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2주 전에 큰 아들과 고성 내만권으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5학년이 되면 갯바위에 데려가겠다던 약속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가까운 내만에도 감성돔 소식이 들리는 것 같아 출조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동안 원투낚시만 해봤던 아들에게 새로운 낚싯대를 선물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4.3m의 짧은 길이가 마음에 들어 주문한 용성 "파도기" 낚싯대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초릿대 파손에 대비해 예비 초릿대도 같이 주문했습니다


2000번대 정도의 가벼운 릴이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일단은 3000번 릴에 강우피싱 오션마스터 2호 줄을 감아주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 녀석도 분홍색의 색깔이 마음에 들었는지 만족하는 눈치였습니다 ^^"

출항 시간에 맞춰 3시에 일어난 저희는 고성으로 가는 길에 "주남낚시"에 들렀습니다. 새로 지은 매장이 크고, 직원분들이 친절하셔서 기분 좋게 밑밥을 준비했네요.

이날 저희가 예약한 선사는 고성 삼산면에 위치한 "대포낚시"였습니다. 정박해있던 "아리랑 호" 앞에서 출항 전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아직 주변이 캄캄한 새벽에 운항하는 배를 처음 타봐서 그런지 명빈이가 신기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새벽하늘의 빛나는 별을 보며 여러 별자리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다르네요. 저는 출항하는 배 위에서 별자리를 볼 여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


바람도 약하고, 파고도 낮아서 아이와 낚시하기에는 정말 좋은 날씨였습니다.
며칠 동안 기상 예보의 변동이 없어서 아이의 학교에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하루 결석을 시켰습니다. 웬만하면 출항 시간의 여유가 있고, 사람이 붐비지 않은 평일에 처음으로 갯바위에 데려가고 싶었습니다.

갯바위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이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갯바위 주변으로 밑밥을 넣은 다음 명빈이의 채비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이날 명빈이의 채비는 용성 파도기 1-430, 강우피싱 오션마스터 2호 원줄, 0.8호 전자찌, 0.8호 순강수중, 강우피싱 경기스페셜 1.2호 목줄, 감성돔 3호 바늘이었습니다.
몇 달 만의 낚시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는데, 생각보다 잘 던졌네요. 그동안 원투낚시를 통해서 익힌 캐스팅 감각이 남아있었나 봅니다 ^^

아이가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다행히 전갱이 한 마리가 입질을 해주었습니다. 평소였으면 골치 아픈 잡어였을 전갱이가 이날따라 정말 고마웠습니다.
힘차게 릴링을 하는 모습에 혹시나 찌가 초릿대를 칠까 걱정되어 "그만 감아!!!"라고 다급하게 소리치기도 했네요 ㅋㅋㅋㅋㅋㅋ

해가 떠올라 주변이 완전히 밝아지면서 아이의 얼굴에 선크림을 발라주고, 모자를 씌웠습니다. 명빈이의 피부가 시커멓게 타면 모든 잔소리는......제가 듣게 되겠지요 ㅋㅋㅋㅋㅋㅋ
갯바위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에서 제법 "짜세"가 나왔습니다 ^^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내에게 아이의 사진을 보냈더니 대답이 없었네요 ;;;


이날 저희가 내렸던 곳은 고성 내만의 "아랫대호섬(아랫대구섬) 계단자리"였습니다. 출항 전 선장님께 "조과 상관없이 무조건 발판이 편하고, 안전하게 낚시할 수 있는 곳"에 내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만조에 물이 조금 넘치긴 했지만, 배를 댈 수 있는 인공구조물 덕분에 아주 발판이 편한 곳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충분히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주변 수심은 6~7m에 군데군데 여가 많이 박혀있던 자리였습니다. 선장님은 오른쪽의 간출여 주변을 노리라고 말씀하셨는데, 통발 때문에 그러질 못했네요.

갯바위에서 통발이 너무 가깝고, 여러 겹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몇 번이나 어선이 낚시 자리 앞으로 갔네요. 한창 해가 떠오르던 시간대라 아쉬움이 더 컸지만, 내만권 낚시에서는 피해 가기 힘든 모습이기도 합니다 ^-^

그럴 때는 잠시 낚싯대를 내려놓고, 아이와 함께 갯바위 주변을 살폈습니다.
낚시 자리 바로 앞에 볼락 치어들의 노는 모습도 지켜보았고요. 밑밥에 모여들었다가도 더 큰 물고기들에 놀라 흩어지는 모습이 아이 눈에는 신기했나 봅니다.

아이와 함께할 때는 최대한 짐을 줄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날 아침은 간단히 에너지바와 견과류로 준비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불평 없이 잘 받아먹는 아이에게 고맙기도 했습니다.

명빈이가 낚싯대를 내려놓고 쉬고 있을 때 저도 몇 번 채비를 던져보았지만, 전갱이와 복어들의 입질만 들어왔습니다. 이날만큼은 감성돔을 만나러 온 게 아니니 바로 채비를 내려놓았습니다.


명빈이의 놀라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염소 가족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더 가까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는데, 아이의 눈에는 그저 신기했나 봅니다.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자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물이 빠지면서 선장님이 말씀하셨던 간출여 주변을 공략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아이도 갯바위가 그새 익숙해졌는지 편하게 걸터앉아 낚시를 즐기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

그러다 입질이 들어오면 자리에서 잽싸게 일어나 고기를 끌어올렸습니다 ^^
낚싯대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허리를 뒤로 젖힌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낚시인 다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ㅋㅋㅋㅋㅋㅋ

학교에 제출해야 할 보고서에 넣은 사진도 틈틈이 남겨두었습니다.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배경으로 웃고 있는 아이가 너무 행복해 보였네요. 그런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제 기분도 정말 좋았습니다 ^0^

계속 올라오는 전갱이에 싫증이 났는지 밑밥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열심히 밑밥을 뭉치더라 한 주걱 들어올려 바다에 패대기 쳤네요.
그럼 그렇지......;;;;;;

다시 낚싯대를 잡은 명빈이가 "영혼의 단짝" 전갱이를 낚으며 이날의 낚시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날 전갱이만 30마리 이상 낚은 것 같네요.

청소를 마치고 철수배를 기다리면서, 명빈이에게 "첫 갯바위 낚시, 어땠어?"라고 물으니 아무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네요.
이른 새벽 일어나 하루 종일 밑밥치고, 크릴 100마리 넘게 끼워야 했던 수고도 아이의 "엄지손가락" 하나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한 시간 넘게 돌아가야 하는 길도 덜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

명빈이와 함께 첫 갯바위 출조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이날의 낚시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진 찍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

2시가 되자 저 멀리서 아리랑 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배 규모도 크고 선장님도 친절해서 고성 내만권으로 출조할 일이 생기면 다시 찾을 생각입니다. 아마 내년 4월이 되겠지요.

비록 대상어였던 감성돔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안고 배에 올랐습니다. 둘이서 신나게 웃고 있는 모습보다 더 큰 조과는 없겠지요. 정말 했복했던 출조였습니다.

지난주 연휴를 이용하여 강우피싱 스탭들과 울릉도로 3분기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다음에는 울릉도 벵에돔 조행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잘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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