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조행기라고 얘기하기에는 조금 거창한 낚시 이야기입니다. 간단한 체험 정도라 생각하시고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석 명절에 업무차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했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잠시 여유가 있어서 예전부터 경험해보고 싶었던 "새우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베트남에서 이동할 때는 주로 "Grab bike"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오토바이"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경적을 울리며 좁은 간격으로 다니지만, 아직 사고가 나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신호등과는 맞지 않은 그들만의 "교통 흐름"을 보고 있으면 놀랍기도, 재밌기도 합니다 ^^

제가 이날 방문한 곳은 "Cau tom giai tri A Dihn"이라는 새우 낚시터였습니다. 호치민 시내에서는 Grab bike로 15~20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근처에도 다른 새우 낚시터가 있다고 하던데, 저는 후기를 참고하여 이곳으로 선택하였습니다.
갑자기 오토바이가 멈추길래 제가 생각한 낚시터가 맞나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간판 속의 빨간 새우를 보고 안심하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인사를 건네고 손가락을 하나 펴 보이며 "혼자"라고 말하니, 중간의 테이블로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일단 낚시터 주변을 둘러봅니다. 넓은 수조를 따라 둘레에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고, 벽면마다 작은 숫자가 써져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다른 낚시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만 꺼지면 분위기는 거의 영화 "신세계"였네요 -_-;;;

직원이 긴 막대기를 하나 가져오더니 제 자리 앞의 수심을 재고, 그에 맞춰 찌 위치를 조절했습니다. 아마도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을 새우의 유영층에 맞춘 것 같았습니다.

채비는 간단했습니다. 두 칸 정도의 낚싯대에 고추찌가 하나 달려있고, 수심에 맞춰진 추 밑에는 가지바늘 두 개가 묶여 있었습니다. 목줄이 꼬여 있어서 그게 좀 마음에 걸렸네요 ㅋㅋㅋㅋㅋㅋ

미끼로는 토막 낸 갯지렁이를 사용했습니다. 체액이 스며든 걸로 봐서 좀 오래되어 냄새가 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

새우 낚시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이 미끼를 껴주고, 낚은 새우를 바늘에서 빼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미끼가 부족하지 않은지, 필요한 게 없는지 계속 살피는 모습이었습니다. 편하기도 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 나중에는 직원에게 괜찮다고 얘기한 뒤 미끼도 직접 끼우고, 바늘도 제가 뺐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옆에 보이는 벽돌 구멍에 끼우거나, 낚싯대를 눌러두면 편하게 낚싯대를 놓아둘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코코넛 한 모금 들이켜면서 앉아 있으니 신선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게 바로 "황제 낚시" 였네요 ^-^

낚싯대를 드리운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새우의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찌가 위아래로 살짝살짝 움직이다가 잠기면서 옆으로 끌고 가는 입질 형태를 보였습니다.
차분히 기다렸다가 챔질을 하니 집게다리가 엄청 긴 새우 한 마리가 낚여 올라왔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뒤에서 보고 있던 직원이 달려와 바늘을 빼주었습니다.

두 번째 새우도 금방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고기처럼 한낮에는 입질이 뜸한 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는데, 저 혼자 낚시를 해서 그런지 잦은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

새우를 잡으면 직원이 살림망을 걸어주었습니다. 자리 앞에 길게 나와있는 철 막대가 살림망을 걸어두기 위한 용도였습니다.

채비를 따로 움직여주거나, 수심을 조절하는 등의 조작은 필요가 없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곳에 적당히 채비를 던져 넣으면 알아서 새우가 와서 미끼를 탐했습니다.
대신 새우는 미끼를 입으로 가져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너무 빨리 챔질 하면 헛챔질이 되거나 겨루는 중에 바늘이 빠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챔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입질이 뜸할 때는 갯지렁이 토막을 여러 개 끼우는 것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세 번째 올라온 새우였습니다. 이번에는 직원에게 부탁을 해서 새우를 가까이에서 남겨보았습니다. 몸길이의 몇 배가 넘을 정도의 긴 집게다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새우 세 마리를 잡고 나니 이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
새우 낚시터와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네요. 점심시간을 맞아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맞은편에 현지 낚시인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고, 함께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주문한 요리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네요 ^^;;

새우 낚시 오기 전에 예약해둔 마사지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이날의 낚시를 서둘러 마무리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다섯 마리의 새우를 만날 수 있었네요.

처음 시도한 새우 낚시에서 이 정도면 정말 만족할 조과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나기 힘든 "새우 손맛"을 멀리 베트남에서 경험했네요.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 만들었습니다 ^^


이곳 새우 낚시터에서는 잡은 새우로 원하는 요리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메뉴판을 보면서 요리를 주문할 때 "5마리는 너무 많은 것 같아 2마리는 보내주고, 남은 3마리로 요리를 해달라"라고 부탁했더니 직원이 엄청 놀라며 계속 감사하다고 말을 했습니다.
아침에 먹은 쌀국수가 아직 소화가 안 되었고, 처음 먹어보는 종류의 새우였기 때문에 간단히 맛만 보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새우 낚시터를 둘러보았습니다. 한편의 수조에는 많은 새우들이 보관되어 있었네요. 가끔씩 직원이 새우 몇 마리를 낚시터에 풀기도 하였습니다.

마침 식당 옆의 호수에서는 낚시인이 큰 물고기와 겨루고 있었습니다. 직원이 뜰채로 씨알 좋은 메기를 떠내자 낚시터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며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


잘 꾸며진 정원을 산책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작은 길 주변으로 정돈된 나무와 잔디들이 나 있었고, 아름다운 꽃들도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정원 사이에 준비된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 어떤 맛일지 궁금했네요. 다음에 가족들과 호치민 여행을 오게 된다면 저곳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즐기고 싶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놀이 터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식사가 차려져 있었습니다. 간장, 마늘과 함께 볶아진 고소한 새우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

발라먹기 좋게 갈라진 등껍질을 벗겨내니 통통한 새우 살이 드러났습니다. 냄새도 전혀 없고, 짭짤하고 마늘 향도 풍기는 게 제 입맛이었습니다. 아까 보내주었던 2마리의 새우가 갑자기 생각났네요. 다음에는 방생은 없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새우 요리는 저에게만 맛있었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뒤통수가 따가워 뒤를 돌아보니 강아지 한 마리가 애절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네요. 직원에게 물어보고 새우 대가리 쪽 부드러운 부분을 주니 정말 잘 먹었습니다 ^^

배부르게 새우 요리를 먹고 나서 계산서를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자세한 내역은 모르겠지만 1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이 나왔네요. 낚시, 코코넛, 새우 요리, 콜라까지 모두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적당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경험한 새우 낚시에서 손맛, 입맛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는데 문제는 호텔로 돌아갈 때였습니다. 호치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Grab 잡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Car, Bike 등으로 선택을 바꿔봐도 10분 넘게 잡지를 못했네요 ㅠㅜ
낚시터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잡기는 하였지만, 혹시나 이 낚시터를 방문할 분들은 여유 있게 일정을 계획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시고, 항상 안낚하세요!!!
https://blog.naver.com/williams0908/22288447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