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행기를 시작하는 첫 사진으로
야영자리 사진을 선택해보았다.
사진을 보시면서
" 야~~ 저거 저거 " 하시며
뭔가 느끼는 부분이 있으신 분들은
아마도 같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 이시리라.
아무튼 25이상 왕볼락을 대상어로 다녀온
우여곡절 많았던 초도권 조행기 시작을 해본다.

출발 시간은 금요일 아침 10시
연차 휴가를 내고 초도권으로 달려가기는 하는데
기대감? 설렘임? 뭐 그런 마음 보다는
이번에도 안되겠지? 그래 이번에도 안될거야...
이미 좋지 않은 조황에 익숙해져 버렸는지
기대감 보다는 부정적인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

그나마 그렇게도 하선하고 싶어하던 자리에
드디어 하선을 하게 되었으니
조금은 위안으로 삼으며 일단 시작을 해보는데...
첫수는 멋진 씨알의 쏨벵이가 반겨준다.
" 그래 의리있는 녀석 여기서도 반겨주는구나! "
첫수가 어떤 녀석이냐에 따라
그날 분위기가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비관적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생명체 있음을 확인을 하였으니
본격적으로 밤 낚시에 돌입하기 전에
먼저 저녁을 먹기로 한다.
참치 김치찌개를 끓여서 건강을 위해서
챙겨온 먹거리와 함께 든든하게 배를 채워본다.
그리고 이곳은 야영 자리와 낚시 자리가
제법 떨어져 있어 왔다 갔다 하지 않기 위해서
부족함이 없도록 낚시 준비를 꼼꼼하게 해본다.

비록 뭐 기대감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원했던 자리이고 또 그동안 계속해서
좋은 조황을 보았던 자리이기 때문에...
물론 시기적으로 많이 늦은 것 같은
마음은 들지만 그래도 몇마리
얼굴은 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 본다.
더욱이 아직멀었어님의 포인트 특강을 들은터라
20마리? 아니 10마리?
뭐 그 정도라도 나와 주기를 바라면서
석양과 함께 시작을 해본다.

우선은 발밑을 공략을 해보는데
첫수로 23급 뺀지...
뭐 고급 어종이기는 한데
씨알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좋을 텐데... ㅋㅋ
벌써 여름 어종으로 갈아 탔나 싶었지만
그런데 연이어 15급 잔씨알의 열기가
미끼를 내리기가 무섭게 연달아 나오기 시작한다.
뺀지와 열기라?
이거슨 상당히 미쓰매칭 아닌감?

일단 발밑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직멀었어님께 들었던 특급 포인트
반대편 직벽을 공략 해보기로 한다.
수중에 아주 높이 솟은 여가 있어서
그 주변으로 채비를 넣어야만 입질을 받는다며
찌가 깨어질 각오를 하고
무조건 직벽에 바짝 붙여야 한다고 들었던 터라...
자중이 많이 나가는 3B찌에 수심 3미터를 주고
넵다 던지니 다행이 찌가 벽 바로 앞에서 멈추며
원하는 자리에 들어 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니...
" 힛트!!! "
" 오!!! 제법인데? 뭐지? "
" 오~ 우 ~~ 예~~~ 25급 왕눈이 볼락!!! "
" 역시 특강을 들었던 효과가 있구만...ㅋㅋ "

그리고 몇번의 시도 끝에 다시 그자리에
정확하게 들어가니 또 다시 히트!!!
그런데 빵이 빵이 정말 장난없다.
26급 볼락인데 빵이 주먹 크기가 넘어갈 정도다.
" 그래~ 그래~ 이거거든!!! "
" 내가 원하던게 바로 이거 아니냐고!!! "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멋진 녀석에
나도 모르게 급 흥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ㅋㅋ
그! 런! 데!
2마리 이후로 이상하리 만치 볼락은
나오지를 않는다.
분명 그 자리에 정확하게 들어 간 것 같은데
드문드문 25급 우럭이 걸려들뿐
볼락은 더 이상 걸려들지를 않는다.

건강이 그렇게 좋지 않으니
너무 늦게까지 하기는 그렇고 11시 정도에
정리를 하고 잠을 청해 보는데...
그런데 너울 소리가 커도 너무 크게 들려서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다.
밖에 나와서 잠시 상황을 체크를 해보니
지금 소리가 문제가 아니라 텐트 자리까지
너울이 밀고 올라올 기세로 치고 있는 모습이
보이니...
이거 이거 큰일 나지 싶은 생각이 들며
짐이며 텐트며 모두 정리를 해서는
높은 곳에 앉아서 너울을 지켜 보기로 한다.

새벽 3시를 넘겨 만조가 지나고 나서도
한동안 너울을 지켜 보다가
어느정도 안전하지 싶어 다시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해 보지만 뭐 잠이 올리가 만무하지 싶다.
무슨 제트기 날아가는 소리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천둥치는 소리라고 해야 하는지...
아무튼 괴기스럽고 소름끼치고
심장이 깜짝깜짝 놀라 정도로 섬뜩한 너울 소리에
밤새 시달리다가 그렇게 맞이하는 아침...
그래도 내가 살기는 살았구나.
아침 해를 바라보며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해가 떠오르며 수위가 많이 낮아 졌으니
아침 찬거리로 쓸만한 녀석이 걸려 들까 싶어서
잠시 낚시를 해보기로 한다.
뭐 너울에 잠은 못잤지만 또 먹는 것은 먹어야
되는 거니깐. ㅋㅋ
헌데 걸려드는 건 15급 볼락 아니면 15급 열기
이런 녀석들 걸려들면 시즌이 끝이 난거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일단 조류를 태워서 좀 흘려 보아야 겠다며
원줄을 풀어주며 흘리다보니
그런데로 봐줄만한 쥐노래미가 걸려든다.

펄떡펄떡 싱싱한 쥐노래미 한마리 장만을 하고
저녁에 먹을려고 준비한 전복 좀 써리고...ㅋㅋ
식사를 맛있게 마치고는 아직멀었어님 알려주신
또 다른 참돔, 돌돔 특급 포인트로 이동을 해본다.
1.6호 53대에 1호 반유동 수심 6미터로 시작...
조류를 타며 잘도 흘러가던 찌가
갑자기 총알 처럼 사라져 버린다.
일단 챔질을 하고 릴을 감아 들이려 하는데
강하게 치고 들어가며 낚시대를 당긴다.
" 뭐지? 참돔인가? "
일단 펌핑을 하고 릴을 감아 들이려는데
왠걸 황소같은 힘으로 꾸~우~~ 욱~~~
인정사정 없이 낚시대가 끌려 가더니
갑자기 허전해져버린다.

2호 목줄이 씹혔던 흔적이 있으면서
싹둑 잘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 (ㅠ.ㅠ)
햐~~~ 또 왜이런 것이지?
앞선 평도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그렇고
이제 돌돔 낚시를 할때는 와이어줄을 쓰야되남...
혹시나 싶어서 축광 튜브를 바늘귀에 끼우고
해보지만 뭐 다시 걸려들 턱이 없지 싶다. ㅋㅋ
허무한 마음을 안고 휴식을 위해 타프를
설치를 해본다.
사진을 보시면 갯바위 색이 확연히 달라서
너울이 올라 왔던 부분이 표가 나지 싶은데...
저걸 간밤에 보았으니 어찌 잠을 이룰수가
있었겠는가?

겉모습과 달리 안모습을 궁금하게
생각하실 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 생각에
뭐 내부라고 표현 하기는 거시기 하지만
타프 내부를 사진을 하나 찍어 본다.
그리고 사진을 잘 보시면
초록색 매트가 살짝 보이실 것이다.
저걸 한 이유가 갯바위가 많이 튀어 나오다 보니
머리와 헤딩을 하는 경우가 있었서
머리 보호 차원에서 설치를 한 것인데
앞서 이 자리에 하선을 했다가
저것 때문에 구급 헬기 타고 실려 갈뻔 했었던
기억 때문에... ㅋㅋ

모자란 잠을 청하며 조금 휴식을 취하고는
또 배가 고파지니 점심을 먹기로 한다.
" 둑~ 둑~~ 뚝~~~ "
새우도 조금 썰어서 넣고...
전복도 조금 썰어서 넣고...
내 입에 안성맞춤으로 다가...
" 음~~~ 이게 이게 이렇게 썩어 놓으니깐~~~ "
" 나이스 나이스~~~ 굉장해 굉장해~~~~ "
ㅍㅎㅎㅎㅎㅎ

점심을 먹고 심심하니
소화도 시킬겸 잠시 낚시를 해보지만
가당치 않은 너울 탓에 소득이 일도 없다.
그냥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외에는
달리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일본으로 올라오는 태풍 탓에
약간의 너울은 예상을 했었지만
이렇게 심한 너울은 예상 밖의 상황인데...
자연을 상대로 뭔가를 예측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우둔한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별달리 할 것도 없는 상황
결국 또 텐트에 누웠다가 인터넷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본다.
요즘 인터넷이 어디를 가나 잘 터지니
참으로 고마운 것 같다. ㅋㅋ
그리고는 다시 저녁 시간
계속 육고기만 먹다보니 조금 다른 것을
생각하다보니 전복과 새우를 골랐는데
나름 선택을 잘 한 것 같은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쌈채소가 빠져서 조금 그렇긴해도
초장에 찍어서 먹는 전복과 새우가
쫄깃하고 탱탱하니 입맛을 돋구는 것 같다. ㅋㅋ

저녁을 먹고 그냥 쉬려니
또 남은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오래 누워 있으면 허리도 아플 것이고
되든 안되든 다시 낚시 자리로 들어 갔는데...
채비를 마치고 투척을 하니
비가...비가......비가........비가 내리기 시작을 한다.
조금만 일찍 비가 왔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을...
다시 텐트로 돌아 왔는데 비를 맞은데다가
돌아온다고 힘을 썼더니 땀이 나기 시작을 하며
더워서 텐트에 누워 있기가 힘이 든다.
그렇다고 비가 내리는데 밖에 있기도 그렇고...
허이구매~~~준비성 보더라고~~~~ㅋㅋ
손풍기 틀어 놓고 땀을 식히니 따봉이구먼...

길고 긴 시간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핸드폰 베터리 때문에 인터넷도 하다가 말다가
그런데 11시가 넘어가니 또 너울이 난리가 난다.
오늘은 만조 시간이 4시 가까이 되어야 하는데
이거 이거 어찌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머리속이 복잡해 진다.
일단은 어제의 경험이 있으니
또 비를 맞으며 밖에서 보초를 설수는 없는 일...
일단 텐트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짐은 전부 높은 곳으로 올려두고서
시간 단위로 밖으로 나와서
너울을 확인을 하기로 한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그런 너울 소리가 밤사이 계속 되었으니
사람이 경험 할 수 있는 지옥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항 후 아직멀었어님과 대물바라기님을 뵈니
" 어이구 그래도 살아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
너울이 없는 자리에 하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텐트자리까지 너울이 올라 왔었다고 하시면서
서로가 무사함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라는 미미한 존재가
대자연을 상대로 섣부른 판단을 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 태풍이 기상도에 보인다고 한다면
심각하게 출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조행기는 마무리를 짓는다.
괴물 같은 너울 탓에 이틀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 적당히 해라!!! 잠 좀 자자!!! "를
얼마나 외쳤던지...
그래도 원했던 포인트에 내려서 낚시는 하였고
볼락, 우럭, 쏨벵이 해서 25급으로 10여수
손맛은 볼 수 있었나 봅니다.
물론 죽다가 살아온 경험은 인생의 큰 경험으로
남겨지게 되겠구요.
아무튼 뭐 이제 왕눈이 볼락은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지 싶습니다.
미련을 부려봐야
용왕님 께서 야멸차게 외면을 해버리시니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참돔, 돌돔, 농어를 대상어로
조금은 어복이 살아나주기를 바라면서
다음 출조를 기대해 보아야 겠습니다.
별 조황도 없는 부족한 조행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출조길 되기시를
바랍니다. ^^