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금요일 저의 스무번째(?) 생일을 무사히 끝마치고 슬슬 출조계획을 세워봅니다. 토요일은 이미 비소식이 예보되어있고 그 다음날인 일요일의 날씨는 베리 나이스 웨더입니다만 토요일 비소식때문에 출조인원이 일요일로 한꺼번 몰리지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더군요.
그때문에 강수량이 많지 않으면 비가 오더라도 토요일 출조하는것으로 마음을 굳히고 노파심에 일기예보를 또 다시 체크해봅니다. 오후의 강수량은 1~4mm로 작은양이긴해도 몇시간 동안 지속될거라고 정확히 예보되어있네요. 이게 사실이라면 너울이나 바람이 없는 1~4mm.. 저같은 상남자는 뭐 그냥 맨몸으로 나서긴 또 좀 그렇고 일회용 비옷입고 충분히 즐길수있는 날씨이지요.
토요일 오전. 오랫만에 늦잠자고 집에서 느즈막히 출발하려고 시계를 보니 오전 9시 50분이네요... 11시배로 들어갈려면 안그래도 시간이 촉박한데 또 밑밥도 준비해야하고 최대한 빨리 서둘러봅니다.
최대한 서두른 결과 11시배 출발전에 낫개선착장에 도착할수 있었고 얼마전 추자도에서 안좋은 소식의 영향때문인지 해경분들이 선착장까지 나와서 인원체크를 예전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하더군요. 명부의 인원을 한명한명 호명해서 눈도장까지.. 본래 이렇게 하는것이 정상적인 절차입니다만 그동안 안일하게 했던것도 있었지요.
이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더 먼곳에서 운명을 달리하신 선배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다시는 그런일이 없어야겠습니다.
날씨는 예보와는 달리 오전중으로 비는 전혀 없었고 첫배 손님들은 거의다 몰운대나 모자섬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고 하더군요. 최근 다대포 내만으로 살감성돔이 마릿수로 올라오다보니 가까운곳에서 잔잔한 손맛을 보시려는 낚시꾼의 의중을 엿볼수있는 대목입니다. 이제 서서히 다대포 바다도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고 있나보네요.
오전11시. 저를 포함해서 몇분의 조사님들을 태운 은성호는 낫개와 모자섬을 돌아서 쥐섬방향으로 들어가는데 역시나 쥐섬, 아들섬쪽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아들섬 서쪽으로만 몇분 내려계실뿐 쥐섬 동쪽은 개미 한마리없이 텅텅 비었네요.
평소 괴기와는 상관없이 널찍한곳에서 여유롭게 낚시하는것을 즐기는 저는 선장님께 쥐섬으로 내린다고 말씀드렸고 포인트는 높은자리나 상나무밑 둘중 고민하다가 예전에 좋은 기억이 있었던 상나무밑으로 선택했습니다.
상나무밑은 발판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지만 포인트가 넓은편이라 한꺼번에 4명 이상도 함께할수 있습니다. 대상어종도 감성돔을 기본으로 벵에돔, 농어, 숭어, 전갱이, 고등어 등등 내만에서 잡을수 있는 어종은 대략 다 잡을수 있구요. 가을시즌엔 마릿수가 보장되는만큼 개인적으론 한번쯤 앉아보시라고 추천할만한 포인트입니다.
상나무밑 포인트에서 여태 이리저리 흘려본 결과 쥐섬 끝바리쪽으로 조류가 흘러갈때 입질을 받았던 기억이 있으며 수심은 다대포 내만이 다 그렇듯 가깝게는 5~8m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포인트주변 바닥으로 작은 여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밑걸림이 그렇게 심하지않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한 가을에는 반유동보다는 전유동에 시원하게 입질이 들어온 경험이 있구요. 감성돔만 꼭 고집하는것이 아니라면 초보자들이 전유동을 연습하기에도 적절한 포인트입니다.
위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우측 홈통부분은 민장대로 전갱이, 고등어낚시가 가능합니다. 상나무밑을 예전에 찾았을때 낚시인 가족분들이 낚시하는것을 봤는데 수심도 얕고 너무 구석이라 설마 저기서 가능하겠나 했었습니다만 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능한걸 넘어서 잘되더군요. 바깥에서 입질이 없는 경우에도 약간의 품질에 민장대 채비에는 계속 올라왔던 기억이 나네요. 민장대에 기본적인 고추찌 채비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포인트 뒤쪽으로는 쥐섬 등대가 있네요. 상나무는 암만 찾아봐도 대체 어디있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대체 왜 상나무밑인지?!!!!
오늘은 늦게 나온것도 있고 주위에 사람도 하나 없고하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서 그런지 오랫만에 액션캠도 설치해보네요. 괴기가 나올것이라는 확신이 서지않지만 주위에 사람이 없는것이 오히려 잘된거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몰운대, 모자섬에는 마릿수로 있는 고기가 하물며 이곳에는 전혀 없을 이유가 없고 마릿수는 아니더라도 낱마리는 있다고 가정한다면 혼자 밑밥을 줘가며 낚시를 하기때문에 그 확률은 더 높아지겠지요. 거기다가 사람이 없으니 포인트앞을 오가는 낚시배도 별로 없구요. 주말에 이런날은 흔치않은데 참 기분이 좋으면서도 묘하더군요.
시간은 대략 오전 11시 30분쯤. 오후 5시 마지막 철수를 한다고하니 채비를 마치고 정리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총 5시간정도가 남았군요. 짧다고보면 짧은 짬낚시이지만 살감성돔, 전갱이낚시라면 때에 따라 먹을만치 충분히 잡을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채비는 늘상 제일 먼저 출동하는 B전유동을 꺼내봅니다. 2호 원줄에 젝트(L)B호, 목줄 1.5호, 감성돔 3호바늘, 크릴미끼. 릴대는 내만에서 즐길때 항상 꺼내드는 연질성향의 흑조2를 선택했구요.
현재상황은 만조에서 날물으로 들어가는 시점인데 좌측에서 우측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조류가 힘을 많이 못받네요. 그래서 조수우끼보다는 조류의 영향을 더 받을수 있는 스텔스를 달아줍니다. 목줄에 봉돌은 조류를 감안해서 가감하구요.
밑밥은 발앞으로 10주걱 정도 붙혀서 뿌려준후 전방 20m지점에 한주걱 그리고 준비된 채비를 캐스팅합니다. 첫번째 캐스팅에 밑채비가 펴지기도 전에 손가락만한 전갱이 한마리가 시원하게 찌를 가져가네요.
채비회수후 두번째 캐스팅도 전갱이. 전갱이를 갈무리하는동안 비가 한두방울 내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후두두둑 쏟아집니다. 오전에 밑밥을 준비하며 물어봤을때 다팔렸다고해서 가져온 비옷도 없는데.....
비는 구라청에서 1~4mm라고 했으니 곧 그치겠지싶어서 아랑곳하지않고 낚시에 집중합니다. 아랑곳한다해도 지금 당장은 마땅히 방법도 없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전갱이 이녀석들도 상층보다는 바닥에서 사이즈 좋은 녀석들이 입질을 하고 그외에는 손가락 사이즈네요. 잡어분리하듯 발앞으로 밑밥을 흩뿌려놓고 멀리 캐스팅해서 밑채비를 가라앉혀 가져오는것이 확실히 유리한것 같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수온은 낮은것도 아닌데 지들이 감성돔인것 마냥 바닥에 딱 붙어있네요.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이 흘려도 씨알좋은 전갱이 대신에 요런녀석이 걸려올수도 있고 말이지요. 바칸에 넣기전 재어본 사이즈는 대략 27cm 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이맘때쯤 내만에서 주로 잡히는 감성돔의 사이즈가 대부분 20~30cm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녀석은 그나마 괜찮은편이네요. 살감성돔이지만 그래도 감성돔이라고 확실히 마지막까지 박아주는 손맛은 다르군요.
비는 멈추지않고 계속 뿌리는데 이미 빤쓰까지 다 젖었을겁니다. 많이 오느냐 작게오느냐 문제지 도무지 그칠생각은 없어보이네요. 모르긴 몰라도 1~4mm는 아~~~~까 전에 일찌감치 넘어선듯하구요 ㅋㅋㅋㅋ 다시한번 느끼지만 명불허전 구라청.
사이즈는 논외로 치더라도 없는 어복임에도 올해 최고의 마릿수를 자랑하게 되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전갱이와는 격이 다르다고 비닐봉다리에 따로 모아두고 지극정성으로 기포기까지 친히 돌려드립니다. 그렇게 한참 낚시하다가 내 괴기는 잘 살아있나 싶어서 살펴보니 괴기는 멀쩡한데 기포기가 사망...
다시 조류가 살살 살아날때쯤을 기점으로 전갱이, 고등어 씨알좋은 녀석들이 다시 붙어주더군요. 이번에는 바닥부터 수심 3~4m 정도에서 입질을 받을수 있었고 전갱이 80% 고등어 20% 확률로 올라오네요. 하루중 이맘때쯤이 제일 재미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도 잦아들어서 기분좋게 옷도 마를려고하는데 다시 주루루룩... 써글 ㅋㅋㅋㅋㅋㅋ
시간은 금새 지나가버려서 철수배가 아쉽긴 정말 오랫만인것 같네요. 4시부터 4시30분까지 신들린듯한 캐스팅으로 찬거리를 보충해놓고 미리 철수준비를 합니다. 밑밥통도 씻고 펴놓은 뜰채도 넣어두고 가방은 일단 세워두고..
툭툭..
툭툭 툭... 투투툭 ... 도로로록...
퐁당.
응?!
아........
입에서는 고딩 졸업후 봉인되었던 온갖 욕이 난무하고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한줄기 희망이었던 뜰채는 철수한다고 이미 가방속에 있고 건질수 있을만한 도구가 주위에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 어차피 온몸은 비로 다젖은거 구명복 테스트도 할겸 뛰어들까 싶기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랬다간 내일 오전 뉴스에 나올까 포기합니다. 집구석에 널부러져있는 아들래미도 아직 덜키웠는데..
다행인건 철수시간이 임박한 시점이었기때문에 선장님이 이미 내만의 철수손님을 태우러 돌고있다는점.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서 선장님 제발 좀 여기먼저 와주세요 라고 애걸복걸했네요.
저... 멀리 은성호가 저수지에 수제비 뜨듯 튕겨가며 최대속력으로 달려오지만 제눈에는 이미 슬로우 모션. 결국 낚시가방이 한쪽으로 30도정도 기울어서 꼬로록하기 일보직전 건져냈습니다ㅋㅋㅋㅋ 물이 절반은 채워져있어서 묵--직하니 손맛이 좋네요. 하여간 타이밍이 2002년 이탈리아전 조마조마했던 설기현 동점 뽀록슛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집에와서 그속에 있던것들을 세척하느라 쎄가 만발이 빠졌지만 그래도 다행이지요. 그냥 수장되었더라면 진짜 상상도 하기 싫으네요.
철수후 자랑스럽게 펴놓은 괴기들. 우리 어무니 좋아하시는 전갱이와 그속에 깨알같은 고등어도 섞여있지용. 집에서 구워먹는것도 좋지만 푹 삶아서 추어탕으로 드셔도 별미이니 요리에 관심있는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세요.
그리고 덤으로 살감성돔까지. 오랫만에 우리집 베란다에 괴기가 풍년이네요. 간만이라 그런지 살아있는 감성돔에 아들래미의 관심이 폭발 ㅋ
제가 듣기론 그다음날인 일요일 다대포 내만에 엄청난 인원의 낚시꾼들이 몰렸다고하더군요. 새벽 2시30분에 도착해서 첫배를 기다리던 손님이 오전 6시배를 타야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는데ㅋㅋㅋㅋㅋㅋ 내만이 그러니 나무섬은 첫배가 나가지도 못했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