팅해둔 휴대폰 알람은 정상적으로 난리부르스를 쳤을텐데도 우찌 듣지를 못하고 곤히 잤을까? 그래도 다행히 눈을 떠보니 쪼매 늦은 시간이라 마음은 더 급하고 나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지긋이 눌러밟곤 하였다.
금요일 저녁 전화를 하니 형이 토요일 출조를 한다면서 4시까지 오랜다. 난 그 시간에 못간다며 그 시간에 가면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뭐하러 가냐며 5시까지 가겠다고 하니 그러란다 ㅎ 그러길 정말 잘했지 하면서 도착을 하니 5시 5분이다.
뭐든 잘 만든다는데 이다음에 훌륭한 기술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건 냉장고에 붙여있던 자석
인사를 하며 들어서니 누군가 반가이 맞아준다. 개구장이오빠다 덥썩 잡은 손에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 한 분은 동네 형 선배라는데 첨 뵙는 분이라 가볍게 목례만 하였다.
"사랑하는 엄마에게 바치는 장미!" 요렇게 제목이 붙었다는데 장미 송이나 함 헤아려 봐야겠다 ㅎ
형수는 새벽녘에는 항상 식사를 하면 빈속이 거북 할 수 있다며 집에서 손수 만든 누룽지를 내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반찬삼아 먹는데 개구쟁이오빠는 흥분한 소년처럼 이야기가 끝이 없다. 이야기 중에 형수가 “형 치아가 영 불편하여 기회봐서 틀니라도 하여야 하겠다”니 부산에 자기가 잘 아는 곳이 있으며 거긴 활인도 해주는데 또 자기 소개라면 특별 활인으로 추가 10%를 더해준다며 조만간 한번 가보자는데 형은 그런 시간적 여유가 있겠냐며 돈 들어갈 걱정이 앞서는 표정이 역력하다.
밤사이 허기진 배가 더부룩할까봐 집에서 손수 만든 누룽지를 이렇게 끓여서 내놓는다.
총각 김치를 좋아라 하는데 전일 담은건지 아직 아삭아삭한 맛이 없었으나 옆에 부추는 남자에게 좋다길래 후다닥 먹어 치웠다 ㅋ 근데 어디에 좋단 말이고~
5시 40분경 우연의 ‘합동호’는 칠전도 앞 바다를 어슴프레한 어둠과 잔잔히 내리는 빗속을 뚫으며 중저음의 엔진소리를 앞세워 힘차게 나아간다.
저 배를 타고 대병도쪽 왕볼락 잡으러 갈려고 했는데 벌써 시간이 흘러 칠천도 앞바다를 지키고 있다.
9월 한달쯤은 칠천도 앞바다를 누비며 조사님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기기 바라며~
언제나 그랬듯이 뱃머리에서 전방도 주시해 보며 여기저기 눈길을 주면서 ‘오늘도 즐거운 낚시 신나는 낚시를 해야지’하면서 속으로 다짐해 본다.
잠시후 형은 양식장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어탐기를 유심히 보더니 “여긴 고기가 있네~”하며 배를 고정을 하고 알맞게 배합된 밑밥을 바다에 흩뿌리며 특유의 주문이라도 외는것 같은데 무슨 주문일까?
예전에 형이 주었던 드래곤볼을 다 잊어 버렸지만 요즘은 나도 제법 근사하게 흉내를 낸 20호 봉돌에 두툼한 낚시줄을 감아 수심측정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지라 잽싸게 어탐기로 확인한 약 8m급 수심을 눈대중으로 맞춘후 실제 수심을 측정해보니 8m를 약간 넘어서서 1호 우연표 수제찌를 곱게 셋팅하여 유난히 크고 빛깔고운 크릴을 고르고 골라 슬며시 물속으로 밀어넣었다.
어라 근데 조류가 전혀 없다. 낚시대를 들었다 놓았다하며 물고기도 유혹도 해보고 뒷줄도 잡았다 놓았다 하며 꼬셔도 보지만 전혀 입질도 없이 안타까운 시간만 흐르는데 그순간 슬며시 잠기는 찌,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잠시후 붕어입질처럼 찌가 떠 오르고 있다. 이런 젠장! 요건 필시 아가야 전갱이 일터하며 가볍게 챔질을 하고 올려보니 역시나 전갱이다.
빗속에서도 부지런히 낚시를 하던 개구쟁이오빠는 전갱이 등살에 낚시를 못하겠다며 형이 간밤에 비를 맞으며 방파제에서 한 마리씩 뜰채로 잡은 바다새우로 갈아끼어 채비를 넣으며 “오늘 목표는 다섯 마리다”라고 선포를 해버린다.
밀짚모자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시골 아저씨 같은 모습이다
칠천도에서의 무수한 감성돔들과 씨름을 하였다며 자기에게 한 수 배우라는데 예리한 챔질은 인정할만하다.
내가 곁에서 “이런날 무신 다섯 마리씩이나요 두어 마리만 낚아도 행복하지요” 하였더니 두고 보란다~ ㅎㅎㅎ 아니나 다를까 잠시후 스물스물 찌가 잠기더니 방생 사이즈를 넘을까 말까한 감생이가 올라오는 것이다. “역시 실력은 좋아!”하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주었다.
민물새우도 입질이 있지만 지금 시기는 칠천도산 바다새우만이 예민한 감성돔을 유혹할 수 있다며 틈틈히 새우잡이에 여념이 없단다.
선미에서 낚시하던 형 선배되는 분은 조력이 상당하신 분인데도 연신 헛챔질만 하더니 역시나 아가야 전갱이만 낚아 올리고....., 몇 번의 자리 옮김 끝에도 조류는 움직임도 없고 낮이면 그친다는 비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는듯 줄기차게 쏟아져 두툼한 비옷을 걸쳐입었는데도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습기에 온 몸이 찝찝한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전에도 와본적 있는 포인트인데 그때의 기억으론 입질도 못 받아 라면만 끓어 먹고 간 가히 좋지 않은 기억만 ㅋㅋㅋ
다시금 수심을 맞추고 캔커피를 하나 꺼내 마시니 기분 좋은 느낌이 들며 뭔가가 물어줄것만 같다.
비가 오는데도 캔커피 표면에는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혔다.
과연 캔 커피 한잔 하고 나니 감성돔 입질이 들어왔으나......,
양식장 낚시는 좀 생소하지만 나름 낚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겠다. 우연 낚시와 인연을 맺고 양식장 낚시를 처음 하면서 노하우가 전혀 없는지라 형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며 제법 양식장 낚시꾼 흉내를 내게 되었는데 양식장 낚시는 뭐니뭐니 해도 집어만 확실하게 되면 마릿수 감성돔을 낚을 수 있는게 그 묘미가 아닌가 싶다. 또 양식장 부표와 부표 사이에 정해진 공간에만 낚시를 하여야 하기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자짓 낚은 고기도 꺼집어 올릴 수 없는 것이며 좁은 공간에 낚시대를 같이 드리워야 하길래 조사님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여야 하는 아름다운 낚시이기도 하다. 칠천도 앞 바다엔 거센 파도가 없어 굴이나 홍합 양식장이 유난히 많은데 특히 굴 양식장 부근에 감성돔이 많은지라 목줄 관리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감성돔이 양식장 줄을 감아 애써 낚은 감성돔 구경도 못하는 곳이라 이만저만 스릴이 있다고 하겠다.
지난 일요일 사량도 벌초 갔다가 할아버지 산소 아래 성자암이라는 조그마한 암자에 갔더니 가을 햇살아래 유난히 눈부신 오미자 알갱이들이 마치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절에서 주는 오미자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땀을 닦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세상이 그없이 아늑하고 좋기만 하다.
멈춰 있는 듯한 조류가 슬슬 발동을 걸자 예외없이 형 낚시대가 구부러지며 포물선을 그리고 방생급은 벗어난듯한 사이즈가 올라오고 동네 선배분도 멋진 포즈로 릴링을 하며 두어마리씩 연거푸 낚아 올리는데 앞쪽에 개구쟁이오빠와 나는 입질도 없다. 개구쟁이오빠는 살짝 자리를 옆으로 옮기더니 슬쩍 한 마리를 낚아채와서 갈무리를 하더니 또 그 자리에 가서 한 마리를 더 낚아 오고 난 뚫어져라 그 광경을 지켜보는 수 밖에.....,
제일 굵은 크릴을 골라 이쁘게 담궜는데 이런 ㅎㅎㅎ
나를 제외하곤 다들 4~5수씩 그만그만한 감성돔을 체포할 동안 난 겨우 아가야 전갱이들과 씨름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86cm나 되는 거대한 막대찌가 수면에 겨우 15cm정도 찌톱을 남기고 미동도 않고 있는듯 하더니 눈에 보이지 않게 1cm씩 아주 천천히 내려간다. 침 한번을 삼킨 한참의 시간이 흘러도 약 5~6cm정도 내려간 찌톱이 움직임이 없어 살짝 뒷줄을 견재하며 끌었더니 나머지 찌톱이 순식간에 사라지길래 보란듯이 “왔구나~” 크게 외치며 유난히 큰 챔질을 했더니 아차!!! 3번대 칸 맨 아랫부분이 덜컥 두 동강이 난다. 에라이~~~
뿌지직!!! 그걸 쳐다 보던 형이 살짝 웃으며 “쓸데없이 카본 함유량이 너무 높아 큰 충격에는 잘 부러지는기라~”하며 교과서적인 말로만 위로 아닌 위로를 하길래 들은채 만채 줄을 당겨보니 아직 감성돔이 바늘에 걸려있는 것이다. 서둘러 줄을 감아 올리니 순간 챔질에 워낙 놀랜 감성돔이 견제가 전혀 되지 않는 낚시줄을 끌고 굴 양식장 줄을 감아버리는것이다.
또 에라이~~~ 하면서 한참을 기다렸다 올려보니 빈 바늘만 올라온다.
낚시 접고 산이라도 다녀야 하는걸까?
덜렁대는 성격이 아닌데 ㅎㅎㅎ 요즘은 생각보다 몸이 먼저 앞서는 것일까?
그사이 다른 사람들은 다들 한 두마리씩을 낚아 올리는지라 마음이 급해진다. 빗속에서 예비 낚시대에 채비를 새로하여 좀전에 입질 오던곳을 공략을 하니 그 언저리에서 비슷한 유형의 입질이 오는지라 챔질을 해서 릴링을 하니 감성돔 특유의 손만이 느껴진다. 올라온 감성돔이라 해봤자 고만고만한 씨알이라 별로 반가운것도 없었지만 “한마리 낚았으니 비도 오는데 철 수 합시다”라고 큰 소리 쳤지만 다들 낚시에 여념이 없는지 조용하다.
살려줄까 말까 한참을 고심하다가 결국.....,
나는 언제쯤 내 기록어를 깨고 마릿수 감성돔을 낚아 보나?
그 빗속에서 결국 개구쟁이오빠는 목표치를 넘어서고 보너스로 한 마리 추가한 여섯 마리, 형은 일곱 마리, 동네 선배분 또한 여섯 마리인가를 하였고 난 에게게 겨우 한 마리로 마감을 하였다.
크기는 고만고만한 씨알이지만 제법 손맛을 안겨준 감성돔들~
빗방울 떨어져 더욱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철수하는 그 순간까지 줄기차게 비는 내렸고, 가게에 도착해서는 “형수야! 씨알은 그렇지만 마릿수는 괜찮으니 사진 하나 찍어 올려라”라고 하였더니 카메라 들고 와서 보더니 “잔 씨알이라 올리기 그렇다요”하며 손을 내 젓길래 우린 이구동성으로 “요즘은 이 씨알 비슷하다 추석이 지나고 찬바람 일어야 좀 자란다”라며 재촉을 해보았지만 결국 조황기 감이 아니란다.
형수야! 그간 키운다고 수고했으니 조금만 더 키워서 추석때 요긴하게 사용해요 ㅎㅎㅎ
아침을 누룽지를 먹은지라 배도 출출하고 해서 호박잎쌈을 크게 싸서 먹는데 형은 밥을 반쯤 먹고는 일어서길래 “밥을 왜 그것밖에 안 먹느냐”니 “치아가 부실해서 밥 맛도 없다”며 기어이 일어선다.
아침을 누룽지로 때우고 빗속에서 오랜 시간 지낸지라 따스한 밥 한공기가 어찌나 맛나든지~
호박잎에 입안 가득 쌈을 싸서 넣으니 행복의 부피도 그만큼 커지는것 같아 기분이 좋다
부산 사장님 내외가 안오시니 구워낸 볼락크기도 한참 작아지네~ ㅎ
냉장고에는 아마도 큰 볼락이 숨어있을테니 다음에 부산 사장님 오실 때 유심히 봐야겠다 ㅎㅎㅎ
노릇하게 구워진 볼락을 여유있게 먹고는 낚시가게로 오니 형은 형이 낚은 고기에 전갱이까지 챙겨주며 “얼음 잘 챙겨 넣어가서 어머니 구워드려라”한다. 고맙게 잘 먹겠다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오니 고성쯤 지날 때 맑은 햇살이 내린다.
지난 두미도 넓은 갯바위에서 본 청미래덩굴과는 색감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에공 요 고마운 햇살이 아침 일찍 올랐더라며 하며 아쉬움이 남았다.
“형수야! 맡겨둔 낚시대 수리 잘 해둬요 조만간 제수고기 낚으러 갈테니~”
지난밤 어머니가 손주 교복 바지단이 떨어졌다며 손수 꼬매신다.
바늘귀에 실은 어떻게 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